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읽기

2024.8.5. 우편엽서



  고흥읍 나래터(우체국)에서 잎글(엽서)을 사려는데, 나래터 일꾼이 못 알아듣는다. 보이하니 여태 우편엽서를 팔아 본 적이 없는 듯싶다. 구경한 적도 없나 보다. 다른 일꾼두 사람이 도와서 겨우 잎글을 찾아낸다.


  34자락이 있다는구나. 다 살까 하다가 30자락을 산다. 이다음에 모면 4이 그대로일까? 아니면 더 살 수 있을까?


  요즈음 같은 때에, 적어도 너덧새에 거쳐 날아가는 잎글을 누가 쓰겠느냐만, 나래터 일꾼부터 쓸 일이라고 본다. 책마을 일꾼이 책을 안 읽으면서 사람들 탓을 할 수 있겄는가? 글을 쓰는 이라면, 으레 손으로 글을 적어서 천천히 띄울 일이기도 하다.


  쓰고 버리는 글이 아니라면, 사고팔기 쉬운 글을 꾸미는 손이 글쓰기이지 않다면,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보름마다 손으로 쪽글을 써서 띄우고 받는 길을 이을 노릇이다.


  쪽글쓰기를 꾸준히 하는 사이에 손힘이 붙고 글결을 익히고 말빚을 새긴다. 어른도 어린이도 느긋이 손글을 쓰는 동안 마음을 다스리는 길과 수수께끼를 열게 마련이다.


  오늘 하루를 내가 스스로 차근차근 쓰기에 이 삶을 살리는 씨앗을 배우고 깨닫는다. 늦여름볕이 조금씩 수그러든다. 그러나 시골 나래터도 버스도 찬바람 겨울이다. 여름에 여름볕을 멀리하니 여름에 열매를 못 알아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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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외연 外延


 외연의 확장을 시도하여 → 금을 넓히려 하며

 외연 확장에 나서는 중이다 → 틈을 넓히려고 나선다


  ‘외연(外延)’은 “[철학] 일정한 개념이 적용되는 사물의 전 범위. 이를테면 금속이라고 하는 개념에 대해서는 금, 은, 구리, 쇠 따위이고 동물이라고 하는 개념에 대해서는 원숭이, 호랑이, 개, 고양이 따위이다”처럼 풀이하는데, ‘바깥·밖’이나 ‘금·줄·테두리’로 손볼 만합니다. ‘틀·틀거리·얼거리·얼개’나 ‘품·품새·틈·틈새’로 손보고, ‘울·울타리·줄거리’나 ‘각단·갈피’로 손봅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외연’을 셋 더 싣는데 몽땅 털어냅니다. ㅅㄴㄹ



외연(外宴) : [역사] 외빈(外賓)만을 위하여 베풀던 궁중 잔치 = 외진연

외연(外緣) 1. 가장자리나 둘레 2. [불교] 밖으로부터 힘을 주어 사물의 성립을 돕는 기운

외연(巍然) : 산 따위가 매우 높고 우뚝함 = 외외



보다 외연을 확장시켜 보면

→ 품을 더욱 넓혀 보면

→ 울타리를 더 넓히면

→ 얼거리를 좀 넓히면

→ 테두리를 조금 넓히면

《취미로 직업을 삼다》(김욱, 책읽는고양이, 201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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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성장 成長


