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편 便


 편을 가르다 → 무리를 가르다 / 서로 가르다 / 짝을 가르다

 약자의 편에 서다 → 여린이 쪽에 서다 / 여린이 자리에 서다 / 여린이와 함께 서다

 우리 편 이겨라 → 우리 쪽 이겨라 / 우리 모둠 이겨라

 바람이 부는 편 → 바람이 부는 쪽 / 바람이 부는 곳

 지는 편에서 밥을 사기로 → 지는 쪽에서 밥을 사기로

 뜸한 편이다 → 뜸하다 / 뜸하지 싶다

 여유가 좀 있는 편이다 → 좀 느긋하다 / 좀 느긋하지 싶다

 공부를 잘하는 편이다 → 잘 배우는 축이다 / 잘 배운다


  ‘편(便)’은 “1. 여러 패로 나누었을 때 그 하나하나의 쪽 2. = 쪽 3. 대체로 어떤 부류에 속함을 나타내는 말”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말뜻처럼 ‘쪽’으로 손보면 됩니다. ‘자리·무리·떼·곳·짝·녘’으로 손볼 수 있고, ‘기대다·기울다·가르다’나 ‘같이하다·나란하다·함께하다’나 ‘똑같다·같다·-한테·-에게’로 손봅니다. ‘고리·갈래·칸·켠·축’이나 ‘손·사람·짝·짝꿍’이나 ‘우리·저희·하나·한몸·한동아리’로 손볼 만하고, ‘편’을 아예 덜어도 됩니다. 말끝에 “-을 하는 편이다”처럼 나오면 “-을 하기 일쑤이다”나 “-을 하게 마련이다”나 “-을 하곤 한다”나 “-을 으레 한다”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ㅅㄴㄹ



쓸데없는 노동력과 시간을 허비해 가면서 노트 필기를 하는 것보다는 도서실에 가서 참고서를 읽는 편이 능률적이다

→ 쓸데없이 힘과 틈을 버려 가면서 종이에 적기보다는 책마루에 가서 길잡이책을 읽는 쪽이 낫다

→ 쓸데없이 품과 틈을 들여 가면서 쓰기보다는 책마루에 가서 길잡이책을 읽으면 된다

《영원한 것을》(나가이 다카시/이승우 옮김, 성바오로출판사, 1964) 186쪽


불후의 시(詩) 한 편 쓰고 죽는

→ 훌륭한 노래 한 자락 쓰고 죽는

→ 놀라운 노래 하나 쓰고 죽는

→ 대단한 글 한 줄 쓰고 죽는

《내 영혼의 상처를 찾아서》(유안진, 문학사상사, 1988) 58쪽


학생들에게 벌을 주고 있는 저 황색인간은 백인의 편인가 흑인의 편인가

→ 아이들을 굴리는 저 누렁이는 하양이 쪽인가 까망이 쪽인가

→ 아이들을 다그치는 저 누런이는 흰 쪽인가 검은 쪽인가

《학교는 오늘도 안녕하다》(배상환, 나남, 1988) 17쪽


동생 찬주랑 와서 편을 갈랐다

→ 동생 찬주랑 와서 짝을 갈랐다

→ 동생 찬주랑 와서 서로 갈랐다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아》(김은영, 창비, 2001) 26쪽


초록은 동색이요 가재는 게 편이란 속담은 아마 이럴 때 쓰는 말인 모양입니다

→ 풀빛은 같고 가재는 게 쪽이란 옛말은 아마 이럴 때 쓰는가 봅니다

→ 같은 풀빛이고 가재는 게 쪽이란 삶말은 아마 이럴 때 쓰는 듯합니다

《장미 밭의 전쟁》(이어령, 문학사상사, 2003) 325쪽


슈발의 집은 다른 집에 비해 뜰이 넓은 편이었는데

→ 슈발네 집은 다른 집보다 뜰이 넓었는데

→ 슈발은 다른 집보다 넓은 뜰이 있었는데

→ 슈발이 사는 집은 다른 집보다 뜰이 넓었는데

《우체부 슈발》(오카야 코지·야마네 히데노부 그림/김창원 옮김, 진선출판사,  2004) 20쪽


한 문장을 세심하게 조형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녀는 비교적 과작(寡作)인 편이다

