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빠이빠이 창문
노튼 저스터 지음, 크리스 라쉬카 그림, 유혜자 옮김 / 삐아제어린이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3.12.25.

그림책시렁 1252


《안녕 빠이빠이 창문》

 노턴 저스터 글

 크리스 라쉬카 그림

 유혜자 옮김

 삐아제어린이

 2006.3.1.



  저마다 조촐하게 보금자리를 이루며 살아가던 무렵에는 어른 사이에서는 이웃으로 살고, 아이 사이에서는 동무로 어울렸습니다. 우리 삶터는 아주 빠르게 마을이 사라졌어요. 잿더미로 높다랗게 올려세운 겹집마다 ‘○○마을’ 같은 이름을 붙이지만, 정작 그곳에 마을인 적은 없습니다. 마을이라면 모든 집이 고르게 햇볕을 나누어 쬘 뿐 아니라, 아이들이 나무타기를 하고, 어른들이 마당에서 두레나 품앗이를 하면서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워요. 마을이 아니기에 담벼락이 단단하고, 부릉부릉 매캐하며, 어린이놀이가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안녕 빠이빠이 창문》은 한껏 뛰놀며 자라고 싶은 아이가 어른들 사이에서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지 상냥하면서 포근하게 보여줍니다. 아이는 가리지 않고 가르지 않습니다. 아이는 나아가고 달려갑니다. 아이는 나이를 안 따집니다. 아이는 돈도 이름값도 얼굴도 몸매도 안 살핍니다. 아이는 오직 신나게 누리는 하루를 함께 어울릴 어른하고 동무를 헤아립니다. 우리는 서로 손을 흔들며 반기고 노래하는 보금자리에 마을인가요? 이제 아무도 손을 안 흔들고 안 쳐다보고 배움터(학교·학원) 뺑뺑이만 돌리는 쳇바퀴이지 않나요? 마을을 되찾고, 풀꽃나무를 품어야, 아이를 비로소 낳아 돌볼 만합니다.


#TheHelloGoodbyeWindow #NortonJuster #ChrisRaschka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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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펼쳐보는 세계 지도 그림책 한눈에 펼쳐보는 그림책
최선웅 글.지도, 이병용 그림 / 진선아이 / 202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3.12.25.

그림책시렁 1329


《한눈에 펼쳐보는 세계 지도 그림책》

 최선웅 글

 이병용 그림

 진선아이

 2011.9.22./2023.3.15.



  푸른별은 온누리로 치면 안 크다고 여길 수 있지만, 걸어서 다닌다면 꽤 넓다고 여길 만합니다. 푸른별을 두루 걸어서 다니노라면, 나라를 가르는 금이 덧없도록 한마을이라고 느끼게 마련입니다. 전남 고흥에서 서울로 바깥일을 다녀올 적에는 길에서 일곱 시간쯤 가볍게 보냅니다. 시골은 어디나 읍내가 작아요. 논밭하고 멧자락하고 바다가 넓습니다. 시골하고 서울 사이도 큰고장은 여럿이되, 시골이며 멧자락이 훨씬 넓어요. 서울은 빈터나 풀밭을 찾기 어려울 만큼 빽빽하게 잿더미이지만, 우리나라로 쳐도 들숲바다가 훨씬 넓게 품고 달랩니다. 《한눈에 펼쳐보는 세계 지도 그림책》을 작은아이하고 여러 달 동안 들여다보았습니다. 어린이가 볼 만한 길그림책이 제법 나오는 듯싶으면서도 정작 나라하고 겨레마다 어떻게 다르게 살림을 짓는가 하는 얼거리를 제대로 보여주지는 못 한다고 느껴요. 다들 ‘익숙하다’고 여기는 틀로 여러 나라를 짚어요. 이른바 ‘문화·사회·정치·경제’를 ‘마을’이나 ‘시골’이나 ‘들숲바다’를 바탕으로 헤아리지 않더군요. 온나라 길그림책은 “푸른별을 죽죽 가른 금”이 얼마나 덧없는지 얼마나 보여줄 수 있을까요? 길그림에만 금이 있을 뿐, 고을 사이도 사람 사이도 쩍쩍 가를 수 없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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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치마가 빛났다
안미선 지음 / 오월의봄 / 202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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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3.12.25.

