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천양지차



 그 내용은 천양지차이다 → 그 줄거리는 매우 다르다 / 그 속살은 엄청나게 다르다

 얼굴부터가 천양지차가 아닌가 → 얼굴부터가 딴판이 아닌가 / 얼굴부터가 아주 다르지 않은가


천양지차(天壤之差) : 하늘과 땅 사이와 같이 엄청난 차이



  하늘과 땅 사이처럼 엄청나게 다르다면 “하늘과 땅처럼 다르다·하늘과 땅 사이처럼 다르다·엄청나게 다르다”라 하면 됩니다. “매우 다르다·몹시 다르다·대단히 다르다”라 할 수 있어요. ‘하늘땅’을 한 낱말로 새롭게 지어서 어울리고, 수수하게 ‘다르다·또다르다·딴판·틀리다’나 ‘멀다·까마득하다·벌어지다·아득하다’라 해도 됩니다. ㅅㄴㄹ



다른 애들한테 하는 것과는 천양지차로 유독 내게 잘해 주었다

→ 다른 애들한테와는 아주 다르게 참 내게 잘해 주었다

→ 다른 애들한테하고는 사뭇 다르게 참말 내게 잘해 주었다

→ 다른 애들한테하고는 달리 내게 잘해 주었다

《아메리카 타운 왕언니 죽기 오 분 전까지 악을 쓰다》(김연자, 삼인, 2005) 76쪽


자네 간호를 참 잘혀. 전의 로봇과는 천양지차랑게

→ 자네 참 잘 돌봐. 예전 심부름꾼과는 딴판이랑게

→ 자네 참 잘 보살펴. 예전 사람꽃과는 하늘땅이랑게

→ 자네 참 살뜰해. 예전 도움벗과는 댈 수 없당게

→ 자네 참 알뜰해. 예전 곁사람과는 아주 달라

《기계 장치의 사랑 1》(고다 요시이에/안은별 옮김, 세미콜론, 2014) 77쪽


후딱 끝났던 오십일 촬영과는 천양지차다

→ 후딱 찍고 끝낸 쉰날과는 다르다

→ 후딱 찍은 쉰날과는 까마득하다

《셋이서 쑥》(주호민, 애니북스, 2014) 310쪽


삼등 화장실은 이등과는 천양지차로 물도 안 나오는가 하면

→ 셋째 뒷간은 둘째와는 달라 물도 안 나오는가 하면

→ 딸림 쉼칸은 버금과는 딴판이라 물도 안 나오는가 하면

《삼등여행기》(하야시 후미코/안은미 옮김, 정은문고, 2017) 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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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하늘이란 하나인 마음 (2023.5.19.)

― 부산 〈비온후〉



  마을책집 〈카프카의 밤〉부터 〈비온후〉까지 걸어갑니다. 마을을 알려면 마을에 깃들어서 하루를 누리고, 해를 보내고, 철을 돌아보면 됩니다. 마을을 사랑하려면 보금자리에 나무를 심고서 새를 부르고 풀벌레랑 동무하면 됩니다. 마을을 가꾸려면 아이를 낳거나 품어서 아이한테 슬기로이 살림짓는 하루를 물려주면 돼요.


  빨리 읽거나 많이 읽을 책이 아닌, 그저 읽고 새기면서 익히고 나눌 적에 아름다운 책입니다. 빨리 걷거나 많이 다닐 길이 아닌, 그저 하늘을 보면서 걷고 나무를 헤아리며 노래하다가 풀빛으로 물들기에 즐거운 길입니다.


  하늘이 왜 ‘하늘’이란 이름인지 어릴 적부터 열일곱 살 무렵까지 어림조차 못 했습니다. 옛말을 처음 배우던 무렵 ‘한울’을 들었으나 이뿐이에요. ‘한’이나 ‘울’이 어떤 숨결을 품는지 짚거나 밝히거나 알려주는 어른을 못 봤습니다. 혼자 책집마실을 다니다가 해묵은 《뿌리깊은 나무》를 하나씩 장만해서 읽던 어느 날, 한창기 님이 남긴 글에 “우리나라 이름은 ‘한국’이 아닌 ‘한나라’여야 옳다”는 대목이 있더군요. 1980년에 이런 목소리를 낸 분이 있어 놀랐고, 우리는 막상 우리말부터 하나도 안 배우거나 엉터리로 흘려넘기는 줄 알아차렸습니다.


  배움불굿이 말썽이고 아이들을 잡아먹는다고 하지만, 막상 큰책집에서는 곁배움책이 ‘잘 팔립’니다. 마음을 가꾸거나 살림을 익히는 길하고는 동떨어진 우리나라 배움터입니다. 어린이나 푸름이 스스로 책집마실이나 책숲마실을 거의 못 하거나 안 합니다.


