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랜 사랑 창비시선 134
고재종 지음 / 창비 / 199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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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2.30.

노래책시렁 386


《날랜 사랑》

 고재종

 창작과비평사

 1995.5.10.



  서른 해쯤 앞서 《날랜 사랑》을 처음 만났고, 열 해쯤 앞서 느낌글을 썼고, 올해에 부산 보수동 헌책집에서 이 노래책을 새삼스레 만나서 다시 뒤적였습니다. ‘서울 서초 이동도서관’에 있던 노래책은 어쩌다가 부산까지 날아갔을까요? 이음책숲(이동도서관)이란, 책숲이 없는 마을에 책을 수레에 싣고서 찾아가는 얼거리입니다. 요즈음이야 서울 서초가 가멸다고 여기지만, 예전에는 가멸지 않은 마을도 품었습니다. 온나라 어디이든 가난한 이하고 가멸찬 이가 어우러집니다. 그나저나 《날랜 사랑》은 시골에서 짓는 삶을 담습니다. 그러나 시골말로 시골을 그리지는 않아요. “서울말로 문학을 하는 시집”인 얼개입니다. 예나 이제나 시골에서도 노래를 쓰는 분이 적잖습니다만, 막상 시골일을 글로 담지는 않더군요. 다들 서울말로 서울살이를 그립니다. 풀을 ‘풀’이라 하지 않으면 뭘까요? 멧들을 ‘멧들’이라 않고, 들숲을 ‘들숲’이라 하지 않으면 뭔가요? 오랜만에 되읽은 글자락에는 어김없이 술집(주막) 타령이 깃듭니다. “문학하는 남성”은 으레 술집에을 드나든 하루를 쓰더군요. 이와 달리 “글쓰는 순이”는 술집 타령을 아예 안 쓰다시피 합니다. 시골에서 흙 만지는 순이라면, 어떤 사랑을 어디에서 어떻게 노래할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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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아직도 낡은 집들에 / 제 등불을 건다 / 사위 꼭꼭 조여드는 칠흑을 뚫고 / 저 산밑 제각집도 대밭 안집도 / 밀감빛 흐린 등불을 건다 (마을의 별/24쪽)


괜히 서럽고 / 괜히 그리워 / 뜨건 소주 한잔 / 날래 꺾는 것이다 (대설/120쪽)


+


《날랜 사랑》(고재종, 창작과비평사, 1995)


서로의 애로와 집안의 우환

→ 서로 걱정과 집안 근심

53


사방 산천 연두초록 물감 걷잡을 수 없이

→ 곳곳 들숲 옅푸른 물감 걷잡을 수 없이

→ 둘레 멧들 옅푸른 물감 걷잡을 수 없이

66


누구도 호명해주지 않았던 궁벽의 한 생애처럼

→ 누구도 불러주지 않던 가난한 한삶처럼

→ 누구도 안 부르던 밑바닥 삶길처럼

78


적막이 산처럼 쌓이는 텅 빈 주위엔

→ 고요가 메처럼 쌓이는 텅 빈 곳엔

→ 말없이 가득 쌓이는 텅 빈 둘레엔

78


새 초록들 저희끼리만 울울할 뿐

→ 새싹은 저희끼리만 우거질 뿐

→ 푸른싹은 저희끼리만 그득할 뿐

→ 새 들빛 저희끼리만 너울댈 뿐

78


허한 마음들이야 쾡한 눈빛이

→ 멍한 마음이야 쾡한 눈빛이

→ 빈 마음이야 쾡한 눈빛이

88


거두어 봐야 냉해 쭉정이뿐이던

→ 거두어 봐야 언매 쭉쩡이뿐이던

→ 거두어 봐야 찬매 쭉쩡이뿐이던

88


나의 사랑은 가령

→ 나한테 사랑은

→ 나로서 사랑은

→ 나는 사랑이라면

104


주막집 난로엔 생목이 타는 것이다

→ 술집 불가엔 날나무가 탄다

→ 술집 불구멍엔 갓나무가 탄다

12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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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물리학개론
박인식 지음 / 여름언덕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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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2.30.