 성장이 매우 빠른 시기 → 매우 빨리 자라는 때

 대도시로 성장되었다 → 큰고을로 자랐다 / 큰곳이 되었다

 반항심만 성장되었다 → 대드는 마음만 커졌다

 성장하는 열매 → 자라는 열매 / 자라나는 열매

 크게 성장한 아이 → 크게 자란 아이 / 한껏 큰 아이

 민족의식이 성장하다 → 겨레얼이 자라다 / 겨레얼이 높다


  ‘성장(成長)’은 “1. 사람이나 동식물 따위가 자라서 점점 커짐 2. 사물의 규모나 세력 따위가 점점 커짐 3. [생물] 생물체의 크기·무게·부피가 증가하는 일. 발육(發育)과는 구별되며, 형태의 변화가 따르지 않는 증량(增量)을 이른다”를 나타낸다고 합니다만, “자라서 점점 커짐” 같은 뜻풀이는 엉터리입니다. 말이 안 되지요. ‘자라다·크다·길다’나 ‘가다·나아가다·나고자라다’로 고쳐씁니다. ‘높다·늘다·붇다·불다’나 ‘거듭나다·다시 태어나다·무럭무럭’이나 ‘발걸음·발돋움·피어나다·뻗다’로 고쳐쓸 만합니다. ‘빗장열기·껍질벗기·손씻기·잘못씻기’나 ‘날개돋이·알깨기·허물벗기’로 고쳐쓰고, ‘꽃피다·살림꽃·살림멋·살림빛·삶빛’으로 고쳐씁니다. ‘새로가다·새로오다·새로걷다·새로서다’나 ‘열다·틔우다·한걸음 나아가다’로 고쳐써도 어울려요. ‘서다·우뚝서다’나 ‘돋다·싹트다·움트다’로 고쳐쓸 수 있고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성장’이 아홉 가지 더 나오는데, 모두 털어낼 만합니다. ㅅㄴㄹ



성장(星章) : 별 모양으로 된 휘장

성장(城將) : 성(城)을 지키는 장수

성장(城牆/城墻) : 성(城)의 담장

성장(盛壯) : 혈기가 왕성함

성장(盛粧) : 얼굴과 몸의 꾸밈을 화려하게 함

성장(盛裝) : 잘 차려입음

성장(筬匠) : [역사] 조선 시대에, 상의원(尙衣院)에 속하여 베틀의 바디를 만드는 일을 맡아 하던 사람

성장(聖裝) : [가톨릭] 성의(聖衣)로 차려입음

성장(聲張) : 1. 소리를 크게 지름 2. 남을 비평함



지금은 식물들이 성장을 멈추고 잠시 쉬고 있거든요

→ 이제 푸나무는 그만 자라고 한동안 쉬거든요

→ 요새 풀꽃나무는 자라지 않고 한참 쉬거든요

《꼬마 정원》(크리스티나 비외르크·레나 안데르손/김석희 옮김, 미래사, 1994) 11쪽


아이들은 창조적인 지적 체험의 기쁨을 알지 못한 채 성장한다

→ 아이들은 살림을 새로 짓고 누리는 기쁨을 알지 못한 채 큰다

→ 아이들은 새로 배우고 맛보는 기쁨을 알지 못한 채 자란다

→ 아이들은 스스로 가꾸고 누리는 기쁨을 알지 못한 채 자란다

→ 아이들은 무언가 새로 빚고 즐기는 맛을 알지 못한 채 자란다

《키노쿠니 어린이 마을》(호리 신이치로/김은산 옮김, 민들레, 2001) 179쪽


사람들은 각기 다양한 성장 과정을 거쳐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하지만

→ 사람들은 저마다 다르게 자라며 넋을 다지지만

→ 우리는 서로 다르게 살아오며 마음이 자라지만

《시각예술과 디자인의 심리학》(지상현, 민음사, 2002) 235쪽


무엇을 읽든 간에 모두 성장의 양식이 된다

→ 무엇을 읽든 모두 마음밥이다

→ 무엇을 읽든 모두 살림빛이다

→ 무엇을 읽든 모두 밑밥이다

→ 무엇을 읽든 모두 북돋아 준다

《대학인,그들은 대학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가와이 에이지로/이은미 옮김, 유원, 2003) 23쪽


오랫동안 지속한 우리네 공동체 문화를 붕괴하고 개인주의를 급성장시키고 있었습니다

→ 오랫동안 이은 우리네 두레살림을 무너뜨리고 혼알이를 확 키웁니다

→ 오랫동안 흐른 우리네 모둠살림을 허물고 혼잣길을 부쩍 북돋웁니다

《사람과 이야기》(민족사진가협회, 현자, 2006) 머리말


그는 딸의 성장을 벽 안쪽에서 지켜보며

→ 그는 크는 딸을 담 안쪽에서 지켜보며

《자유인의 풍경》(김민웅, 한길사, 2007) 98쪽


난 분명 성장해야 하는데, 날 성장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 난 틀림없이 자라야 하는데, 날 자라게 하는 것은 없다

