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3.11.30. 여수 어린이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이튿날 12월 1일까지 여수 어린이를 만나러 스물넉 걸음을 합니다. 전남 고흥에서 전남 여수로 여느길(대중교통)으로 다니는 살림을 곰곰이 짚자니, 고흥에서 천안까지 다녀오는 길하고 맞먹지 싶습니다. 꽤나 멀어요. 그래도 이레마다 사흘씩 용케 이 길을 다니면서 글읽눈(문해력)을 들려주는 이야기를 조곤조곤 폈습니다.


  고흥에서도 서울이며 부산에서도, 광주나 인천이나 대전이나 대구에서도, 이 같은 ‘글읽눈 이야기꽃(문해력 증진 수업)’을 펼 수 있으면 즐거우리라 생각합니다. 몸은 좀 고될는지 모르나, 온나라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 살림말씨에 사랑말씨에 숲말씨를 베푸는 이야기는 즐겁습니다.


  제가 어릴 적에 저한테 ‘말을 가르친 사람’은 거의 할머니랑 할아버지입니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거의 아무것도 안 가르쳐 주었으나, 마을 할머니랑 할아버지는 문득문득 스치는 자리마다 빙그레 웃으면서 알쏭달쏭한 수수께끼를 들려주었어요. 일고여덟 살이나 열 살이나 열두어 살 어린이는 알쏭달쏭 수수께끼를 거의 못 알아들었습니다만, 마음에 천천히 남았어요. 어릴 적에 얼핏 스치듯 남거나 새긴 말씨는 차츰차츰 자라서 열대여섯 살이나 열예닐곱 살에 피어났고, 때로는 서른 살이나 마흔 살에 깨어났습니다.


  아무래도 배움터(학교)에서는 바로바로 눈에 뜨이는 셈값(성적·점수)을 바랄 테지만, ‘말글’을 배우고 가르치는 자리에서는 셈값을 싹 잊어야 합니다. 우리말·우리글(국어)은 수학도 과학도 아니지만, 수학하고 과학을 ‘소리·그림’으로 풀어내어 살림빛에 사랑빛에 숲빛을 포근하게 품는 길을 수수께끼로 들려주는 갈래라고 하겠습니다.


  ‘문해력’을 ‘문자 해석 능력’으로 좁게 보려고 하면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괴롭고, 둘레 어른도 고단합니다. ‘글씨에 깃든 이야기’를 헤아리도록 이끌 노릇입니다. ‘글씨를 그대로 훑기’만 해서는 글읽눈이 자라지 않습니다. 낱말 하나에 어떤 삶을 담았는지 읽어내는 눈빛을 북돋아야 글읽눈을 저마다 스스로 키웁니다.


  모든 말은 ‘내가 나를 나답게 사랑하는 길을 찾으려고 들려주고 듣는다’고 여길 만합니다. 후다닥 달리면 들꽃도 늦가을꽃도 첫겨울꽃도 못 알아봅니다. 천천히 거닐다가, 때로는 아예 눌러앉아서 들여다보아야, 눈송이꽃을 알아보면서 환하게 웃습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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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다
최하현 지음 / 부크크(bookk)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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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3.11.30.

인문책시렁 286


《닮다, 나와 비슷한 어느 누군가에게》

 최하현

 부크크

 2020.10.8.



  《닮다, 나와 비슷한 어느 누군가에게》(최하현, 부크크, 2020)를 곰곰이 읽었습니다. 속으로 품은 생채기를 한 올씩 꺼내는구나 싶은데, 생채기마다 피고름이 응어리로 졌다고 합니다.


  속으로 묻은 생채기를 들출 적에는 누구나 으레 “왜 그랬어!” 하고 따지고 싶어요. “왜 몰라!” 하고 묻고 싶습니다. 따지거나 묻는들 후련할 만한 말을 듣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따지려고 첫 마디를 뱉는 날부터 조금씩 바뀌어요. 불타오르듯 물어보는 날부터 어느새 달라집니다.


  여태껏 제대로 말로도 몸짓으로도 마음을 드러내지 못 한 사람은 글쓴이뿐 아니라, 글쓴이 어버이에 여러 이웃입니다. 다들 마음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 하면서 오늘까지 살아왔어요.