→ 글 한 줄을 꼼꼼히 갈고닦는다고 하는 그이는 꽤 적게 썼다

→ 글 한 자락을 곰곰이 새긴는다고 하는 그이는 퍽 드물게 썼다

《한국의 고전을 읽는다》(강영주, 휴머니스트, 2006) 263쪽


저편에 몰래 숨겨 놓으면 된다

→ 저쪽에 숨겨 놓으면 된다

→ 저곳에 숨겨 놓으면 된다

→ 저리로 몰래 놓으면 된다

→ 너머에 숨겨 놓으면 된다

→ 저 자리에 몰래 놓으면 된다

《디자인의 디자인》(하라 켄야/민병걸 옮김, 안그라픽스, 2007) 190쪽


동생 편만 들고. 엄마도 싫어

→ 동생만 싸고들고. 엄마도 싫어

→ 동생만 감싸고. 엄마도 싫어

《무엇이든 삼켜버리는 마법상자》(코키루니카/김은진 옮김, 고래이야기, 2007) 25쪽


세상에 그런 일확천금은 아예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아요

→ 온누리에 그런 한바탕은 아예 없다고 생각해야 좋아요

→ 온누리에 그런 한탕돈은 아예 없다고 생각해야 좋아요

《Q.E.D. 29》(카토 모토히로/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08) 21쪽


길 건너편에서 서서 야마 짱의 타코야끼를 먹는 손님들

→ 길 건너켠에 서서 야마 씨 타코야끼를 먹는 손님들

→ 길 건너켠에 서서 야마네 타코야끼를 먹는 손님들

→ 길 건너켠에 서서 야마 타코야끼를 먹는 손님들

《일본에 먹으러 가자》(까날, 니들북, 2008) 50쪽


자유주의의 정반대 편에 서는 퇴행적 행태를 보였고

→ 날갯짓과 맞은쪽에 서는 뒷걸음을 쳤고

→ 나려펴기와 맞은쪽에 서는 뒷걸음질을 했고

→ 마음날개와 맞은쪽에 서는 낡은 길을 걸었고

→ 활갯짓과 맞은쪽에 서는 얄궂은 모습을 보였고

→ 혼넋을 거스르는 케케묵은 모습을 보였고

→ 스스로하기와는 거꾸로 치닫는 몸짓을 보였고

《싸구려 모텔에서 미국을 만나다》(마이클 예이츠/추선영 옮김, 이후, 2008) 208쪽


주위에서 편을 들어 주면

→ 옆에서 손을 들어 주면

→ 곁에서 한떼가 돼 주면

→ 둘레에서 짝꿍이 돼 주면

《flat 2》(아오기리 나츠/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0) 142쪽


오카방고 강은 짧은 편에 속해

→ 오카방고 내는 짧다고 해

→ 오카방고 냇물은 짧은 셈이야

→ 오카방고 냇물은 좀 짧지

《지구의 마지막 낙원》(김용안·백남원·김광근, 시공주니어, 2010) 17쪽


아프리카 코끼리는 사나운 편이야

→ 아프리카 코끼리는 좀 사나워

→ 아프리카 코끼리는 퍽 사나워

→ 아프리카 코끼리는 꽤 사나워

《지구의 마지막 낙원》(김용안·백남원·김광근, 시공주니어, 2010) 52쪽


숲 속에 사는 원령들과 나무와 물의 정령들, 부엉이, 하늘다람쥐, 뱀들도 모두 우리 편이다

→ 숲에 사는 넋과 나무님과 물님, 부엉이, 하늘다람쥐, 뱀도 모두 우리 쪽이다

→ 숲에 사는 숨결과 나무빛과 물빛, 부엉이, 하늘다람쥐, 뱀도 모두 우리이다

《우리 마을 이야기 2》(오제 아키라/이기진 옮김, 길찾기, 2012) 73쪽


건너편 호숫가

→ 건너켠 못가

→ 건너쪽 못가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줌파 라히리/이승수 옮김, 마음산책, 2015) 11쪽


