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행태 行態


 음주 행태 → 술짓 / 술지랄

 사재기 행태 → 사재기 / 사재기질

 파렴치한 행태를 보였다 → 고얀짓을 보였다 / 망나니꼴을 보였다

 비도덕적인 행태에 국민들은 분노를 느꼈다 → 사람들은 난봉질에 불타올랐다

 아들의 행태와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 이들 착한척과도 동떨어지지 않다


  ‘행태(行態)’는 “행동하는 양상.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쓴다”처럼 풀이합니다. ‘꼴·꼬라지·꼬락서니’나 ‘-질·짓·짓거리·지랄’이나 ‘나쁜척·나쁜체·착한척·착한체’로 고쳐씁니다. ‘모습·몸짓·몸지음·몸새·시늉’이나 ‘움직이다·온몸놀림·온몸그림’으로 고쳐쓰고, ‘펴다·펼치다’나 ‘하다·하는 짓·해놓다·해대다·해대다·해주다’나 ‘-살이·삶·짝’으로 고쳐써요. ‘척·척하다·체·체하다’나 ‘아웅·얼룩·티·티내다’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ㅅㄴㄹ



자유주의의 정반대 편에 서는 퇴행적 행태를 보였고

→ 날갯짓과 맞은쪽에 서는 뒷걸음을 쳤고

→ 나려펴기와 맞은쪽에 서는 뒷걸음질을 했고

→ 마음날개와 맞은쪽에 서는 낡은 길을 걸었고

→ 활갯짓과 맞은쪽에 서는 얄궂은 모습을 보였고

→ 혼넋을 거스르는 케케묵은 모습을 보였고

→ 스스로하기와는 거꾸로 치닫는 몸짓을 보였고

《싸구려 모텔에서 미국을 만나다》(마이클 예이츠/추선영 옮김, 이후, 2008) 208쪽


그야말로 천인공노할 악마의 행태

→ 그야말로 무시무시하고 나쁜 짓

→ 그야말로 끔찍하고 사나운 짓

→ 그야말로 하늘이 울 더럼짓

《절대미각 식탐정 15》(테라사와 다이스케/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9) 16쪽


아예 체계적인 훼손에 앞장서는 후안무치의 행태?

→ 아예 앞장서서 차근차근 망가뜨리는 어리석은 짓?

→ 아예 앞장서서 하나하나 망가뜨리는 뻔뻔한 모습?

→ 아예 앞장서서 자근자근 망가뜨리는 부라퀴?

→ 아예 앞장서서 착착 망가뜨리는 볼썽사나운 모습?

→ 아예 앞장서서 골고루 망가뜨리는 괘씸한 모습?

《나쁜 감독, 김기덕 바이오그래피 1996-2009》(마르타 쿠를랏/조영학 옮김, 가쎄, 2009) 79쪽


그러나 더욱 황폐하고 반교육 행태가 판을 치는 도시 학교 풍토를 견딜 수 없기 때문에

→ 그러나 더욱 거칠고 엉터리가 판을 치는 서울 배움터를 견딜 수 없기 때문에

→ 그러나 더욱 메마르고 엉망인 큰고장 배움판를 견딜 수 없기 때문에

《이오덕,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이주영, 보리, 2011) 30쪽


오키나와에 대한 무지의 단순화는 의식적인 회피와 냉혹한 일본인의 행태를 보여준다

→ 철없을 만큼 오키나와를 모르는 일본사람은 짐짓 등돌리면서 차갑다

→ 멍청할 만큼 오키나와를 모르는 일본사람은 아주 등지면서 매몰차다

《오키나와 노트》(오에 겐자부로/이애숙 옮김, 삼천리, 2012) 171쪽


무차별적으로 자연에 독을 뿌리는 행태

→ 함부로 숲에 죽음물을 뿌리는 짓

→ 들숲에 마구 좀물을 뿌리는 짓

→ 숲에 아무렇게나 사납물을 뿌리는 짓

《늑대의 숨겨진 삶》(짐 더처·제이미 더처/전혜영 옮김, 글항아리, 2015) 184쪽


남성 루저로 상정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집요하게 폭력적인 언행을 쏟아내고 저주하고 조리돌림하는 행태는 분명히 잘못됐다

→ 진놈으로 놓고, 진놈한테 끈질기게 막말을 쏟아내고 미워하고 조리돌림하는 짓은 틀림없이 잘못이다

《불편부당 1 왜 이대남은 반페미가 되었나》(박가분 엮음, ㅁㅅㄴ, 2022) 1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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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생태계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30
이상수 지음, 방승조 그림 / 철수와영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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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 환경책 읽기 2024.3.3.