  우리 마음은 다치는 일이 없습니다. ‘마음이 다쳤다’고 여길 수 있을 뿐, 막상 우리 마음은 언제 어디에서라도 안 다칩니다. 우리 마음은 모든 느낌을 고스란히 담기만 합니다.


  담기만 하는 마음인 줄 알아볼 수 있다면, 남이 아닌 나부터 바꿀 수 있어요. 남들더러 바꾸라고 할 까닭이 없거든요. 남들이 바꾸건 안 바꾸건 내가 바꾸면 될 뿐이에요.


  다르기에 담습니다. 다르기에 담아서 닮습니다. 닮은 사이라면 서로 담았다는 뜻이요, 담기는 했지만 다르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같은’ 사이라면 담지 않아요. ‘같을’ 적에는 오롯이 하나입니다. 우리가 서로 오롯이 하나가 아니니, 담고 닮으면서 다릅니다.


  이제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닮거나 담는다고 할 적에는 다르다는 뜻이에요. 서로 닮거나 담았지만 바탕이 다르니, 말이나 삶이 엇갈리거나 부딪혀요.


  그리고, 닮거나 담으면서 다른 둘은, 머잖아 ‘다다르’려고 합니다. ‘다 다르기’에 ‘다다르(닿으)’려고 합니다. 다른 둘은 한참 벌어진 채 살아왔지만, 다 다르게 살아온 길이 닿을(다다를) 곳을 살피는 몸짓이라고도 할 만해요. 걱정할 일도 까닭도 없이, 그저 마음에 사랑을 담으면 됩니다. 사랑이 싹트도록 다독이고 달래면 됩니다.


ㅅㄴㄹ


그 시절 담임 선생님이 내 이름을 개명하는데 훼방을 놓았다. 나의 이름이 너무 예쁜데 왜 바꾸려 하냐며 엄마와 나를 설득했다. 나는 그 설득에 넘어간 아주아주 어린 어린이였다. (7쪽)


이걸 쓰면서 느끼는 건 내가 나한테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내 말을 들어주는 이의 말을 내가 먼저 잘 들어줘야 한다는걸. (15쪽)


우리 부모님은 왜 그렇게 나를 그런 순간들에 놓이게 했을까? 왜 그렇게 방임과 무시 속에서 아이를 놓아둔 것일까? 부모님은 분명 진짜 열심히 사셨다. (32쪽)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안다는 건 정말 축복과도 같은 일이다. (46쪽)


나는 멀리서 소식을 접하면서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으며 미친 자에게는 그곳을 떠나지 않는 이상 벗어날 수 없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쓴 이유는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이다. 그런 상황에 놓였다면 꼭 버티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주고 싶다. 아무도 나를 상처 입히고 못살게 굴 권리는 없으며, 그런 사람에게 비굴해질 필요도 없다는 걸 나는 두 번의 미친 자를 만나면서 배웠다. (7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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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할머니의 나의 수채화 인생
박정희 지음 / 미다스북스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3.11.30.

인문책시렁 280


《나의 수채화 인생》

 박정희

 미다스북스

 2005.3.31.



  《나의 수채화 인생》(박정희, 미다스북스, 2005)을 이따금 되읽곤 합니다. 지난 2014년 12월 3일에 박정희 그림할머니가 흙으로 돌아갔으니, 어느새 열 해에 이르는군요. 이미 몸을 내려놓고서 떠난 사람은 더 말을 남기지 않습니다만, 문득 꿈자리에서 만나면 새록새록 이야기를 들려주곤 합니다. 아무래도 ‘몸이 아닌 넋’으로 늘 우리 곁에 있기 때문일 테지요.


  둘레에서 ‘박정희’라는 이름을 들추면 ‘총칼 우두머리’가 아닌 ‘살림지기로서 붓을 쥔 할머니’를 떠올립니다. 어리석은 웃사내 이름을 굳이 떠올린들 무엇이 대단하거나 즐거울까요? 아름답게 살림을 지으면서 아이하고 이웃한테 사랑씨앗을 흩뿌린 할머니를 떠올릴 적에 우리 스스로 빛날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림 할머니는 곧잘 이녁 아버지 박두성 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렇게 놀고 싶은 어릴 적에, 아버지는 “하느님 뜻”이라고 하면서 ‘장님이 읽을 점글책’을 찍는 일을 시켰다지요. 박두성 님은 일본이 총칼로 억누르던 서슬퍼렇던 지난날 별사람을 이웃으로 지냈어요. 눈으로 글을 읽는 사람뿐 아니라, 손으로 글을 읽을 사람도 마음을 틔워야 이 나라가 아름답게 서리라 여겼다지요.


