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은 내가 할게 - <책과아이들> 25년의 기록
이화숙.강정아 지음 / 빨간집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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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숲마실 2024.7.30.


책집지기를 읽다

13 부산 〈책과 아이들〉과 《서점은 내가 할게》



  책집은 책집지기가 합니다. 책손은 책집을 마실합니다. 책집지기는 책을 살펴서 고르고 갖추면서 알립니다. 책손은 책을 살펴서 장만하고 읽습니다. 책집지기는 책을 더 많이 읽는 일꾼이 아닙니다. 책집지기는 ‘스스로 못 읽은 책’을 눈썰미로 느껴서 알아보는 몫입니다. 책손은 책을 더 많이 사는 자리가 아닙니다. 책손은 ‘언제나 새로 배울 책’을 기쁘게 맞아들여서 즐겁게 삭이고는 두런두런 이야기로 지피는 몫입니다.


  굳이 모든 책손이 ‘새로 나오는 모든 책’을 하나하나 짚고 훑으면서 챙겨야 하지 않습니다. 구태여 모든 책집지기가 ‘어떤 책이 아름다울는지 가늠해야’ 하지 않습니다. 좀 어설프거나 엉성한 책을 갖출 수 있고, 좀 섣부르거나 서툰 책을 사서 읽을 수 있습니다.


  어떤 책이든 어떤 삶을 담습니다. 그저 삶을 담는 책입니다. 좋은삶을 담기에 좋은책이 아니고, 나쁜삶을 담아서 나쁜책이 아닙니다. 다 다르게 배우는 책입니다. 노무현이 쓰건 이명박이 쓰건 박근혜가 쓰건 문재인이 쓰건, 그저 ‘누가 쓰는 책’입니다. 우리는 ‘누구’라는 이름이 아니라, ‘책에 깃든 숨결’이 민낯인지 거짓인지 허울인지 알맹이인지 씨알인지 알아보고 가누면서 가릴 줄 알면 됩니다.


  이름값만으로 책을 살피거나 챙기거나 사거나 읽으면, 언제나 허울을 스스로 들쓰면서 그만 거짓부렁에 속습니다. 책은 이름값이 아닌 줄거리하고 알맹이로 읽어야 맞습니다. 이름난 글바치가 낸 책이라지만, 정작 후줄근할 뿐 아니라 눈가림과 거짓말이 춤출 수 있습니다. 누가 쓴 책인지도 모르고, 펴낸곳조차 낯설다고 하지만, 막상 아름답고 알차면서 눈부신 책일 수 있습니다.


  부산 마을책집 〈책과 아이들〉을 오래오래 일군 책집지기가 남긴 《서점은 내가 할게》입니다. 대단하지 않은 책이면서, 곰곰이 읽을 책입니다. 추켜세울 책이 아니면서 가만히 새길 책입니다. 왜 “책집은 내가 할게” 하고 속삭일까요? 책집이란 무엇이기에, 왜 책집을 열어서 꾸리고 가꾼다고 소근거릴까요?


  책집이 있는 마을은 안 무너집니다. 책집이 없는 마을은 무너집니다. 책집마실을 안 하는 사람이 우두머리(대통령·시장·군수·구청장) 따위를 맡으면, 그곳은 무너집니다. 책집마실을 하는 수수한 이웃이 마을을 이루면, 그곳은 알뜰살뜰 즐겁게 살림빛을 잇습니다.


  아이한테 책을 읽힐 까닭이 없습니다. 어른하고 어버이가 책을 읽으면 돼요. 어른하고 어버이는 쇳덩이(자동차)를 멈추고서, 아이 손을 잡고 마실을 하거나 돌아다니면서 틈틈이 책을 읽으면 됩니다. 책은 대단한 곳에서 읽어야 하지 않습니다. 구태여 책숲(도서관)에 가서 읽을 책이 아니라, 집에서 읽으면 될 책이요, 버스나 전철에서 읽으면 즐거운 책입니다. 들마실을 가서 도란도란 어울리다가 혼자 떨어져서 해바라기를 하며 즐기면 아름다운 책입니다.