우리 편이 자꾸 이기는 게 신나서

→ 우리가 자꾸 이겨서 신나서

→ 우리 쪽이 자꾸 이기니 신나서

→ 우리 모둠이 자꾸 이기니 신나서

《빗방울 거미줄》(김기택, 창비, 2016) 18쪽


역시 있는 편이 여러모로 편하니까요

→ 아무래도 있어야 여러모로 좋으니까요

→ 그래도 있으면 여러모로 수월하니까요

《플라잉 위치 1》(이시즈카 치히로/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16) 28쪽


감상하는 안목조차 없는 편이다

→ 헤아리는 눈조차 없는 쪽이다

→ 살피는 눈매조차 없다

→ 돌아보는 눈썰미조차 없다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1》(리처드 도킨스/김명남 옮김, 김영사, 2016) 71쪽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찾아보는 편이 더 정확하리라

→ 누리집에서 찾아보는 쪽이 더 나으리라

→ 누리집에서 찾아보면 더 좋으리라

→ 누리집에서 찾아본다면 더 틀림없으리라

《오토바이로, 일본 책방》(조경국, 유유, 2017) 23쪽


조금 돌아가는 편이 선택지가 있을 것 같군

→ 조금 돌아가는 쪽이 나은 길이 있겠군

→ 조금 돌아가야 할 듯하군

《사랑은 빛 2》(아키★에다/심이슬 옮김, 삼양출판사, 2017) 111쪽


‘뭘 하고 살 거냐’는 따위의 질문을 나름대로는 삼가는 편이다

→ ‘뭘 하고 살겠느냐’는 따위 말은 내 나름대로 삼가려 한다

→ ‘뭘 하고 살려느냐’ 따위는 내 나름대로 삼가는 말이다

→ ‘뭘 하고 살려느냐’ 따위는 내 나름대로 안 묻는 말이다

《회사를 해고하다》(명인, 삼인, 2018) 191쪽


엄마 편인지 아빠 편인지

→ 엄마 쪽인지 아빠 쪽인지

→ 엄마인지 아빠 자리인지

→ 엄마인지 아빠한테인지

《그림책이면 충분하다》(김영미, 양철북, 2018) 151쪽


치이는 아빠 편이잖아

→ 치이는 아빠 짝이잖아

→ 치이는 아빠이잖아

《장난을 잘 치는 전 타카기 양 1》(야마모토 소이치로·이나바 미후미/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 70쪽


여자와 남자로 편을 가르고 눈싸움을 했다

→ 순이와 돌이로 가르고 눈싸움을 했다

→ 가시내와 사내로 가르고 눈싸움을 했다

→ 순이돌이로 무리을 가르고 눈싸움을 했다

《시가 있는 바닷가 어느 교실》(최종득, 양철북, 2018) 182쪽


또래 중에서 상당히 영특한 편이기도 했고

→ 또래 가운데 무척 똘똘하기도 했고

→ 또래 사이에서 유난하기도 했고

→ 또래보다 똘망하기도 했고

《팔과 다리의 가격》(장강명, 아시아, 2018) 41쪽


백설이 희다면은 그의 살갗 검은 편이

→ 눈이 희다면은 그이 살갗 검기를

→ 흰눈 곁이면 그사람 살갗 검도록

《착하게 살아온 나날》(조지 고든 바이런 외/피천득 옮김, 민음사, 2018) 25쪽


너와 나를 편가르고, 선과 악의 굴레를 덧씌워 미움과 전쟁으로 몰고가는, 그들은 과연 누구일까요

→ 너와 나를 가르고, 착하고 나쁘다는 굴레를 덧씌워 미움과 싸움으로 몰고가는, 그들은 누구일까요

《빼앗긴 사람들》(아민 그레더/윤지원 옮김, 지양어린이, 2018) 31쪽


책을 우아하게 읽는 편이 정말 스마트하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 책을 아름답게 읽는 쪽이 참말 말쑥하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 책을 아리땁게 읽으면 참말 똑똑하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 책을 곱게 읽는 쪽이 참 슬기롭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 책을 곱다시 읽을 적에 참으로 깔끔하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서점의 일생》(야마시타 겐지/김승복 옮김, 유유, 2019) 213쪽


