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043 : 진도의 차이 동시다발적 -있다 사실



진도(進度) : 1. 일이 진행되는 속도나 정도 2. [교육] 학과의 진행 속도나 정도

차이(差異) : 서로 같지 아니하고 다름

동시다발적(同時多發的) : 같은 시기에 여러 가지가 발생하는 것

사실(事實) : 1.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 2. 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한 일을 솔직하게 말할 때 쓰는 말 3. 자신의 말이 옳다고 강조할 때 쓰는 말



나아가는 길은 다릅니다. 먼저 갈 수 있고, 더디 갈 만합니다. 우리말로는 ‘다르다’인데, 굳이 “차이가 있다”처럼 한자말을 넣어 늘어뜨려야 하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일은 한꺼번에 일어나기도 하고, 나란히 일어나기도 합니다. 같이 일어나거나 함께 일어나기도 합니다. “-고 있다”는 군더더기인 옮김말씨요, “-는 사실이다”는 군더더기인 일본말씨입니다. 글머리 “진도의 차이가”도 일본말씨예요. ㅅㄴㄹ



진도의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 길이 다를지 몰라도, 한꺼번에 일어난다

→ 달리 나아갈지 몰라도, 나란히 일어난다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김진아, 바다출판사, 2019)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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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091 : 이별 고하다 한 남자



이별(離別) : 서로 갈리어 떨어짐

고하다(告-) : 1. 어떤 사실을 알리거나 말하다 2. 중요한 일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여 알리다 3. 주로 웃어른이나 신령에게 어떤 사실을 알리다

남자(男子) : 1. 남성으로 태어난 사람 ≒ 남 2. 사내다운 사내 3. 한 여자의 남편이나 애인을 이르는 말



일본말씨인 “이별을 고하다”입니다. 우리말로는 “헤어지자는”이나 “갈라서자 하는”이나 “떠나려 하는”이나 “멀어지려 하는”으로 손질합니다. 영어라면 ‘a·an’을 꼬박꼬박 붙이지만, 우리말이라면 “한 남자”나 “한 여자”라 하지 않아요. ‘한’은 군더더기인 옮김말씨입니다. ㅅㄴㄹ



이별을 고하는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 헤어지자는 사내를 만났습니다

→ 손을 흔드는 이를 만났습니다

→ 갈라서자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이근화, 창비, 2016) 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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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092 : 이것 각성시킬 좋은 기회



각성(覺醒) : 1. 깨어 정신을 차림 ≒ 성각 2. 깨달아 앎 3. 정신을 차리고 주의 깊게 살피어 경계하는 태도 = 경각성

기회(機會) : 1. 어떠한 일을 하는 데 적절한 시기나 경우 2. 겨를이나 짬



우리말은 앞말을 ‘이것·그것’으로 안 받습니다. 보기글은 “이것은 기회일지도”인 얼개인데, “이 일은 -ㄹ지도”로 손보거나 “일일지도”나 “있을지도”로 손봅니다. 한자말 뒤에 ‘-시키다’를 붙일 적에도 안 어울립니다. ‘해방시키다’가 아닌 ‘풀다·풀리다·풀려나다’로 적어야 맞고, ‘각성시키다’가 아닌 ‘깨다·깨우다·깨어나다’나 ‘눈뜨다·일어서다’로 적어야 맞습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이 글월처럼 “좋은 무엇” 같은 옮김말씨가 번집니다만, ‘좋은’은 그저 덜면 됩니다. ‘기회’란 “좋다고 여길 틈”이나 “알맞다고 여길 때”이기에 “좋은 기회”는 겹말이기도 합니다.



이건 오반을 각성시킬 좋은 기회일지도 몰라

→ 오반을 깨울 일일지도 몰라

→ 오반이 일어설 틈일지도 몰라

→ 오반을 틔울 수 있을지도 몰라

→ 이 일로 오반이 눈뜰지도 몰라

→ 이 일로 오반이 철들는지도 몰라

→ 이 일로 오반이 느낄는지도 몰라

《드래곤볼 슈퍼 22》(토요타로·토리야마 아키라/유유리 옮김, 서울문화사, 2024) 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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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속에도 우리는 올리 그림책 31
잔니 로다리 지음, 귀도 스카라보톨로 그림, 이현아 옮김 / 올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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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3.9.

그림책시렁 1373


《전쟁 속에도 우리는》

 잔니 로다리 글

 귀도 스카라보톨로 그림

 이현아 옮김

 올리

 2023.5.31.



