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식민지 植民地


 일본 식민지 문화를 청산하지 못했다 → 일본 종살이를 털지 못했다

 식민지의 현실과 별 차이가 없다 → 굴레하고 다를 바 없다

 식민지의 사고방식에 탈피할 필요가 있다 → 억눌린 생각을 벗어나야 한다


  ‘식민지(植民地)’는 “[정치] 정치적·경제적으로 다른 나라에 예속되어 국가로서의 주권을 상실한 나라. 경제적으로는 식민지 본국에 대한 원료 공급지, 상품 시장, 자본 수출지의 기능을 하며, 정치적으로는 종속국이 된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고삐·재갈·재갈질·재갈나라·재갈판’이나 ‘굴레·굴레살이·멍에·날개꺾다’나 ‘종굴레·종노릇·종살림·종살이·종수렁·종살이땅·종살이터’로 손볼 만합니다. ‘삼키다·잡아먹다·집어삼키다·갉아먹다·갉다’나 ‘가두다·가둠터·닫힌터’로 손보고, ‘사슬·사슬살이·사슬터·차꼬·차꼬나라·차꼬판’이나 ‘총칼나라·총칼질·총칼수렁·총칼굴레’로 손봅니다. ‘칼나라·칼누리·칼굴레·칼수렁’이나 ‘울·울타리·담·담벼락’으로 손보고, ‘억누르다·묵사발·뭉개다·깔아뭉개다·내리누르다·누르다’로 손볼 수 있어요. ‘짓누르다·짓뭉개다·짓밟다·짓이기다·짓찧다’나 ‘언땅·얼음땅·얼음나라’으로 손보아도 되고, ‘우려먹다·갈겨먹다·벗겨먹다·쪼다·찧다’나 ‘힘으로·힘으로 먹다·힘을 내세우다’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ㅅㄴㄹ



식민지 인민의 정서를 모아 능률적으로 지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 힘없는 사람들 마음을 모아 수월하게 다스리려는 뜻으로 보인다

→ 짓밟힌 사람들 마음을 모아 쉽게 휘어잡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 짓눌린 사람들 마음을 모아 어렵잖이 다스리려는 셈으로 보인다

→ 사슬에 묶인 사람들 마음을 모아 가볍게 다루려고 했지 싶다

《한국사 나는 이렇게 본다》(이이화, 길, 2005) 54쪽


그때까지 존재했던 식민지의 ‘망령’은 안보조약 개정에 의해 일소되고

→ 그때까지 흐르던 굴레살이 ‘찌끼’는 지킴길을 고치며 털어냈고

→ 그때까지 있던 ‘끔찍한’ 멍에살이는 지킴틀을 바꾸며 씻어냈고

《북한행 액서더스》(테사 모리스-스즈키/한철호 옮김, 책과함께, 2008) 323쪽


식민지화의 주된 원인이야 물론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에 있지만, 조선왕조 지배층의 아둔함과 무능·부패에도 책임이 있었다