이번엔 내가 자네랑 편을 먹을 차례군

→ 이제 내가 자네랑 짝이 될 때군

→ 이제 내가 자네랑 하나되어야겠군

《80세 마리코 12》(오자와 유키/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0) 46쪽


넘어져도 감정의 동요가 없는 편이고

→ 넘어져도 마음은 멀쩡하고

→ 넘어져도 마음은 차분하고

→ 넘어져도 마음은 안 흔들리고

《시와 산책》(한정원, 시간의흐름, 2020) 89쪽


그 뒤편에는 크건 작건 직사각형의 창문이 뚫려 있다

→ 그 뒤쪽에는 크건 작건 긴네모로 여닫이가 있다

《작은 책방은 힘이 세다》(장지은, 책방, 2020) 53쪽


학문에 정진하는 편이 나라를 위하는 길일 것이라는 말을 듣고

→ 힘껏 배워야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는 말을 듣고

→ 땀흘려 배워야 나라를 돕는 길이라는 말을 듣고

→ 바지런히 배워야 나라에 이바지한다는 말을 듣고

《고양이를 버리다》(무라카미 하루키/김난주 옮김, 비채, 2020) 67쪽


저편, 피안을 말하는 거야. 하늘 위는 다른 세계야

→ 저쪽, 새터를 말해. 하늘은 다른 곳이야

→ 저기, 별나라를 말해. 하늘은 다른 데야

《날씨의 아이 1》(신카이 마코토·쿠보타 와타루/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 174쪽


특히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 더구나 내 쪽으로 오도록

→ 더욱이 나를 감싸도록

《갈등 해결 수업》(정주진, 철수와영희, 2021) 83쪽


자신의 가게를 계속 입점시키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요

→ 제 가게를 그대로 내는 쪽이 낫지 않을까요

→ 제 가게가 그냥 있는 쪽이 낫지 않을까요

《Q.E.D.iff 16》(카토 모토히로/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21) 76쪽


시제품 1호치고는 완성도가 높은 편 아닐까

→ 애벌치고는 제법 잘하지 않았을까

→ 첫벌치고는 퍽 훌륭하지 않을까

→ 맛보기치고는 꽤 낫지 않을까

《책벌레의 하극상 2부 5》(카즈키 미야·스즈카·시이나 유우/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1) 113쪽


일상 언어생활에서는 ‘마시다’보다는 ‘먹다’를 즐겨 쓰는 편이다

→ 여느 자리에서는 ‘마시다’보다는 ‘먹다’를 즐겨쓴다

→ 삶말을 보면 ‘마시다’보다는 ‘먹다’를 즐겨쓴다

《제주어 기초어휘 활용 사전》(강양봉·김순자, 한그루, 2021) 630쪽


오른편에 띠 형태의 발진이 오르더니

→ 오른켠에 띠처럼 돋더니

→ 오른켠에 줄줄이 오르더니

《슬픔의 불을 꺼야 하네》(최명진, 걷는사람, 2023) 4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멸종 미안족 문학연대 시선 1
최영철 지음 / 문학연대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2.15.

노래책시렁 381


《홀로 가는 맹인 악사》

 최영철

 푸른숲

 1994.2.14.



