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읽기 2024.2.27.

책하루, 책과 사귀다 197 이제부터



  어릴 적에는 책이 드물고, 읽을 만한 책도 적었는데, 좀 읽고 싶은 책이 있어도, 책읽기에 품을 들이기 빠듯했습니다. 첫째, 심부름이 엄청납니다. 날마다 심부름이 안 끊이는데, 어머니가 맡은 집안일이며 살림을 헤아리면 심부름을 안 하고 못 배겨요. 밤늦게까지 일하고 새벽 일찍 일어나는 어머니를 늘 지켜보니, 심부름으로도 하루가 갑니다. 둘째, 배움터에서 내주는 짐(숙제)이 무시무시합니다. 요새야 짐이 적거나 없다지만, 지난날에는 어린이가 밤샘을 해도 못 해낼 만큼 끔찍한 짐더미였어요. 보다 못한 어머니가 바쁜 집안일을 미루고서 작은아이 짐을 거들기까지 해주셨어요. 셋째, 놀이입니다. 아무리 심부름에 짐더미로 벅차도 쪽틈을 내어 어떻게든 놀고, “이튿날 좀 얻어맞지 뭐.” 하면서 놀았어요. 오늘날 어린이는 배움판(학교 + 학원) 탓에 책을 읽을 겨를이 없다지요? 예나 이제나 어린이는 참으로 억눌리며 시달립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지난날과 달리, 아름책이 참 많아요. 비록 지난날에는 어린이가 가까이할 아름책이 드물었어도, 오늘날에는 이제부터 읽을 아름책이 두루 있기에, 아이하고 어른이 함께 ‘아름 어린이책·아름 그림책·아름 그림꽃책(만화책)’을 곁에 두면, 서로 나란히 새롭게 크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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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읽기 2024.2.27.

책하루, 책과 사귀다 196 건국전쟁



  일본수렁이 기나길던 무렵 모든 사람이 허덕이거나 괴롭거나 굶지 않았습니다. 일본수렁인 탓에 오히려 떵떵거리거나 돈·이름·힘을 움켜쥔 무리가 무척 많습니다. 웃사내질로 가득하고 위아래틀로 서슬퍼런 조선 오백 해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억눌리지 않았습니다. 임금뿐 아니라 벼슬아치나 나리 한 마디에도 숱한 순이돌이는 모가지가 날아가고 온집안이 박살났지만, 그때에도 잘 먹고 잘 사는 무리가 많았습니다. 〈건국전쟁〉 같은 보임꽃이 나올 수 있습니다. 아무리 이 나라를 어지럽히고 망가뜨리고 뒷짓에 막짓을 서슴지 않던 이승만이라고 하더라도, 이이가 나라지기란 이름으로 우쭐거리던 무렵조차 배불리 살던 이들이 수두룩합니다. 기나긴 일본수렁에 시달렸지만, 사람들은 일본앞잡이를 몽땅 쳐죽이지 않았어요. 그렇게 들볶였어도 너그러이 봐주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앞잡이는 이승만을 앞세워 그들 허물을 감추려 했고, ‘공산주의 박살내기·갈라치기’를 외치면서 뜬금없이 사람들이 스스로 서로 미워하고 죽이는 수렁을 다시 팠습니다. 이승만은 ‘자유·민주를 공산주의한테서 지킨 우두머리’가 아니라, 거꾸로 ‘자유·민주를 더 박살내고 짓뭉갠 앞잡이’요, 이러면서 온나라를 갈라치기로 물들인 막놈일 뿐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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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민낯 맨낯 삶낯 (2023.4.22.)

― 서울 〈숨어있는 책〉



  누구나 늘 무슨 말을 합니다. 느끼고 보고 헤아리는 하루를 말로 옮깁니다. 이제까지 살아오며 배운 얼거리로 말을 폅니다. 오늘까지 익히고 다진 숨결을 말에 담습니다. 깊거나 넓게 말을 들려주는 사람이 있고, 얕거나 어설피 말을 내뱉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넘어지면서 다릿심을 기릅니다. 아이들은 다치고 멍들면서 튼튼하게 큽니다. 어른도 넘어질 때가 있고, 자꾸 다칠 수 있습니다. 아이나 어른 모두 잘못을 숱하게 저지르면서 뒤늦게 배우게 마련입니다. 잘못을 저지르느냐 마느냐는 썩 대수롭지 않습니다. 잘못을 뉘우칠 줄 알면 되고, 허물을 곱씹으면서 거듭나려고 애쓸 노릇입니다.