숲책 읽기 214


《선생님, 생태계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이상수 글

 방승조 그림

 철수와영희

 2023.9.18.



  《선생님, 생태계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이상수, 철수와영희, 2023)를 읽으면서 ‘생태계’라는 한자말을 곱씹습니다. 우리로서는 ‘숲·숲터’나 ‘푸른길·푸른살림’이나 ‘들빛·들살림’으로 옮길 만합니다. 때로는 ‘먹이사슬·먹이길’로 옮길 수 있어요.


  들과 숲이 들빛과 숲빛으로 푸르자면, 들에 들풀이 자라고 숲에 숲나무가 우거질 노릇입니다. 들풀을 알려면 들노래를 부르면서 어울릴 노릇이고, 숲나무를 알려면 숲바람을 마시면서 어깨동무할 일입니다. 섣불리 서울눈으로 들숲바다를 따지거나 재서는 모두 놓치게 마련입니다.


  온누리가 푸르기를 바란다면 ‘푸르다’라는 낱말을 마음에 담을 일입니다. ‘녹색·초록’이나 ‘그린·자연·생태·환경’으로는 푸른길을 엿보지 않더군요. 생각해 봐요. 숲을 숲이라 않고서 ‘자연’이라 할 적에는 꺼풀을 씌운 셈입니다. 들빛을 들빛이라 않고서 ‘생태계’라 할 적에는 허울을 씌운 셈입니다.


  어린이는 어린이일 뿐, ‘아동’이 아닙니다. 어린이는 늘 어린이인데, 둘레에서는 으레 ‘초등학생’이라고 여기더군요. 그러나 어린이한테 붙인 우리말 ‘어린이’하고 어른한테 붙인 우리말 ‘어른’이 어떤 말밑이고 말결이면서 말빛인가를 읽고 느끼고 마음에 담을 때라야, 어린이하고 어른이 어깨동무하는 새길을 스스로 배우고 베풀 수 있습니다.


  《선생님, 생태계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를 펴면, “모기는 사람에게 가장 위험한 동물이기도 해요(42쪽).”나 “투구게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부터 인류를 구해 냈어요(46쪽).”처럼 끔찍하구나 싶은 말이 불쑥 나옵니다. 어떻게 ‘사람한테 가장 몹쓸 목숨’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사람한테 가장 몹쓸 녀석이란, 바로 ‘사람’일 텐데요. 총칼을 쥔 사람과, 붓을 함부로 놀리는 사람과, 돈을 아무렇게나 거머쥐는 사람과, 힘을 마구마구 부리는 사람이야말로 ‘사람한테 가장 몹쓸 부스러기’라고 느낍니다.


  투구게가 사람을 살렸다는 말이 왜 끔찍한지 읽어내야지 싶습니다. 미리맞기(예방주사)에 쓰이느라 목숨을 빼앗긴 투구게입니다. 투구게가 한몸을 바쳐서 사람을 살려야 할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사람한테만 이바지해야 고맙거나 좋은 목숨일는지 다시 짚을 노릇입니다.


  들숲바다에서 살아가는 뭇숨결은 아무런 미리맞기가 없어도 ‘사람 탓’이 아니면 아프거나 앓을 일이 없습니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먼지바람도 모질지만, 우리나라에서 피어나는 먼지바람도 매섭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왜 어떻게 어디에서 먼지바람이 일어나는지 살펴보기를 바라요. 쇳물집(제철소)이 있는 포항과 인천과 광양 같은 고장에서는 쇳가루바람이 뒤덮어 숨조차 쉬기 어려운 줄 아는 어린이나 어른이 얼마나 될까 헤아릴 노릇입니다.