→ 난 틀림없이 커야 하는데, 날 크게 이끄는 것은 없다

《나의 열여덟은 아름답다》(이현희, 나라말, 2008) 20쪽


신진작가가 중견작가로 성장하는 법인데

→ 새내기가 오래지기로 자라는데

→ 꼬마가 가운자리로 크기 마련인데

→ 새롬이가 오래글빛으로 나아가는데

《미학, 부산을 거닐다》(임성원, 산지니, 2008) 297쪽


국가의 투자 재원 부족으로 인해 성장이 저해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 나라살림이 모자라 더는 크지 않으리라 걱정했다

→ 나라돈이 메말라 축 처지리라 걱정했다

→ 나라에 밑돈이 바닥나 발돋움을 못하리라 여겼다

《그 많던 쌀과 옥수수는 모두 어디로 갔는가》(윌든 벨로/김기근 옮김, 더숲, 2010) 102쪽


엄마의 맛을 모르는 채 성장했다는 2호점 사장님

→ 엄마맛을 모르는 채 자랐다는 둘쨋집 지기님

→ 엄마맛을 모르는 채 컸다는 둘쨋가게 지기님

《맛보다 이야기》(나카가와 히데코, 마음산책, 2013) 150쪽


경제 효과 얼마, 미래 성장동력 어쩌고 하면서 말이지요

→ 돈으로 얼마, 새로운 밑힘 어쩌고 하면서 말이지요

→ 돈벌이 얼마, 앞길 여는 발판 어쩌고 하면서 말이지요

《4대강 사업과 토건 마피아》(박창근·이원영, 철수와영희, 2014) 19쪽


대도시에서는 도서관 붐이라고 할 만큼 괄목할 만한 성장이 이어졌지만

→ 큰고장에서는 책숲바람이라고 할 만큼 눈부시게 컸지만

→ 큰고을에서는 책숲물결이라고 할 만큼 돋보이게 자랐지만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백창화·김병록, 남해의봄날, 2015) 25쪽