  우리한테는 혼자 가는 길이 없습니다. 발걸음을 내딛는 땅이 있고, 땅에 뿌리내린 나무하고 풀이 있습니다. 풀밭에 깃드는 풀벌레가 있고,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하는 새가 있어요. 비를 뿌리는 구름에 볕을 베푸는 해가 있지요. 밤에 환한 별에, 싱그러이 감싸는 바람이 있습니다. 혼자 가는 사람은 있을 턱이 없습니다. 둘레를 안 보거나 못 볼 뿐입니다. 《홀로 가는 맹인 악사》를 읽었습니다. 서른 해쯤 앞서 나온 글을 오늘 눈빛으로 섣불리 읽으면 안 될까요? 또는 이 눈길이 오늘날까지 이어오는 뿌리라고 느낄 수 있을까요? 둘레를 보는 사람은 늘 함께 나아가는 이 별빛을 헤아리면서 나누고 품고 노래합니다. 둘레를 안 보는 사람은 스스로 가두고 누르면서 억지로 짜내는 글을 내놓습니다. 글밭에 있는 사람들은 왜 ‘글’이라 안 하고 ‘문학’을 붙들려 할까요? 글밭이라는 울타리에서는 왜 ‘노래’라 안 하고 ‘시’를 붙잡으려 할까요? 술 한 모금을 하더라도, 빗방울이 노래하는 곁에서 비내음을 느끼기를 바랍니다. 응큼하게 엿보거나 흥건하게 들이켜기보다는, 그저 풀씨를 보고 푸른들을 보면서, 이 푸른별에 어떤 이웃이 어떻게 어우러지기에 날마다 사랑으로 피어날 수 있는지 들여다보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김해에서 성포까지 안내양을 / 50여 분 동안 사랑하였다 /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 혼자 상상하리라 / 사랑은 대개 그런 것이므로 / 방심한 여자의 빈틈을 이용 / 강제로 어떻게 /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 눈짐작으로 하나씩 벗겨버리는 … 졸음을 쫓기 위해 흥얼거리는 유행가 한자락 / 김해에서 성포까지 50여 분 동안 / 정신없이 그녀를 사랑하였다 / 만원버스 속을 능란하게 움직이는 / 훅, 하고 달려오는 비린 땀냄새. (몰래한 사랑 2/18, 19쪽)


우리 동네 이발소의 한쪽 나무평상에 앉아 / 흘러간 주간지를 넘기고 있으면 / 머리를 감는 세면대에서 내가 보는 / 여배우 팔등신 머리 위로 점점이 비눗물이 튕겨온다 (그 이발소/22쪽)


평양소주 한 병을 숨어서 마십니다 / 백화점의 북한생활전에 갔다가 / 떳떳하게 돈 주고 산 것인데도 / 보안법에 저촉되지 않을까 조마조마합니다 (평양소주/52쪽)


+


《홀로 가는 맹인 악사》(최영철, 푸른숲, 1994)


정신없이 그녀를 사랑하였다

→ 헬렐레 그이를 사랑하였다

→ 허둥지둥 사랑하였다

19쪽


팔등신 머리 위로 점점이 비눗물이 튕겨온다

→ 매끈한 머리로 방울방울 비눗물이 튕겨온다

→ 잘빠진 머리로 띄엄띄엄 비눗물이 튕겨온다

22쪽


저촉되지 않을까

→ 어긋나지 않을까

→ 엇나가지 않을까

→ 틀리지 않을까

→ 걸리지 않을까

5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스베가스의 불빛은 아직도 어둡다
배상환 지음 / 책나무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2.15.

노래책시렁 380


《학교는 오늘도 안녕하다》

 배상환

 나남

 1988.3.5.



  요즈음은 예전보다 아이를 덜 다그치거나 나무라거나 때리지만, 아직 ‘어른 아닌 꼰대’는 많고, ‘새로 꼰대 자리로 들어서는 아이’도 많습니다. 다만, 예전에도 ‘꼰대 아닌 어른’은 드문드문 있었고, 이제 ‘꼰대 아닌 어른으로 나아가는 아이’도 곧잘 만납니다. 《학교는 오늘도 안녕하다》를 처음 읽던 1994년이나 되읽는 2023년이나 영 거북합니다. 그때에도 〈B선생〉 같은 글을 버젓이 내놓고서 ‘시·문학’이라 여겼고, 요즈음에도 이 비슷한 글은 으레 튀어나옵니다. 어렵게 ‘자기반성’이란 이름을 붙여야 하지 않습니다. 힘도 나이도 이름도 적거나 낮다고 여겨 함부로 말하고 때리던 버릇을 뉘우치거나 무릎꿇는 글을 쓴 ‘꼰대 아닌 어른’은 몇이나 있을까요? 아무리 1970∼80년대나 1990년대였다 하더라도, 그무렵에 모든 이들이 ‘어른 아닌 꼰대’이지 않았습니다. 서슬퍼렇던 때에도 주먹이나 매를 안 든 ‘꼰대 아닌 어른’이 있었고, ‘꼰대 아닌 어른’이 쓴 글을 ‘시·문학’이라 여긴 눈길은 드물더군요. 이즈막에 나도는 글은 참말로 ‘시·문학’일까요? ‘시인 척’이나 ‘문학인 척’이지는 않나요? 노래를 쓰고 싶다면, 노래를 읽고 싶다면, 노래를 나누려 한다면, 부디 아이를 낳아 똥기저귀를 손빨래 합시다.