  들숲을 지키려면 사람이 스스로 배울 일입니다. 푸르게 살아갈 길을 다시 배우고, 부릉부릉 매캐한 쇳덩이를 내려놓고, 서울에서 떠나면서 서울 한복판을 오롯이 숲터로 바꿀 일입니다. 이러면서 말을 말답게 쓰면서 마음에 맑게 담는 길도 처음부터 새로 배워야겠지요.


ㅅㄴㄹ


살아서는 똥으로 바다 생태계를 풍요롭게 하고, 죽어서는 탄소를 바다 밑에 묻어 놔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을 막아 주는 것이 바로 고래예요. (29쪽)


지속적인 숲의 파괴로 전 세계 나무의 3분의 1이 멸종 위기에 처했어요. 숲이 사라지면 숲을 중심으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야생 동물가 식물은 물론 인간이 받는 숲의 혜택도 사라질 수밖에 없어요. (32쪽)


생물 다양성 안에서 모든 생물은 서로를 지지하는 버팀목과 같아요. (40쪽)


생태계에서 소똥구리의 역할은 청소부이자 분해자, 동물들의 건강 지킴이로 알려져 있어요. 소똥구리가 똥을 청소하지 않았다면 숲과 들은 금세 똥밭으로 변했을 거예요. (73쪽)


+


흙이나 물, 공기 등 생물이 아닌 환경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요

→ 흙이나 물, 바람처럼 우리 터전과 삶을 주고받아요

→ 흙이나 물, 바람처럼 우리 둘레와 주고받으며 살아가요

16쪽


열대 우림은 덥고 습하며 매일 비가 내려요

→ 더운비숲은 덥고 축축하며 늘 비가 내려요

→ 더운숲은 덥고 추지며 날마다 비가 내려요

16쪽


생태 피라미드는 먹이사슬 피라미드라고 할 수 있어요

→ 푸른틀은 먹이사슬이라고 할 수 있어요

→ 푸른틀은 먹이메라고 할 수 있어요

18쪽


1차 소비자, 2차 소비자, 3차 소비자가 순서대로 자리잡고 있어요

→ 첫째 손님, 둘째 손님, 셋째 손님이 차곡차곡 자리잡아요

→ 으뜸 살림이, 버금 살림이, 딸림 살림이가 이어서 자리잡아요

19쪽


생태계를 집이라고 한다면, 핵심종은 대들보와 같아요

→ 숲을 집이라고 한다면, 알짬은 대들보와 같아요

→ 숲터를 집이라고 한다면, 바탕꽃은 대들보와 같아요

21쪽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변신하는 우화(羽化)를 하는데, 도시의 불빛에 이끌려

