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사계절 만화가 열전 13
이창현 지음, 유희 그림 / 사계절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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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3.12.24.

읽었습니다 285



  낱말 하나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우리 스스로 마음이 확 바뀝니다. 한자말 ‘중독자’나 영어 ‘홀릭’이나 일본말 ‘덕후’를 쓸 때하고, 우리말 ‘즐김이·사랑이’나 ‘바보·-꾼·-님’을 쓸 적에는 확 달라요. “독서 중독자”란 뭘까요? ‘활자중독’이라는 일본말씨도 있는데, ‘글바보·글사랑’이나 ‘글꾼·글님’이나 ‘글바라기·글즐김이’라 하면 결이 확 다릅니다.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은 억지스레 줄거리를 짜맞추어서 짐짓 부풀리려고 합니다. 이렇게 그려도 나쁘지는 않아요. 다만, 책은 남이 아닌 내가 읽어서 스스로 새기는 숨길입니다. 누구나 조용히 읽습니다. 떠들면서 읽지 못 합니다. 소리내어 읽을 수 있되, 마구마구 읽어치우지 않습니다. 책을 사랑해 본다면, 책바보로 살아 본다면, 책바라기로 하루를 누린다면, 책꽃을 피우고 책씨를 심는 오늘을 헤아린다면, 이 그림꽃은 확 달랐겠지요. 대단히 안타깝고 안쓰럽습니다. 책집에서 서서 읽다가 조용히 내려놨습니다.


ㅅㄴㄹ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이창현 글·유희 그림, 사계절, 2018.12.14.)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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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 장자크 상페의 그림 이야기
장자크 상페 지음, 최영선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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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3.12.24.

다듬읽기 86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

 장 자끄 상뻬

 최영선 옮김

 별천지

 1998.7.25.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장 자끄 상뻬/최영선 옮김, 별천지, 1998)를 되읽으면서 말씨를 곰곰이 생각합니다. 이 책은 어른만 읽지 않아요. 어린이나 푸름이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부드럽고 쉽게 가다듬을 노릇입니다. 섣불리 글치레를 하기보다는, 동무 사이에서 두런두런 사근사근 나누는 말씨를 적어야 알맞고 빛나요. 아직 낱말책에 없는 낱말이라 하더라도 스스럼없이 짓거나 엮어서 어린이 눈높이를 헤아릴 노릇입니다. 처음부터 모든 낱말이 다 있지는 않거든요. 새롭게 맞아들여서 나눌 살림에는, 우리가 스스로 새롭게 바라보는 눈길을 바탕으로, 우리 손으로 새삼스레 짓는 숨결을 담으면 됩니다. 두바퀴를 잘 달릴 수 있으나, 두다리로 거닐 수 있어요. ‘두바퀴’랑 ‘두다리’라는 말씨를 가만히 돌아본다면, 글 한 자락에 담을 말씨앗 한 톨을 더 깊이 볼 수 있습니다.


ㅅㄴㄹ


#RaoulTaburin #JeanJacquesSempe


근시와 원시, 사시, 난시를 교정하려는 그의 굳센 의지는

→ 졸보기, 먼눈, 모들눈, 어린눈을 바로잡으려는 굳센 뜻은

16쪽


오불관언의 경지에 달하는 비법을 가진 따뷔랭은 자연스레 남을 웃게 하는 재주도 겸비하게 되었다

→ 딴청을 잘하는 따뷔랭은 어느새 사람들을 웃기기까지 했다

→ 모르쇠를 잘하는 따뷔랭은 문득 사람들을 웃기기도 했다

36쪽


어스름을 이용해 따뷔랭은 진지하게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 따뷔랭은 어스름을 타서 그이한테 차분하게 말을 건넸다

41쪽


세상에는 고백하기 너무 어려운 것들도 있지요

→ 온누리에는 털어놓기 너무 어려운 일도 있지요

41쪽


남은 경주 구간은 확실히 빌롱그에게 전처럼 호의적이지 않았다

→ 남은 달림길은 아무래도 발롱그한테 예전처럼 만만하지 않다

→ 남은 길은 아무래도 발롱그한테 예전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

44쪽


그는 시합 도중 기권을 했다

→ 그는 달리다가 그만뒀다

→ 그는 겨루다가 손들었다

45쪽


존재론적인 근심들과 형이상학적인 불안을 잠시 논외로 하자면

→ 왜 있는지 근심하거나 멀거니 걱정하는 마음을 살짝 미루자면

→ 근심하는 나와 두려운 마음을 살짝 넘어가자면

49쪽


뭐라도 좋으니 어떤 변이 일어나기를 바라며 굼벵이 걸음을 걸었다

→ 뭐라도 좋으니 어떤 동티가 일어나기를 바라며 굼벵이처럼 걸었다

→ 뭐라도 좋으니 어떤 말썽이 일어나기를 바라며 굼벵이가 되었다

66쪽


언덕 위에 올라서 있었다

→ 언덕에 올라섰다

70쪽


어쨌건 사기는 사기인 것이다

→ 어쨌건 거짓은 거짓이다

→ 어쨌건 눈속임은 눈속임이다

80쪽


소시지로 간단한 식사를 하고 있었다

→ 고기떡을 가볍게 먹는다

8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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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961 : 사실 -고 계시다



