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일본말] 바통バトン



바통(<프>baton) : 1. [운동] = 배턴(baton) 2. 권한이나 의무, 역할 따위를 주고받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배턴(baton) : [운동] 릴레이 경기에서, 앞 주자가 다음 주자에게 넘겨주는 막대기 ≒ 계주봉·바통

バトン(baton) : 1. 배턴 2. 이어달리기에서, 주자가 다음 주자에게 넘겨주는 짧은 막대기 3. 바통. 후계자에게 인계하는 지위나 일 4. 지휘봉


 바통을 터치해 주고서 → 막대를 넘겨 주고서

 바통을 전달받았다 → 손잡이를 이어받았다



  프랑스말이라고 하는 ‘baton’이요, 일본에서는 ‘바통’으로 읽고, 이 말씨가 우리나라에 흘러들었습니다. 달리기를 하면서 주고받는 막대기라면 ‘막대·막대기’라 하면 됩니다. ‘작대기’나 ‘손잡이’라 해도 되어요. 영어처럼 ‘배턴’으로 읽을 까닭도, 일본말씨처럼 ‘바통’으로 읽을 까닭도 없어요. ㅅㄴㄹ



맴맴 맴 울던 매미 어느 사이 바통을 넘겼나

→ 맴맴 맴 울던 매미 어느 사이 막대를 넘겼나

→ 맴맴 맴 울던 매미 어느 사이 손잡이 넘겼나

《무릎 의자》(김동억, 아침마중, 2017) 119쪽


이어달리기 선수들이 바통을 넘겨받듯

→ 이어달리기꾼이 막대를 넘겨받듯

→ 이어달리는 사람이 개비를 넘겨받듯

《일어서는 물소리》(신현배, 도토리숲, 202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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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수련 修鍊


 정신 수련 → 마음닦기 / 마음짓기

 수련을 쌓다 → 갈고닦다 / 쌓다

 높은 경지에 이르려면 고된 수련이 필요하다 → 높이 오르려면 고되게 익혀야 한다

 심신을 수련하다 → 몸마음을 벼리다

 평생을 바쳐 수련했다 → 온삶을 바쳐 닦았다


  ‘수련(修鍊/修練)’은 “1. 인격, 기술, 학문 따위를 닦아서 단련함 ≒ 연수 2. [가톨릭] 수도회에 입회하여, 착의식을 거쳐 수도 서원을 할 때까지의 몇 년간의 훈련. 이 훈련을 거쳐 수도 서원을 해야만 완전한 수도사나 수녀가 된다”처럼 풀이하는데, ‘가다듬다·다듬다·다스리다·추스르다’나 ‘갈고닦다·갈닦다·닦다·닦음질·담금질’로 다듬습니다. ‘마음닦기·마음짓기·몸닦기’나 ‘벼리다·익히다’로 다듬고, ‘파다·쌓다’나 ‘길·섶쓸개·쓴맛닦기·장작쓸개’로 다듬어도 어울려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수련’을 다섯 가지 더 싣는데 다 털어냅니다. ㅅㄴㄹ



수련(手鍊) : 솜씨가 좋음

수련(垂憐) : 가련히 여겨 돌봄

수련(垂蓮) : [건설] 단청에서, 연꽃이 아래로 향한 것처럼 그린 모양. 또는 그런 무늬 = 부련

수련(首聯) : [문학] 한시(漢詩)의 율시(律時)에서, 첫째 구(句)와 둘째 구를 이르는 말 ≒ 기련

수련(睡蓮) : [식물] 수련과의 여러해살이 수초



수련이 모자라고 말고 하는 문제가 아니야

→ 덜 갈고닦고 말고 하는 일이 아니야

→ 덜 벼리고 말고가 아니야

→ 잘 가다듬고 말고가 아니야

《절대미각 식탐정 15》(테라사와 다이스케/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9) 60쪽


아무리 수련을 쌓아도 자기보다 강한 사람이 있음을, 알아버렸다는 것일런지요

→ 아무리 익혀도 저보다 센 사람이 있는 줄 알아버린 셈일는지요

→ 아무리 벼려도 저보다 대단한 사람이 있다고 알아버렸을는지요

《배가본드 30》(요시카와 에이지·이노우에 타카히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9) 34쪽


