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134 : 기실 역사 속 민중들의 꿈 정말 소박



기실(其實) : 1. 실제의 사정. ‘사실은’, ‘실제 사정’으로 순화 2. 실제에 있어서

역사(歷史) : 1.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 또는 그 기록 ≒ 사·춘추 2. 어떠한 사물이나 사실이 존재해 온 연혁 3. 자연 현상이 변하여 온 자취 4. 역사를 연구 대상으로 하는 학문 = 역사학 5. [책명] 기원전 425년 무렵에 그리스의 헤로도토스가 쓴 역사책 6. [책명] 기원전 400년 무렵에 그리스의 투키디데스가 쓴 역사책

민중(民衆) : 국가나 사회를 구성하는 일반 국민. 피지배 계급으로서의 일반 대중을 이른다 ≒ 민서

정말(正-) : 1. 거짓이 없이 말 그대로임 2. 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한 사실을 말할 때 쓰는 말 3. 자신의 말을 강하게 긍정할 때 쓰는 말 4. = 정말로 5. 어떤 일을 심각하게 여기거나 동의할 때 쓰는 말 6. 어떤 일에 대하여 다짐할 때 쓰는 말 7. 어떤 사람이나 물건 따위에 대하여 화가 나거나 기가 막힘을 나타내는 말

소박(素朴) : 꾸밈이나 거짓이 없고 수수하다



영어라면 “in history”처럼 쓸는지 모르나, 우리말씨로는 “역사에서”라고만 합니다. 이 보기글이라면 “역사 속에서”를 ‘그동안’이나 ‘여태’로 고쳐쓸 만합니다. ‘들사람’이며 ‘들꽃사람’은 ‘하루’를 ‘살아가’거든요. 꿈은 크거나 작지는 않습니다. 꿈은 수수하거나 조촐합니다. 꿈은 단출하거나 씨앗 같습니다. 모름지기 모든 말은 수수한 들사람이 살림을 꾸리는 길에 사랑으로 지은 꿈씨앗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ㅅㄴㄹ



기실 역사 속에서 우리 민중들의 꿈은 정말 소박하지 않았던가

→ 모름지기 그동안 우리 들사람 꿈은 수수하지 않은가

→ 여태 우리 들꽃사람 꿈은 참으로 조촐하지 않은가

《원시별》(손석춘, 철수와영희, 2023) 3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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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137 : 흑고니 한 쌍 우아하게 호수 위



흑고니(黑-) : [동물] 오릿과의 새. ≒ 검은고니·흑백조·흑조

쌍(雙) : 1. 둘씩 짝을 이룬 것 2. 둘을 하나로 묶어 세는 단위 3. ‘두 짝으로 이루어짐’의 뜻을 나타내는 말

우아하다(優雅-) : 고상하고 기품이 있으며 아름답다

호수(湖水) : [지리] 땅이 우묵하게 들어가 물이 괴어 있는 곳. 대체로 못이나 늪보다 훨씬 넓고 깊다



일본에서는 ‘swan’이라는 새를 ‘백조(白鳥)’라는 한자말로 옮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고니’라는 낱말로 가리켰습니다. “곱다 + 이”인 얼개로, ‘고운새’란 뜻입니다. 고니 가운데 까만깃이 있으니, 이때에는 ‘흑백조’라고 쓸 수 없다고 여겨 ‘흑고니’처럼 쓰기도 하는데, ‘검은고니·깜고니’라고 해야 알맞습니다. 검은고니 둘은 못물에 아름답게 미끄러집니다. “못물 위”는 하늘이니, “못물 위를 난다”고 해야 하고, 미끄러질 적에는 ‘못물에’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ㅅㄴㄹ



흑고니 한 쌍이 우아하게 호수 위를 미끄러져요

→ 깜고니 한 짝이 곱게 못물에 미끄러져요

→ 검은고니 둘이 멋스러이 못물에 미끄러져요

《새가 된다는 건》(팀 버케드·캐서린 레이너/노승영 옮김, 원더박스, 202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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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4.11.