인문책시렁 335


《그때 치마가 빛났다》

 안미선

 오월의봄

 2022.10.4.



  《그때 치마가 빛났다》(안미선, 오월의봄, 2022)는 치마하고 얽힌 삶길을 들려줍니다. 그런데 글쓴이는 여러 가지를 놓치거나 등돌리려고 합니다. 치마가 워낙 순이옷일까요, 아니면 누구나 두르던 옷일까요? 오늘날 치마는 어떤 옷가지일까요?


  오늘날은 누구나 바지를 뀁니다. 치마를 입고 싶다면 치마를 두르고, 바지를 꿰고 싶다면 바지를 뀁니다. 순이뿐 아니라 돌이도 치마를 두르고 싶으면 즐겁게 두를 노릇입니다. 그저 옷이거든요. 이렇게 해야 하거나 저렇게 갈라야 하지 않습니다.


  웃사내질로 순이를 억누르는 짓은 언제부터 누가 어디에서 일삼았을까요? 이 대목도 곰곰이 짚을 일입니다. 조선 오백 해는 어떤 틀이었고, 조선이 사라진 지 백 해 남짓 지나는 동안 우리 삶터는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우두머리는 한자·중국글을 ‘수글’로 여기고, 훈민정음을 ‘암글’로 여겼습니다. 중국말을 한자로 담아서 써야 ‘참글(진서)’이라고까지 여겼어요. 그렇다면 오늘 우리가 쓰는 글은 ‘무늬만 한글’이지는 않나 돌아볼 노릇이에요. 우리 삶과 넋과 마음을 우리말에 알뜰히 담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숱한 순이가 억눌리고 짓밟히고 고단하게 살았고, 숱한 돌이도 짓눌리고 뭉개지고 고달프게 살았습니다. 순이돌이로만 가를 굴레가 아닙니다. 가난하고 힘없고 이름없는 이는 순이돌이 안 가리고 모두 벅찬 나라입니다. 그리고 돌이를 바보로 내모는 단단한 담벼락 가운데 하나인 싸움터(군대)를 잘 보아야 합니다. 싸움터는 뭇사내를 바보로 내몰면서 총칼과 주먹힘으로 이웃을 괴롭히는 짓을 길들입니다. 배움수렁은 모든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이웃하고 어깨동무를 하지 말라고 닦달하면서, 밥그릇 지키기로 몰아세웁니다.


  돌이도 엄마아빠가 나란히 있어야 태어납니다. 순이도 아빠엄마가 함께 있어야 태어납니다. 멍청한 나라를 바로세우려면 순이돌이가 사랑으로 어깨동무하면서 우리 보금자리부터 바꿀 일입니다. 자그마한 살림집에서 깨어난 사랑씨앗이 집안과 마을을 달래면서 나라를 갈아엎습니다.


  이제 우리가 서로서로 낼 목소리란, 순이돌이가 참사랑으로 만나서 참살림을 가꾸려면 서로 무엇을 배우면서 함께 어떤 하루를 지어야 하느냐라는 이야기라고 느낍니다. 함께 배울 일입니다. 함께 밥짓고 옷짓고 집지으면서, 같이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 돌보는 길을 처음부터 다시 배울 일입니다.


  어깨동무가 빠진 목소리는 허전합니다. 사랑이 아닌 갈라치기만 남은 목청은 덧없습니다. 사내들한테 치마를 입힙시다. 사내랑 가시내가 함께 치마를 두르고서 천천히 마을을 거닐고 집안일을 즐기면서 아이한테 살림말을 물려주고 사랑노래를 부릅시다. 붕뜬 말은 모두 내려놓고서, 번지르르한 글도 다 접고서, 순이돌이가 아이 손을 나란히 잡고서 해바라기랑 별바라기랑 숲바라기를 하는 길을 느긋이 걸어가기를 바라요.