정말 이것저것 수련했구나

→ 참말 이것저것 갈고닦았구나

→ 참말 이것저것 익혔구나

《드래곤볼 슈퍼 7》(토요타로·토리야마 아키라/유유리 옮김, 서울문화사, 2018) 130쪽


개인 수련시간이 절대 부족했다. 마음이 조바심으로 전전긍긍했다

→ 혼자 갈고닦을 틈이 거의 없었다. 그저 조마조마했다

→ 혼자 익힐 겨를이 매우 짧았다. 마음을 매우 졸였다

→ 혼자 갈고닦을 짬이 아주 모자랐다. 조바심이 가득했다

→ 혼자 익힐 겨를이 없다시피 했다. 조바심이 넘쳤다

《나는 오늘도 수련하러 갑니다》(김재덕, 스토리닷, 2018) 22쪽


셀프 힐링을 시작한 학생들의 수련 일지를 보면 이구동성으로

→ 스스로 마음을 다스린 배움이가 쓴 글을 보면 한목소리로

→ 스스로 밝은마음 되기를 한 이들이 쓴 글을 보면 한결같이

→ 스스로 맑은마음 되기를 한 이들이 쓴 글을 보면 하나같이

《애니멀 레이키》(혜별, 샨티, 2014) 61쪽


적도 없는데 계속 수련할 생각이야?

→ 놈도 없는데 더 갈고닦을 생각이야?

→ 싸움도 끝인데 더 닦을 생각이야?

《드래곤볼 슈퍼 14》(토요타로·토리야마 아키라/유유리 옮김, 서울문화사, 2021) 57쪽


각종 호흡법으로 수련하는 곳이 있기도 하지만

→ 온갖 숨길로 다스리는 곳이 있기도 하지만

→ 여러 숨쉬기로 배우는 곳이 있기도 하지만

《마음챙김의 인문학》(임자헌, 포르체, 2021) 33쪽


변했네. 네가 명상 수련이라니

→ 바꿨네. 네가 마음닦기라니

→ 달라졌네. 네가 고요꽃이라니

《드래곤볼 슈퍼 22》(토요타로·토리야마 아키라/유유리 옮김, 서울문화사, 202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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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적' 없애야 말 된다

 습관적


 습관적 낭비벽 → 몸에 밴 헤픈 씀씀이

 습관적 말투 → 버릇이 된 말투 / 입에 밴 말투

 습관적 행동 → 늘 되풀이하는 몸짓 / 늘 하는 몸짓

 습관적으로 걸음을 멈추었다 → 버릇처럼 걸음을 멈추었다


  ‘습관적(習慣的)’은 “습관처럼 되어 있는”을 가리킨다 하고, ‘습관(習慣)’은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을 가리킨다고 해요. 한자말 ‘습관’이란 우리말로 ‘버릇’을 가리켜요. ‘버릇·길·하다·움직이다’를 쓰면 넉넉합니다. ‘살림새·살림길·살림결·삶결·삶틀·삶길·살림·삶·살다’로도 나타낼 만합니다. ‘걸핏하면·툭하면·제꺽하면·심심하면’이나 ‘곧잘·다시·꼬박·거듭·또’나 ‘으레·자꾸·잦다·자주·흔하다’로 손보고, ‘그냥·그대로·물들다·길들다’나 ‘뿌리내리다·절다·젖다’로 손봅니다. ‘배다·낯익다·익다·익숙하다·일삼다’나 ‘붙다·달라붙다·들러붙다’로 손보며, ‘노상·늘·언제나·아무 때나’나 ‘같다·똑같다’로 손보지요. ‘모습·매무새·몸놀림·이골·-질·짓·타령’이나 ‘얼개·울·울타리·틀·품’으로 손보아도 됩니다. ㅅㄴㄹ