→ 갉아먹힌 큰 까닭이야 마구잡이 일본아 쳐들어온 탓이지만, 조선을 다스린 이들이 어리석고 솜씨없고 썩은 탓도 있다

→ 우려먹힌 큰 까닭이야 총칼나라 일본이 짓밟은 탓이지만, 조선을 다스린 이들이 어리석고 솜씨없고 썩은 탓도 있다

《역사가의 시간》(강만길, 창비, 2010) 151쪽


식민지 조선 지배의 삼두마차

→ 사슬터 조선을 누르는 세수레

→ 조선을 짓밟는 세말수레

《한 권의 책》(최성일, 연암서가, 2011) 34쪽


일제 식민치하에서 해방된 한반도는 새로운 독립국가 건설의 꿈에 고무되었다

→ 일본수렁에서 풀린 이 땅은 새나라를 세우는 꿈에 부풀었다

→ 일본굴레를 벗은 이 나라는 한나라를 짓는 꿈에 기뻤다

→ 일본사슬틀 털어낸 이곳은 한누리를 닦는 꿈에 들떴다

→ 일본불굿에서 나래펴는 우리는 혼누리를 일구는 꿈에 반가웠다

《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정해구, 역사비평사, 2011) 13쪽


‘제국’은 식민지를 경영하기 위해 본국에서 일자리를 얻지 못했거나 사회적으로 손해를 끼쳐 잉여인력으로 취급받는 사람을 동원한다

→ ‘나라’는 가두리를 다스리려고 제나라에서 일자리를 얻지 못했거나 널리 잘못을 일으켜 나머지로 여기는 사람을 끌어들인다

《왜 지금 한나 아렌트를 읽어야 하는가?》(나카마사 마사키/김경원 옮김, 갈라파고스, 2015) 56쪽


그리고 중앙은 지방을 식민지화했다. 지역의 이러한 고통 없이 이 사회는 온전할 수 있을 것인가

→ 그리고 서울은 시골을 짓눌렀다. 시골이 이렇게 괴롭지 않고서 이 삶터는 버틸 수 있을까

→ 그리고 서울은 시골을 갉아먹었다. 시골이 이렇게 고달프지 않고서 이 터전은 견딜 수 있을까

《왜 아무도 나에게 말해 주지 않았나》(신혜정, 호미, 2015) 189쪽


제국주의에 협력했던 사람들이 식민지 독립 이후에도 대대손손 잘 먹고 잘사는 나라는

→ 싸움나라에 빌붙던 사람들이 총칼질에서 벗어아고도 오래오래 잘 먹고 잘사는 나라는

→ 마구나라에 붙어붙던 사람들이 굴레에서 풀린 뒤에도 두고두고 잘 먹고 잘사는 나라는

《한홍구의 청소년 역사 특강》(한홍구, 철수와영희, 2016) 254쪽


유럽인이 와서 식민지화하고 자신들의 언어를 강제했다

→ 하늬사람이 와서 짓밟고 저희 말을 심었다

→ 하늬사람이 와서 억누르고 저희 말을 퍼뜨렸다

《여행하는 말들》(다와다 요코/유라주 옮김, 돌베개, 2018) 64쪽


식민지화와 함께 근대가 도래하며 전근대에 속한 아버지는 무능한 존재로 전락했다

→ 사슬살이와 함께 말쑥하게 바뀌자 낡은 아버지는 기울어 갔다

→ 종살이와 함께 번듯하게 바뀌자 오래된 아버지는 보잘것없었다

《한국영화 표상의 지도》(박유희, 책과함께, 2019) 70쪽


식민지 조선에선 쌀값 폭등으로 아사자가 속출하는 와중에

→ 짓밟힌 조선에선 쌀값이 치솟아 굶어죽는 판에

→ 억눌린 조선에선 쌀값이 껑충 뛰어 말라죽는데

《백투더 1919》(오승훈·엄지원·최하얀, 철수와영희, 2020) 67쪽


식민지 해방은 곧 책의 해방이었다고 했다

→ 재갈에서 풀리니 곧 책도 풀렸다고 했다

→ 고삐가 풀리니 곧 책도 풀려났다고 했다

《서점의 시대》(강성호, 나무연필, 2023) 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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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예술가 반딧불이
구리바야시 사토시 지음, 히다카 도시다카 감수, 고향옥 옮김, 김태우 / 사파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4.4.4.

사진책시렁 141


《ほたる―源氏螢全記錄》

 栗林慧

 學硏プラス

 2003.5.7.



  반딧불이를 본 사람은 언제까지나 푸른빛꼬리가 마음에 남으리라 봅니다. 반딧불이를 본 적이 없다면, 여름밤을 고요하면서 맑게 밝히는 빛살춤이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내내 모를 만합니다. 고치를 튼 애벌레가 긴잠을 마치고서 날개돋이를 하면서 태어나는 길을 마당이며 들숲에서 지켜본 사람은 늘 싱그럽고 반짝이는 꿈을 품을 만합니다. 애벌레도 고치도 날개돋이도 나비마저도 제대로 눈여겨보거나 만나지 못 한다면, 사람이 푸른별에서 어떤 숨빛으로 살아가는지 영 모를 만합니다. 《ほたる―源氏螢全記錄》은 반딧불이가 살아가는 길을 차분히 헤아리고 따라간 이야기를 찰칵찰칵 담아서 한묶음으로 보여줍니다. 반딧불이하고 함께 살아낸 발자취를 여미었다고 할 만합니다. 도랑에서 깨어나 자라는 애벌레도 반딧불이입니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도 반딧불이입니다. 이제 허물을 다 내려놓고서 새롭게 바람을 타고 싶은 꿈으로 날개를 입은 몸도 반딧불이입니다. 냇물이 맑고 숲바람이 푸른 곳에서 살아가는 반딧불이입니다. 손으로 떠서 마실 만한 물이 흐르기에 반딧불이도 살고, 다슬기도 있고, 뭇새가 깃들고, 사람도 오래오래 튼튼히 살아갑니다. 반딧불이가 사라진 곳은 사람도 숨막히고 꿈이 사라진 곳이라고 할 만합니다.