노래책시렁 385


《언어물리학개론》

 박인식

 여름언덕

 2021.2.7.



  나라를 거느린다고 내세우는 이들은 예나 이제나 우리말을 안 좋아합니다. 지난날에는 중국말을 쓰던 나라요, 일본이 쳐들어온 뒤에는 일본말을 쓰던 나라이고, 일본이 물러간 뒤에는 ‘중국말 + 일본말 + 영어’를 쓰는 나라입니다. 곰곰이 보면, 글을 쓰는 이들은 나라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기 일쑤입니다. 풀꽃나무를 품는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는 말이 아닌, 벼슬자리를 얻거나 이름을 드날린다고 여기는 말을 붙잡더군요. 《언어물리학개론》을 한숨을 쉬며 읽었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처럼 일본말을 그냥 써야 할까요? 우리말로 이름을 붙일 마음이 없을까요? ‘언어물리학개론’은 무늬만 한글인 일본말입니다. 어떤 이웃이 읽으라는 뜻으로 쓰는 말일까요? 나무한테서 배우는 사람이라면 ‘나무’라 말할 테고, 풀한테서 배우는 사람이라면 ‘풀’이라 말할 텐데, 어느 글이건 꾸미거나 덧바를 적에는 바래기 마련입니다. 치덕치덕 꾸미지 말고, 차근차근 풀어내기를 바랍니다. 말을 ‘말’이라 하지 않을 적에는 덫에 갇힙니다. 말을 ‘말’이라 할 적에 왜 말이 ‘말’인지 물빛으로 알아차리면서, 사람이 어우러지는 마을이 왜 마을인지 하나씩 깨달으면서 마음을 맑게 가꿀 수 있습니다.


ㅅㄴㄹ


칼 다루기 쉽지않던 어린 시절 / 당신 곁에 연필 깎아주던 누군가 있지 않았나요 / 당신의 잠과 꿈 / 틈새 / 사각사각― / 장독대 내려앉는 싸락눈 같은 / 사랑 다듬는 소리 내려 / 쌓이지 않았나요 (연필로 쓰던 사랑/17쪽)


나무는 나이테를 세지 않는다 / 나무에게서 배운 / 내 술 / 술잔의 나이테 같은 동심원 떨림을 / 수전증으로 세지 않는다 (나무에게 배우다/58쪽)


+


《언어물리학개론》(박인식, 여름언덕, 2021)


너무 큰 존재가 다녀간

→ 너무 큰 분이 다녀간

→ 너무 큰 빛이 다녀간

14쪽


달빛의 파도가 실어다 준

→ 달빛너울이 실어다 준

→ 달빛물결이 실어다 준

14쪽


빼앗긴 동토 건넌 식민의 한

→ 빼앗긴 언땅 건넌 사슬눈물

15쪽


옆모습이 특히 아름다운 우리 동네 미녀 맹인

→ 옆모습이 더 아름다운 우리 마을 꽃장님

33쪽


마침내 일어나는 언어물리학의 연기법緣起法

→ 마침내 일어나는 말빛길 어울림

52쪽


술잔의 나이테 같은 동심원 떨림을 수전증으로 세지 않는다

→ 술모금 나이테 같은 한동글 떨림을 후덜덜로 세지 않는다

58쪽


한 움큼의 갈망도 저런 노랑으로 구워낸다면

→ 한 움큼 비손도 저런 노랑으로 구워낸다면

→ 한 움큼 목마름도 저 노랑으로 구워낸다면

71쪽


저 출토의 흙에 뿌리내린 무궁화 한 그루

→ 저 파낸 흙에 뿌리내린 한결꽃 한 그루

→ 저 캐낸 흙에 뿌리내린 하나꽃 한 그루

7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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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벳이 콧구멍에 완두콩을 넣었어요 동화는 내 친구 35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일론 비클란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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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3.12.29.