일본어는 습관적으로 낮추어 말한다

→ 일본말은 버릇처럼 스스로 낮춘다

→ 낮추어 말하는 일본말이다

→ 일본사람은 흔히 낮추어 말한다

→ 일본에서는 으레 낮추어 말한다

《일본, 허술한 강대국》(프랭크 기브니/김인숙 옮김, 뿌리깊은 나무, 1983) 78쪽


하지만 습관적으로 눈을 먹었다

→ 그렇지만 자꾸 눈을 먹었다

→ 그러나 자꾸자꾸 눈을 먹었다

→ 그런데 저절로 눈을 먹었다

→ 그런데 하염없이 눈을 먹었다

《하얀 능선에 서면》(남난희, 수문출판사, 1990) 81쪽


그 자리를 습관적으로 찾아가게 됐어

→ 그 자리를 버릇처럼 찾아깄어

→ 그 자리를 찾아가 버릇했어

→ 그 자리를 자꾸만 찾아갔어

→ 그 자리를 하염없이 찾아깄어

《순정만화 2》(강풀, 문학세계사, 2004) 54쪽


우리가 습관적으로 빠져 있는 언어사용의 모순을 주시한다

→ 우리가 길든 엇갈린 말씨를 들여다본다

《자유인의 풍경》(김민웅, 한길사, 2007) 149쪽


그저 무감각하고 습관적인 일이었다

→ 그저 무디고 버릇이 된 일이다

→ 그저 무덤덤하고 익숙한 일이다

→ 그저 무뚝뚝하고 익숙히다

→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늘 한다

《흐느끼는 낙타》(싼마오/조은 옮김, 막내집게, 2009) 30쪽


늘 그리던 것만 습관적으로 그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 늘 그리던 대로 그리곤 하기 때문에

→ 늘 그리듯 다시 그리곤 하기 때문에

→ 늘 그리던 대로 똑같이 그리기 때문에

→ 그리던 버릇처럼 그리기 때문에

→ 그리던 버릇대로 그리기 때문에

《아티스트맘의 참 쉬운 미술놀이》(안지영, 길벗, 2016) 221쪽


삶이 팍팍하게 느껴질 때마다 우리 입에서는 습관적으로 이런 말이 튀어나온다

→ 삶을 팍팍하게 느낄 때마다 우리 입에서는 문득 이런 말이 튀어나온다

→ 삶이 팍팍하다고 느낄 때마다 우리 입에서는 으레 이런 말이 튀어나온다

→ 삶이 팍팍하다고 느낄 때마다 우리 입에서는 버릇처럼 이런 말이 튀어나온다

《우리 음식의 언어》(한성우, 어크로스, 2016) 13쪽


습관적으로 명사 뒤에 ‘적’을 붙이게 되죠

→ 버릇처럼 이름씨에 ‘적’을 붙이죠

→ 자꾸 이름씨에 ‘적’을 붙이죠

→ 곧잘 이름씨에 ‘적’을 붙이죠

→ 툭하면 이름씨에 ‘적’을 붙이죠

《동사의 삶》(최준영, 푸른영토, 2017) 182쪽


습관적 기억은 신체와 굉장히 가깝게 연결되어 있는 데 반해

→ 길든 이야기는 몸하고 아주 가깝게 잇닿지만

→ 물든 마음인 몸하고 무척 가깝게 닿지만

→ 스며든 옛생각은 몸에 착 붙었지만

《재즈, 끝나지 않은 물음》(남예지, 갈마바람, 2022) 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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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서울에서 문득 깃든 곳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다가 떠올라서, 이제는 더 늦추지 않고서 "헌책방 사진"으로 사진책이나 사진이야기책을 꾸리려고 합니다.


사진은 찾아 놓았고, 글을 추슬러야 할 텐데, 문득 한 꼭지가 눈에 뜨여서 손질을 해놓습니다. 2014년 7월에 쓴 글입니다. 이 글도 어느새 10해를 묵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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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7.17.나무. 책집 단골 되기


 ‘책집 단골’은 아무나 될 수 없다고 한다. 책집을 자주 드나드는 사람은 ‘자주 오는 손님’은 될 수 있으나 ‘책집 단골’이라는 이름을 얻지는 못한다. ‘단골’은 어떤 책손한테 붙이는 이름일까? 글쎄, 나는 어느 책집을 두고도 나 스스로 ‘단골’이라고 느끼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큰고장을 떠나 시골에서 살아가니, 시골에서는 달포에 한 걸음씩 책집마실을 하기에도 만만하지 않다. 자주 드나들지 못하는 책집이기에 한 걸음을 하더라도 잔뜩 장만하기는 하지만, 단골은 ‘책을 많이 사들이는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


 얼추 열다섯 해쯤 앞서인 1999년이었지 싶은데, ‘책집 단골’을 놓고 ‘책집에 자주 오는 아저씨’들이 주고받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서울 용산에 있는 헌책집 〈뿌리서점〉이었다. 그곳을 날마다 드나드는 아저씨가 꽤 많은데, 그분들이 서로 옥신각신 얘기를 하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서로 생각을 모두었다. 그분들이 말하는 ‘책집 단골’은 이렇다.