  박정희 그림할머니는 붓으로 온누리를 쓰다듬기를 바랐습니다. 뛰어난 그림이나 훌륭한 그림이 아니라, 물빛으로 촉촉히 스미는 그림 한 자락으로 이 나라가 피어나기를 바랐어요. 인천을 잘 모르는 분이라면 화평동을 ‘세숫대야 냉면거리’로 여기지만, 그곳이 ‘찬국수거리’였던 때에는 ‘색시집’이 줄줄이 있었어요. 바보스러운 웃사내한테 몸을 팔아서 살림을 보태던 아가씨가 고픈 배를 달래던 찬국수집이 나란히 있다가, 나중에 색시집이 몽땅 헐리고서 찬국수집만 남았고, 얼결에 인천 동구청이 뜬금없이 ‘냉면거리’로 띄웠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런 화평동 한켠에 ‘평안의원’이 있었고, 평안의원은 가난한 사람들한테 돈을 안 받다시피 하면서, 때로는 살림돈까지 쥐어 주면서 돌보던 곳입니다. 이 평안의원은 어느 날부터 ‘평안 수채화의 집’으로 바뀌었지요. 평안의원 할아버지가 더는 돌봄이(의사) 노릇을 할 수 없던 즈음부터 ‘그림으로 온누리를 돌보는 집’으로 거듭난 셈입니다. 이 화평동 ‘평안 수채화의 집’ 가까이에는 ‘함세덕 옛집’도 있습니다.


  다들 모르거나 모르는 척하는데, ‘정치·사회·문화·예술·교육·종교·문학’ 따위로는 이 나라를 못 바꿉니다. 이런 허접한 것으로는 이 나라를 슬쩍 덧입히는 시늉에서 그칩니다.


  이 나라를 바꾸려면 어린이를 사랑으로 낳아 돌보는 작고 수수한 어버이가 있을 노릇입니다. 아이한테 사랑으로 말을 가르치고, 아이랑 사랑으로 그림 한 자락을 누리고, 아이하고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지을 적에, 비로소 이 나라는 아름답게 피어나게 마련입니다.


  우리는 한 손에 호미를 쥘 노릇입니다. 호미란, 손수 밥옷집을 짓는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다른 한 손에 붓을 쥘 노릇입니다. 붓이란, 손수 살림살이를 글이며 그림으로 담는다는 뜻입니다. 일하고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꿈꾸고 웃고 춤추고 어우러지는 조촐한 살림집에서 온누리를 어루만지는 사랑씨앗이 싹틉니다.


ㅅㄴㄹ


평양으로 시집 간 후, 집안에 달력을 그려서 걸었더니 남편이 병원에 꼭 필요하다고 해서 매달 석 장씩 그렸으니 늘 그림과 함께 살아온 셈이다. 가난한 시절이었기 때문에 연필, 크레용, 수채화 물감, 크레파스만 보면 반가워서 보관했고, 종이도 아무것이나 고맙게 썼었다. (16쪽)


대동강으로 빨래를 하러 가게 되었다. 빨랫감들과 비누 빨래 망망이를 버주기에 담아 머리에 이고 나섰는데 봄비에 깨끗이 씻긴 새싹들이 팔랑대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은사시나뭇잎은 유독 팔랑거리며 나를 유혹하는 것이 아닌가. (25쪽)


넷째 딸 순애는 학교 갈 나이가 되어도 사촌들끼리 소꿉놀이 하는 것만 좋아하였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순애에게 물어보았다. “순애야, 너 학교 안 가련?” “엄마 맘은요?” “네가 학교에 가겠다고 하면, 예쁜 옷을 지어주고 싶어서.” “예쁜 옷? 그럼 나 학교 갈래!” 나는 약속대로 예쁜 병아리 수가 놓인 옷을 지어 입혔다. (76쪽)


