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이야기는 내일 또 3
콘노 키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18.

만화책시렁 599


《다음 이야기는 내일 또 3》

 콘노 키타

 김승현 옮김

 대원씨아이

 2012.6.15.



  돈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살림이 있으나, 돈이 있기에 모두 살 수 있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멧새가 들려주는 노래라든지, 개구리랑 풀벌레가 나란히 베푸는 노래는 어느 돈으로도 못 사지만, 들숲을 푸르게 품는 누구나 고르게 누려요. 아이가 요모조모 손을 놀려서 담아낸 글이며 그림은 온누리에 오로지 하나뿐인 값진 빛살이기에, 돈으로 사고팔 수 없습니다. 돌고돌아서 스스럼없이 나누는 돈이라면 즐겁게 삶을 짓는 바탕입니다. 고이거나 숨기거나 빼돌리는 돈이라면, 이 돈을 움켜쥔 이들 마음부터 갉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내일 또 3》을 되읽습니다. 일찍 판끊긴 그림꽃에 흐르는 상냥한 마음을 헤아립니다. 아이들은 돈있는 어버이를 바라지 않아요. 아이들은 사랑을 물려주면서 오롯이 사랑으로 보금자리를 일구는 어버이랑 어른을 바랍니다. 아이들은 값비싼 옷이나 값싼 옷을 안 가려요. 신나게 뛰노는 길에 걸치는 옷이면, 어버이가 기쁘게 베푼 옷이면 모두 받아들입니다. 손길이 오래 닿아 바래는 책에는 사랑이 깃들어요. 모든 책과 옷과 집은 손빛을 타면서 ‘헌책·헌옷·헌집’으로 가는데, 이동안 ‘손길책·손길옷·손길집’으로 피어나니, ‘빛살림’으로 깨어납니다. 무엇을 보고 생각할까요? 어느 길을 걸을까요?


ㅅㄴㄹ


“별님 손톱이다! 고마워, 리카코 고모.” “별 말씀을.” “아빠, 아빠, 예쁘지?” “사야 손톱은 아무것도 안 발라도 예쁘단다.” (10쪽)


“비가 내리면 지상에서 별이 보이지 않긴 하지만, 구름 위의 사람들에겐 아무 문제도 없지 않을까?” (21쪽)


“키가 작은 만큼 대지가 가깝고, 키가 작은 만큼 하늘이 멀죠. 어려운 말을 모르는 만큼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어요. 어린아이로 자랄 수 있는 시간이 짧은 만큼 시간은 천천히, 소중하게 흘러가는 거예요.” (57쪽)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깜짝 놀랄 만큼 많은 걸 깨닫게 돼요. 난 사소한 일에도 짜증내고 화내고 언성을 높이는, 아직 부족하고 못난 엄마지만, 마음은 언제까지나 중력을 거스르고 위로 위로 뻗어 나가고 싶어요.” (58쪽)


“도서관에서 빌려왔니?” “아니, 내 건데. 왜?” “그런 것치고는 좀 낡아 보여서.” “아. 언제든지 읽을 수 있게, 계속 책상 책꽂이에 꽂아놨더니, 햇빛을 받아서 바랬나 봐.” (134쪽)


신이 우리에게 선물해 준 것. 추억. (168쪽)


#紺野キタ #つづきはまた明日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헤이 그랜쥬드! 그랜쥬드 1
폴 매카트니 (Paul McCartney) 지음, 캐서린 더스트 그림, 김영수 옮김 / 인간희극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1.18.

