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6.29.

오늘말. 미어지다


열매가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립니다. 익지 않았으면 해바람비를 깊이 머금을 때까지 지켜봅니다. 속이 찬 열매는 씨앗이 참하지요. 사람도 매한가지이니, 얼핏 어여뻐 보이거나 간드러지더라도 쭉정이 같을 수 있어요. 몸매가 잘빠지기에 아름답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나이만 차면 하늘거리지 않습니다. 철이 들면서 넋이 빛날 적에 곱습니다. 서로 돌보고 아끼는 하루를 지을 적에는 누구나 천천히 자랍니다. 서로 등돌리고 미워하는 터전이라면 우글우글 사람물결에 숨이 막히면서 괴로워요. 알차거나 반짝이는 마음이 사라진 채 그저 미어지는 서울 한복판이라면 버거우면서 외롭습니다. 바닷물은 넘실거립니다. 냇물은 남실거립니다. 돌개바람이 불 적에는 뭍이며 마을로 흘러넘치는 듯하지만, 바다가 지나치게 흐르는 일이란 없습니다. 거름으로 삼지 못 하는 똥오줌이 큰고장마다 넘칩니다. 얼마 앞서까지 모든 사람똥도 흙으로 돌아가면서 풀꽃나무를 북돋았지만, 이제는 다 찌꺼기나 쓰레기로 여깁니다. 어디로 가는 길일까요. 무엇을 바라보는 하루일까요. 서로 살리는 길을 놓치고, 함께 가꾸면서 기르는 하루를 잊을 적에는 불수렁으로 넘어갈 텐데요.


ㅅㄴㄹ


무르익다·익다·차다·참하다·나이들다·나이차다·깊다·산드러지다·간드러지다·하늘거리다·잘빠지다·아름답다·아리땁다·어여쁘다 ← 과년(瓜年)


넘다·넘기다·넘겨주다·넘실거리다·넘치다·넘어서다·넘어가다·뛰어넘다·차고 넘치다·흘러넘치다·미어지다·미어터지다·욱시글·우글우글·웃돌다·지나다·지나가다·지나치다 ← 초과, 용량초과


똥·똥오줌·사람똥·찌꺼기·큰것 ← 변(便), 분변(糞便), 대변(大便), 용변, 인분(人糞), 지뢰(地雷)


올리다·끌어올리다·북돋우다·살리다·늘리다·높이다·키우다·기르다 ← 버프(buff)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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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시장 삼대째 18 - 다금바리
하시모토 미츠오 지음 / 대명종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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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6.29.

골라먹지 않기


《어시장 삼대째 18 다금바리》

 나베시마 마사하루 글

 하시모토 미츠오 그림

 편집부 옮김

 조은세상

 2006.6.23.



  ‘고루먹기’하고 ‘골라먹기’는 얼핏 다른 듯싶지만 닮습니다. ‘고루’ 먹을 적에도 고루고루 ‘고르’면서 먹습니다. 골라서 먹을 적에도 우리한테 맞는 밥을 헤아리면서 ‘고루’ 먹습니다.


  ‘고루먹기’는 ‘모두먹기’가 아닙니다. 스스로 눈을 밝혀서 고른 결을 맞아들이는 길입니다. ‘골라먹기’는 ‘가려먹기’가 아니지요. 스스로 어떤 몸인지 차근차근 짚고서 스스로 살릴 길을 고르게 받아들이는 길입니다.


  《어시장 삼대째 18 다금바리》(나베시마 마사하루·하시모토 미츠오/편집부 옮김, 조은세상, 2006)를 펴면 ‘다금바리’라는 헤엄이를 놓고서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이야기로 첫머리를 엽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저 모르거나 아리송할 텐데, 아직 몰랐다고 하더라도 가만히 보고 다시 보고 거듭 보고 새로 보려고 한다면, 어느새 ‘고루’하고 ‘골라’가 얼마나 닮으면서 다른가를 알아차리지요.