  예부터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인다”고 했습니다. 고개숙일 줄 알기에, 아이에서 어른으로 나아갑니다. 고개를 안 숙이니까, 아이에서 철딱서니없는 놈팡이로 건너가더군요.


  봄빛을 느끼는 저녁에 〈숨어있는 책〉에 찾아옵니다. 이 책도 고르고 저 책도 집습니다. 시골집에서 몇 달 동안 느긋이 읽을 책을 잔뜩 고릅니다. 시골에는 풀꽃나무에 개구리에 새에 풀벌레가 둘레에 넘실넘실이되, 둘레에 책집이 없고 ‘책읽는 이웃’도 없다시피 합니다.


  서울을 떠나 시골로 삶터를 옮길 뜻이 있는 분이라면, 논밭일뿐 아니라 책읽기를 하려는 마음도 품기를 바라요. 논밭일에만 온하루를 쏟지 말고, 하루 한나절씩 가만히 읽고 쓰고 새기는 삶을 짓는 꿈으로 시골살이를 하기를 바랍니다.


  돈만 벌거나, 이름만 날리거나, 힘만 부리는, 이런 바보스런 삶은 스스로 죽음길로 치달아요. 살림을 가꾸고, 사랑을 나누고, 생각을 짓는, 이런 어진 삶은 스스로 삶노래로 뻗습니다. 민낯이 살림낯이니 고와요. 맨낯이 숲낯이니 아름다워요. 민낯이 돈버러지라면 얼뜨지요. 맨낯이 힘바치라면 가엾습니다.


  스스로 배우고 익히는 사람은 늘 스스로 새롭게 섭니다. 스스로 안 배우고 안 익히는 사람은 늘 고리타분합니다. 아이를 돌보는 어버이가 있지만, ‘아이돌봄 시늉’을 하는 철없는 이가 있습니다. 살림을 짓고 책을 읽고 풀꽃나무를 품는 어른이 있으나, ‘책읽는 흉내’에 그치는 겉발림이 있어요. 잘 해내야 하지 않습니다. 사랑으로 찬찬히 펴면서 거듭날 일입니다. 잘못했으면 고개숙이면서 고쳐나갈 노릇입니다. 고개를 빳빳이 세울수록 쭉정이처럼 나부대다가 쓰러집니다.


  서울마실을 하며 책을 실컷 보았으니, 이제 쉬러가야겠습니다.


ㅅㄴㄹ


《식민지의 四季》(죠지 오웰/장윤환 옮김, 청람, 1980.5.10.2벌)

《굶는 광대》(프란츠 카프카/김창활 옮김, 태창, 1978.9.15.)

《傳敎大師》(竹內芳衛, 日本打球社, 1943.3.25.첫/1943.8.15.재판.)

- 書籍·文具 柳商會. 京城府明倫町二丁目一五. 電話東局 ⑤三一五番

- 일본 천태종 

《王子와 탈》(최인훈, 문장, 1980.5.5.첫/1980.7.10.재판)

《국민정신무장독본 2 민주주의의 참된 모습》(오천석, 현대교육총서출판사, 1968.6.15.)

《朝日政治經濟叢書 6 婦人參政權の話》(朝日新聞社 政治經濟部 엮음, 朝日新聞社, 1930.11.30.)

《유니베르타스문고 1 현대물리학의 자연상》(W.하이젠베르크/이필렬 옮김, 이론과실천, 1991.12.5.)

《죽을 준비》(손철, 상아, 1989.4.20.)

《작은 시집》(김연희, 꾸뽀몸모, 2015.1.2.)

《서울에서 보낸 3주일》(장정일, 청하, 1988.8.30.첫/1988.9.20.2벌)

《조치훈 1주일 완성 최신바둑첫걸음》(조치훈, 행림출판, 1985.10.20.)

- 문경서적 책싸개 한서부 T.22-8558 양서부 T.26-5069

《과학사의 뒷이야기 3》(이준범 엮음, 삼안출판사, 1978.1.30.첫/1980.2.1.재판)

- 우주여행과 전자두뇌와 로봇이 지배하는 2001년의 과학세계를 해부하는 시리이즈

- 범우서점. 각종일반서적·학교참고서. 안양 2-7099 천주교회 옆.