  우리는 ‘추천도서’가 아닌 ‘책집에 있는 책’을 읽으면 됩니다. ‘손길이 깃든 책’을 읽으면 돼요. ‘손길’이란 여러 가지입니다. 첫째, 글쓴이 손길입니다. 둘째, 책집지기 손길입니다. 셋째, 먼저 책을 알아보고서 읽은 이웃책동무 손길입니다. 부산 거제동 한켠에 마을책집이 있으니, 사뿐히 책마실을 누려요. ‘어떤 책을 사서 읽을까’ 하는 마음은 내려놓고서, ‘내가 마실하는 책집에 꽂힌 책’을 천천히 돌아보고 둘러보고서 서너 자락쯤 골라서 사읽으면 됩니다. 마실길 한 걸음에 서너 자락이나 한두 자락을 사면 돼요. 자주 마실하면 됩니다. 시골에서 지내느라 책집마실이 뜸할 수밖에 없다면 잔뜩 살 수 있을 테지만, 책집이 곁에 있으면 슬금슬금 자주 마실하면서 천천히 골마루를 거닐면서 눈길을 틔우기에 서로 반짝반짝 빛납니다.



《서점은 내가 할게》(강정아·이화숙 이야기, 빨간집, 2022.1.31.)



사실 그때 수원에 〈초방〉 같은 책방이 있었으면 해서 나도 책방을 해볼까 맘을 낸 순간이 있었어요. 그런데 언니가 한다니까 단박에 ‘난 행복한 이용자가 되어야지’로 맘이 바뀌더라고요. 서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우리 동네에 서점이 필요했던 거였어요. (24쪽)


아이를 키우는 주부에게 서점의 접근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교대 앞으로 옮긴 건데, 데려와도 막상 아이들은 책방에 관심 없는 경우가 많아요. 찡찡거리는 모습들을 보니까 마당이라도 있으면 아이들이 들락날락할 건데 싶었어요. (43쪽)


한동안 모 출판사에서 나온 ‘그리스 로마 신화’ 책이 굉장히 인기였어요. 그래도 저희 책방엔 입고하지 않았어요. 저희가 보기엔 그리 추천할 만한 책이 아니었거든요. (232쪽)


일본 교수들이 교대에서 워크숍을 하고 내려가다가 “여기 책방이 있네” 하고 들어왔는데, 뒤따라온 한국 교수가 “어, 여기 서점이 있었네?” 한 거죠. 교대로 매일 출근하면서도 못 보셨던 거예요. (238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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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 핀 꽃 -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할머니들의 끝나지 않은 미술 수업
이경신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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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인문책시렁 359


《못다 핀 꽃》

 이경신

 휴머니스트

 2018.8.13.



  《못다 핀 꽃》(이경신, 휴머니스트, 2018)을 진작 읽고도 자리맡에 한참 놓았습니다. 글님이 이 꾸러미를 여미기까지 한참 삭이고 다독였듯, 이 이야기를 읽은 마음도 곰곰이 짚으면서 되새깁니다.


  일본에서는 ‘군함도’와 ‘사도광산’을 살림빛(세계유산)으로 올리고 싶어서 애썼고, 둘 가운데 ‘사도광산’은 살림빛으로 올린다고 합니다. 그곳으로 끌려가서 시달리다가 죽은 가녀린 넋은 일본도 우리나라도 못 본 척하거나 숨겼습니다. 그런데 두 나라는 돌밭(광산)으로 끌려간 가녀린 넋만 못 본 척하거나 숨기지 않아요. 싸울아비(군인)로 끌려간 숱한 사람을 못 본 척했고 숨겼으며, 때로는 내몰았습니다. 일본 나가사키하고 히로시마에 불벼락(핵폭탄)이 떨어졌을 적에 애꿎게 끌려간 조선사람이 얼마나 죽었는지 아직도 알 길이 없을 뿐 아니라, 두 나라 모두 쉬쉬하거나 조용히 지나갈 뿐입니다.


  어느 하나만 슬그머니 눙치지 않습니다. 모든 곳에서 눙쳐요. 어느 하나만 빠뜨리지 않습니다. 모든 수수한 사람들 살림살이를 등돌립니다.


  《못다 핀 꽃》은 “못다 핀 꽃”으로 오래오래 곪고 아프며 지친 여러 할머니가 스스로 붓을 쥐고서 이녁 삶을 담아내기까지 어떤 하루를 살았는지 들려줍니다. 우리 발자취를 잘 모르고, 할머니 발걸음도 잘 모르지만, 할머니하고 가까이 지내면서 우리 발자취를 되새기려던 이경신 님이 어떻게 다가섰는지 들려주고, 할머니가 어떻게 마음을 틔우면서 새길을 열려고 했는지 보여줍니다.