→ 번데기에서 어른벌레로 날개돋이를 하는데, 서울에서 불빛에 이끌려

25쪽


고래가 배설을 통해 깊은 바다의 양분을 펌프처럼 물 위로 끌어올리는 현상을 말해요

→ 고래는 똥오줌을 누며 깊은 바다 거름을 물낯으로 끌어올려요

→ 고래는 똥오줌을 눌 적에 깊은 바다 두엄을 물낯으로 자아요

27쪽


가끔씩 물 위로 올라와

→ 가끔 물낯으로 올라와

27쪽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을 막아 주는 것이 바로 고래예요

→ 푸른별이 안 뜨겁도록 막는 고래예요

→ 고래는 푸른별이 안 뜨겁도록 막아 줘요

29쪽


지속적인 숲의 파괴로

→ 숲을 꾸준히 망가뜨려

→ 숲을 자꾸 짓밟아

32쪽


생물 다양성 안에서 모든 생물은 서로를 지지하는 버팀목과 같아요

→ 너른숲에서 모든 숨결은 서로를 버티는 나무와 같아요

→ 두루숲에서 모든 목숨은 서로 버팀나무 같아요

40쪽


나뭇잎을 전문적으로 먹는 초식 동물이 되었어요

→ 나뭇잎을 즐겨먹는 풀짐승이 되었어요

→ 나뭇잎을 즐기는 풀밥짐승이 되었어요

54쪽


산호가 온몸으로 보내는 마지막 조난 신호예요

→ 바다꽃이 온몸으로 마지막 벼락불을 보내요

93쪽


생태계 교란 생물은 대부분 토착 생태계 바깥에서 들어온 침입 외래종이에요

→ 어지럽히는 숨붙이는 거의 바깥에서 들어왔어요

→ 설치는 목숨붙이는 거의 바깥에서 밀려들었어요

→ 뒤흔드는 뭇목숨은 거의 이웃나라에 왔어요

10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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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곁말

곁말 114 반짝나래



  젖먹이로 그저 바닥에 누워 보꾹만 쳐다보던 무렵, 처음으로 눈앞뿐 아니라 둘레가 환하면서 나타난 ‘반짝나래’를 보았습니다. 그 뒤로도 얼핏설핏 보았지 싶으나 어린배움터에서 내는 짐(숙제)에 허덕이면서 하늘을 볼 짬이 없었습니다. 낮에 문득 바깥하늘을 바라볼라치면 길잡이(교사)는 으레 머리를 쾅 때리면서 “딴청 부리지 말고 앞을 봐!” 했습니다. 열 살 무렵,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길에 반짝나래가 새삼스레 훅 나타나서 “넌 뭘 바라니? 네가 바라는 대로 줄게. 돈이 있으면 돼? 아니면 멀리 떠나고 싶어? 힘이 세고 싶어? 잘생기고 싶어?” 하고 묻습니다. 바라는 대로 준다는 말에 솔깃하려다가 “아냐. 난 내가 스스로 할 수 있어. 돈은 어른이 되어 벌 수 있고, 어른이 되면 어디로든 돌아다닐 수 있을 테고, 비록 힘이 여리지만 힘이 세면 다른 아이들처럼 나도 주먹을 휘두를까 싶어서 싫어. 그리고 사람은 잘생기고 못생기고로 따질 수 없어. 고마워.” 하고 대꾸했습니다. 이날 뒤로 서른 해 넘게 반짝나래를 못 보았다가, 전라남도 고흥 시골자락에 깃들고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반짝나래를 자주 봅니다. 아이들도 곁님도 알아채고는 “저기 있다! 저기서 춤추네. 어, 멈췄네. 다시 춤추네!” 하면서 손가락으로 가리켜요.


ㅅㄴㄹ


반짝나래 (반짝 + 나래) : 반짝하는 빛으로 날면서 나타나는 무엇. 사람이 보기에는 눈부시거나 환하거나 반짝거리는 빛살·빛줄기·빛덩이인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위아래왼오른을 가리지 않고 마음대로 날 뿐 아니라, 아주 빠르게도 느리게도 날고 멈추기도 하며,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 반짝날개·반짝빛·반짝별·반짝이·반짝벗·반짝님. ← 유에프오UFO, 미확인비행물체)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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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곁말

곁말 113 앉은풀



  여름에는 풀이 우거집니다. 온누리를 푸르게 덮어요. 예부터 풀을 함부로 안 베었고 ‘잡초’ 같은 한자말도 안 썼습니다. 그냥 ‘풀’이고, 마소가 누리는 밥이자, 모두한테 푸르게 베푸는 숨결이요, 사람은 나물이나 살림풀(약초)로 삼았어요. 성가시거나 나쁘다고 여기는 마음이 없습니다. 임금이나 벼슬아치가 사는 곳에는 풀 한 포기 없고 나무도 없습니다. 경복궁·광화문이나 절이나 으리으리한 기와집을 보면 알 만해요. 들꽃 같은 사람들이 지내는 곳은 집을 나무로 둘러싸고 숲에 안겨서 들풀을 들나물로 삼았어요. 겨울이 저물 즈음 땅바닥에 납작하게 붙듯 돋는 첫 봄나물을 먼 옛날부터 ‘앉은뱅이꽃’이라 했어요. 납작 앉았다는 뜻입니다. 요새는 ‘앉은뱅이’를 달갑지 않게 받아들여 이 이름도 안 써야 한다고 여기는 분이 많은데, ‘-뱅이’를 덜어 ‘앉은풀·앉은꽃’이라고만 해도 확 달라요. 바깥말 ‘로제트’를 끌어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납작풀·납작꽃’이나 ‘바닥풀·바닥꽃’ 같은 이름을 붙여도 어울려요. 아늑하게 깃들어 햇볕을 머금고 바람을 마시는 조그마한 풀꽃을 고이 쓰다듬습니다. 아름드리로 크지 않더라도 옅푸르거나 짙푸르게 이 땅을 폭 덮으며 봄을 노래하는 작고 상냥한 들빛을 가만히 안습니다.