습지를 없앤 공사를 하면서 ‘녹색 성장’이라고 한다거나

→ 늪을 없앤 삽질을 하면서 ‘푸르게 자란다’고 한다거나

→ 늪을 없앤 삽질을 하면서 ‘푸른길’이라고 한다거나

《말한다는 것》(연규동, 너머학교, 2016) 79쪽


병에 꽂아둔 두릅은 아무래도 성장이 늦고 크게 자라지 않는다

→ 병에 꽂아둔 두릅은 아무래도 더디 자라고 크게 자라지 않는다

→ 병에 꽂아둔 두릅은 아무래도 더디면서 잘 안 자란다

→ 병에 꽂아둔 두릅은 아무래도 더디면서 잘 안 큰다

《꽃을 기다리다》(황경택, 가지, 2017) 63쪽


시민들이 스스로 성장하도록 돕는

→ 시민들 스스로 자라도록 돕는

→ 시민 스스로 크도록 돕는

→ 시민 스스로 거듭나도록 돕는

《시민에게 권력을》(하승우, 한티재, 2017) 32쪽


나무의 성장은 더욱 빨랐던 것으로 보인다

→ 나무는 더 빨리 자란 듯하다

→ 나무는 더 빨리 컸구나 싶다

《귀소 본능》(베른트 하인리히/이경아 옮김, 더숲, 2017) 332쪽


채소의 성장을 잘 살펴보고 풀을 남길 곳을 찾아본다

→ 자라는 남새를 살펴보고 풀을 남길 곳을 찾아본다

→ 크는 푸성귀를 잘 보고 풀을 남길 곳을 찾아본다

《가와구치 요시카즈의 자연농 교실》(아라이 요시미·가가미야마 에츠코/최성현 옮김, 정신세계사, 2017) 35쪽


시민사회는 양지陽地에서 출현하고 성장할 환경을 보장받았다

→ 들꽃모임은 해터에서 나타나고 자라날 터전을 누렸다

→ 풀꽃두레는 볕터에서 태어나고 클 자리를 마련했다

《하프와 공작새》(장준영, 눌민, 2017) 33쪽


눈부시게 성장해 이제 세계적 글로벌 기업이 되었다

→ 눈부시게 커서 이제 널리 손꼽히는 자리가 되었다

→ 눈부시게 커서 이제 내로라하는 곳이 되었다

→ 눈부시게 커서 이제 두루 알려진 데가 되었다

→ 눈부시게 커서 이제 온누리 일터가 되었다

《촛불철학》(황광우, 풀빛, 2017) 187쪽


빵은 그 토지에서 나는 물과 밀가루와 기후, 문화에 맞춰 성장하는 것이란다

→ 빵은 그 땅에서 나는 물과 밀가루와 날씨, 살림에 맞춰 자란단다

→ 빵은 그 터에서 나는 물과 밀가루와 날씨, 살림에 맞춰 거듭난단다

→ 빵은 그 마을에서 나는 물과 밀가루와 날씨, 살림에 맞춰 새롭단다

《마사키의 빵 1》(야마하나 노리유키·타카하시 요시유키/김아미 옮김, 소미미디어, 2018) 79쪽


성장주의 경제 논리에 따르자면

→ 크기만 바라는 살림길로는

《크다! 작다!》(장성익, 분홍고래, 2018) 73쪽


사람은 저마다 자라는 힘, 성장하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 사람은 저마다 자라는 힘, 크는 힘이 있습니다

→ 사람은 저마다 무럭무럭 자라는 힘이 있습니다

→ 사람은 저마다 자라는 힘, 피어나는 힘이 있습니다

《상냥한 수업》(하이타니 겐지로/햇살과나무꾼 옮김, 양철북, 2018) 106쪽


사람은 누구나 어머니를 통한 생물학적 탄생 이후 고향이라는 지리적 바탕 위에서 성장한다

→ 사람은 누구나 어머니가 낳고 보금자리에서 자란다

→ 사람은 누구나 어머니한테서 나고 둥지에서 자란다

《못다 핀 꽃》(이경신, 휴머니스트, 2018) 100쪽


아들의 성장을 위해서니 어쩔 수 없지

→ 아들이 자라야 하니 어쩔 수 없지

→ 아들이 커야 하니 어쩔 수 없지

《천수의 나라 1》(이즈미 이치몬/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9) 155쪽


너와의 싸움으로 다시금 성장한 거야

→ 너와 싸우며 다시금 자랐어

→ 너랑 맞붙으며 다시금 컸어

《하이스코어 걸 6》(오시키리 렌스케/허윤 옮김, 대원씨아이, 2020) 9쪽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내적 성장’이다

→ 간추려 말하자면 ‘마음이 자란’다

→ 그러니까 ‘마음이 큰’다

《오늘도 삶을 읽어나갑니다》(이성갑, 스토어하우스, 2020) 112쪽


인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매우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 인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자라날 힘으로 크게 자리잡았다

→ 인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일어날 바탕으로 크게 자리잡았다

→ 인천뿐만 아니라 이 나라가 꿈틀댈 발판으로 넉넉히 자리잡았다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인천》(정진오, 가지, 2020) 20쪽


난 마음의 성장에 놀라고 있다

→ 난 마음이 자라서 놀란다

→ 난 큰마음에 놀란다

《드래곤볼 슈퍼 14》(토요타로·토리야마 아키라/유유리 옮김, 서울문화사, 2021) 35쪽


지구는 빠른 성장이 가능했습니다

→ 푸른별은 빠르게 자랐습니다

→ 푸른별은 휙휙 컸습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채식과 동물권 이야기》(이유미, 철수와영희, 2023) 21쪽


변화는 성장의 기회라고 하잖아

→ 너울은 자랄 틈이라고 하잖아

→ 바뀌며 자랄 수 있다잖아

《사랑하라 기모노 소녀 10》(야마자키 제로/이상은 옮김, 시리얼, 2023) 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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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8.6.

숨은책 915


《틀리기 쉬운 조선어문제》

 전병선 글

 동북조선민족교육출판사

 1992.3.