  ‘꽃할머니’는 ‘지는꽃’이면서 ‘못다 핀 꽃’이고, ‘새롭게 피는 꽃’입니다. 할머니라는 고개는 ‘꽃씨’로 남는 길이요, 이다음에 태어나서 자랄 어린이한테 “푸른숲을 이룰 작은씨”를 물려주는 삶입니다. 꽃할머니는 미움이나 주먹질이나 손가락질을 바라지 않습니다. 꽃할머니는 사랑과 어깨동무와 새길을 바랍니다. 두 나라 우두머리를 비롯해서 벼슬아치·글바치·붓바치 모두 지난날을 뉘우치면서 이제는 살림꽃을 어질면서 참하고 곱게 가꿀 수 있기를 바라요.


  우두머리나 벼슬아치만 꽃할머니를 모르쇠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모두 꽃할머니를 모르쇠했습니다. 옆나라만 꽃할머니한테 등돌리지 않았습니다. 우리부터 꽃할머니한테 등돌린 나날이 깁니다. 무엇보다도 “총칼을 거머쥔 싸울아비”가 있는 모든 나라에서는 순이가 노리개로 구르고, 돌이는 꼭두각시 노릇에 매입니다. 어떤 총칼로도 어깨동무를 못 해요. 살림을 짓는 호미 한 자루에, 살림을 담는 붓 한 자루를 왼손과 오른손에 하나씩 쥘 적에 비로소 살림을 열면서 손을 맞잡게 마련입니다.


  돈벌이(경제성장)에 바쁜 우두머리·벼슬아치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 그동안 어떤 짓을 했고, 오늘 어떤 굴레를 들쓰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참사랑을 누가 어떻게 잊었는지 곱씹을 일입니다. 우리가 먼저 품고 풀어야, 이웃하고도 품고 풀 수 있어요. 그나저나 《못다 핀 꽃》을 읽노라면, ‘십분이해’ 같은 일본말씨가 자주 보이고, ‘개선장군’ 같은 싸움말씨도 자꾸 나옵니다. 글결을 좀 가다듬을 수는 없을까요? 총칼로 뭇나라를 윽박지르고 짓밟은 ‘싸움나라 말씨(군국주의 일본말씨)’를 그대로 둔 채 꽃할머니 이야기를 적으려고 한다면, 어쩐지 맞갖지 않구나 싶습니다.


ㅅㄴㄹ


“할머니, 이 두 처녀 이야기 좀 해주세요. 둘이 친구예요?” “아니, 둘 다 나지.” “형님, 그런데 왜 뒷모습이요?” 강덕경 할머니가 한마디 건넸다. “그냥 멀리 떠났으니까 그렇고, 집에 아직 안 들어갔으니까 이렇게 그렸지.” (127쪽)


그림이라고는 하나 일본 병사가 끌려간 처녀들을 발가벗기거나 욕보이는 장면을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할머니들은 또다시 상처를 받았던 것이다. 급기야 전시에 참여했던 화가가 할머니들을 찾아와 사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껏 우리가 얼마나 고생하고 살아왔는데, 우리 할머니들을 어떻게 또다시 그렇게 욕보일 수 있나?” 할머니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할머니들을 욕보이려고 한 것이 절대 아니에요.” “그런데 왜 그래요. 왜 우리를 발가벗기고, 그게 욕보이는 거지 뭐예요?” (133쪽)


“우리를 도와주려고 그랬다는 것은 알지. 그래도 좀 심하게 한 것은 아직도 약간 창피해.” “어떻게 표현한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으세요?” “화가들의 그림이 진짜처럼 너무 독해 보여.” …… “그럼 할머니라면 그 문제를 어떻게 그리고 싶으세요?” “내가?” (135쪽)


할머니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금세 다시 밝은 얼굴이 되었다. “미술 선생, 그럼 이 그림의 제목을 ‘짓밟힌 꽃’이나 ‘못다 핀 꽃’으로 하면 어때?” “‘짓밟힌 꽃’은 다시 못 피지만 ‘못다 핀 꽃’은 다시 필 희망이 있으니 ‘못다 핀 꽃’이 어떨까요?” (197쪽)