《종이비행기》(편집부 엮음, 산하, 1990.1.20.)

《霧津紀行》(김승옥, 범우사, 1977.5.5.첫/1979.10.20.중판)

《분홍의 시작》(남길순, 파란, 2018.8.20.)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정숙자, 파란, 2017.6.26.)

《슬픔의 불을 꺼야 하네》(최명진, 걷는사람, 2023.1.25.)

《발코니 유령》(최영랑, 실천문학사, 2020.11.16.)

《억울한 세금 내지 맙시다》(윤종훈, 보리, 1996.10.15.)

《내가 여전히 나로 남아야 함은 아직도 널 사랑하기 때문이다》(김기만, 지원, 1990.12.10.첫/1991.4.15.5벌)

《낙타는 십리 밖 물 냄새를 맡는다》(허만하, 솔, 2000.10.5.)

《그대가 밟고 가는 모든 길 위에》(신경림·이시영 엮음, 창작과비평사, 1985.3.30.)

《배의 歷史》(김재근, 정우사, 1980.1.25.)

《韓國文學全集 13 兪鎭午 選集》(박세준 엮음, 선진문화사, 1973.5.1.)

- 新女苑 5월호 別冊際錄

《荒無地에 뿌리를 내리고》(김용기, 노벨문화사, 1972.9.23.)

《韓國兒童文學論》(이상현, 동화출판공사, 1976.9.10.)

《나라사랑 43집 별책》(백낙준 엮음, 외솔회, 1982.6.30.)

《辭說時調全集》(김제현 엮음, 영언문화사, 1985.4.30.)

《愛國歌와 安益泰》(김경래, 성광문화사, 1978.1.20.)

《우리글 바로쓰기》(이오덕, 한길사, 1989.10.28.)

《한글의 역사와 미래》(김정수, 열화당, 1990.10.8.)

《발해사 연구 7》(장월영 엮음, 연변대학출판사, 1996.12.)

《辛亥革命史》(左舜生/정병학 옮김, 문교부, 1965.3.10.)

《Martin Chambi》(Amanda Hopkinson 엮음, Phaidon, 2001.)

《Mathew Brady》(Mary Panzer 엮음, Phaidon, 2001.)

《80년대 대표소설》(편집부 엮음, 현암사, 1989.12.15.)

《새(鳥)說話 硏究》(강신영,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1997.2.)

《아시아의 축제》(유네스코 아시아 문화센터 엮음/김유진 옮김, 일지사, 1976.11.20.)

- 우리 명숙이의 지속적인 발전을 빌면서, 롯데백화점에서 오빠와 함께 어린이날을 기념하면서 1981.5.5.

- 一九八六.十.九. 한글날 연희동에서 기문이 주려고 사다. 동화책을 보면 내 사랑하는 기림이·기문이에게 사주고 싶다.

《세계과학문고 : 끝없는 집념》(박동현·현정순 엮음, 한국과학기술진흥재단, 1980.5.1.)

- 독후감은 이렇게 쓰자

- 제2회 전국학생 과학문고 읽기 운동

- 과학책 읽어 나라 힘 꽃피우자

《2016 한글을 듣다》(편집부 엮음, 국립한글박물관, 2020.12.23.)

《講談社文庫 A8 羅生門·偸盜·地獄變·往生繪卷》(芥川龍之介, 講談社, 1971.7.1.)

《哲學の人間學的原理》(チェルヌイシェフスキ-/松田道雄 옮김, 岩波書店, 1955.11.25.첫/1957.1.20.2벌)

《世界史のなかの明治維新》(芝原拓自, 岩波書店, 1977.5.20.첫/1977.7.15.2벌)

《寫眞の讀みかた》(名取洋之助, 岩波書店, 1963.11.20.첫/1964.8.10.4벌)

《유승준 사진집 INFINITY》(김중만 사진, 김영사, 2001.9.17.)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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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눈길 고무신 (2023.12.22.)