맑은책시렁 286


《재미있는 집의 리사벳》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일론 비클란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논장

 2003.10.15.



  《재미있는 집의 리사벳》(아스트리드 린드그렌/햇살과나무꾼 옮김, 논장, 2003)은 나중에 《리사벳이 콧구멍에 완두콩을 넣었어요》라는 이름으로 새로 나옵니다. 리사벳하고 마디켄 두 아이가 보내는 하루를 가만히 들려주는 줄거리입니다. 모든 나날이 놀이인 아이들 삶을 보여주고, 동무를 헤아리는 마음을 밝힙니다. 스스로 생각을 짓는 길을 알려주고, 꿈으로 나아가는 새빛을 속삭입니다.


  예전에는 배움터에 다니건 안 다니건 모든 아이들이 들숲바다를 스스로 품으면서 뛰놀았습니다. 따지고 보면, 배움터가 선 지는 이제 고작 온해(100년)입니다. 참말로 아이들은 어버이랑 마을 어른한테서 배웠어요. 책이 아닌 삶을 배웠고, 부스러기가 아닌 살림짓기를 배웠습니다. 돈으로 밥옷집을 사다 쓰는 틀이 아니라, 손수 밥옷집을 지어서 스스럼없이 이웃하고 나누는 살림새를 배웠어요.


  《리사벳》에는 천천히 자라는 아이들이 나옵니다. 아이들 집안은 그다지 가멸다고 여기기 어렵습니다. 어느 아이는 무척 가난합니다. 어느 집안은 어른이라기보다 꼰대에 가깝기에 막말을 쏟아내고, 이 막말을 아이들이 따라합니다. 어느 집안은 참하게 어른이라서 살림말을 펴고 사랑말을 나눕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이 나라는 서로 어깨동무에 두레에 품앗이로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우리가 나이만 먹을 뿐 아직 어른이 아닌 터라, 이 나라는 다투거나 싸우거나 겨루는 굴레가 가득하다고 느껴요.


  콧구멍에 콩알을 넣으며 노는 하루란 재미있습니다. 지붕을 타면서 놀 만한 집이란, 나무를 심는 마당이 있는 집이에요. 아이들이 아슬아슬한 짓을 한다고 여길 텐데, 저도 어릴 적에 담벼락이나 울타리에 올라가서 거닐며 놀았어요. 지붕 있는 집에서 어린 나날을 보내었다면, 저도 틀림없이 지붕에 올라가서 해바라기를 하다가 슬슬 걷거나 뛰어내렸을 테고요.


  아이가 아이답게 자라기를 바란다면, 이제부터 서울을 줄이거나 없앨 노릇입니다. 어른이 어른스럽게 일하기를 바란다면, 잿더미(아파트)를 치우고 쇳덩이(자동차)를 멈출 노릇입니다. 아이 곁에서 일을 해야 엉뚱한 짓을 안 합니다. 어버이 곁에서 놀이를 해야 느긋하게 마음껏 온갖 소꿉을 즐깁니다. 우리나라는 기껏 온해가 안 되는 사이에 너무 뒤틀리고 망가졌습니다. 아이들이 뛰놀 수 없는 곳이라면, 그곳은 배움터일 수 없습니다.


ㅅㄴㄹ


리사벳은 마디켄이 뭔가 좋은 생각을(나쁜 생각일 때도 있지만) 떠올릴 때면 늘 옆에 있어요. 리사벳 혼자서 꽤 재미있는 생각을 해내기도 하고요. (5쪽)


마디켄과 리사벳은 리나스 이다 아주머니를 좋아했어요. 아주머니네 조그만 집도 아주머니만큼이나 좋아했고요. 아마 마을에서 가장 작은 집일 거예요. (16쪽)


리사벳은 ‘꼴 좋다’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어요. 마티스가 리사벳한테 한 말이니까, 보나 마나 남을 깔보는 말이겠죠. 하지만 리사벳은 이렇게 근사한 말은 처음이라고 생각했어요. (28쪽)