  싸움이란, “너 죽고 나 살자”입니다. “내가 죽는다면 너도 좀 죽어야겠다”가 싸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숱한 사내는 싸움터에 몸받이로 끌려갑니다. 흔히 ‘총알받이’라 일컫는데, 저쪽이 쳐들어올 적에 목숨을 바쳐서 3분쯤 늦추라는 뜻으로 강원도 멧골짝에 잔뜩 욱여넣었어요. “하나하나 값진 사랑인 목숨”이 아니라, “나라에 목숨을 바치라는 젊은 사내”인 터라, 그야말로 수렁이고 죽음터이게 마련입니다. 고작 사흘 일찍 들어왔어도 윗내기가 되어 아랫내기를 내내 찍어누르고 밟아서 굴리는 데가 싸움터입니다. 예전에는 마구 때리고 괴롭히면서 푼돈조차 안 주는 판이었다면, 요새는 그나마 품삯을 조금은 쳐줍니다. 《전쟁 속에도 우리는》은 마흔 해가 훌쩍 넘은 이야기라지만, 오늘에도 새롭게 새길 만합니다. 다만, 어린이도 적잖은 어른도 “싸움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살갗으로 느끼지 못하더군요. 어린 사내가 앞으로 끌려가야 할 싸움터를 얼마나 두렵거나 무서워하는가를 모르는 분도 참 많고요. 무시무시한 발톱을 아이들한테 보여주어야 하지는 않습니다만, “평화를 지키는 군대란 없”고, “전쟁을 끊임없이 일으키는 군대”만 있는 줄 어질게 일깨워서 모두 바꾸고 갈아엎을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GianniRodari #GuidoScarabottolo

#Promemoria #Il secondo libro delle filastrocche


+


《전쟁 속에도 우리는》(잔니 로다리·귀도 스카라보톨로/이현아 옮김, 올리, 2023)


매일 해야 할 일이

→ 늘 해야 할 일이

2쪽


단정히 씻고

→ 깔끔히 씻고

→ 깨끗이 씻고

4쪽


두 눈 감고 잠을 청하며

→ 두 눈 감고 잠이 들며

→ 두 눈 감고 잠들어

14쪽


결코 하지 말아야 할

→ 하지 말아야 할

→ 해서는 안 될

20쪽


남을 해치지 않아요

→ 남을 밟지 않아요

→ 남을 깎지 않아요

→ 남을 때리지 않아요

2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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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번째 아기양 베틀북 그림책 91
아야노 이마이 글 그림, 새잎 옮김 / 베틀북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3.9.

그림책시렁 1374


《108번째 아기양》

 아야노 이마이

 새잎 옮김

 베틀북

 2007.11.15.



  아직 짝을 맺을 마음이 없던 무렵에도 어린이노래를 으레 익히고 불렀습니다. 둘레에서는 “넌 아이는커녕 짝도 없는데 웬 동요를 부르냐?” 하고 핀잔했습니다. “제가 앞으로도 혼자 살는지, 짝을 맺어도 아이를 안 낳을는지 모르지만, 어린이가 읽는 낱말책을 엮는데, 어린이노래를 즐기고 불러야지요. 무엇보다도 어린이노래는 줄거리도 가락도 아름다워요.” 하고 대꾸했습니다. 《108번째 아기양》을 뒤늦게 읽었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나서 자라던 무렵에는 이 그림책이 있는 줄 몰랐어요. 그림님 다른 그림책은 진작에 읽었으나, 벌써 작은아이가 열네 살이 훌쩍 지난 2024년에서야 폅니다. 두 아이가 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엉덩춤에 같이 노래하던 무렵에 알았다면 신나게 읽고 염소 그림을 척척 빚었을 텐데 하고 돌아봅니다. 그렇지만 모든 그림책은 아이한테만 읽히지 않습니다. 나이를 먹어도, 쉰이나 일흔이 넘어도, 아흔이나 온을 훌쩍 지나도, 마음을 달래고 다독이면서 밝히는 빛을 누리려고 읽습니다. 이제 자장노래가 없어도 될 우리 집 아이들이지만, 이따금 자장노래를 읊습니다. 자장노래는 어린이뿐 아니라 푸름이한테도 여느 어른한테도 이바지한다고 느껴요. 사랑을 담아서 노랫가락을 펴는 밤이란 고즈넉하며 곱습니다.


#The108thSheep #ImaiAyano #蜂飼耳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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