― 광주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



  큰고장과 서울에서 지낼 적에 고단하던 한 가지는 ‘신’입니다. 발에 꿰는 살림인 ‘신’은 으레 플라스틱덩이라 바람이 안 들어요. 고삭부리로 태어나 코머거리랑 살갗앓이로 고달피 어린날을 보낼 적에 ‘폴리옷’은 남이 입은 옷을 스치기만 해도 며칠씩 살갗이 빨갛게 부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슈트’라 일컫는 하늬옷을 차려야 점잖다고 여기지만, 이른바 ‘양복’ 옷감은 살갗앓이로 고단한 사람한테는 사나운 멍에입니다. 저는 ‘양복 입은 이’ 곁에는 아예 안 있으려고 합니다.


  2003년 가을부터 이오덕 어른 글살림을 갈무리하는 일을 하느라 충주 무너미마을에 깃들며 처음으로 고무신을 꿰었습니다. 고무신은 큰고장과 서울 옛저자 신집에서도 살 수 있더군요. 발가락과 발바닥이 숨쉴 틈이 많은 고무신을 만난 뒤로는 이제 한겨울에도 고무신만 뀁니다. 2003년에는 한 켤레 3000원이었고, 2023년에는 6000원입니다.


  눈덮인 광주로 살짝 마실을 나왔습니다. 고무신으로 눈길을 걷기란 만만하지 않고, 발가락도 업니다. 미끄러울수록 더 느긋이 걷고, 발가락이 얼수록 더 오래 쉽니다. 저녁에 만날 분한테 찾아가기 앞서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에 들릅니다. 호젓한 골목길을 가만히 밝히는 마을책집입니다.


  어쩐 일인지 불이 훅 나갔는데, 불빛이 없으니 한결 고즈넉이 앉아서 책을 펼칠 만합니다. 우리 시골집은 조금 어둡게 건사하기에 밤이 익숙해요. 깜깜한 책집에 앉아서 살며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기도 합니다. 불이 없으면 별을 보면 됩니다. 불빛에 기대는 서울살림이 너무 퍼진 탓에 별과 해를 자꾸 잊게 마련입니다.


  누구나 다 다르게 마음을 다스리는 길을 배우는 하루입니다. 알고 보면, 나중에 뒤돌아보면, 곰곰이 새기면, ‘잘못·말썽·사달·저지레’는 없더군요. 다 다르게 겪는 수렁이나 굴레나 차꼬이기도 하면서, 다 다르게 헤치고 견디고 넘으면서 새롭게 거듭나는 길이에요. 다만, 스스로 잘못을 저질렀으면 스스로 뉘우쳐서 깨끗하게 거듭날 일입니다. 저지레를 멈추고서 사랑으로 피어나는 길을 찾을 노릇이고요.


  전라남도에서 열 몇 해를 사노라니, 이 고장 적잖은 벼슬아치하고 글바치는 몇 가지 틀에 갇히거나 가두면서 숱한 ‘잘못·말썽·사달·저지레’를 두루뭉술 감추거나 덮더군요. 배우거나 고치거나 거듭나는 분이 뜻밖에 드물어요.


  하나하나 따지자면, 전남뿐 아니라 전북도, 경남과 경북도, 서울과 경기도, 엉터리는 다 엉터리입니다. 어른은 다 어른입니다. 고장 탓을 할 일은 없습니다. 별빛을 받아들이고 말빛을 새기면서 마음을 가꿀 적에 비로소 사람다울 수 있습니다.


ㅅㄴㄹ


《물망초》(요시야 노부코/정수윤 옮김, 을유문화사, 2021.5.30.)

《열화당 사진문고 : 도마쓰 쇼메이》(도마쓰 쇼메이 사진, 이안 제프리·최봉림 글, 열화당, 2003.3.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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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개인 個人