아이들의 방학은 엄마인 내게도 기쁜 날들이었다. 요즘은 일을 다니는 엄마들이 많아져서 아이들이 방학을 하면 엄마들이 더욱 힘들기 마련이겠지만, 내가 아이들을 기르던 시절의 방학은 ‘함께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92쪽)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그 당시, 송현초등학교에 근무했을 때의 동료였던 신 선생이라는 분이 헌책방을 조그맣게 열고 있었다. 그 헌책방은 내가 잘 다니는 길가에 있었는데 그분이 하루는 나를 부르는 것이었다. “어떤 UN군이 여러 번 찾아와서 한국의 풍속화 엽서를 찾더군요. 명령이 내리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구하지 못해 유감스러워 하면서 구해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나도 구하질 못했어요. 혹시 박 선생님께 부탁드리면 구해 주시거나 직접 그려 주실 수 없을까 해서요.” 나도 집으로 돌아와서 뒤적여 보았다. 하지만 금강산의 엽서는 있되, 풍속을 그린 것은 찾을 수가 없어서, 바쁜 일상 중에 시간을 내어 직접 그리기로 했다 … 그 UN군에게 전했더니 무척 좋아하면서 아홉 권의 화집을 차에 싣고 와서 그림을 그려준 분께 전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아홉 권의 화집은 빈센트 반 고흐, 폴 세잔느, 르느와르의 인물, 정물, 풍경화집이었다. (131쪽)


연필, 종이, 그리고 물감도 비싸지 않은 소박한 것으로 준비해 보자. 자, 준비가 됐다면 그리고 싶은 욕망이 든 바로 지금, 그림을 그려 보자! (21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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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1센티미터씩 바뀐다 - 장애 인권 조례를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
노자와 가즈히로 지음, 정선철.김샘이 옮김 / 이매진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3.11.30.

인문책시렁 331


《세계는 1센티미터씩 바뀐다》

 노자와 가즈히로

 정선철·김샘이 옮김

 이매진

 2011.11.4.



  《세계는 1센티미터씩 바뀐다》(노자와 가즈히로/정선철·김샘이 옮김, 이매진, 2011)는 아주 더디게 바뀌는구나 싶은 걸림돌을 이야기합니다. ‘걸림돌’이란, 사람이 아닌 틀입니다. 나라를 이끈다는 틀이 오히려 사람들한테 걸림돌이고, 가르치거나 배우는 터전이 도리어 걸림돌이고, 글(언론·책)이 뜬금없이 걸림돌이기도 합니다.


  한 치만큼 바뀐다면, 바뀐다는 뜻입니다. 한 치조차 꿈쩍을 안 한다면 까마득하다는 뜻입니다.

  둘레를 봐요. 새롭게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 있지만, 하나도 안 배우려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나이가 어리거나 젊기에 새롭게 배우지 않습니다. 스스로 사랑하고 생각하고 살림하는 사람일 때라야 비로소 새롭게 배웁니다. 스스로 안 사랑하고 안 생각하고 안 살림한다면 언제나 안 배워요.


  ‘배움’이란, 바라보며 받아들이는 마음입니다. 안 바라보고 안 받아들이는데 어떻게 배우겠습니까. 별사람도 온사람도 그저 사람입니다. 별빛을 품었건, 오롯이 있건, 다 아름다이 숨결이 흐르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 나라나 배움터는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지 않아요. 다들 틀에 얽매입니다. 옷차림이나 매무새를 따지려고 합니다. 높낮이를 가르고 줄을 세웁니다. 값을 매겨서 첫째부터 꼴찌까지 늘어놓습니다.


  온누리는 틀림없이 날마다 다른 하루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새롭게 배우면서 어깨동무할 수 있고, 언제까지나 안 배우면서 늙은 꼰대로 헤맬 수 있습니다. 늘 새롭게 배우며 눈망울을 밝히겠습니까? 언제나 안 배우면서 움켜쥐거나 틀어막는 담벼락(권력)을 세우겠습니까?