+


미술 수업은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으로 자리잡아 갔다

→ 그림마당은 하루하루 즐겁게 자리잡아 갔다

→ 그림자리는 어느새 조촐히 자리잡아 갔다

4쪽


강덕경 할머니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 강덕경 할머니가 무척 고맙다

→ 강덕경 할머니 참으로 고맙습니다

7쪽


내가 할머니들을 처음 만난 것은

→ 내가 할머니를 처음 만난 때는

11쪽


미술용품을 받아든 할머니들은 처음 갖게 된 물건에 대한 기쁨이나 호기심보다는

→ 붓종이를 받아든 할머니는 처음 받아서 기쁘거나 궁금하기보다는

→ 그림살림을 받아든 할머니는 처음 받아 기쁘거나 궁금하기보다는

26쪽


저마다 개선장군처럼 꽃을 한 아름씩 들고

→ 저마다 의젓하게 꽃을 한 아름씩 들고

→ 저마다 씩씩하게 꽃을 한 아름씩 들고

→ 저마다 기운차게 꽃을 한 아름씩 들고

54쪽


해일은 바닷속 어두운 심연을 헤집어 모든 것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놓았다

→ 너울은 깊고 어두운 바다를 헤집어 모두 물낯으로 끌어올렸다

→ 벼락놀은 어둡고 깊은 바다를 헤집어 모두 물낯으로 올려놓았다

64쪽


자신들의 박복함 탓으로 돌리곤 했다

→ 스스로 변변찮았다고 탓하곤 했다

→ 스스로 볼품없었다고 탓하곤 했다

→ 스스로 서푼이었다고 탓하곤 했다

84쪽


그 마음이 십분 이해가 되었기에

→ 이 마음을 잘 알았기에

→ 이 마음을 헤아렸기에

→ 이 마음을 느꼈기에

93쪽


사람은 누구나 어머니를 통한 생물학적 탄생 이후 고향이라는 지리적 바탕 위에서 성장한다

→ 사람은 누구나 어머니가 낳고 보금자리에서 자란다

→ 사람은 누구나 어머니한테서 나고 둥지에서 자란다

100쪽


사람들에게 온몸을 바치는 닭의 희생에 측은지심을 느끼는 듯했다

→ 사람한테 온몸을 바치는 닭을 딱하게 느끼는 듯했다

→ 사람한테 온몸을 바치는 닭을 가엾게 느끼는 듯했다

110쪽


시간과 비용이 들고 할머니들이 다루기도 쉽지 않아 약식으로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 품과 돈이 들고 할머니가 다루기도 쉽지 않아 가볍게 하기로 했다

→ 짬과 돈이 들고 할머니가 다루기도 쉽지 않아 단출히 하기로 했다

177쪽


누누이 말씀드려도 소귀에 경 읽기였다

→ 거듭 여쭈어도 소귀에 글읽기였다

→ 다시금 말해도 소귀에 읽기였다

234쪽


50년이 흘렀는데도 잘못된 제국주의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 쉰 해가 흘러도 마구잡이로 잘못 바라보는 사람이 아직도 있는 줄 새삼 느낀다

→ 쉰 해가 흘러도 만무방으로 잘못 보는 사람이 아직도 있는 줄 새삼 돌아본다

→ 쉰 해가 흘러도 마구잡이로 잘못 바라보는 사람이 아직도 있는 줄 새삼 느꼈다

263쪽


69세를 일기로 생을 마쳤다

→ 69살로 삶을 마쳤다

→ 69고개로 마쳤다

→ 69나이로 돌아가셨다

27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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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2024.7.28. 피서와 뙤약볕



  여름에는 신나게 더위를 누린다. 겨울에는 기쁘게 추위를 즐긴다. 봄가을에는 더위도 추위도 아닌 날씨를 새록새록 지켜본다.


  여름에는 뙤약볕에 온몸을 맡긴다. 처음에는 얼핏 덥거나 땀이 돋는 듯싶지만, 이내 우리 몸은 여름이라는 날씨를 헤아리고 받아들인다. 더는 더위에 안 시달린다.


  겨울에는 찬바람에 온몸을 맡긴다. 처음에는 얼핏 덜덜 떨거나 어는 듯싶어도, 이윽고 우리 몸은 겨울이라는 철을 살피고 맞아들인다. 더는 추위에 안 휘둘린다.


  여름에는 해를 먹으며 일하거나 논 다음에, 냇물과 샘물로 싱그러이 땀을 씻어내면 넉넉하다. 겨울에는 눈바람을 잔뜩 먹으며 일하거나 논 다음에, 따뜻물로 빨래하고 집안일을 하면 포근하다.


  여름이 왜 있을까? 겨울이 왜 있을까? 땡볕에 불볕에 이글이글 하루를 누릴 적에 온몸이 튼튼하면서 온마음이 맑기에 더위가 찾아든다. 칼추위와 얼음벼락에 오들오들 하루를 보낼 적에 온몸이 다시 깨어나면서 온마음이 밝기에 추위가 밀려든다.