#구리바야시사토시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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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녀(潛女) 잠수(潛嫂) 해녀(海女) 동해 인문학
이동춘 지음 / 걷는사람 / 2020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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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4.4.4.

사진책시렁 138


《잠녀潛女 잠수潛嫂 해녀海女》

 이동춘

 걷는사람

 2020.12.30.



  한자말로 ‘잠수(潛水·潛嫂)’가 있으나, 우리말로 ‘자맥·자맥질’이 있습니다. 물속에 ‘잠기’는 몸짓을 ‘자’라는 낱말을 밑동으로 나타냅니다. 물을 길어올릴 적에는 ‘잣다’라 하고, 예부터 ‘무자위(물자위)’라는 연장이 있어요. 물에 잠겨서 헤엄치는 몸짓은 마치 꿈길에 들어선, 곧 ‘잠’과 같다고 여길 만합니다. 여러모로 보면 한자 ‘잠(潛)’하고 우리말 ‘잠’은 소리까지 같은 다른 말씨입니다. 물질이나 바다질을 하는 사람을 일컬어 ‘잠네’라고도 합니다. “잠기는 네(사람)”라는 얼개입니다. 《잠녀潛女 잠수潛嫂 해녀海女》를 읽고서 이내 덮었습니다. 바닷일을 하는 이웃을 찰칵 담으려는 뜻은 나쁘지 않지만, 굳이 멋스러이 찍으려고 너무 애썼구나 싶고, 바다빛과 잠빛을 미처 못 느낀 듯싶어요. 한 해쯤 슥 돌아보아도 얼마든지 찍을 수 있으나, 책을 좀 섣불리 내지 않았을까요? 나무 한 그루를 알려면 “다 큰 모습”만으로는 알 길이 없습니다. 씨앗 한 톨이나 꽃송이만으로도 알 길이 없어요. 나무 한 그루하고 두고두고 이웃이자 동무로 지낸 뒤에라야 “나무 마음을 조금 엿보았다”고 하겠지요. 바다순이인 잠네 삶에 가닿기보다는 스친 모습 몇 자락을 뭉뚱그린다면, “아직 빛꽃이 아닙”니다.


ㅅㄴㄹ


《잠녀潛女 잠수潛嫂 해녀海女》(이동춘, 걷는사람, 2020)


상군 해녀는 물질을 가장 잘하는 해녀로 부러움과 대우를 받기도 한다

→ 웃잠네는 물질을 가장 잘해서 부러워하고 모시기도 한다

→ 웃비바리는 물질을 가장 잘하여 부러워하고 우러르기도 한다

3쪽


본인의 고장에서만 작업하는 게 아니라

→ 제 고장에서만 일하지 않고

→ 텃고장에서만 일하지 않고

8쪽


배로 이동하기도 하지만 해수욕장에서 직접 해엄쳐서 물질하기도 한다

→ 배로 다니기도 하지만 바닷가에서 헤엄쳐서 물질하기도 한다

→ 바로 옮기기도 하지만 바다놀이터에서 헤엄쳐서 물질하기도 한다

33쪽


해녀들의 고충에 대한 담소를 나누는 모습

→ 고된 잠네살이를 이야기하는 모습

→ 고단한 자맥살림을 얘기하는 모습

71쪽


유해 어종인 불가사리는 매해 가을, 해녀들에 의해 수확된다

→ 불가사리는 궂어서 가을마다 바다순이가 거둔다

→ 불가사리는 사나워서 가을이면 잠네가 치운다

15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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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4.4.3. 낱말숲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말글지기(언어학자)는 으레 일본스런 한자말로 ‘언어지도(言語地圖)’라 하지만, 이제 이런 낡은말은 버릴 때라고 여깁니다. 아니, 버릴 때가 한참 지났으나 여태 안 버렸으니, 오늘부터 버릴 노릇이라고 봅니다. 이 낡은말을 버리려고 애쓴 예전 말글지기 여럿은 ‘말나무’라는 낱말을 지은 적 있으나, 몇몇 분만 한동안 쓰다가 사라진 듯싶습니다.


  소리나 꼴이 같되 쓰임새가 다른 ‘말’이 넷 있습니다. 바닷말과 말소리와 마을(말)과 들말입니다. 또렷하게 갈라서 쓰자면 ‘낱-’을 앞에 넣어 ‘낱말나무’라 할 적에 한결 나은데, 조금 더 헤아리면 ‘낱말숲·말숲’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낱말꽃·말꽃’이라 해도 되어요.