앉은풀 (앉다 + 풀) : 땅바닥에 폭 앉은듯이 잎이 퍼지면서 자라는 풀. 잎이 땅바닥에 납작하게 붙듯이 퍼지면서 자라는 풀. (= 납작풀·납작꽃·앉은꽃·앉은뱅이꽃·앉은뱅이풀 ← 로제트rosette)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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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2024.3.4.

말 좀 생각합시다 79


 주먹비


  이웃님 한 분이 ㅋ이란 달책을 펴냅니다. 이 달책 어느 머릿글에 박남수라는 분을 다루는데, 이분은 1918년에 태어났다고 하더군요. 이런 분이 있었구나 하고 생각하던 터에 서울로 이야기마실을 간 어느 날, 용산에 있는 헌책집 〈뿌리서점〉에서 이분이 예전에 썼다는 《어딘지 모르는 숲의 기억》(박남수, 미래사, 1991)을 보았어요. 깜짝 놀랐습니다. 만나고 잇는 실이며 끈은 이렇게 닿는군요.


  서울에서 움직이는 길에 이 책을 읽는데 31쪽에서 “쏟아지는 주먹비에 터진, 개구리는”이라는 글월을 보았지요. 문득 덮었습니다. 고요히 생각에 잠깁니다. 눈을 살며시 감고 ‘주먹비’라는 낱말을 읊어 보았습니다. 이 낱말은 박남수 님이 처음 짓지 않았습니다. 낱말책에 “주먹비 : 쏟아지는 비 같은 매우 심한 주먹질”처럼 실립니다. 그러나 글님은 주먹비를 달리 썼습니다. 비처럼 쏟아지는 주먹이 아닌, 주먹처럼 쏟아지는 비라는 뜻으로 썼지요.


  언제부터인가 ‘물폭탄’이란 말이 퍼집니다. 날씨를 알리는 목소리에서 비롯했지 싶은데, 여느 사람들도 이 말을 따라서 써요. 비가 왕창 쏟아지면 다들 아무렇지 않게 ‘물폭탄’이라 합니다.

  참말로 하늘은 우리한테 꽝꽝(폭탄) 퍼부을까요? 총칼에 비를 빗대어도 어울릴까요? 아이들이 이런 말을 듣거나 배워도 될까요?


  수수하게 ‘큰비’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구 쏟아진다면 ‘막비’라 할 만합니다. 엄청나게 퍼붓는다면 ‘엄청비’라 해볼 만합니다. 빗물이 마치 주먹처럼 굵으면서 퍼붓는다면 ‘주먹비’라는 이름을 쓸 수 있어요. ‘함박비’나 ‘소낙비’나 ‘벼락비’ 같은 말을 알맞게 가려서 써도 어울립니다.


  우리는 노래를 읽어야지 싶습니다. 삶을 아름다이 바라보면서 사랑스레 가꾸는 손길로 쓴 노래를 읽어야지 싶어요. 어른끼리 주고받는 노래보다는 아이하고 함께 읽을 노래를 읽고 써야지 싶어요. ‘문학이 아닌 노래’를 쓰다 보면 말이 한결 부드러이 흐를 테고, 여느 자리를 비롯해서 날씨를 알리거나 삶터를 다루는 자리에서도 노랫말이 퍼지리라 생각해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노래하듯이 말해야지 싶습니다. 아니, 노래하며 말해야지 싶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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