그림책시렁 1340


《헤이 그랜쥬드!》

 폴 매카트니 글

 캐스린 더스트 그림

 김영수 옮김

 인간희극

 2020.5.5



  처음 ‘노라조’라는 노래숲이 들려주는 노래를 들을 적에 “뭐 이런 노래가 다 있나?” 하면서 끝까지 즐겁게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곧잘 이런 노래를 부르지만, 나이를 한참 먹은 아저씨들이 이렇게 “뭐 이런 노래”를 부르니 새로우면서 재미있더군요. 즐겁게 부르면서 춤을 펴려고 흘렸을 구슬땀이 말 한 마디하고 몸짓 하나마다 실렸어요. 《헤이 그랜쥬드!》를 넘기고서 이내 내려놓았습니다. 글을 맡은 분이 ‘비틀즈’를 이끈 분이라지만, 어딘가 엇가락 같습니다. 아이들한테 읽히고 싶어 스스로 글을 여미어 그림책을 내놓았다는데, 노래하고 그림책은 결이 다르기도 하지만, 어린이가 어린 눈빛을 살리면서 지필 놀이라고 하는 길은 사뭇 달라요. 영어를 옮긴 우리말도 영 엉성합니다.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는 “Hey!”를 쓰겠지요. 그럼, 이 나라 아이들은 어떤 말로 서로 부를까요? 무엇보다도 놀이는 어린이 스스로 짓습니다. 비가 오면 비놀이, 눈이 오면 눈놀이, 맑으면 해놀이, 밤이면 별놀이를 다 다르게 펴요. 어린이가 스스로 찾는 놀이가 아닌, 옆에서 어른이 이끌어 가는 틀로는 신나거나 새롭거나 놀라웁기 어렵습니다.


#HeyGrandude #PaulMcCartney #KathrynDurst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좋아하는 것들, 소설 내가 좋아하는 것들 11
김슬기 지음 / 스토리닷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1.18.

인문책시렁 318


《내가 좋아하는 것들, 소설》

 김슬기

 스토리닷

 2023.10.31.



  《내가 좋아하는 것들, 소설》(김슬기, 스토리닷, 2023)을 읽었고, 덮었습니다. 열아홉 살까지는 ‘소설’이라는 이름인 글을 읽었으나, 스무 살부터는 등졌습니다. 마흔 살이 훌쩍 넘어서 다시 몇 자락을 읽기는 했으나, 영 손이 안 갑니다.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숱한 글자락은 “삶을 담는 글”이라기보다 “삶이 미운 글”에 쏠려요. “삶을 짓는 꿈을 그리는 글”이 아닌 “삶은 굴레라고 쏘아대는 글”이기도 합니다. 이른바 ‘막장 연속극’하고 소설은 나란합니다. 둘은 늘 한동아리 같아요.


  요즈막에는 ‘수필’이라는 이름인 글마저 “삶을 풀어내면서 스스로 마음을 푸근하게 품는 글”이 아닌 “삶이 괴롭다고 미워하면서 가르고 싸우고 쪼개는 굴레”로 치닫습니다. 여기에 ‘시’라는 이름인 글은 “삶에 가락을 입혀 나누는 노래”가 아닌 “삶을 저버린 채 꾸미고 덧씌우고 자르는 글장난”에 갇힙니다.


  낱말책을 짓는 일을 하니, 어느 갈래 어느 글이건 아무튼 읽기는 하되, 소설이라는 글은 마음도 말도 마을도 꽁꽁 뭉개는 얼거리가 넘쳐나기에, 글쓴이부터 스스로 수렁에 잠길 뿐 아니라, 읽는이도 덩달아 쇠고랑을 차야 하는 듯싶기까지 합니다. 언제부터 소설이라는 글은 이렇게 바닥을 칠까요?


  어느 모로 보면, 글을 쓰면서 ‘글쓰기’라 안 하고 ‘문학 창작’이라고 씌우면서 망가지는 지름길로 접어들지 싶습니다. 글이란, 말을 담은 그림이자 무늬입니다. 말이란, 마음을 담은 소리입니다. 마음이란,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를 그린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글이건 말이건, 마음이요 이야기를 담는 그릇인데, 글을 글이라 않고 ‘소설’이나 ‘수필’이나 ‘시’라고 하면서 다 뒤집혔구나 싶어요.


  말이란, 좋은 말이나 나쁜 말이 없이, 그저 삶을 누리는 마음을 담아낸 소리일 뿐입니다. 말을 옮기는 글도, 삶이라는 이야기를 간추려서 담는 글도, 언제나 좋은 줄거리나 나쁜 줄거리가 없습니다. 쥐어짜거나 뚝딱거리거나 짜맞출 적에는 삐걱거릴밖에 없어요.


  서울살이를 쓰든, 시골살이를 쓰든, 웃음살이를 쓰든, 눈물살이를 쓰든, 가시밭길을 쓰든, 꽃길을 쓰든, 꾸미지 않으면 됩니다. 고스란히 쓰면 넉넉합니다. 아픈 삶이니 아프게 눈물을 흘린 그대로 쓰면 됩니다. 기쁜 삶이니 기쁘게 웃음을 터뜨린 그대로 쓰면 돼요. 이러면서 언제나 꿈과 사랑과 숲을 바탕에 놓을 줄 아는 눈썰미라야, 비로소 글이요 말이 빛날 테지요.