헌책읽기 15 린하르트와 겔트루드



  1994년 어느 날, 왜 우리나라에서는 ‘페스탈로치’를 안 읽는지 알쏭달쏭한 마음으로 스무 살을 맞이했습니다. 이른바 ‘사범대학’에 있거나 ‘교육대학교’를 다니는 또래·윗내기·동생 모두 “이름은 들어 봤고, 수업에서 말은 하는데…….”에서 끝납니다. 1994년이나 2024년이나 페스탈로치를 읽기는 만만하지 않습니다. 이녁이 남긴 글이 한글로 몇 안 나왔을 뿐 아니라, 죄 사라졌거든요. 다리품을 팔아서 헌책집을 누벼야 겨우 한두 자락 찾아낼 수 있습니다. 《린하르트와 겔트루드》를 처음 만나고서 몹시 기쁜 나머지, 몇 해 동안 이 책을 늘 챙기면서 둘레에 읽어 준 적이 있습니다. 이 책이 1746∼1827년 사이를 살던 사람이 남긴 이야기라고 덧붙이면 다들 놀라지만, 막상 먹고살기 바쁘고 돈을 벌어야 하고 서울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잿집(아파트)이랑 쇳덩이(자가용)를 거느려야 하기 때문에, 으레 손사래를 치더군요. 그래서 더는 이 책을 둘레에 읽어 주지 않습니다. 다만 큰아이랑 작은아이를 낳고서는 두 아이한테 읽어 주었고 스스로 늘 곱씹습니다. 둘레를 보면, 으뜸바치(일타강사)가 뭔 말을 하는지 챙기고, 그들이 낸 책을 잔뜩 삽니다. 그들은 “아이를 사랑으로 돌보는 길”을 들려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아이를 사랑으로 돌보기보다는, 아이가 동무랑 이웃을 밟고 올라서서 으뜸자리에 서기를 바라는 판입니다. 어진 사람이기에 ‘어른’이되, 어진꽃을 피우려고 ‘어버이’로 서고, 어른과 어버이는 ‘어머니’가 살림을 이끌면서 ‘아버지’를 가르치고 타이르면서 살림살이가 깨어납니다. 어진 어른이자 어버이인 어머니가 일머리를 잡고서 일꾼을 일으킬 적에 이야기꽃이 피면서 사랑으로 나아갈 만합니다. 아버지란, 어머니가 들려주는 모든 목소리를 잔소리 아닌 사랑소리로 맞아들이면서 스스로 깨어날 적에 아름답습니다. 이름값을 보지 말고, 이름을 보셔요. 겉모습과 얼굴을 보지 말고, 마음과 얼을 보셔요. 나이를 재지 말고, 나를 보셔요.



《린하르트와 겔트루드》(페스탈로찌/홍순명 옮김, 광개토, 1987.9.25.)


ㅅㄴㄹ


나는 어떠어떠한 주의(主義)에 대한 사람들의 모든 논쟁에 가담치 않는다. (7쪽)


“영주님, 교회는 너무 술집에 가깝습니다 … 저의 남편은 술에 유혹되기가 쉽습니다. 만일 날마다 술집 바로 근처에서 일하게 되면, 남편은 유혹을 막기가 어려우리라고 걱정이 됩니다. 목이 마르는 일을 하는 사람이, 하루종일 눈앞에서 사람들이 술을 마시거나 노름을 하는 것을 보면, 그리고 함께 어울리도록 부추겨지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겠읍니까?” (20쪽)


“니겔, 너는 왜 진작 목사가 되지 않았나! 그렇다라면 교리문답 하나 멋드러지게 만들었을 텐데.” “그러다간 목사들의 밥줄이 모두 끊어지게요. 내가 어린아이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쉬운 교리문답을 만들었다가는 목사가 한 사람도 필요없을 테니까요.” (25쪽)