  다른 길이라서 어느 쪽이 낫거나 나쁘지 않은 줄 안다면, 닮은 길이라서 어느 쪽이 나쁘거나 낫지 않은 줄도 알 테지요. 우리 삶터는 아직 ‘다름’을 못 받아들일 뿐 아니라, 안 쳐다보기까지 합니다. 제대로 보고, 다시 들여다보고, 새로 살펴보고, 거듭 쳐다보고, 천천히 바라볼 때라야 겨우 눈을 뜰 텐데, 처음부터 그저 눈을 감거나 등을 돌린다면, 하나도 모르기도 할 테고, 이웃하고 동무를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짓을 함부로 하게 마련입니다.


  골라서 먹기에 나쁘지 않지만, 골라먹기를 하기 앞서 모든 맛을 다 보아야 할 테지요. 모두 맛보았기에 우리 몸에 맞거나 안 맞는 결을 알아차립니다. 그런데 우리 몸에 안 맞는구나 싶어도 일부러 받아들일 때가 있어요. 스스로 거듭나려고 할 때에는 ‘여태까지 안 맞는다’고 여긴 결을 맞아들이지요. 스스로 깨어나려고 할 때에도 ‘이제까지 안 쳐다보고 안 받아들였다’고 여긴 곳으로 나아갑니다.


  누구나 삶터를 골라서 지냅니다. 서울에서도 살고 시골에서도 살아요. ‘서울’도 여럿이니, 이름 그대로 서울이 있고, 부산과 인천과 대구와 광주와 대전이 있어요. 또한 전주와 나주와 포항과 순천과 강릉과 춘천이 있지요. 우리는 누구나 ‘골라’서 살아갑니다. 다만, 어느 고장을 골라서 살아가더라도 ‘우리나라 어느 곳’이든 저마다 다르게 아름답게 삶을 지을 터전인 줄 알아차릴 노릇입니다.


  서울이 가장 낫지 않고, 가장 나쁘지 않습니다. 시골이 더 나쁘지 않고, 더 낫지 않습니다. 다 다른 삶에 맞추어 다 다른 삶터입니다. 이 얼거리를 느끼고 읽고 받아들일 뿐 아니라, 말할 수 있으면서 나누는 마음으로 자라야, 비로소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나 어른으로 섭니다.


  철들지 않기에 함부로 뽑거나 가리더군요. 철든 사람은 고루 살펴서 읽고, 골라서 헤아리며 읽지요. 철들지 않으려 하기에 몇몇 갈래에 얽매입니다. 철든 마음을 모르기에 자꾸자꾸 서울로만 쏠리면서 ‘이름·돈·힘’에 매달립니다.


  글은 그저 글일 노릇입니다. 이름난 이가 써야 빛나지 않습니다. 수수한 옆집 아저씨가 쓰기에 안 빛나지 않습니다. 그림은 그냥 그림입니다. 빼어난 이가 붓을 놀려야 아름답지 않습니다. 옆집 아이가 문득 쥔 붓으로 슥슥 담아도 아름답습니다.


  우리가 밥살림으로 맞아들이는 ‘고깃살’이라면, 고깃살을 바라보고 마주하는 마음에 따라서 다 다릅니다. 고기밥이 아닌 풀밥을 누릴 적에도 매한가지예요. 풀밥이어야 훌륭하지 않고, 고기밥이라서 힘나지 않습니다. 어느 밥이건, 우리가 마음에 사랑을 심어서 기쁘게 나누고 즐겁게 펴려는 생각이 흐를 노릇입니다.


  골라먹거나 골라읽지는 않으나, 고르게 곱게 곰곰이 가다듬을 줄 아는 눈길에 손길에 매무새일 때에 사람답습니다. 가리거나 가르지 않을 줄 알 적에, 품고 풀면서 푸르게 피어나려는 마음으로 걸어갈 적에, 우리는 저마다 다르게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ㅅㄴㄹ


“지방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지만, 농성어도 다금바리! 이것도 다금바리라고 한다구요?” “그렇네. 여기서야 농성어와 다금바리로 명확히 구분하지만, 거기선 둘 다 그렇게 부른다더군. 이해하기 힘들걸세.” (39쪽)


“다금바리는 농성어만큼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말 아는 사람만 먹는 맛이 뛰어난 생선일세. 다금바리만 찾는 요리사와 생선집이 있을 정도로 평가 받는 생선이란 말이지. 나도 먹어 보고 나서야 이놈을 취급하기 시작한 거라네.” (42쪽)