사실(事實) : 1.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 2. 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한 일을 솔직하게 말할 때 쓰는 말 3. 자신의 말이 옳다고 강조할 때 쓰는 말



잘못 쓰는 옮김말씨인 “-고 있다”를 제대로 깨닫지 않기에, 이 보기글처럼 “알고 계시죠”처럼 쓰는 분이 제법 있습니다. 높임말씨는 “알고 계시죠”가 아닌 “아시죠”로 붙여야 알맞습니다. 한자말 ‘사실’은 앞말을 받아서 뒤로 이을 적에 안 씁니다. 이때에는 ‘줄’이나 ‘-는데’를 써요. “이기는 줄 아시죠”나 “이기는데 아시죠”로 적어야 우리말씨입니다. ㅅㄴㄹ



사랑이 이긴다는 사실, 알고 계시죠?

→ 사랑이 이기는 줄 아시죠?

→ 사랑이 이기는데 아시죠?

《일상의 낱말들》(김원영·김소영·이길보라·최태규, 사계쩔 202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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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962 : 사소한 낱말들 실은 지탱 -들의 ㅁ 확인



사소하다(些少-) : 보잘것없이 작거나 적다

실은(實-) : 실제로는. 또는 사실대로 말하자면

지탱(支撑) : 오래 버티거나 배겨 냄 ≒ 탱지

확인(確認) : 틀림없이 그러한가를 알아보거나 인정함



말이란 크거나 작지 않습니다. 다만, 수수하게 쓰는 말이 있고, 여느 살림을 그리는 말이 있어요. 심심하거나 가볍게 나누는 말도 있어요. 알고 보면 수수한 말 한 마디가 즐겁습니다. 막상 심심한 말이 더욱 반가워요. 정작 가볍게 나눈 말 한 마디로 웃음꽃씨가 퍼집니다. 버티는 기둥이요, 견디는 들보입니다. 이 보기글에는 ‘-의 + ㅁ’ 같은 일본말씨에 옮김말씨도 끼어드는군요. 가볍게 가다듬습니다. 수수하게 쓰는 우리말을 알아보기를 바라요. 가볍게 나누는 우리말씨를 살펴보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사소한 낱말들이 실은 두 팔을 치켜들고 저를 지탱해 주는 작은 기둥들의 이름임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 정작 수수한 낱말이 두 팔을 치켜들고 저를 버티어 주는 작은 기둥을 이르는 줄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 그러나 심심한 낱말이 두 팔을 치켜들고 저를 견뎌 주는 작은 기둥인 줄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일상의 낱말들》(김원영·김소영·이길보라·최태규, 사계쩔 202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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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963 : 한식이라는 게 직접 게



한식(韓食) :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이나 식사

직접(直接) : 1. 중간에 아무것도 개재시키지 아니하고 바로 연결되는 관계 2. 중간에 아무것도 개재시키지 아니하고 바로



우리 겨레는 한자 없이 그저 ‘한겨레’입니다. ‘한’은 ‘하늘·하나·크다’를 가리키는 우리말입니다. ‘한글’에 적은 ‘한’도 그냥 우리말이에요. 굳이 한자 ‘한(韓)’을 쓸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 겨레가 예부터 지은 밥살림을 가리킬 적에는 ‘한밥’이라 하면 됩니다. ‘한식(韓食)’이라 할 까닭이 없어요. 옷은 ‘한옷’이요, 집은 ‘한집’입니다. 따로 ‘겨레밥·겨레옷·겨레집’이나 ‘배달밥·배달옷·배달집’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해보다’는 남이 아닌 내가 스스로 한다는 뜻이에요. “직접 해보니”는 겹말입니다. 이 보기글은 앞뒤에 ‘게(것)’를 잇달아 넣지만, 다 털어냅니다. ㅅㄴㄹ



한식이라는 게 직접 해보니 끼니마다 차려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 겨레밥을 해보니 끼니마다 차려낼 수 있지 않았다

→ 배달밥을 손수 지으니 끼니마다 할 수 있지 않았다

《그리너리 푸드 : 오늘도 초록》(한은형, 세미콜론, 20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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