ㅅㄴㄹ


‘금지’나 ‘강제’에 기대면 사람들의 태도나 겉으로 드러나는 상황은 바꿀 수 있어도 마음속까지 바꾸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금지나 강제 때문에 쌓인 불만은 결국 가장 약한 장애 어린이를 향하게 되지 않을까. (35쪽)


당하는 사람은 상처를 받는다. 자존심이 갈기갈기 찢겨진 기분이 든다. 날마다 이런 시선을 받으면 누구라도 세상을 향한 반발심과 무력감이 몸에 밸 것이다. (44쪽)


우리들의 ‘장애 인권 조례’는 차별을 적발해 엄벌하려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려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83쪽)


우리 생각보다 더 사람들이 장애에 관해 잘 모르는지도 모른다. ‘차별’이라는 말이 과도한 경계심을 불러오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우리도 의회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다. (173쪽)


+


조례가 성립하려면 일반 기업을 포함한 일반 시민이 지지해 줘야 한다

→ 기틀이 서려면 여러 일터를 비롯해 사람들이 밀어줘야 한다

→ 길눈이 서려면 여러 일터와 사람들이 믿어 줘야 한다

36쪽


귀가 들리는 사람의 음성 언어를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에게 통역하기 위해 수화를 사용한다

→ 귀가 들리는 사람이 쓰는 말을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한테 옮기려고 손말을 쓴다

→ 소리말을 손말로 옮긴다

56쪽


차별을 적발해 엄벌하려는 것이 아니라

→ 따돌림을 들춰 따지려는 뜻이 아니라

→ 무리질을 찾아 다스리려는 길이 아니라

83쪽


지사에게는 단장의 고통이었을 것이다

→ 고장지기한테는 쓴맛이었으리라

→ 고장지기는 가슴아팠으리라

→ 고장지기는 사무쳤으리라

138쪽


성심성의껏 대답하려고 했지만

→ 바지런히 얘기하려고 했지만

→ 온힘으로 말하려고 했지만

146쪽


기진맥진해 집에 돌아오니

→ 지쳐서 집에 돌아오니

→ 비칠비칠 집에 돌아오니

→ 하느작 집에 돌아오니

152쪽


우리 생각보다 더 사람들이 장애에 관해 잘 모르는지도 모른다

→ 우리 생각보다 더 사람들이 담을 잘 모르는지도 모른다

→ 우리 생각보다 더 사람들이 아픔을 잘 모르는지도 모른다

173쪽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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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담배연기 2023.9.10.해.



쑥잎을 말려서 불을 붙이면 그윽하게 흰김 오르면서 둘레를 감싸는 기운이 맑아. 가랑잎도 매한가지야. 다른 마른잎도 저마다 다르게 흰김으로 둘레를 부드러이 감싸고 풀어주지. 고춧잎은 좀 매울 텐데, 매운김은 매운 대로 톡톡 쏘면서 너희 눈·살갗·마음·몸을 깨운단다. 담배라는 풀도 너희를 깨우는 숱한 잎(마른잎) 가운데 하나야. 담배를 태우는 일은 나쁠 수 없어. 다만, 담뱃잎만 쓸 일이야. 섞지 마. ‘뜬금없는 것(화학조합물)’을 섞으면 ‘담뱃김’은 제구실을 안 하지. ‘살림길’이 아닌 ‘죽음김’은 너희부터 스스로 죽이고 둘레를 죽여. ‘소독차’랑 ‘화학담배’는 같아. 그리고 쑥잎·가랑잎처럼 다 다른 마른잎은 너희를 다 다르게 북돋우고 깨운단다. 또한, 애써 태우지 않아도 ‘나무에 달린 잎’ 숨결로 너희를 일깨워. ‘흙에 뿌리내린 풀잎’ 숨결로 너희를 일깨우고. 맨손으로 나뭇잎·풀잎을 쓰다듬고, 맨발로 나무줄기를 타거나 풀밭을 거닐기에, 너희 손발은 새롭게 태어날 수 있어. 무엇을 만지거나 디디면서 너희 손발이 새롭도록 하겠니? 가꾸겠니? 살리겠니? 죽이겠니? 등지겠니? 하얗게 퍼지고 부드러이 감싸면서 온기운을 반짝반짝 살리는 ‘김’을 보기를 바라. 이 김을 쐬면서 앙금을 털어. 이 김을 마시고 뱉으면서 응어리를 풀어. 이 김을 너희 보금자리에 흩뿌리면서, 엉뚱하거나 엉큼하거나 엉성하거나 엉터리인 모든 것을 걷어낸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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