ㅅㄴㄹ


치마를 입는 날에는 마음이 좀더 편했다. 바지처럼 몸의 윤곽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합으로 엎드려뻗쳐를 할 때 치마를 입고 온 날이면 난감했다. (55쪽)


결혼하지 않고도 여성이 의지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이모는 자기 삶으로 보여줬다. (76쪽)


국어국문학과에 다니며 나는 책을 읽었고 작가가 되는 것을 꿈꾸었다. 어머니는 책장에 꽂힌 책을 보면 “책을 사지 말고 돈을 벌 궁리를 해라!” 하고 타박을 주었다. “서울은 사람 살 데가 못 된다. 공기도 안 좋고 교통도 복잡하고.” 입버릇처럼 말하며 어머니는 바닥에 흩어진 책을 구석으로 치웠다. (89쪽)


어머니는 내 교복을 최근까지 간직하고 있다가 이사 오면서 정리했다며 아쉬워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대신 교복에 달려 있던 단추를 짚어 내게 보였다. “이게 모두 우리 역사야.” 어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282쪽)


+


그날 나는 치마를 입고 있었고

→ 그날 나는 치마를 입었고

6쪽


그들의 표정은 나의 표정의 원천이었다

→ 그들 얼굴짓대로 내 얼굴이 되었다

→ 그들 낯빛대로 내 낯빛이 태어났다

7쪽


치마의 수런거림을 모두 받아적을 수 있다면

→ 치마가 수런거린 대로 받아적을 수 있다면

8쪽


치마에 대한 첫 기억이 있다

→ 첫 치마를 떠올린다

→ 처음 치마를 생각한다

13쪽


급기야 눈앞에 늘어선 시종들의 모습까지 상상했다

→ 그리고 눈앞에 늘어선 머슴들 모습까지 그렸다

→ 더구나 눈앞에 늘어선 마당쇠 모습까지 떠올렸다

14쪽


정확하고 날렵한 손 솜씨로 개어

→ 꼼꼼하고 날렵하게 개어

→ 빈틈없고 날렵한 손길로 개어

17쪽


치마의 종류는 여러 가지였다

→ 치마는 여러 가지였다

19쪽


밤에 산고를 치르느라 비명을 지를 때

→ 밤에 배앓이를 치르느라 소리지를 때

21쪽


자신의 몸도 성당에 비유했다

→ 제 몸도 거룩하게 여겼다

27쪽


세례명도 있어서 어머니는 집에서 우리를 그 이름으로 종종 불렀다

→ 새이름도 있어서 어머니는 집에서 우리를 이 이름으로 으레 불렀다

→ 빛이름도 있어서 어머니는 집에서 우리를 이 이름으로 곧잘 불렀다

27쪽


작은 단을 놓고 그 위에

→ 작은 칸을 놓고 여기에

→ 작은 시렁을 놓고서

29쪽


양이 많을 땐 유축기로 짜냈다

→ 많이 나올 땐 젖손으로 짜냈다

→ 많이 나올 땐 젖짜개를 썼다

47쪽


위태위태한 감정의 줄다리기도 끝이 났다

→ 아슬아슬 보던 줄다리기도 끝이 났다

→ 기우뚱 바라보던 줄다리기도 끝이 났다

58쪽


자족한 듯 목을 움츠리고 교탁을 짚으며

→ 흐뭇한 듯 목을 움츠리고 시렁을 짚으며

→ 즐거운 듯 목을 움츠리고 자리를 짚으며

68쪽


관객들이 포복절도했다고 했다

→ 사람들이 까무라쳤단다

→ 사람들이 뒤집어졌단다

77쪽


염려하며 미리 훈수를 두었다

→ 걱정하며 미리 타일렀다

83쪽


추위도 피하고 안전하게 있을 요량이었다

→ 추위도 긋고 아늑하게 있을 셈이었다

84쪽


동네의 정보를 얻는 데 능했다

→ 마을 이야기를 잘 얻었다

→ 마을 얘기를 거뜬히 얻었다