“빵을 한 조각 더 제게 주세요. 안 돼요, 어머니?” “네 것은 지금 가지고 있지 않니, 니콜라스?” “하지만 난 루디를 주어야 하는 걸요.” “루디를 주라고는 말하지 않았어. 네가 먹고 싶으면 그걸 먹으려므나.” “먹고 싶지는 않지만, 그럼 조금도 더 안 돼요?” “응, 절대로. 얘야!” “왜요?” “우리의 배가 가득하게 되고 나서, 가난한 사람을 구하려고 해서는 안 돼. 아니면 전부 루디를 주려고 그러니?” “예, 모두 주려고 해요. 루디는 지금 매우 배가 고픈 줄 제가 알고 있고, 또 우리는 여섯 시면 또 저녁을 먹는걸요.” (71쪽)


“가난한 사람들에게 어리석은 일을 시키거나, 좋아하지도 않는 쓸데없는 것을 가르치는 게 의무는 아닐 것이다.” (79쪽)


“루디의 목장과 나의 경계석이 인간의 목숨을 빼앗을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고, 거짓 증언과 탈취행위가 사회전반에 헤아릴 수 없는 위험과 재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91쪽)


“왜 돈을 꾸어서는 안 됩니까?” “하나의 못에서 또다른 못으로 옮겨걸지 않는 것이 살림살이의 한 지혜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비싼 이자를 받지 않는 사채꾼은 백에 열 명도 없는 법이에요.” (107쪽)


“학교는 현재와 같이 가정생활과 크게 동떨어진 곳이 아니라, 참으로 밀접한 관계에 서는 곳이어야 합니다.” (14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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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4.11.

헌책읽기 14 케테 콜비츠



  ‘대파’는 ‘큰파(大-)’가 아닌 ‘대나무’처럼 곧고 굵게 오르는 파를 가리킵니다. 오늘날 널리 퍼진 ‘대박’도 매한가지입니다. ‘대단하다·대수롭다’를 이루는 밑동인 ‘대’는 ‘장대·잣대·바지랑대·빨대’ 같은 곳을 받치고, ‘대머리·대가리’에도 씁니다. 대나무를 마당이나 마을에서 늘 마주하는 사람은 ‘대’가 왜 ‘대’인 줄 알고, ‘꽃대·속대’를 쓰는 뜻을 읽어요. 한때 대파 값이 제법 세긴 했지만, 능금이나 배에 대면 아무것이 아니고, 애호박이 훨씬 값이 셉니다. 다들 잊었을 수 있으나, 몇 해 앞서 달걀 한 판이 3000원에서 어느 날 5000원으로, 또 9000원을 거쳐 12000원까지 솟은 적 있습니다. 그때 대파 한 묶음도 9000원이었고, 시금치 한 단도 비슷한 값이었습니다. 그무렵 배추 한 포기는 2만 원을 넘었고요. 그즈음 기름값은 하늘로 껑충 솟아서 겨우내 얼음집에서 버틴 분이 꽤 많은 줄 압니다. 누가 잘 하고 더 잘못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누가 우두머리에 선들, ‘그들’은 모두 ‘살림자리’를 안 쳐다보기 때문에, 이놈을 떨구거나 저놈을 올린들 이 나라는 안 바뀐다는 뜻입니다. 단출하고 얇게 처음 나온 1991년판 《케테 콜비츠》를 새삼스레 읽습니다. 케테 콜비츠 님은 우두머리도 으뜸도 아닙니다. 이녁은 ‘엄마’이자 ‘어버이’요, ‘사람’이자 ‘살림꾼’으로서, ‘사랑’을 그림에 새긴 길이라고 느낍니다. 벼슬을 쥔 무리 가운데 엄마나 아빠가 있을까요? 기저귀를 갈고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걸레질을 하고, 살림을 추스르고, 나무를 심어서 돌보고, 나비랑 풀벌레를 반기며 함께 노래하다가, 아이 손을 잡고서 풀밭에서 소꿉놀이를 하더니, 두바퀴 뒷자리에 아이를 태워서 들길을 천천히 달리는 벼슬아치나 글바치가 있기나 할까요? “변증법적 과정 경유”라든지 “명확 진실 제시”라든지 “동일화할 것 요구”처럼, 뜬금없는 먹물말은 걷어내기를 바랍니다. 엄마랑 아빠는 아이한테 이런 말을 안 쓰거든요. 우리는 사람일 노릇입니다.