“냉동 참치의 품질이 전부 다르기에 그에 맞춰 해동을 해야 하네.” (101쪽)


“모두 도루묵이 맛있는 생선이라고는 알고 있지만, 도쿄의 츠키지 어시장 사람들에게도 그저 그런 생선이라는 점을 요전에 다시 느꼈지요.” (151쪽)


“농약, 가정의 폐수, 연안의 공사, 해초의 감소 등.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너무 남획을 해서일세. 신의 선물이라고 좋아서, 산란하러 오는 놈들을 산란도 하기 전에 마구잡이로 잡았으니 당연한 거 아닌가.” (163쪽)


“삼대째, 그래선 저 양반의 호의를 무시하는 겁니다.” “호의? 저 양반이 나에게?” “맞아요. 어르신이 우리에게 싸게 사가는 테크닉은 우리가 왕도매상에게 물건을 살 때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176쪽)


“동네 생선가게가 줄어들면 가정에서도 생선을 덜 먹게 될지도.” (188쪽)


+


#築地魚河岸三代目 #はしもとみつお #鍋島雅治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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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을 나는 새 - 동물 행동학자의 펭귄 관찰 일지
이원영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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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6.29.

다듬읽기 192


《물 속을 나는 새》

 이원영

 사이언스북스

 2018.9.21.



  《물 속을 나는 새》(이원영, 사이언스북스, 2018)는 ‘얼음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얼음새는 우리나라에서 살 수 없습니다. 짐승우리에 갇힌 얼음새는 더러 있을 테지만, 참 못 할 짓입니다. 스스로 우리에 갇히면서 먹이만 받아먹으려는 새나 짐승은 하나도 없거든요. 글쓴이는 마끝(남극)으로 가서 얼음새를 지켜봅니다. 다만, 얼음새 머리에 찰칵이를 붙이기도 하고, 뭔가 자꾸 ‘과학 연구’를 하려는 마음입니다. 아무래도 마끝에서는 하루 내내 얼음새를 지켜보기 어려울 만하겠지요. 그러나 ‘아기 하루살림’을 지켜보고 싶을 적에 ‘아기 머리에 찰칵이를 테이프로 단단히 감아’ 놓아도 될는지 생각할 노릇입니다. 마음으로 지켜보려고 한다면, 마끝살림이 무엇이고, 바다살림이 무엇이며, 헤엄질과 알품기가 무엇인지, 더 느긋이 바라보려고 한다면, 줄거리가 사뭇 다르리라 봅니다. “펭귄에 관한 과학적 지식”이 아닌 “우리 이웃 얼음새 이야기”를 바라자면 참 어려울는지 모르지만,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ㅅㄴㄹ


차가운 공기가 뺨을 때린다

→ 바람이 차갑다

→ 바람이 차다

7쪽


남극에 가게 된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자

→ 마끝에 간 이야기부터 해보자

→ 끝마녘에 간 이야기부터 하자

7쪽


펭귄을 만나 처음 한 일은 펭귄을 잡아 추적 장치를 부착하는 작업이었다

→ 얼음새를 만나서 처음에는 뒤좇기를 붙였다

→ 얼음새를 만나면 처음에는 길찾기를 붙인다

10쪽


사육 시설에 가두고 키우기 적합한 동물이 아니다

→ 가두어 키울 만한 짐승이 아니다

→ 가두어 키울 만하지 않다

34쪽


수영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새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물고기 마냥 자유로워 보인다

→ 헤엄치는 모습을 보면 참말 새가 맞을까 싶도록 바닷속을 가볍게 누빈다

40쪽


특히나 흥미로운 점은 낮과 밤 시간대에 잠수 깊이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이었다

→ 낮과 밤에 다르게 물에 잠기기에 새삼스럽다

→ 밤낮에 따라 자맥질 깊이가 달라 눈에 띈다

42쪽


상당히 비슷한 생김새를 갖게 되었다

→ 무척 비슷하다

→ 매우 닮았다

48쪽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어 짝을 부르는 노래를 부른다

→ 하늘로 고개를 들어 짝을 부른다

→ 하늘을 보며 짝찾기 노래를 부른다

53쪽


이제야 간신히 수면에서 서로 부르는 울음소리와 무리 짓는 행동의 관계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