85쪽


서울 지리는 아무것도 모른다면서

→ 서울길은 아무것도 모른다면서

→ 서울은 아무것도 모른다면서

86쪽


요령 있게 사람들과 완급을 조절하면서 자기 식대로 살아가고 있었다면

→ 구스르고 사람들과 맞추면서 제 결대로 살아갔다면

→ 꾀바르게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나답게 살아갔다면

109쪽


임신중단 시술도 흔했다

→ 아기막이로 흔히 쨌다

121쪽


울상으로 있는 몇 명의 하객들이 있었다

→ 울낯으로 있는 손님이 몇 있다

→ 미어지는 손님이 몇 분 있다

126쪽


어머니의 제안에 나는 난처했다

→ 나는 어머니 말이 버거웠다

→ 나는 어머니 얘기가 벅찼다

143쪽


함 받는 일은 인륜지대사에서 마땅히 치러야 할 일이라고 했다

→ 고리 받는 일은 큰잔치라서 마땅히 치러야 할 일이라고 했다

144쪽


정해진 날짜를 당기자고 재촉했다

→ 잡은 날짜를 당기자고 닦달했다

→ 고른 날짜를 당기자고 몰았다

147쪽


나무의 잎들이 떨궈졌다

→ 나뭇잎이 떨어졌다

19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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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늦봄 바라봄 (2023.5.31.)

― 수원 〈책 먹는 돼지〉



  어제 인천 배다리에서 우리말 이야기꽃을 폈습니다. 수봉산 기스락에서 하룻밤을 묵었고, 아침에 보낼 글을 매듭짓고서 수원으로 전철을 타고 넘어갑니다. 여름을 앞둔 늦봄 끝자락은 뜨끈뜨끈합니다.


  어제 들려준 여러 낱말을 되새깁니다. ‘굴’을 캐는 바닷가 시골에서는 ‘굴’이라 말하지 않고, 으레 ‘꿀’이라고 말합니다. 곰곰이 보면, ‘굴’이란 스스로 멈추면 ‘구덩이’요, 스스로 흐르면 ‘구름’이요, 스스로 씨앗으로 삼아서 품으면 바다구슬(진주)을 낳는 ‘꿀’로 갈 테니, ‘굴’이란 ‘꿈’을 품은 바닷빛이지 싶어요. 바다라는 곳은 ‘바탕’을 이루는 ‘바닥’이기에, 모든 꿈도 바로 이곳 바다에서 태어나니, ‘굴’이란 스스로 밤빛(어둠)으로 잠들면서 포근히 쉬면서 새로 깨어날 첫길이라고도 여길 만할 테고요.


  이제 세류동 〈책 먹는 돼지〉에 닿습니다. 오늘은 이곳에서 그림책 《응시》를 기리면서 김휘훈 님이 책수다를 폅니다. 좀 늦게 닿았기에 책집 앞에서 해바라기를 하며 기다립니다. 그림책 《응시》는 ‘바라봄’을 말없이 들려줍니다. 바다에서 바닥을 바라보고, 새카만 바다밑에서 하늘빛으로 날아오르는 길을 바라봐요.


  우리는 여러 해 앞서, 우두머리 하나를 촛불너울로 끌어내렸습니다. 그런데 새로 우두머리에 선 분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하나도 안 한 채 자리만 지키다가 떠났어요. 그분은 왜 그랬을까요? 이러면서 ‘전라남도 들숲바다’를 온통 ‘태양광패널더미’로 덮었어요. 그분이 몇 해 동안 나라지기로 있는 동안, 우리나라 햇볕판 43.8%를 전남에 때려박았어요. 그분은 참말 왜 이랬을까요? 전라남도에서는 ‘전기 쓸 일’이 아주 적은데, 또 어마어마하게 목돈을 들여 ‘서해 해저 전력고속도로’를 전남 바닷가부터 인천 앞바다를 거쳐 서울까지 때려짓는다더군요.