“졌지?” 마디켄이 묻자, 미아가 무서운 말을 내뱉었어요. “흥, 웃기지 마. 이 악마의 자식아!” 그 순간, 마디켄과 리사벳은 무서운 것이라도 본 듯 미아를 바라보았어요. (39∼40쪽)


마디켄은 기도를 마치고는 이렇게 덧붙였어요. “친절한 하느님, 사실 미아는 나쁜 마음으로 말하지 않았어요. 게다가 ‘악마의 자식’이라고 말한 게 아닐지도 몰라요……. 맞아요, ‘엄마의 자식’이라고 말한 것 같아요.” (60쪽)


#Na"r Lisabet Pillade In En A"rta I Na"san

1984년

#AstridLindgren #IlonWilkand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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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모든 것을 알려 주는 책 즐거운 과학 탐험 2
엘케 크라스니 지음, 지빌레 하인.모이디 크레치만 그림, 정계화.박진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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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3.12.29.

맑은책시렁 316


《빛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책》

 엘케 크라스니 글

 쥐빌레 하인·모이디 크레치만 그림

 정계화·박진희 올김

 웅진주니어

 2006.6.30.



  밤에 초롱초롱하는 별은 하얗게 쏟아지기는 하지만, 누구나 포근히 잠들라면서 달래는 빛살입니다. 이와 달리 사람들이 뽑아내어 밝히는 불빛은 밤에도 낮에도 잠들기 어렵게 가로막습니다. 《빛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책》은 우리 곁에 있는 숱한 빛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짚습니다. 들숲바다에서 번지는 빛을 이야기하고, 해바람비가 베푸는 빛을 얘기합니다. 눈이 따갑게 쏟아지는 불빛에 어떤 삶이 흐르는지 차근차근 알려줍니다.


  누구나 느긋이 쉬어야 개운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일하거나 놉니다. 넉넉히 쉴 수 없다면 하루가 망가집니다. 어른도 아이도 햇빛하고 별빛을 누릴 적에 튼튼하게 살아갑니다.


  오늘날 숱한 배움터나 일터는 한낮에도 미닫이를 걸어잠그기 일쑤입니다. 왜 햇볕하고 바람을 막을까요? 왜 멀쩡한 낮에 불빛을 밝혀야 할까요?


  햇빛을 등지니 잎빛을 등돌리는 얼거리입니다. 별빛을 잊으니 마음빛과 꿈빛하고 담을 쌓는 틀거리입니다. 이제라도 우리 삶자리에 어떤 빛을 놓아야 하는지 생각할 노릇입니다. 집과 마을과 배움터·일터 모든 곳에서 불빛을 함부로 켜지 않는 길을 찾을 노릇이에요.


  우리가 억지로 만든 불빛을 밝히는 형광등·엘이디 전구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쓰레기인지 알아차려야 합니다. 왜 땅을 더럽히고 하늘을 어지럽힐 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 눈과 몸을 죽이는 불빛을 써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숲을 잊으면 숨결이 사그라들어요. 들을 멀리라면 사랑이 사라집니다.


ㅅㄴㄹ


지나치게 많은 불빛에 사람만 시달리는 것은 아닙니다. 철새 역시 하늘 높이 쏘아올리는 탐조등의 강한 불빛 때문에 방향 감각을 잃습니다. 알에서 갓 깨어난 거북이도 바닷가 상점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 때문에 방향 감각을 잃고 바다가 아니라 거꾸로 육지 쪽으로 가기도 합니다. 도시의 강한 조명 장치 쪽으로 날아가다가 뜨거운 열에 목숨을 잃는 나방이나 곤충도 밝은 조명이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예입니다. (60쪽)


하지만 형광등은 인이나 수은처럼 사람 몸에 해로운 물질을 많이 사용하기 땜누에 다 쓰고 난 뒤에는 반드시 정해진 장소에 버려야 합니다. (84쪽)


흔히 태양의 높은 열 때문에 화상을 입는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화상을 입힐 정도의 높은 열을 태양이 내리쬔다면 아마 지구에 사는 그 어떤 동식물도 살아남지 못할 거예요. 우리는 태양열 때문이 아니라 햇빛 때문에 화상을 입습니다. (151쪽)


전 세계에는 2천여 종에 달하는 반딧불이가 있습니다. (16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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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보이지 않는 (2023.4.25.)