ㅅㄴㄹ


소설을 읽고, 더 자유로워진 마음으로 쓴다. 그러다 보니 일기 쓰기도 달라졌다. 암호처럼 쓰던 일기가 솔직해졌다. 더 수다스러워졌다. 이런 생각은 옳지 않다, 여기며 마음에서 지우기 급급했던 생각들도 귀하게 기록한다. (28쪽)


20대 중반이었던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몰랐다. (43쪽)


1만 2천 원 하는 책을 판다는 건, 이토록 무덥고, 부끄럽고 또 애타는 일이구나. 글을 쓸 때 몰랐던 것들을 …… (61쪽)


+


손바닥을 바지 위에 비벼댔다

→ 손바닥을 바지에 비벼댔다

21쪽


소설 쓰고 앉아 있다

→ 이야기 쓰고 앉았다

22쪽


누군가는 겨울에 굶어 죽고야 마는 베짱이라며

→ 누구는 겨울에 굶어죽고야 마는 베짱이라며

22쪽


8차선 위에서 벌거벗고 춤을 추는 것과 같다

→ 여덟길에서 벌거벗고 춤을 추는 셈이다

23쪽


대망의 질문 시간

→ 기다린 물음틈

→ 바라던 이야기

→ 손꼽은 얘기꽃

27쪽


C조, 준비, 땅!

→ 셋째, 자, 가!

31뽇


대충 느낌적인 느낌으로만 추측할 뿐이었다

→ 얼추 헤아릴 뿐이다

→ 그냥 어림할 뿐이다

→ 그냥 짚어 본다

32쪽


초보 습작생이었던 내겐

→ 풋내기이던 내겐

→ 풋글을 쓰던 내겐

33쪽


인생의 숙제를 덜 한 것만 같은 찜찜한 마음이 커지면

→ 살아가는 짐을 덜 한 듯해 더 찜찜하면

→ 삶이라는 길을 덜 간 듯해 확 찜찜하면

44쪽


친한 언니와 식사하는 자리에서 그녀는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 가까운 언니와 밥먹는 자리에서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45쪽


소설을 좋아하는 충실한 독자로만 남고 싶은

→ 글꽃을 좋아하는 이로만 남고 싶은

→ 글꽃을 즐겨읽기만 하고 싶은

55쪽


노트북을 여닫는 사이 영영 글 쓰는 일로 돌아가지 않아도 좋을 문장들을 만난다

→ 무릎셈틀을 여닫는 사이 끝내 글 쓰는 일로 돌아가지 않아도 좋을 글을 만난다

58쪽


나는 저항군처럼 역행한다

→ 나는 거스른다

→ 나는 맞선다

64쪽


내가 불안에 천하무적인 긍정맨일까

→ 내가 걱정을 다 이기는 웃음이일까

→ 내가 근심을 안 두려운 활짝이일까

69쪽


한 장 분량의 아주 짧은 소설(엽편 소설)을 쓰는 것이었다

→ 한 쪽짜리 잎글을 쓴다

→ 한 바닥짜리 잎새글을 쓴다

75쪽


반짝반짝 잘하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반짝반짝 잘하는 일을 잊지 않아야 한다

77쪽


엄마의 말은 희한하게 내 마음의 급소 어딘가를 정확히 파고들어 치명타를 날리곤 한다

→ 엄마는 남달리 내 덜미 어디를 확 파고들어 주먹을 날리곤 한다

→ 엄마는 뜬금없이 내 마음 복판을 훅 파고들어 뻥 날리곤 한다

→ 엄마는 놀랍게 내 명치를 똑똑히 파고들어 모질게 날리곤 한다

79쪽


평범한 이야기였던 것이 MSG가 잔뜩 가미되어,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되어갔다

→ 수수한 이야기에 가게앙념을 잔뜩 넣어,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어갔다

81쪽


냉장고는 온갖 곰팡이들을 배양하는 실험실이 됐다

→ 싱싱칸은 온갖 곰팡이를 키워 두는 곳이 됐다

104쪽


달콤한 떡볶이는 완벽한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다

→ 달콤한 떡볶이는 어쩔 길 없다

→ 달콤한 떡볶이는 사랑이다

→ 달콤한 떡볶이는 안 먹고 못 산다

→ 달콤한 떡볶이는 홀린다

→ 달콤한 떡볶이는 사로잡는다

→ 달콤한 떡볶이는 죽인다

142쪽


정리만 되면 내려갈 거야

→ 추스르면 가

→ 다스리면 가

→ 다독이면 가

19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 창비시선 452
정현우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1.18.