 ㄱ 서른 해 넘도록 드나들기

 ㄴ 오천 자락 넘게 장만하기


  어느 한 군데 책집에서 ‘단골’이라는 이름을 얻자면, 그 책집을 서른 해 넘게 드나들되, 그동안 책을 오천 자락 넘게 장만해야 한단다. 이 말을 듣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한 군데 책집을 스무 해쯤 드나들었으면 아직 ‘단골’은 아니다. 스무 해 즈음 드나들었을 때에는 제법 자주 드나들었다고 할 만하지만, 아직 그 책집 속내까지 헤아리지는 못할 만한 해라고 하겠지. 자주 드나든다고 하더라도 책을 어느 만큼 장만해서 읽지 않는다면, 그 책집이 어떤 책을 다루고 어떤 책으로 오래도록 책집살림을 꾸리는가를 알지 못한다고 할 만하다.


  나한테는 아직 ‘단골이라 할 만한 책집’이 없다. 왜냐하면, 아직 서른 해 넘게 드나든 책집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오래 드나든 책집은 1992년부터 2014년 올해까지 스물세 해를 드나든 곳이다. 이다음으로는 스물두 해를 드나든 곳이 있고, 스물한 해째 드나든 곳이 꽤 많다. 앞으로 일곱 해는 더 있어야 나한테도 ‘단골 책집’이 생긴다. 나는 마흔일곱 살이 되어야 비로소 ‘단골 책집’을 이야기할 수 있구나.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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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서울 용산 뿌리서점.

아마 2002년이나 2003년이었지 싶다. 설마 2004년일까. 필름더미를 뒤적이면 날짜를 알 테지만, 이제는 찍은 해가 가물가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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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카나 2
니시모리 히로유키 지음, 장지연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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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3.29.

마음을 읽는 눈이라면


《카나카나 2》

 니시모리 히로유키

 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22.4.25.



  《카나카나 2》(니시모리 히로유키/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22)을 읽은 지 엊그제 같은데, 차곡차곡 한글판으로 이어서 나오더니, 2023년 12월에 다섯걸음이 나왔고, 곧 여섯걸음이 나옵니다. 몇 걸음까지 그릴는지 설레면서 기다립니다. 이 그림꽃은 “마음을 읽는 아이”하고 “마음을 못 읽는 어른”이 얽히는 실타래를 한 가닥씩 풀면서, 아이는 아이답게 자라고 어른은 어른답게 크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아이는 몸과 마음이 나란히 자랍니다. 어른도 몸과 마음이 함께 커요. 다만, 아이는 눈에 뜨이도록 몸이 자란다면, 어른은 예전하고 다른 몸으로 큽니다. 덩치나 몸피를 늘릴 적에만 자라거나 크지 않아요. 살림을 여미는 매무새를 다스리기에 ‘자라다·크다’라는 낱말을 씁니다.


  우리말 ‘자’는 여러 갈래로 뻗는데, ‘잣나무’로도 닿아요. ‘잣 = 잣다 = 자아올리다’를 거치고 돌아서 ‘젖’에 닿습니다. 숲살림에서 대수로운 열매를 낳는 나무가 잣나무이거든요. ‘자라다’라 할 적에는 스스로 잣고 지으면서 숨결을 살리는 길을 익힌다는 뜻에, ‘라’라는 사잇소리는 ‘즐거움(랍다·라온)’을 나타냅니다. ‘크다 = 키우다’요, ‘키 + 우’라는 얼거리예요. 키가 움직이는, 키가 움트는 결로 나아간다는 ‘크다·키우다’입니다. 어른은 아이보다 몸이나 키가 크게 마련인데, 이 큰 몸으로 한결 알뜰하고 살뜰하게 삶과 살림을 여미어 사랑을 빛낸다는 뜻입니다.


  배움터를 오래 다녔기에 똑똑하지 않습니다. 돈을 많이 벌었기에 너그럽지 않습니다. 이름을 드날리기에 홀가분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배우는 하루를 새롭게 익히려고 가다듬고 품기에 똑똑하며, 어느새 어질고 슬기로우며 참한 길로 접어들어요. 주머니에 돈이 얼마가 있든 스스로 즐거이 쓰고 기꺼이 베풀 줄 알기에 넉넉하고 너르며 느긋한 마음이 빛납니다. 이름값이 높으면 으레 콧대가 높고 말아, 사람다움하고 멀더군요. 이름이란 ‘이르다 + ㅁ’입니다. 말로 이르고, 어느 곳에 이르고, 어느 때에 이르되, 아직 안 닿아서 이르기도 합니다. 이 네 갈래 ‘이르다’를 하나로 품어서 날개돋이를 하듯 거듭나려고 하는 꿈을 키울 줄 알아야 비로소 ‘이름’이에요.