  마을책집 앞에서 서성이면서 슬픈 생각만 할 수 없습니다. 미움도 불길도 부아도 짜증도 아닌, 이제부터 새롭게 지을 살림길과 숲길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이명박 4대강 삽질’보다 열 곱절을 훨씬 넘긴 돈을 쏟아붓는 ‘해상 태양광·풍력’은 참말로 푸른길일까요, 아니면 더 끔찍한 막삽질일까요?


  푸른두레(환경단체)는 이 일을 놓고서 몇 해째 벙긋조차 안 합니다. ‘해상 국립공원’ 바다에 햇볕판과 바람개비를 박아도 되나요? 또 바다밑으로 끔찍한 ‘특고압 송전선’을 서해에 길다랗게 깔아도 되나요? 왜 아무 말이 없을까요?


  즐거이 펼쳐서 신나게 놀고 노래하는 자리를 하루하루 이어가면 넉넉합니다. 아름답게 사랑하는 하루이기를, 참말로 푸른숲길이 깨어나기를 빕니다.


ㅅㄴㄹ


《응시》(김휘훈, 필무렵, 2023.4.16.)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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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이미 벌써 아직 (2023.6.10.)

― 부산 〈학문서점〉



  이미 읽은 책을 되읽습니다. 예전에는 그무렵까지 살아온 나날을 바탕으로 읽었고, 오늘 읽는 책은 오늘까지 살아낸 숨결을 바탕으로 익히는 살림입니다. 열 살에 읽은 책을 스무 살에 되읽으면 남다르고, 서른이랑 마흔이랑 쉰에 되읽으면 새롭습니다. 어릴 적에는 어떻게 느꼈는지 돌아보면서 되읽습니다. 지난날 무엇을 놓쳤는지 짚고, 어제부터 오늘에 이르도록 한결같이 바라보는 대목을 곱씹습니다.


  속깊은 책이라면 두고두고 되읽습니다. 얕은 책이라면 몇 쪽 넘기지 않아도 벌써 줄거리가 다 보이고 허전합니다. “나라면 이런 줄거리를 이처럼 안 쓸 텐데.” 하고도 생각하고, “나라면 이 줄거리를 어떻게 살릴 수 있나?” 하고 살핍니다. 굳이 모든 사람이 책을 쓸 까닭이 없지만, “내가 책을 쓴다면 글결을 어떻게 북돋울 만한가?” 하고 톺아보면서 더 깊고 넓게 읽어낼 수 있습니다.


  아직 안 읽은 책을 장만합니다. 앞서 읽은 책을 되사더라도 오늘 손에 쥐는 책은 ‘새책’입니다. 새책집에서도 새책을 장만하고, 헌책집에서도 새책을 사들입니다. 모름지기 모든 책은 새책이면서 헌책입니다. 이미 읽었어도 두벌째 읽거나 닷벌째 읽을 적마다 새책입니다. 갓 나온 책이어도 우리 손길이 닿으니 헌책입니다. ‘헌-’이 붙는 ‘헌책·헌옷·헌집’을 묵거나 낡거나 오랜 것으로 여길 수 있지만, 우리 손길이 허허들판이나 허허바다처럼 드넓게 닿는다고 여길 수도 있어요.


  부산 보수동 〈학문서점〉에서 ‘계몽사문고’를 한 꾸러미 품습니다. 이미 산 책도 있지만, 굳이 또 삽니다. 벌써 읽은 책이 있되, 애써 새로 집습니다. 아직 안 읽은 책도 있어요. 어릴 적에 동무네 집에서 슬쩍 구경한 책을 오늘 비로소 두 손으로 만지작거립니다.