  석벌손질을 마치고 넉벌손질을 기다리는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에 곁들일 조그마한 덤을 꾸립니다. 펴냄터에서 곁들이는 책꾸러미(도서목록) 한쪽을 ‘낱말숲’으로 채워서 새로 찍기로 했습니다. 책이 나오면 누리책집에 이 낱말숲 몇 가지를 슬쩍 걸쳐서 “누구나 내려받아서 쓰도록” 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손봐야겠지만, 이럭저럭 사흘에 걸쳐서 손으로 종이에 일곱 자락을 쓰고 보니 기운이 다하는군요.


  새로 이름을 붙인 그대로 이웃 누구한테나 ‘낱말숲’이 사근사근 퍼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말은 ‘말숲’입니다. ‘언어지식’이나 ‘문해력’이 아닙니다. 우리는 똑똑하려고 말을 배우지 않습니다. 사람으로서 살림을 사랑으로 짓는 푸른숲을 품으려고 말을 배우고 익혀서 이야기를 펼 적에 아름답고 참합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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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작은걸음 (2023.6.16.)

― 인천 〈아벨서점〉



  ‘도서관’은 일본말입니다. 우리 삶터에 흐르는 말은 모름지기 모두 우리 살림살이를 그리는 낱말이었고, 중국을 섬기던 조선이었어도 사람들 말살림은 수수하게 시골말이었으나, 일본이 총칼을 앞세워서 이 땅을 한참 집어삼킨 뒤부터는 온통 일본말이 잡아먹었습니다.


  일본이 물러간 지 여든 해 가까워도 일본말·일본말씨·일본 한자말을 못 걷어내었다면, “안 걷어냈다”고 해야 맞지 싶습니다. 조선 오백 해에는 중국말·중국말씨·중국 한자말이 글힘(언어권력)이었다면, 총칼수렁부터 오늘에 이르도록 일본말이 글힘인 셈입니다.


  일본말 ‘도서관’을 바꿀 뿐 아니라, 이름 그대로 온누리가 푸르기를 바라는 뜻으로 ‘책숲’이라는 낱말을 지어 보았습니다. 책으로 숲을 이루고, 숲을 책에 담아서, 마음과 말에 푸른말이 너울거리기를 바라요. 책을 빌려서 읽는 곳도 책숲이고, 책을 사고파는 집인 책집도 책숲입니다. 우리 살림집도 책숲입니다. 어느 곳이나 숲입니다. 살림집은 보금자리이니 보금숲이면서 보금책숲입니다. 마을책집은 마을책터이면서 책마을숲입니다.


  우리는 책집마실을 하는 길에 책집에 있는 모든 책을 사들이지 않습니다. 이 책을 기웃하고 저 책을 들추다가 한둘이나 서넛이나 여럿을 품습니다. 한꾸러미를 장만하더라도 책시렁은 그리 비지 않습니다. 사들이는 책보다 ‘서서읽기’로 누리는 책이 훨씬 많다고 할 책집마실입니다. 서서읽기를 즐기다가 ‘두고읽기’로 이으려는 책을 골라서 장만합니다.


  인천 배다리 〈아벨서점〉에 깃들었다면, ‘아벨책숲’을 한껏 누리는 작은걸음으로 차근차근 책빛을 누리다가 이야기를 품는다는 뜻입니다. 돌고도는 책이 우리 집에 머물면서 우리 마음을 북돋우기를 바라는 길입니다.


  책집은 “책으로 거듭난 숲”을 온몸으로 맞이하고 온마음으로 헤아리는 자리입니다. “삶에서 책이 모두”인 하루가 아닌, “삶에 책을 곁에 놓는” 하루를 펴는 마당입니다. 책집이나 책숲은 ‘문화공간’도 ‘복합문화공간’도 아닙니다. 책으로 일구는 집이요, 책으로 가꾸는 숲입니다.


  책이란, 고요를 깨고서 새롭게 아늑할 자리를 짓는 작은걸음입니다. 책집이란, 숨길을 트고서 문득 일어설 자리를 여는 작은씨앗입니다. 책숲이란, 생각을 담아서 신나게 뛰놀 들판으로 나아가는 작은몸짓입니다. 마음을 채우고, 꿈을 챙기면서, 이야기를 차곡차곡 건사하는, 착한 넋으로 책을 손에 쥡니다.


ㅅㄴㄹ


《중국의 ‘자유’ 전통》(윌리엄 시어도어 드 배리/표정훈 옮김, 이산, 1998.4.24.첫/2004.7.16.2벌)

《淸貧의 思想》(나카노 고지/서석연 옮김, 자유문화사, 1993.5.15.)

《풍미風味》(김구용, 솔, 2001.5.30.)

《베이컨 隨筆集》(베이컨/최혁순 옮김, 집문당, 1977.4.2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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