《케테 콜비츠》(카테리네 크라머/이순례·최영진 옮김, 실천문학사, 1991.2.30.)


ㅅㄴㄹ


케테 콜비츠의 작품은 우리에게 어떤 변증법적 과정을 경유하도록 이끌지 않는다. 명확한 진실을 제시하고 우리에게 바로 동일화할 것을 요구한다. (45쪽)


“당신의 아들이 전사했습니다.” (전쟁일기 1914년 10월 30일/94쪽)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나의 조국을 사랑하는 것이리라. 네가 너의 방식으로 사랑하였듯이 나는 내 방식으로 그렇게 사랑할 것이다.” (전쟁일기 1914년 섣달 그믐/95쪽)


“부끄럽다. 나는 아직 당파를 취하지 않고 있다. 아무 당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다. 그 이유는 내가 비겁하기 때문이다. 본래 나는 혁명론자가 아니라 발전론자다. 그런데 사람들이 나를 프롤레타리아와 혁명의 예술가로 간주하고 칭송하면서 내게 그런 일들을 떠맡겨버렸기 때문에 나는 이런 일들을 계속하기가 꺼려진다. 한때는 혁명론자였다 …… 전쟁을 겪었고 페터와 마찬가지로 수천의 젊은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았다. 세상에 퍼져 있는 증오에 이제는 몸서리가 난다. 사람이 살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 사회주의 사회가 어서 왔으면 좋겠다. 이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살인, 거짓말, 부패, 왜곡 즉 모든 악마적인 것들에 이제는 질려버렸다.” (19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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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세대를 위한 건축과 국가 권력 이야기 미래 세대를 위한 인문 교양 1
서윤영 지음 / 철수와영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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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4.11.

인문책시렁 352


《미래 세대를 위한 건축과 국가 권력 이야기》

 서윤영

 철수와영희

 2024.1.1.



  《미래 세대를 위한 건축과 국가 권력 이야기》(서윤영, 철수와영희, 2024)는 나라마다 집을 어떻게 달리 여기면서 높거나 크게 세우려 하는가를 짚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보금자리를 이루면서 살림을 일구려고 지붕을 이고 숲 곁에 있는 길이지만, 임금이나 벼슬아치나 글바치는 사람들을 밟고 올라서면서 휘두르려는 굴레라고 할 만합니다.


  큰일을 하자면 큰집이 있어야 할는지 곱씹을 노릇입니다. 둘레를 내려다보려고 큰집을 올린다고 여길 만하고, 콧대를 높이려고 더 크고 더 높게 세우는구나 싶습니다. 사람들 곁에 서려는 길이라면, 큰일을 하더라도 조촐히 여미는 작은집에 깃들게 마련입니다. 또한, 큰일을 어질게 하려는 길이라면, 서울 한복판에만 으리으리하게 올려세우지 않아요. 참다운 큰일이라면, 나라 곳곳에 알맞게 작은집을 지어서 고루고루 돌아가며 일꾼 노릇을 하겠지요.


  우리나라도 일본도 중국도 하늬녘도 매한가지입니다. 벼슬을 쥐거나 힘으로 부리려 하니 그저 덩치를 키웁니다. 심부름꾼을 잔뜩 두니까 큰집을 더 키우려 합니다. 으리으리한 집에는 텃밭이 없습니다. 커다란 울타리에서는 벌나비도 풀벌레도 개구리도 반기지 않습니다. 멀리 이웃나라를 안 쳐다보아도 알 만합니다. 우리나라 푸른지붕에 찾아드는 개구리나 뱀이 있을까요? 아마 보이자마자 잡아죽이겠지요? 우리나라 벼슬터(공공기관) 지붕에 새가 앉아서 둥지를 틀거나 똥을 누면 어떡하나요? 새를 쫓아내겠지요?