→ 이제야 겨우 물낯에서 서로 부르는 울음소리와 무리짓기를 어림한다

64쪽


이유를 알기 위해 크게 네 가지 가설을 가지고 접근했다

→ 까닭을 알려고 크게 네 가지를 꼽으며 살폈다

→ 왜 그런지 알려고 네 가지를 어림하며 보았다

88쪽


포란반에는 털이 없어 맨살이 드러나 있어서 알을 따뜻한 온도로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 품깃에는 털이 없어 알을 따뜻하게 돌본다

→ 알품깃은 맨살이 드러나서 알을 따뜻하게 품는다

89쪽


밥만 잘 먹인다고 육아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 밥만 잘 먹인다고 잘 크지 않는다

→ 밥만 잘 먹인다고 돌봄길이 끝이 아니다

102쪽


제비는 기대 수명이 5년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 제비는 어림나이가 다섯 해밖에 되지 않으니

→ 제비는 앞나이가 얼추 다섯 해라서

121쪽


소변과 대변이 따로 구분되어 있지 않아서 한꺼번에 모아서 배출한다

→ 똥과 오줌을 가르지 않고 한꺼번에 눈다

→ 똥과 오줌을 한꺼번에 눈다

134쪽


새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늘 분변의 흔적이 남는다

→ 새가 지나간 자리에는 늘 똥자국이 있다

→ 새가 지나가면 늘 똥이 남는다

13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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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 삶 - 헬렌과 스콧 니어링이 버몬트 숲속에서 산 스무 해의 기록
헬렌 니어링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보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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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6.29.

까칠읽기 14


《조화로운 삶》

 헬렌 니어링·스콧 니어링

 류시화 옮김

 보리

 2000.4.15.



《조화로운 삶》(헬렌 니어링·스콧 니어링/류시화 옮김, 보리, 2000)은 “Living The Good Life”를 옮겼다고 한다. “즐겁게 살기”나 “잘 살기”라고 할 만하다. 이 책이 처음 한글판으로 나오던 무렵에 ‘보리출판사 영업부 막내’로 지냈고, 갓 찍어서 펴냄터에 처음 닿은 책을 밤새워 읽으면서 몇 가지를 느꼈다. 첫째, 처음 받은 옮김글을 그렇게 뜯어고쳤을 뿐 아니라, 엮은이가 영어를 맞대면서 바로잡은 옮김말씨라지만, 얄궂거나 아리송한 대목이 잔뜩 있다. 둘째, 2000년에 ‘수습(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달삯으로 62만 원을 받는 나로서는 뜬구름 잡거나 텅빈 소리 같았다. 셋째, 나는 두다리(보행자)나 두바퀴(자전거)로만 살아갈 마음인데, 글쓴이는 이미 쇳덩이(자동차)를 아주 즐길 뿐 아니라, 니어링 님은 쇳덩이를 버릴 마음이 터럭만큼도 없다. 넷째, 이 책으로는 뭔가 줄거리를 제대로 들려주지는 못 한다고 느껴서, 《The Maple Sugar Book》을 따로 사서 읽었는데, ‘어떻게 일했는가’를 다룬 책이 훨씬 낫더라. 《Living The Good Life》가 아니라 《The Maple Sugar Book》을 읽는 길이 우리나라에도 이바지하리라 느꼈다. 다섯째, ‘강연·여행’을 바탕으로 ‘하루 한나절(4시간) 일하기’는 너무 허울스럽더라. 아이를 낳아서 돌보는 어버이라면 ‘온하루(24시간) 일하기’이다. 아이를 안 낳고서 둘이서 ‘강연 수입’만으로도 넉넉하다면, 두 사람처럼 땅도 널찍하게 장만하고, 쇳덩이를 굴리면서 여기저기 누빌 테지. 그러나 ‘강연 수입’이 없으면서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 돌볼 사람한테는 아주 머나먼 소리일 수밖에 없다.


《조화로운 삶》은 나쁜책일 수 없다. 날마다 알맞게 일하면서 둘이 즐겁게 어우러지는 길을 부드럽게 들려준다. 아이를 안 낳겠다면, 또 앞으로 이 푸른별에서 아이가 더는 안 태어나도 된다고 여긴다면,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여러모로 돌아볼 만하다고 느낀다.