노래책시렁 395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

 정현우

 창비

 2021.1.15.



  어린이는 아직 말을 다 알지 않으니, 으레 틀리고 바로 고치고, 다시 어긋나다가 또 추스르면서 차근차근 마음을 읽고 배웁니다. 이와 달리 숱한 어른은 아직 말을 잘 알지 않으나, 도무지 말을 배우려는 마음을 안 일으키더군요. 우리가 쓰는 말은 한낱 소리이지 않습니다. 모든 말은 마음입니다. 말을 제대로 배우지 않는다면, 또 나이가 든 뒤로도 꾸준히 말을 익히지 않는다면, 내 마음도 네 마음도 우리 마음도 등돌리는 셈입니다.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처럼 ‘-에게·-한테’를 잘못 쓰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노래에 적는 말씨라서 넘어가도 되지 않습니다. 글쓴이가 놓치면 엮는이가 짚어서 알려줘야지요. “나는 천사한테 줍니”다. “나는 천사한테서 받습니”다. “나는 천사한테 갑니”다. “나는 저쪽에서 옵니”다. ‘가르치다·주다’는 ‘가다’이니 ‘-한테·-에게’를 붙입니다.‘배우다·받다’는 ‘오다’이니 ‘-서·-한테서’를 붙입니다. 아이들처럼 ‘틀린말’이어도 요조모조 재미나게 말놀이를 해보며 삶을 새롭게 볼 수 있습니다만, 따로 꾸러미로 여미는 이야기라면 말재주가 아니라 삶과 살림과 사랑을 차근차근 갈무리하고 갈피를 잡을 일이지 싶어요. 가는지 오는지 읽어야 노래를 부르지 않을까요?


ㅅㄴㄹ


꿈속의 잠을 벗겨내면 나무들의 흉터라고 부를 수 있겠다. 가슴이 숭숭 뚫린 몸의 껍질, 햇볕에 마른 주둥이, 바스락대는 몸을 줍는다. (꿈갈피/28쪽)


나의 아홉살은 얼음 감옥. / 쌀은 씻어도 묵은 냄새가 났다. // 엄마, 사람에게도 겨울잠이 있으면 좋겠어요. / 사람이 어는 점을 알고 싶어요. / 지루한 속도는 언제 떨어질까. (빙점/128쪽)


+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정현우, 창비, 2021)


인간은 기형의 바닷바람

→ 사람은 비틀린 바닷바람

→ 사람은 넝쿨진 바닷바람

10


바깥을 쌓아도 세워지지 않는 나의 성 안에서

→ 바깥을 쌓아도 서지 않는 이 울타리에서

→ 바깥을 쌓아도 세우지 못 하는 이 담에서

16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다

→ 나는 빛한테서 말을 배웠다

→ 나는 별한테서 말을 배웠다

18


일정하지만 오차가 난무하는 곳

→ 가지런하지만 마구 틀리는 곳

→ 고르지만 어긋나서 날뛰는 곳

21


두 눈은 울기 위해 만들어졌지

→ 두 눈은 울려고 있지

→ 두 눈은 울려고 생겼지

23


이팝나무 아래서 재채기를 하면

→ 이팝나무 밑에서 재채기를 하면

→ 이팝나무 곁에서 재채기를 하면

→ 이팝나무 둘레서 재채기를 하면

27


읽히지 않는 당신을 붙들고, 나는 틈과 틈 사이를 다닌다

→ 읽히지 않는 너를 붙들고, 나는 틈과 틈을 다닌다

→ 읽히지 않는 자네를 붙들고, 나는 틈새를 다닌다

40


물고기의 귀는 어디에 달린 걸까

→ 헤엄이는 귀가 어디 달렸을까

61


거미의 귀는 바람이 가진 선 속에 있을 것

→ 거미는 귀가 바람금에 있다

→ 거미는 귀가 바람줄에 있다

61


벌목된 숲, 식물들이 새들의 발목을 움켜잡고 있었다

→ 베어낸 숲, 풀이 새발목을 움켜잡는다

69


과육을 도려내듯

→ 살점을 도려내듯

→ 살을 도려내듯

107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검찰개혁과 촛불시민 - 조국 사태로 본 정치검찰과 언론
조국백서추진위원회 지음 / 오마이북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1.18.

