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자괴 自愧


 자괴를 금할 길이 없었다 → 부끄러움을 감출 길이 없었다

 자괴의 탄식을 삼켰다 → 부끄러운 한숨을 삼켰다

 자괴하면서도 → 부끄러워하면서도


  ‘자괴(自愧)’란 “스스로 부끄러워함”을 가리킨다지요. ‘부끄럽다·낯부끄럽다·창피하다’나 ‘남사스럽다·남우세하다·낯간지럽다·낯뜨겁다·낯없다’로 고쳐씁니다. ‘달아오르다·쪽팔리다·스스럽다’나 ‘쑥스럽다·간지럽다·가렵다·근지럽다·무겁다’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자괴(自壞)’를 “외부의 힘에 의하지 않고 저절로 무너짐”으로 풀이하면서 싣지만 털어냅니다. ㅅㄴㄹ



교사들 중 몇몇은 자신의 역할에 대한 자괴감을 갖고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 길잡이 몇몇은 스스로 맡은 일이 부끄러워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 배움어른 몇몇은 스스로 맡은 일이 창피해서 근심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현재다》(공현·전누리, 빨간소금, 2016) 212쪽


똑같이 입사한 다른 사람보다 못한다고 느껴져 자괴감이 있었죠

→ 똑같이 들어온 다른 사람보다 못한다고 느껴 부끄러웠죠

→ 똑같이 들어온 다른 사람보다 못한다고 느껴 창피했죠

《언니, 같이 가자!》(안미선, 삼인, 2016) 20쪽


이와나미 문고에도 있었기 때문에 굳이 제가 안 내도 되는 책이라는 자괴감도 있었어요

→ 이와나미 타래에도 있기 때문에 굳이 제가 안 내도 되는 책이라서 부끄러웠어요

→ 이와나미 글숲에도 있기 때문에 굳이 제가 안 내도 되어 낯간지러웠어요

→ 이와나미 글집에도 있기 때문에 굳이 제가 안 내도 되니 쑥스러웠어요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니시야마 마사코/김연한 옮김, 유유, 2017) 52쪽


충격과 허탈, 자괴가 전쟁터에서 들었던 포화처럼 내 귀와 영혼을 때렸다

→ 놀라고 넋잃고 부끄러워, 싸움터에서 들은 펑펑처럼 귀와 넋을 때렸다

→ 멍하고 붕뜨고 창피해, 싸움판에서 들은 불벼락처럼 귀와 넋을 때렸다

《취미로 직업을 삼다》(김욱, 책읽는고양이, 201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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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냅킨napkin



냅킨(napkin) : 주로 양식을 먹을 때, 무릎 위에 펴 놓거나 손이나 입을 닦는 데 쓰는 천이나 종이

napkin : 냅킨

ナプキン(napkin) : 1. 냅킨 2. (양식 자리에서) 식사용 수건. 가슴이나 무릎에 걸치는 흰 천 3. 생리용품의 하나



밥자리에서 쓰는 흰빛인 천이라면 ‘흰천·하얀천’입니다. 흰빛인 종이라면 ‘흰종이·하얀종이’입니다. ㅅㄴㄹ



베베르의 집에 있는 나이프, 냅킨, 냄비, 화분, 국자, 소금 그릇 등 물건들의 엄청난 수를 알게 될 때마다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 베베르네에 있는 칼, 흰천, 솥, 꽃그릇, 국자, 소금그릇 같은 살림이 엄청난 줄 알 때마다 웃음을 터뜨립니다

《베베르에게 마흔두 번째 누이가 생긴다고요?》(크리스티안 뒤셴/심지원 옮김, 비룡소, 2001) 32쪽


해티는 잠자코 냅킨을 접었어요

→ 해티는 잠자코 흰종이를 접어요

→ 해티는 잠자코 하얀천을 접어요

《해티와 거친 파도》(바바라 쿠니/이상희 옮김, 비룡소, 2004) 39쪽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냅킨으로

→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흰천으로

《취미로 직업을 삼다》(김욱, 책읽는고양이, 2019) 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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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친일부역