  사람은 살아남으려고 밥을 먹지 않아요. 삶을 짓고 살림을 펴면서 사랑을 나누려고 즐겁게 밥을 차려서 먹습니다. 솜씨나 재주를 키우려고 책을 읽는다면, 오히려 틀에 갇힙니다. 삶을 노래하고 살림을 가꾸고 사랑을 그리는 마음밭을 누리는 길에 이바지하는 책을 쓰고 읽을 적에 아름다워요.


  하나인 마음을 아우르는 하늘처럼, 하늘빛으로 물드는 말 한 마디를 씨앗으로 여미기에 눈길을 틔운다고 느낍니다. 작은책집이란 작은씨앗 같습니다. 아직 잘 안 팔리는 책도 작은씨앗을 닮습니다. 작은씨 한 톨이 깃들어 들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고 숲이 푸르게 우거집니다.


  빗방울 하나는 크기를 따질 수 없이 조그맣지요. 〈비온후〉에서 펴는 말빛수다 한 자리란, 두런두런 나누는 말 한 자락에 서로 주고받는 마음씨앗이라고 여겨요. ‘둘레’는 ‘두르다’와 ‘두루’가 바탕인 낱말이고, ‘두레’도 말밑이 같답니다. ‘둘’과 ‘두다’하고 나란한 결이고요. 둥글게 하나로 동무입니다.


ㅅㄴㄹ


《고양이 안전사고 예방 안내서》(네코넷코 편집부/전화영 옮김, 책공장더불어, 2023.5.13.)

《수원을 걷는 건, 화성을 걷는 것이다》(김남일, 난다, 2018.9.19.)

《재즈, 끝나지 않는 물음》(남예지, 갈마바람, 2022.4.25.)

《부산 문화 지리지》(김은영과 여덟 사람, 비온후, 2023.3.3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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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기세 氣勢


 당당한 기세 → 떳떳하다

 기세가 누그러지다 → 기운이 누그러지다

 기세를 떨치다 → 힘을 떨치다

 폭동이 일어날 기세 → 너울이 일어날 낌새

 조금도 양보할 기세가 없었다 → 조금도 물러설 눈치가 없다

 금방이라도 달려들 기세다 → 곧 달려들 듯하다


  ‘기세(氣勢)’는 “1. 기운차게 뻗치는 모양이나 상태 ≒ 세염·형세 2. 남에게 영향을 끼칠 기운이나 태도”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기운·기운결·힘·힘결’이나 ‘몸짓·발자국·듯하다·듯싶다’나 ‘바람·바람결·빛·빛결·빛살’로 손봅니다. ‘통·풀·불·불길·불꽃·들불’이나 ‘물결·물줄기·너울·바다’로 손볼 만하고, ‘낌새·눈치·흐름·떳떳하다’나 ‘판·마당·터·결·-뿐’으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기세’를 여섯 가지 더 싣는데 모두 털어냅니다. ㅅㄴㄹ



기세(氣勢) : [경제] 증권 시장에서, 실제 거래는 없으면서 값만 형성되는 일. 또는 그 값

기세(飢歲/饑歲) : 농작물이 예년에 비하여 잘되지 아니하여 굶주리게 된 해

기세(幾歲) : 몇 해

기세(棄世) : 1. 세상을 버린다는 뜻으로, 웃어른이 돌아가심을 이르는 말 ≒ 하세

기세(棋勢/碁勢) : 바둑이나 장기 따위에서 보이는 승패의 형세

기세(欺世) : 세상을 속임



이리하여 슈베르트는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그저 일사천리의 기세로 마구 썼다

→ 이리하여 슈베르트는 도깨비에 홀린 사람처럼 그저 거침없이 마구 썼다

→ 이리하여 슈베르트는 도깨비에 홀린 사람처럼 그저 거센 물결처럼 마구 썼다

→ 이리하여 슈베르트는 도깨비에 홀린 사람처럼 그저 힘차게 마구 썼다

→ 이리하여 슈베르트는 도깨비에 홀린 사람처럼 그저 쉴새없이 마구 썼다

→ 이리하여 슈베르트는 도깨비에 홀린 사람처럼 그저 쉬잖고 마구 썼다

《슈베르트》(폴 란돌미/김자경 옮김, 신구문화사, 1977) 37쪽


그 자리엔 불길만이 기세 등등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 그 자리엔 불길만이 활활 타올랐다