ㅅㄴㄹ


난 나의 가족을 위하여 / 문교부 지시에 충실할 수밖에 없어 / 넌 선생님 말씀을 안 듣는 나쁜 놈! / 너의 부모님은 매달 발송되는 / 과외 금지 가정통신도 안 읽어 보시냐? / 너의 아빠는 이제 많은 세금을 내셔야 돼 / 개새씨야! / x잡고 반성해 (B선생·1/24쪽)


퇴근 후 / 자정 가까운 시간까지 생맥주를 먹고 / 새벽이 되어서야 모두 토해낼 수 있었다 / 노가리, 뻔데기, 골뱅이 / 뻔데기 주름 하나하나에 / 미운 자식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 날이 밝으면 모두 죽여 버리기로 결심했다 (B선생·2/26쪽)


한 학생이 손을 든다 / 선생님 이런 것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데 / 어떤 도움을 줍니까 / 야 이 새끼야 지랄말고 외워 놔 / 연합고사에 다 나온단 말이야 (B선생·3/28쪽)


+


《학교는 오늘도 안녕하다》(배상환, 나남, 1988)


벗어 놓고 부끄럽다고 말하려는 것은 타고난 뻔뻔스러움인가

→ 벗어 놓고 부끄럽다고 말하려면 타고나기를 뻔뻔스러운가

9쪽


학생들에게 벌을 주고 있는 저 황색인간은 백인의 편인가 흑인의 편인가

→ 아이들을 굴리는 저 누렁이는 하양이 쪽인가 까망이 쪽인가

→ 아이들을 다그치는 저 누런이는 흰 쪽인가 검은 쪽인가

17쪽


난 나의 가족을 위하여

→ 난 우리 집을 돌보려

→ 난 우리 집안 때문에

24쪽


옆 사나이에 비해 몹시 작아 보이는 내 성기가 창피할 때보다

→ 옆 사나이보다 몹시 작아 보이는 내 고추가 창피할 때보다

→ 옆 사나이보다 몹시 작아 보이는 내 잠지가 창피할 때보다

4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만칠천 원 작은숲시선 (사십편시선) 17
조영옥 지음 / 작은숲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2.15.

노래책시렁 379


《일만칠천 원》

 조영옥

 작은숲

 2015.6.1.



  비는 서둘러 내리지 않습니다. 구름은 서둘러 흐르지 않습니다. 바람도 해도 서둘러 움직이지 않습니다. 와락 쏟아지는 비가 있고, 드센바람을 타고서 빠르게 달리는 듯한 구름이 있지만, 해바람비는 언제나 철빛을 살리면서 찾아듭니다. 아기는 빨리 자라야 할 까닭이 없고, 어린이는 빨리 배워야 하지 않으며, 어른은 빨리 죽어야 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여러 고장을 잇는 빠른길을 놓을 수 있되, 마을하고 마을 사이는 느슨하면서 넉넉히 오갈 길을 놓아야 아름답고 즐겁습니다. 《일만칠천 원》을 읽다가 자꾸 갸웃했습니다. 꼭 ‘시’를 써내야 하지 않습니다. 꼭 뭔가 새롭다고 여길 하루를 맛보거나 겪어야 하지 않습니다. 더 느슨히 하루를 살피면서, 더 천천히 삶빛을 그대로 삶말로 담으면 됩니다. 굳이 멀리 가야 해를 볼 수 있지 않아요. 마을에서도, 골목에서도, 나무 곁에서도 해를 봅니다. 밤에 불빛으로 따가우면 별을 못 보겠지요. 그런데 서울 한복판조차 눈을 가만히 감고서 마음을 고요히 다스리면 ‘감은 눈’으로도 별을 만납니다. 노래란, 대단해야 하지 않되, 언제나 삶을 사랑하는 말씨입니다. 그저 오늘을 기쁘게 바라보고 맞이하면서 말씨앗을 얹으면 노래로 피어납니다. 이곳에서 노래씨앗을 찾아보기를 바라요.