  《카나카나》는 책이름처럼 ‘카나’가 한복판을 이룹니다. 아이는 그저 “사람 마음을 읽을 줄 아는 눈을 고스란히 품은 채 태어났을 뿐”인데, 처음 카나를 맡은 둘레 어른은 이 아이를 부려서 돈과 힘과 이름을 거머쥐거나 가로채는 데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합니다. 아이는 굴레살이에서 달아나려고 용을 쓰고 꿈을 빌었어요. 이러던 어느 날 ‘마사’라는 살짝 철이 없지만 어느 모로는 철이 든 ‘젊은 아저씨’를 만나요. 비록 마음읽기는 못 할 뿐 아니라 매우 곧이곧대로 달려드는 매무새이지만, 카나는 마사하고 만난 뒤로 “내가 다른 사람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눈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그저 내 삶일 뿐”인 줄 조금씩 느끼고 알아갑니다.


  아기를 낳거나 돌보는 어른이라면, 아기하고는 오직 마음으로만 이야기를 해야 하는 줄 압니다. 아기는 말이 아닌 마음을 바라요. 아기는 마음에 사랑을 실은 노랫소리를 바랍니다. 아기는 돈이나 힘이나 이름을 안 바랍니다. 아기는 언제나 즐겁게 노래하고 웃고 춤추면서 하루를 사랑으로 살림하는 동무를 바라요. 아기한테 동무인 사람은 바로 어버이예요. 낳은 어버이가 있고, 돌본 어버이가 있어요.


  낳거나 돌보며 어버이 노릇을 새삼스레 맞아들여서 배운 사람이라면, ‘말’에 어떤 마음을 담을 적에 스스로 빛나는지 깨닫습니다. 아무 말이나 한다면 아무개요 ‘아무렇게나’입니다. 생각하면서 말을 가리고 고른다면 ‘새’요, ‘사이(새)’라는 숨빛을 품은 ‘사람’입니다. 생각할 때라야 사람입니다. 생각하지 않으면 ‘사람척·사람시늉·사람탈’입니다.


  마음을 읽는 눈이라면, 우리 눈망울에 사랑이라는 꿈을 나란히 얹어 봐요. 마음을 못 읽는 눈이라면, 우리 눈빛에 사랑이라는 이야기를 가벼이 놓아 봐요. 마음을 읽든 못 읽든 다 아름답게 사람으로서 사랑할 수 있습니다. 생각씨앗을 심는 동안, 우리 마음은 ‘마음씨’로 거듭나고, 우리가 쓰는 말은 ‘말씨’로, 우리가 쓰는 글은 ‘글씨’로 피어납니다.


ㅅㄴㄹ


“이 세상은 그림이 다야! 예쁜 그림을 목표로 삼지 않으면 안 돼! 그림이 별로인 인생 따윈 아무 가치도 없어! 그걸 보며 방긋 웃는 건 네 신부여야 된다고!” (9쪽)


“난 아무래도 사회의 쓰레기 같은 놈인가 봐. 다들 열심히 글자도 읽고, 모래사장도 청소하고 있는데, 난 아무 도움도 안 되잖아. 이게 그런 거지, 사회의 기생충이라는 것.” “그, 그렇지 않아. 마사네 가게는 지산지소(地産地消)니까. 사회에 도움이 되고 있어.” (46쪽)


“괜찮아, 마사. 그냥 다들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하면 돼. 마사는 마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고. 마사는 할 수 있어.” (50쪽)


‘왠지 착한 아이처럼 여겨질 때마다 슬퍼진다. 그게 아니야. 나한테는 다 들리기 때문이야. 반칙이지. 절대 착한 아이가 아니야.’ (99쪽)


‘자식이 난생처름 장을 봐왔다. 응! 장하다고 칭찬해 줄 대목이지. 그런 대목이지만, 그래, 과연 울까? 자기 자식을 너무 낮게 평가하는 것 아냐? 보통은 다 할 수 있잖아? 뭐지? 아닌가? 다른 대목인가? 힘내라, 파더!’ (111쪽)


‘내가 스스로 싸워야 해. 마사한테 기대지 말고 내가 어떻게든 해결해야 해.’ (186쪽)


#カナカナ #西森博之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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