  더워야 여름이고, 추워야 겨울이다. 덥기에 기쁘고, 춥기에 반갑다.


  나는 더위긋기(피서)를 안 한다. 더위를 고스란히 맞이한다. 나는 추위긋기도 안 한다. 추위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1월에는 버선을 꿰지만, 2월이나 12월만 해도 버선 없이 맨발로 지내기 일쑤이다.


  우리 집은 바람이(에어컨·선풍기)를 들이지 않는다. ‘바람이’가 아닌 ‘바람’이 흘러들도록 나무하고 풀을 품는다. 바람을 쐬고, 부채를 가볍게 팔랑인다. 바람을 쐬어야 바람을 읽으면서 사귄다. 햇볕을 쬐어야 해를 헤아리면서 사귄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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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6.9.


《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 2》

 최수진 글, 세나북스, 2022.6.17.



지난밤에 비가 그치고 아침부터 구름이 걷힌다. 낮에는 두바퀴를 달려서 들길을 달린다. 나래터에 들러서 글월을 부친다. 천천히 집으로 돌아온다. 들바람을 쐬면서 철빛을 어림하고, 마을 뒤켠 천등산을 내다보면서 숲빛을 읽는다. 제비 둘이 우리 집 처마 밑으로 자주 날아든다. 드디어 둥지를 고쳐서 깃들려고 하는가? 비록 둥지손질을 안 하더라도 들락거리는 날갯짓만으로도 반갑다. 이 아이들은 오래도록 우리 집을 찾아온 이웃이다. 《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 2》을 읽고서 살짝 놀랐다. 어깨에 힘을 빼고서 이렇게 글빛을 여미는 분이 있구나. 다들 책이나 마실(여행)이나 일본을 다루는 글에 ‘어깻힘’을 잔뜩 넣어서 멋을 부리는데, 이 책은 멋이 아닌 삶을 땀내음으로 적으려고 했다. 글님은 두 나라를 책으로 잇는 길을 걸어가시는데, 꾸준히 태어나는 조그마한 책은 늘 자그맣게 씨앗을 이루어 천천히 깃들 테지. 아름나라로 가꾸는 밑힘이란 작은씨를 심는 작은손이다. 아름마을로 일구는 바탕이란 작은나무를 품는 작은눈이다. 오월볕을 알고 유월바람을 헤아리면 오뉴월을 온몸으로 풀어낼 만하다. 손수 살림을 짓는 동안 하나씩 배운다. 몸소 살림을 일구는 사이에 차근차근 익힌다. 더도 덜도 아닌 참한 숨빛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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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6.8.


《하나의 거대한 서점, 진보초》

 박순주 글, 정은문고, 2024.3.25.



비를 뿌리는 아침이다. 무화과나무 곁에 서면서 비내음을 맡으려는데 발밑에서 엉금 움직이는 두꺼비. 자칫 두꺼비를 밟을 뻔했다. 발을 다른 쪽으로 옮기자니 또 엉금. 다른 두꺼비가 있구나. 두 두꺼비하고 한참 눈을 마주한다. 너희도 빗소리를 듣고 비내음을 맡는구나. 《하나의 거대한 서점, 진보초》를 읽으면서 참 아쉽고 안타까웠다. ‘책집지기 만나보기(인터뷰)’를 따로 하기보다는, ‘책집마실’을 하면서 ‘책손’으로 마주한다면, 얼거리나 줄거리나 알맹이가 모두 빛날 만하다고 본다. 책집을 다룬 우리나라 숱한 책을 살피면, 하나같이 ‘책손’이 아닌 ‘취재자’로서 ‘취재원’을 만나는 얼거리에서 그친다. 우리 스스로 적어도 열 해쯤 책손으로 드나드는 책집이라면 구태여 만나보기를 따로 할 까닭이 없다. 우리 스스로 스무 해쯤 드나들며 어느새 ‘책집단골’이라면, 어느 책집에서 여태 사들인 책을 바탕으로 ‘내가 이곳에서 만난 책’에다가 ‘나는 이곳에서 안 샀지만 다른 책이웃이 이곳에서 만나는 책’이 무엇인지 슬기롭게 풀어내리라. 《진보초》를 쓴 분은 “서점 주인에게 물었습니다. 이 공간을 어떻게 지켜냈나요?” 하고 적더라. 책집도 책마을도 ‘지킬’ 수 없다. ‘가꿀’ 뿐이고 ‘일굴’ 뿐인데, 책집지기하고 책손이 나란히 가꾸면서 일구고, 글님과 그림님이 나란히 돌보면서 살린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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