ㅅㄴㄹ


해 지는 와온바다 본다며 / 서쪽으로 서쪽으로 차를 달려 / 와온바다에 왔다 / 먼 수평선 위 / 해는 구름에 감싸인 채 잦아들고 (와온바다/21쪽)


땅콩을 심었다 / 퇴비 뿌리고 / 흙 한번 뒤집어 주고 / 한 알 한 알 꼭꼭 / 숨겼더니 / 앙증맞게 옹기종기 모인 / 푸른 잎 / 진노랑꽃까지 피우더니 / 가을이 채 오기 전 / 주렁주렁 땅콩이 열렸다 (땅콩 캐는 날/28쪽)


+


《일만칠천 원》(조영옥, 작은숲, 2015)


먼 수평선 위 해는 구름에 감싸인 채

→ 먼 물금 위 해는 구름에 감싸인 채

→ 먼 바다금 위 해는 구름에 감싸인 채

21쪽


진노랑꽃까지 피우더니

→ 짙노랑꽃까지 피우더니

28쪽


퇴비 뿌리고 흙 한번 뒤집고

→ 거름 뿌리고 흙 한벌 뒤집고

28쪽


하얀 종이 위에 파란색 글씨를 쓴다

→ 하얀 종이에 파란 글씨를 쓴다

45쪽


江은 나의 몸으로 스며든다

→ 냇물은 내 몸으로 스며든다

5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기는 규장각 - 정조의 개혁 본부 조선의 싱크 탱크
손주현 지음, 김소희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3.12.14.

읽었습니다 279



  우두머리라는 자리에 선 이들이 ‘아랫사람’을 굽어살핀다고 하는 말을 으레 듣지만, 막상 살갗으로 와닿은 적이 없다. 오늘날 나라지기나 고을지기나 벼슬꾼 가운데 스스로 힘·돈·이름을 모두 내려놓고서 수수하게 살아가는 이가 몇이나 될까? 하나조차 없지 싶다. 지난날 임금과 감투꾼도 매한가지. 오늘날에는 ‘국민·민중·인민’을 읊고, 지난날에는 ‘백성’을 읊으나, 막상 예나 이제나 위아래틀이 단단하다. 《정조의 개혁 본부, 여기는 규장각》을 읽었다. 규장각 붓꾼 가운데 사람들(백성)한테 이바지할 길을 헤아린 몇몇을 살펴볼 수 있다만, 그들은 힘도 돈도 이름도 안 내려놓았다. 우리글이 태어났어도 중국글만 썼고, 임금을 섬기는 굴레였고, 사람들은 이리저리 휩쓸렸다. 규장각을 짚는 발자취는 나쁘지 않다만, 시골에서 흙집을 짓고서 수수하게 아이를 낳아 돌본 여느 어버이 발자취는 언제쯤 짚으려나? ‘그들’ 아닌 ‘우리’를 보고 얘기하고 나누어야 ‘역사’일 텐데.


ㅅㄴㄹ


《정조의 개혁 본부, 여기는 규장각》(손주현 글·김소희 그림, 책과함께어린이, 2023.7.3.)


+


《여기는 규장각》(손주현, 책과함께어린이, 2023)


나라가 부강하고 백성이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계속해서 찾았고

→ 나라가 세고 사람들이 즐거울 수 있는 길을 꾸준하게 찾았고

→ 힘나라에서 누구나 아늑할 수 있는 길을 잇달아 찾았고

5쪽


하늘 아래 어떤 것도 완전 처음인 것은 없습니다

→ 이 하늘에 무엇도 아주 처음은 없습니다

→ 온하늘에 어느 하나도 아주 처음이 아닙니다

6쪽


정확히 정중앙입니다, 전하!

→ 한복판입니다, 임금님!

→ 한가운데입니다, 임금님!

20쪽


군자란 자고로 돈을 돌 보듯 하고 늘 검소하고 소박하게 살아야 하거늘

→ 어진이는 곧 돈을 돌 보듯 하고 늘 단출하고 수수하게 살아야 하거늘

→ 곧은이는 무릇 돈을 돌 보듯 하고 늘 아끼고 조촐하게 살아야 하거늘

8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