다듬읽기 148


《검찰개혁과 촛불시민》

 조국백서추진위원회

 오마이북

 2020.8.5.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조국백서추진위원회, 오마이북, 2020)은 560쪽에 이릅니다. 두껍고 무겁습니다. 시골에서 살며 ‘검찰’이란 곳이 어떻게 말썽인지 아예 느끼지 못 합니다. 예전에 인천·서울에서 살 적에도 ‘검찰’을 느낀 일이 없습니다. 그들(검찰)이 털면 먼지가 안 날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돈·이름·힘을 안 쥐고서 아이 곁에서 숲을 품는 수수한 사람은 ‘그들’을 보거나 마주할 일이나 까닭이 아예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바르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다만, ‘고치기(개혁)’는 ‘바로서기’하고 다릅니다. 그들도 글바치도 나라지기도 벼슬아치도, 모두 ‘바로서기’로 갈 일이라고 여겨요. ‘고치기’는 자칫 이쪽이나 저쪽 입맛에 맞게 주무르다가 끝납니다. 촛불을 든 사람은 ‘바로서기’를 바랐을 텐데, 이 두툼한 책은 “조국 감싸기”에 너무 사로잡힙니다. 말씨도 너무 어렵습니다. 가난뱅이와 시골사람과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려는 길이라면, 어떤 560쪽짜리 책으로 목소리를 낼 적에 알맞고 아름다울는지 곰곰이 되짚을 노릇입니다.


ㅅㄴㄹ


촛불집회의 특징은 자발성이었다

→ 촛불물결은 스스로 모였다

→ 촛불물결은 스스로 일으켰다

4쪽


백서의 1부 총론은

→ 꾸러미 첫머리는

→ 글모둠 첫자락은

7쪽


마침내 그 실체를 본 것이다

→ 마침내 민낯을 보았다

→ 마침내 속살을 보았다

10쪽


자기가 속한 계층 내부의 네트워크에서 단독으로 이탈하는 실존적 결단을 할 수도 있다

→ 차지한 울타리에서 홀로 빠져나올 수도 있다

→ 높다란 담 안쪽에서 혼자 나올 수도 있다

31쪽


견문발검(見蚊拔劍) 즉 모기를 보고 칼을 뽑아 든다는 조롱도 아까울 정도였다

→ 모기칼, 곧 모기를 보고 칼을 뽑아 든다는 비아냥도 아까울 만하다

→ 모기베기, 곧 모기를 보고 칼을 뽑아 든다고 놀려도 아까울 만하다

40쪽


오래된 폐습(弊習)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 낡은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 고인물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45쪽


오만과 무도(無道)를 바로 간파할 수 있었다

→ 거들먹과 막짓을 바로 읽을 수 있다

→ 뻔뻔과 마구잡이가 바로 드러난다

54쪽


자녀의 입시를 위해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했다고 치자

→ 아이들 앞배움길을 노려 길을 어겼다고 치자

→ 딸아들 배움틀 때문에 금을 넘었다고 치자

118쪽


이 기사는 외형적으로는

→ 이 글은 겉으로는

→ 이 글자락은 얼핏

172쪽


이 기사는 크게 세 가지 의혹을 말하고 있다

→ 이 글은 크게 세 가지가 궁금하다고 한다

→ 이 글은 크게 세 가지를 갸웃거린다

→ 이 글은 크게 세 가지가 야릇하다고 본다

→ 이 글은 크게 셋이 못 미덥다고 여긴다

→ 이 글은 크게 세 가지를 숨긴다고 밝힌다

174쪽


공사를 발주하고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한 당사자로서

→ 일을 맡기고 일삯을 치르지 못한 쪽으로서

308쪽


정정보도와 반론보도, 추후보도 청구 규정을

→ 바로잡기와 따지기, 뒷얘기를 바랄 틀을

342쪽


집회를 더 대중적으로 만들 수 있는 연사나 공연자를 섭외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는 점입니다

→ 더 널리 모일 수 있도록 이끌 사람들을 모시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 더 두루 물결치도록 북돋울 길잡이를 부르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36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