→ 그 자리엔 불길만이 무섭게 타올랐다

→ 그 자리엔 불길만이 기운차게 타올랐다

→ 그 자리엔 불길만이 무시무시하게 타올랐다

《체르노빌의 아이들》(히로세 다카시/육후연 옮김, 프로메테우스출판사, 2006) 20쪽


그 자식, 어쩐지 기세등등하더라

→ 그 녀석, 어쩐지 우쭐대더라

→ 그놈, 어쩐지 콧대가 높더라

→ 그 녀석, 어쩐지 막나가더라

→ 그놈, 어쩐지 어깨에 힘있더라

《후타가시라 1》(오노 나츠메/정은서 옮김, 애니북스, 2013) 149쪽


10월 내내 파죽지세의 기세로 당도한다는 것이다

→ 10월 내내 거침없이 찾아온단다

→ 10월 내내 물밀듯이 찾아온단다

→ 10월 내내 죽죽 찾아온단다

→ 10월 내내 엄청나게 찾아온단다

《귀소 본능》(베른트 하인리히/이경아 옮김, 더숲, 2017) 80쪽


숲을 향해 엄청난 기세로 달려갔습니다

→ 숲으로 엄청 기운차게 달려갔습니다

→ 숲으로 엄청 씩씩하게 달려갔습니다

《사노 요코 돼지》(사노 요쿄/이지수 옮김, 마음산책, 2018) 83쪽


그 기세로 전부 떨어트려 버려

→ 그 기운으로 다 떨어트려 버려

→ 그 힘으로 몽땅 떨어트려 버려

→ 그 흐름으로 죄 떨어트려 버려

→ 그 결로 모두 떨어트려 버려

《드래곤볼 슈퍼 8》(토요타로·토리야마 아키라/유유리 옮김, 서울문화사, 2019) 64쪽


일꾼들의 기세를 한층 더 높여 주었다

→ 일꾼들 기운을 한결 더 높여 주었다

→ 일꾼들을 한껏 더 북돋아 주었다

《나의 살던 북한은》(경화, 미디어 일다, 2019) 23쪽


숨을 적게 쉬면 말의 기세가 오른다

→ 숨을 적게 쉬면 말힘이 오른다

→ 숨을 적게 쉬면 말이 너울친다

《아카네 이야기 3》(스에나가 유키·모우에 타카마사/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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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956 : 실시간 속독의 행위 관찰 되다



실시간(實時間) : 실제 흐르는 시간과 같은 시간

속독(速讀) : 책 따위를 빠른 속도로 읽음

행위(行爲) : 1. 사람이 의지를 가지고 하는 짓

관찰(觀察) : 사물이나 현상을 주의하여 자세히 살펴봄



바로바로 지켜볼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곧장 바라보기도 합니다. 빨리 읽어내니 단출히 ‘빨리읽기’라 합니다. 읽는 눈매나 손길이 빠르구나 싶어서 ‘빠른읽기’라 해도 어울립니다. 지켜보는 사람은 지켜봅니다. 바라보는 사람은 바라봅니다. 보살피는 사람은 삶도 매무새도 말도 보살핍니다. 돌아보는 사람은 살림도 몸짓도 글결도 돌아봅니다. ㅅㄴㄹ



빈자리에 앉아서 실시간으로 속독의 행위를 관찰하는 사람이 되었다

→ 빈자리에 앉아서 빨리읽기를 바로바로 지켜보았다

→ 빈자리에 앉아서 빠른읽기를 곧장 바라보았다

《읽는 생활》(임진아, 위즈덤하우스, 202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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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738 : 만약 불매운동 소수 그것 영향 주지 것



만약(萬若) :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뜻밖의 경우 = 만일

불매운동(不買運動) : [사회 일반] 어떤 특정한 상품을 사지 아니하는 일. 보통 그 상품의 제조 국가나 제조업체에 대한 항의나 저항의 뜻을 표시하기 위하여 행한다

소수(少數) : 적은 수효

영향(影響) : 어떤 사물의 효과나 작용이 다른 것에 미치는 일



몇몇 사람만 끊는다면 하나도 못 바꿀는지 모릅니다. 몇 안 되는 사람부터 내친다면 조금씩 바꿀는지 몰라요. 멀리하는 사람이 하나뿐이라 힘이 없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손사래치는 한 사람이 있기에, 천천히 씨앗으로 깃들어 사랑스러이 힘을 내기도 합니다. 더 많아야 바꾸지 않습니다. 몇몇 사람이라서 못 고치지 않아요. 마음을 기울이기에 나라를 바꾸고, 마을을 북돋우고, 보금자리를 가꾸고, 우리말결을 추스릅니다. ㅅㄴㄹ



만약 불매운동을 벌이는 사람들이 소수라면 그것은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할 것입니다

→ 끊는 사람이 적다면 하나도 바꾸지 못합니다

→ 내치는 사람이 뜸하면 조금도 못 바꿉니다

→ 손사래치는 사람이 드물면 아무 힘이 없습니다

→ 멀리하는 사람이 몇 안 되면 힘을 못 씁니다

《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 3》(노암 촘스키/이종인 옮김, 시대의창, 2005) 1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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