― 인천 〈나비날다〉



  긁히고 터지고 부러지더라도, 들뜨거나 서두르거나 두려워하지 않고서, 가만히 생채기를 바라보면, 어느새 아물면서 한결 반짝이는 살이 새로 돋아나요. 일하고 움직이며 살아갈 적에 배가 고플 수 있는데, 배고파서 또 먹어야 하는구나 싶어 두렵다고 여긴다든지, 숨을 쉬면 뱉어야 하니 귀찮거나 두렵다고 여긴다면, 삶이란 없겠지요. 다친 모든 곳은 아물 수 있어요. 아물려면 스스로 마음을 사랑으로 다스리면 넉넉하지요. 남을 쳐다보지 말고 나를 늘 사랑으로 바라보면, 다쳐도 아물 뿐 아니라 다칠 일부터 사라진다고 느낍니다.


  보이는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한결같이 햇살도 별빛도 스며듭니다. 보이는 자리에서도, 안 보이는 자리에서도, 언제나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요.


  어느새 어둡습니다. 저녁 19시부터 이은 ‘우리말 밑뜻 읽기’ 이야기는 21시를 훌쩍 넘어서 마칩니다. 긴긴 하루를 보내었으니 일찍 쉬어야지요. 며칠 뒤 4월 29일에는 《하루거리》를 그린 김휘훈 님이 꽃잔치를 하기에 다시 부천 언저리로 마실을 합니다. 이달 4월은 길에서 신나게 보내는구나 하고 돌아보면서 〈나비날다〉에서 숨을 돌립니다. 시골은 22시가 가까우면 서늘하지만, 인천은 22시가 가까워도 살짝 덥습니다. 푸나무가 얼마나 있느냐로 다릅니다.


  요사이 어린이를 보면, 배움터에서 배움책만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적잖은 어른들이 어린배움터를 찾아가서 여러모로 이야기꽃을 들려줍니다. 다만, 배움틀(제도권 교육)에서는 이런 자리가 있으나, 집에서 스스로 익히는 어린이한테 널리 이야기꽃을 들려주는 어른은 드뭅니다.


  더 들여다보면, 어린배움터는 여러 이야기를 들을 틈이 있되, 푸른배움터는 싹 닫아걸어요. 어린이가 푸름이를 지나 스무 살에 이르면, 이제 일자리를 찾아나서느라 바쁘고, 일자리를 찾으면 돈벌이뿐 아니라 집찾기로 빠듯하니, 스스로 살림길을 새로 배울 겨를이 없기 일쑤입니다.


  앞으로는 서른 살이며 쉰 살 어른들이 배울 이야기꽃이 늘어야지 싶어요. 일흔 살에도 우리말과 풀꽃나무와 골목빛을 새롭게 배우는 자리를 열어야지 싶어요. 눈으로 보는 길만 조금 배우면 얕습니다. 마음으로 보는 숲을 차근차근 넓고 깊게 바라보고 품는 살림길로 나아갈 적에 비로소 어른답다고 느껴요.


  어린이책은 어린이부터 어른이 함께 읽을 책입니다. 그림책은 아기부터 어버이 누구나 나란히 읽을 책입니다. 스무 살만 넘어도 어린이책을 등지는 분이 많은데, 오히려 스무 살부터 어린이책을 읽고, 서른 살부터 그림책을 읽어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지구를 항해하는 초록배에 탑니다》(김연식, 문학수첩, 2021.7.16.첫/2021.12.31.2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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