  봄을 맞이하면 봄맞이새가 찾아와서 노래합니다. 제비는 사람을 반기면서 처마 밑에 둥지를 짓거나 추스릅니다. 그런데 오늘날 사람집을 보면 처마가 거의 없어요. 처마가 있더라도 풀벌레나 거미나 벌나비를 잡을 만한 풀밭도 숲도 논밭도 죄 사라지는데다가, 기껏 논밭이나 풀밭이 있더라도 풀죽임물로 뒤범벅이라 몽땅 죽음수렁입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건축과 국가 권력 이야기》는 온누리 모든 나라가 ‘힘(국가권력)’을 쥐거나 펴려고 하면서 얼마나 허울스럽게 몸집만 불리는지 들려줍니다. 다만, 하늬녘 이야기가 너무 길어요. 하늬녘 이야기는 확 줄이고서 우리나라 이야기에 자리를 내준다면 한결 나으리라 봅니다. 그리고 베트남이나 태국이나 몽골이나 티벳이나 네팔을 돌아보면 더욱 나을 테지요. 중국이나 대만에 깃든 작은겨레는 집살림을 어떻게 하는지 살핀다면, ‘힘’하고 ‘살림’ 사이가 얼마나 먼지 잘 짚어낼 수 있습니다.


  어린이하고 푸름이를 바라보는 들꽃사람은 조촐하게 살림집을 짓고 가꾸고 꾸려서 물려줍니다. 어린이도 푸름이도 안 바라보는 임금과 벼슬아치와 글바치는 우람하게 담벼락을 세워서 끼리끼리 힘자랑에 이름치레에 돈잔치를 벌입니다.


ㅅㄴㄹ


어떤 건물을 어디에 어떻게 지을지는 그 사회를 지배하는 생각 즉 지배 담론을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9쪽)


궁전은 산속이나 호숫가에 위치하는 대신 넓은 평지에 자리잡으며 방어적인 요새의 성격 대신 과시적인 형태로 지어집니다. (55쪽)


일제 강점기 일본은 법제, 학문, 도시 계획 등에서 프로이센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이것이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65쪽)


조선 초기에 지어진 경복궁은 320여 칸이었는데 중건된 경복궁은 모두 7000여 칸이었으니 규모로 보면 20배가 넘는 엄청난 대공사였습니다. (185쪽)


일제 강점기에는 경복궁 바로 앞에 조선 총독부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해방 후에는 조선 총독부 건물 앞에 그 일본을 패망시켰던 미국의 대사관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202쪽)


+


어떤 건물을 어디에 어떻게 지을지는 그 사회를 지배하는 생각 즉 지배 담론을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 어떤 집을 어디에 어떻게 지을지는 삶터를 다스리는 큰줄기를 따르곤 합니다

→ 어떤 집을 어디에 어떻게 지을지는 나라를 가로지르는 큰틀을 으레 따릅니다

9쪽


잔심부름부터 하면서 일을 배웠는데 이를 도제라고 했습니다

→ 잔심부름부터 하면서 일을 배웠습니다

→ 잔심부름부터 하면서 일을 따라했습니다

21쪽


혁명의 물결이 번지지 않도록

→ 들물결이 번지지 않도록

→ 새물결이 번지지 않도록

29쪽


고대 이집트까지 소급해 올라간 것인데

→ 옛 이집트까지 거슬러올랐는데

→ 예전 이집트까지 올라갔는데

49쪽


더 이상 지어지지 않게 됩니다

→ 더는 짓지 않습니다

→ 더 짓지는 않습니다

54쪽


그만큼 세수도 줄어 경제난까지 가중되었습니다

→ 그만큼 적게 거두어 돈고비까지 큽니다

→ 그만큼 나라돈도 줄어 강파르기까지 합니다

→ 그만큼 낛도 줄어 가난살림까지 이릅니다

9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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