짝을 맺어서 아이를 낳는 길을 가지 않더라도 이웃집 아이를 사랑하려는 삶이라면, ‘우리 집 아이’를 넘어서 ‘온누리 모든 아이’를 헤아리고 품고 돌아보면서 사랑하는 길을 새롭게 짓고 싶은 살림이라면, 《조화로운 삶》은 퍽 심심할 뿐 아니라, 살갗으로 안 와닿는 줄거리라고 느낄 만하다.


2000년에 처음 읽은 이 책을 2024년에 모처럼 되읽었다. 스물네 해 만에 되읽었어도 두 사람이 걸은 길은 우리나라하고 안 맞아도 한참 안 맞을 뿐 아니라, 미국에서 ‘가난하거나 수수한 사람’으로서도 넘볼 수 없는 ‘잘난(부자)’ 길이로구나. 잘난 길이 나쁠 일이란 없지만, 잘난 길이 ‘아름답다’거나 ‘어울림(조화)’이라고 덮어씌우려 한다면, 하나도 안 맞으리라 본다.


맨손과 맨몸으로, 쇳덩이(자동차) 없이, 땅을 장만할 밑돈이 없는 누구한테나, 이 삶을 어떻게 짓고 이 살림을 어떻게 일구고 이 사랑을 어떻게 펼 적에 스스로 빛나는 사람으로 설 만한가 하는 수수께끼를 풀려는 마음일 때라야, 비로소 ‘아름다움’에 ‘어울림’일 테지.


ㅅㄴㄹ


#LivingTheGoodLife #HelenNearing #ScottNearing


미국은 정해진 대로 파국의 길을 가도록 내버려 두면 그만이었다

→ 미국은 그대로 무너지라고 내버려두면 그만이다

→ 미국은 그저 사라지라고 내버려두면 그만이다

5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 골칫거리를 풀려면

→ 근심을 씻으려면

5


도시를 떠날 때 세 가지 목표를 품고 있었다

→ 서울을 떠날 때 세 가지를 내다보았다

→ 큰고장을 떠날 때 세 가지를 뜻하였다

6


화학 비료를 전혀 쓰지 않고도 농사일을 만족스럽게 해냈다

→ 죽음거름을 안 쓰고도 논밭을 잘 지었다

→ 죽음재 없이도 땅을 건하게 일구었다

7쪽


우리는 삶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 우리는 삶을 다독이지 못했다

→ 우리는 삶을 바꾸지 못했다

→ 우리는 삶을 풀어내지 못했다

8


용기를 내서 우리처럼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면 좋겠다

→ 기운을 내서 우리처럼 새길을 나서기를 빈다

→ 우리처럼 씩씩하게 나아가기를 바란다

→ 우리처럼 꿋꿋이 해보기를 바란다

9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에는 너무 나이를 먹은 게 아닐까

→ 새롭게 나서기에는 너무 나이를 먹지 않았나

→ 새롭게 살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지 않나

13


시골 일은 내 허리를 휘게 만드는 또 다른 중노동이 되지 않을까

→ 시골일로 허리가 휘지 않을까

→ 시골일을 하다가 허리가 휘지 않을까

13


우리의 바람은 필요한 것들을 될 수 있는 대로 손수 생산하는 것이고

→ 우리는 될 수 있는 대로 손수 지어서 쓰기를 바랐고

→ 우리는 되도록 손수짓기를 바랐고

35


두 번째 질문은 아마 이것일 것이다

→ 둘째는 아마 이렇게 물어본다

→ 둘째로 이렇게들 묻는다

54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이웃 사람들 몇몇과 별 소득도 없는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 우리는 이 때문에 여러 이웃하고 덧없이 말다툼을 벌인 적이 있다