  사람도 책도 나이를 먹을 수 있어요. 사람도 책도 언제까지나 빛날 수 있어요. 삶이라는 길에서 사랑으로 이룰 길 하나만 바라보면, 어느새 다른 모든 것은 눈녹듯이 사라집니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사랑으로 마주보면, 어느덧 우리 둘레를 봄꽃처럼 맑게 달래면서 환하게 일으킵니다.


  다릿심을 들여 걷는 사람이 마을을 읽습니다. 손품을 들여 찾는 사람이 책을 읽습니다. 우리 다리는 이웃을 만나러 떠나는 이음목입니다. 우리 손은 동무랑 어깨를 겯는 길목입니다.


  둘레에서는 ‘그림(유튜브·영상·영화)’ 탓에 책을 덜 읽는다고 읊습니다만, 제가 보기로는 ‘쇳덩이(자가용)’를 끌어안느라 책을 안 읽지 싶습니다. 생각해 봐요. 손잡이를 쥔 손이란, 책을 쥘 틈이 없이 바쁘고 힘겹고 가난합니다.


ㅅㄴㄹ


《표준전과, 보수동책방골목 안내서》(편집부, 보수동책방골목문화관, 2015.12.30.)

《새들의 비밀》(서정화, 예림당, 2001.7.15.첫/2005.3.10.11벌)

《빛이 모든 것을 알려주는 책》(엘케 크라스니 글, 쥐빌레 하인·모이디 크레치만 그림/정계화·박진희 올김, 웅진주니어, 2006.6.30.첫/2007.3.8.2벌)

《0심이》(배금택, 대흥, 1990.7.25.첫/1990.9.30.4벌)

- 구덕서림. (구)부산여고 앞. 257-5806

《日本語讀本 中級》(편집부, ESS외국어학원, ?)

《ベルサイユのばら 4》(池田理代子, フェアベル, 2004.11.18.)

《계몽사문고 42 다리 긴 아저씨》(웹스터/신지식 옮김, 계몽사, 1977.2.10.첫/1988.5.14.중판)

《계몽사문고 47 우주 항로》(한낙원, 계몽사, 1977.2.10.첫/1988.5.14.중판)

《계몽사문고 51 충성 이야기》(조풍연, 계몽사, 1977.2.10.첫/1988.5.14.중판)

《계몽사문고 52 효도의 길》(조풍연, 계몽사, 1977.2.10.첫/1988.5.14.중판)

《계몽사문고 75 긴 겨울》(와일더/오정환 옮김, 계몽사, 1977.2.10.첫/1988.5.28.중판)

《계몽사문고 76 먼 나라의 눈》(이희성, 계몽사, 1977.2.10.첫/1988.5.28.중판)

《계몽사문고 90 난파선》(베르느/석용원 옮김, 계몽사, 1977.2.10.첫/1988.5.28.중판)

《계몽사문고 91 우리 말글 이야기》(정재도, 계몽사, 1977.2.10.첫/1988.5.28.중판)

《계몽사문고 102 나는 둘》(최요안, 계몽사, 1977.2.10.첫/1988.5.28.중판)

《계몽사문고 107 우주 전쟁》(웰즈/김재관 옮김, 계몽사, 1977.2.10.첫/1988.5.28.중판)

《계몽사문고 111 임진왜란》(유현종, 계몽사, 1977.2.10.첫/1988.5.28.중판)

《계몽사문고 113 글짓기와 독서》(이병호·최현섭, 계몽사, 1977.2.10.첫/1988.5.28.중판)

《계몽사문고 116 나의 소년 시절》(신일철 엮음, 계몽사, 1977.2.10.첫/1988.5.28.중판)

《계몽사문고 118 조디와 아기사슴 1》(로울링즈/유경환 옮김, 계몽사, 1977.2.10.첫/1988.5.28.중판)

《계몽사문고 119 조디와 아기사슴 2》(로울링즈/유경환 옮김, 계몽사, 1977.2.10.첫/1988.5.28.중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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