 개인 자격으로 참가하다 → 혼자 끼다

 이것은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 이 일은 나 혼자 일이 아니다

 개인 감정으로 처리하면 → 네 멋대로 다루면

 개인 차원에서 해결하다 → 조용히 풀다 / 따로 풀다

 개인의 의견을 개진하다 → 한사람 뜻을 펴다


  ‘개인(個人)’은 “국가나 사회, 단체 등을 구성하는 낱낱의 사람”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내 생각으로는·내가 보기로는”이나 “내 나름대로·제 나름대로”나 ‘나로서는·깜냥’으로 손질합니다. 혼자서 바라보기에 ‘나·낱·너’나 ‘사람·한사람·누·누구’으로 손질할 수 있고, 여럿이서 바라보기에 ‘우리·저희·저마다’로 손질할 만합니다. 혼자서 바라보는 만큼 ‘혼자·홑·홀·홀로·한사람·하나’라 손질할 수 있고, 이야기 흐름을 살펴서 ‘따로·딴·다른’이라 손질하면 됩니다. ‘몸소·손수·스스로’나 ‘조용히·소리없이’로 손질해도 어울립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개인’을 세 가지 더 실으나 다 털어냅니다. ㅅㄴㄹ



개인(改印) : 1. 도장을 본디 모양과 다르게 고쳐 새김 2. 신고된 인감(印鑑)을 바꿈

개인(開印) : [역사] 관아에서 연말에 사무를 마무리하고 넣어 둔 관인(官印)을, 연초에 다시 사무를 시작하면서 꺼내던 일

개인(蓋印) : 관인(官印)을 찍음 = 답인



개인사정이 있더라도 단체생활을 위해

→ 일이 있더라도 모둠살이를 살펴

→ 바쁘더라도 같이살기에

《생각의 충돌》(김병원, 자유지성사, 2000) 171쪽


개인의 삶을 전체적으로 디자인한다면 위험부담이 상당히 큰 방식인데

→ 우리 삶을 두루 그린다면 무척 버거운 길인데

→ 한 사람 삶을 크게 그린다면 퍽 힘든 길인데

《88만 원 세대》(우석훈, 레디앙, 2007) 50쪽


개인이 구매하기 어려운 책을 도서관이 대신 구비해 주는 것이 옳지만

→ 우리가 사기 어려운 책을 책숲이 갖추어 주어야 옳지만

→ 사람들이 사들이기 어려운 책을 책숲이 갖추어야 옳지만

《도서관 산책자》(강예린·이치훈, 반비, 2012) 158쪽


개인들이 각자의 목소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해

→ 사람들이 제 목소리를 다스려야 해

→ 사람들이 저마다 제 목소리를 돌봐야 해

《두려움과의 대화》(톰 새디악/추미란 옮김, 샨티, 2014) 58쪽


개인의 입맛도 그렇지만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집단적인 입맛은 더 그렇다

→ 한 사람 입맛도 그렇지만 이 땅에 사는 숱한 사람들 입맛은 더 그렇다

→ 한 사람 입맛도 그렇지만 이 땅에 사는 여러 사람 입맛은 더 그렇다

《우리 음식의 언어》(한성우, 어크로스, 2016) 29쪽


개인 수련시간이 절대 부족했다. 마음이 조바심으로 전전긍긍했다

→ 혼자 갈고닦을 틈이 거의 없었다. 그저 조마조마했다

→ 홀로 익힐 겨를이 매우 짧았다. 마음을 매우 졸였다

→ 혼자 갈고닦을 짬이 아주 모자랐다. 조바심이 가득했다

→ 홀로 익힐 겨를이 없다시피 했다. 조바심이 넘쳤다

《나는 오늘도 수련하러 갑니다》(김재덕, 스토리닷, 2018) 22쪽


개인사정으로 오늘 하루 가게 문을 닫습니다

→ 일이 있어 오늘 하루 가게를 닫습니다

→ 볼일 탓에 오늘 하루 가게를 닫습니다

《개굴 상점 1》(카니탄/김서은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0) 149쪽


개인 수련으로는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 있어

→ 혼자 갈고닦아서는 뛰어넘을 수 없어

→ 혼잣힘으로는 도무지 뛰어넘을 수 없어

→ 한 사람만으로는 못 뛰어넘어

《드래곤볼 슈퍼 14》(토요타로·토리야마 아키라/유유리 옮김, 서울문화사, 2021) 10쪽


성폭력은 개인이 당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폭력 중 하나다

→ 노리개질은 아주 끔찍한 주먹질이다

→ 더럼짓은 더없이 끔찍한 주먹다짐이다

《갈등 해결 수업》(정주진, 철수와영희, 2021) 190쪽


그런 건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 사람마다 다 다르긴 하지만

→ 누구나 다르긴 하지만

《서른 살 청춘표류》(김달국·김동현, 더블:엔, 2021)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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