→ 우리는 이 일을 놓고서 여러 이웃하고 애먼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55


흐르는 물을 발견하고 나자 넘치는 물을 지하실 하수구로 내보내는 문제에 부딪쳤다

→ 흐르는 물을 찾고 나서는, 넘치는 물을 수챗구멍으로 내보내야 했다

76


돌에 이런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또 있다

→ 이렇게 돌을 아끼는 사람이 또 있다

→ 이렇게 돌을 살피는 사람이 또 있다

84


숲 속 농장을 방문하는 사람이 나날이 늘어 더 많은 양식이 필요해지자

→ 숲밭을 찾는 사람이 나날이 늘어 먹을거리도 늘려야 하기에

→ 숲밭을 찾아오는 사람이 나날이 늘어 밥살림이 모자라자

98


땅이 웬만큼 기울어져 있으면 우리는 계단식 밭을 만들었다

→ 좀 기운 땅이면 디딤밭을 일구었다

→ 퍽 기운 땅이면 다락밭을 지었다

99


화학 물질을 써서 밀가루를 표백했으며

→ 죽음재를 써서 밀가루가 하얗고

128


우리가 제분에 대해 꽤 자세하게 설명한 데는 까닭이 있다

→ 가루내기를 꽤 낱낱이 들려주는 까닭이 있다

→ 빻음질을 하나하나 이야기하는 까닭이 있다

128


수입이 적은 집의 생활비에서 먹을 거리 다음을 차지하는 것이 주거비인데

→ 벌이가 적은 살림돈에서 먹을거리 다음으로 집값이 차지하는데

157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풀 수 있다고 믿기에 이르렀다

→ 이야기를 하며 풀 수 있다고 여겼다

→ 이야기로 풀 수 있다고 보았다

162


서로 돕는 전통을 세우려는 우리 노력이 성공했다면, 주민들이 함께 일하는 것이 마을에 중요한 구실을 했을 것이다

→ 서로돕기가 자리를 잡으면 마을이웃은 두레를 짠다

→ 서로돕는 살림이 자리잡으면 마을사람은 품앗이를 한다

→ 서로도울 줄 알면 마을에서는 울력을 한다

178


우리가 시골을 선택했듯이, 우리는 지금도 도시보다 시골에서 사는 것이 사람 하나하나에게나 집단에게 더 나은 삶을 가져다 준다고 생각한다

→ 우리가 시골로 갔듯이, 우리는 오늘도 서울보다 시골에서 살아야, 한 사람이며 모두한테 더 낫다고 생각한다

→ 우리가 시골에서 살듯이, 큰고장보다 시골에서 살아야, 한 사람한테나 모두한테나 더 낫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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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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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18.


《태양의 집 12》

 타아모 글·그림/이지혜 옮김, 대원씨아이, 2015.12.15.



저잣마실을 간다. 해가 드는 쪽으로 걷는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어디에서나 뚜벅이는 드물다. 더욱이 여름에는 해가 드는 길을 걷는 이는 찾기 어려우니, 호젓하게 느긋이 걷는다. 글손질 일감을 챙겨서 나왔다. 등짐만 그늘자리에 놓고서, 고즈넉하게 햇볕이 드리우고 따뜻한 늦봄을 누리면서 일감을 잡는다. 풀내음을 맡고 먹는다. 읍내 후박나무에도 후박꽃이 맺었기에 두 송이를 훑는데 단맛이 없다. 사랑도 눈길도 못 받는 나무에는 꽃이 피어도 꽃을 알아보는 이가 적고, 꽃을 문득 보더라도 반기지 않는 듯싶으니, 이렇게 쓰구나. 《태양의 집 12》을 거쳐 열석걸음 마무리까지 읽었다. 여러모로 잘 엮고 일군 그림꽃이라고 느끼지만, 잘 안 팔려서 사라져야 했구나 싶다. ‘네이버웹툰’이 돈을 어마어마하게 긁는다는데, 난 그곳에 들어가지도 않고 쳐다보지도 않는다. 손으로 그리든 셈틀로 그리든 대수롭지 않은데, ‘타령’하고 ‘재미’에 갇힌 오늘날 웹툰은 ‘아침연속극’이나 ‘조폭영화’하고 똑같다고 느낀다. 책을 놓고 보아도 ‘아름책’이 아닌 ‘베스트셀러’를 쳐다보는 나라요, 붓바치이다. 들꽃 곁에 쪼그려앉아서 말을 섞는 어린이 마음을 잃은 우리 모습이라면, 앞으로도 이 터전은 불수렁으로 치달으리라고 본다.


#たいようのいえ #Taamo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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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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