  ‘한겨레 두나라’로 여기는 우리나라인데, 어느덧 남녘하고 북녘은 ‘한말글 두말빛’이라고 볼 만합니다. 겉으로는 똑같아 보이는 글씨이지만, 남녘은 ‘한글·한말’이요, 북녘은 ‘조선글·조선말’입니다. 글씨하고 말씨를 가리키는 이름도 갈리는 두나라이니, 맞춤길도 띄어쓰기도 다릅니다. 북녘에서 나고자란 뒤에 남녘으로 건너오는 모든 사람은 ‘다른 두말빛’ 때문에 꽤 버겁거나 헤맵니다. 《틀리기 쉬운 조선어문제》는 북녘하고 연변에서 ‘조선말을 알맞고 바르게 쓰는 길’을 짚습니다. 남녘에서 바라보는 눈이며 길하고 적잖이 다릅니다. 다만, 남녘이 옳다거나 북녘이 옳다고 가를 수 없고, 어느 쪽이 낫다고 따질 수 없어요. 두나라는 두살림을 짓는 동안 시나브로 다른 살림빛을 글씨하고 말씨에 담았어요. 이뿐 아니라, 북녘은 러시아말하고 중국말을 듬뿍 받아들였고, 남녘은 미국말(영어)하고 일본말을 잔뜩 맞아들였습니다. 여러모로 본다면, ‘두나라 한겨레’가 앞으로 어깨동무를 할 ‘두말빛 한말글’은 두나라 어느 쪽에도 안 기울면서 ‘수수한 사람들 살림살이’를 바탕으로 ‘푸른 들숲바다’를 헤아리는 글씨하고 말씨로 거듭날 노릇이지 싶습니다. 자라나는 어린이를 생각하고, 앞으로 태어날 아이를 헤아리면서.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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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909


《새마을 총서 : 생활과학》

 과학기술처 엮음

 한국과학기술진행재단·마을문고본부

 1981.6.15.



  어릴 적을 돌아보면, 우리 어머니는 따로 책을 읽을 틈이 없는 나날입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쉬잖고 갖은 일과 살림을 맡아야 했습니다. 이웃집 아주머니나 할머니도 매한가지입니다. 흔히 ‘집순이(가정주부)’로 여깁니다만, 집을 지키고 돌보고 가꾸려고 어마어마하게 땀을 쏟습니다. 우리네 아버지가 ‘집돌이’로 지내는 삶이라면, ‘육아지옥’이나 ‘가사분담’이란 말이 없었을 만하다고 느껴요. 아이를 함께 낳고 같이 돌보고 나란히 가르치는 길이라면 보금자리에 사랑이 피어나거든요. 집안일을 이리저리 가르지 말고 아버지를 비롯한 사내들이 스스럼없이 맡을 적에는 새롭게 깨닫는 손길과 눈빛이 자라게 마련입니다. 저는 어머니 심부름을 끝없이 했고, 집안일을 언제나 거들었는데, 나중에 어버이란 자리에 서서 두 아이를 돌보는 길에 “어릴 적 심부름과 집안일 함께하기”가 얼마나 크게 이바지했는지 새삼스레 느꼈어요. 《새마을 총서 : 생활과학》을 어린배움터(국민학교)에서 자주 구경했습니다. 《생활과학》을 닮은 책은 지난날 ‘여성잡지 별책부록’으로 곧잘 나오기도 했습니다. 《생활과학》 같은 곁책(별책부록)이 나오는 달이면 ‘여성잡지 사오는 심부름’을 하러 마을책집으로 달려가서 줄을 섰습니다. 우리 어머니뿐 아니라, 이웃 아주머니도 이런 책을 얻으려고 애썼어요. 그런데 1980년대에는 몰랐는데, 이 책에 담은 줄거리나 그림이나 사진은 거의 다 일본책을 베끼거나 훔쳤더군요. 나중에 헌책집에서 ‘일본에서 나온 생활과학’ 책을 하나둘 찾아보고서 알아챘고 놀랐습니다. 우리는 우리 하루를 살아내면서 우리 나름대로 우리 손길로 가다듬고서 가꾸는 우리 살림글을 여밀 만할 텐데, 왜 굳이 일본책을 슬쩍 베끼려 했을까요? 더 잘하거나 잘난 살림은 없다고 느껴요. 작고 수수하고 흔헌 곳에 참하면서 곱고 흐드러지는 샘물처럼 빛나는 살림꽃이 피어난다고 봅니다.


- 이 총서는 정부 보조로 제작하여 전국 마을문고에 무상 기증하고 있는 비매품(非賣品)입니다.

- 마을문고 회원이 희망할 때는 본회 자금으로 제작한 재판본을 반포실비(권당 300원, 우송료 포함)만으로 배본하고 있읍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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