 친일부역를 처단하지 못 해서 → 일본허수아비를 끊지 못 해서

 현재에도 친일부역자가 득세를 한다면 → 오늘도 일본앞잡이가 판친다면

 친일부역은 과거사로 끝나지 않는다 → 일본노리개는 지난일로 끝나지 않는다


친일부역 : x

친일(親日) : 1. 일본과 친하게 지냄 2. 일제 강점기에, 일제와 야합하여 그들의 침략·약탈 정책을 지지·옹호하여 추종함

부역(附逆) : 국가에 반역이 되는 일에 동조하거나 가담함



  낱말책에는 따로 ‘친일부역’이 없습니다. ‘친일’이라고만 할 적에 이미 ‘부역’을 나타내기에, 굳이 겹말로 안 씁니다. 단출히 ‘친일’이라 하든, 힘줌말이나 겹말로 ‘친일부역’이라 하든, 곰곰이 보면 어떤 짓인지 잘 안 드러납니다. 그래서 이때에는 ‘일본바라기·일본사랑’이나 “일본에 붙다·일본을 돕다”로 고쳐쓸 만합니다. ‘일본따라지·일본허수아비·일본노리개·일본앞잡이’로 고쳐쓸 수 있어요. ㅅㄴㄹ



친일 부역의 형태와 경로도 처해 있는 구체적인 조건에 의해서 규정되기 마련이다

→ 일본따라지도 모습과 길이 어떠한가에 따라서 다르게 마련이다

→ 일본앞잡이도 몸짓과 걸음에 따라서 다르게 마련이다

《안익태 케이스》(이해영, 삼인, 2019) 1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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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왜 지켜야 하는가
김동수 지음 / 따님 / 1994년 5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숲책 / 환경책 읽기 2024.8.15.

숲책 읽기 226


《논, 왜 지켜야 하는가》

 김동수와 네 사람

 따님

 1994.5.1.



  서울에서 살던 무렵, 으레 둘레에 책을 건네었습니다. 이미 읽은 책을 일부러 여럿 더 장만해 놓고서 하나씩 쥐어 줍니다. 스스로 사서 읽지 않으리라 여겨서 따로 챙겨 주지만, 스스로 사서 읽으려는 마음이 없는 사람이라면, 누가 건네어도 달갑잖게 마련입니다.


  이리하여 몇 마디 말이 오갑니다. “날마다 밥을 먹지요?” “응.” “날마다 먹는 밥은 어디에서 올까요?” “가게에서 사지.” “가게에 들이려면 누가 어디에서 지을까요?” “뭐, 논이나 밭에서 짓겠지.” “그러면 우리가 날마다 먹는 밥이 어디에서 어떻게 오는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글쎄, 꼭 알아야 하나?”


  밑도 끝도 없을 이야기를 자꾸자꾸 하지만, 지치지 않으면서 다시금 폅니다. “늘 마시는 바람인데, 어떤 바람인지 모른다면, 이 바람에 죽음재가 섞여도 못 느낄 테지요.” “아마 그렇겠지.” “서울에 익숙하면 서울바람에 익숙할 테니, 매캐한 바람도 싱그러운 바람도 못 알아채게 마련이겠지요?” “아마 그렇겠지. 그보다는 바람을 요새 누가 생각하니?”


  《논, 왜 지켜야 하는가》(김동수와 네 사람, 따님, 1994)를 진작에 읽고서 틈틈이 둘레에 건네었지만, 이 책을 다 읽었다는 사람을 못 보았습니다. 서울이나 큰고장에서 살면, 서울이나 큰고장에 논이 어디 있느냐면서 손사래를 칩니다. 시골에서 살면, 굳이 논밭 이야기를 책으로까지 읽어야 하느냐고 고개를 돌립니다.


  그래도 용케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낸 동무나 뒷내기가 몇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 너무 어렵더라. 뭔 말인지 모르겠어.” “그래, 쉽지는 않은 글일 수 있지만, 고등학교를 마친 사람이라면 읽을 수 있어. 이 책 하나로 마치려면 어렵겠지만, 우리를 둘러싼 숲과 들과 바다를 알아가려고 다가서면 조금씩 눈을 뜰 수 있어.”


  이제 와 돌아보면, 대학교에서 운동권이던 이들은 《논, 왜 지켜야 하는가》 같은 책을 안 읽었습니다. 교육대학교나 사범대학을 다니는, 앞으로 길잡이 노릇을 하려는 이들도 이 책을 꺼리기 일쑤였습니다.


  논을 알려고 하지 않으면서 밥을 먹어도 될까요? 다만, 이 책을 쓴 여러 사람은 시골내기가 아닌 서울내기입니다. 논짓기를 하면서 쓴 글이 아닌, ‘논구경’을 한 글바치가 여민 글입니다. 늘 논에 둘러싸인 들에서 논바라기를 하면서 논살림을 담아내려고 한다면, 글결이 확 달랐으리라 봅니다. 고등학교는커녕 어린배움터조차 구경하지 못 한 시골 할머니가 읽을 만하도록 글결을 가다듬을 때라야, 비로소 온누리 어린이한테 이바지할 꾸러미를 엮을 수 있다고 느껴요.


  참말로 이제 시골에 시골아이가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맨발로 논밭을 달리고 맨손으로 나무를 타던 시골아이는 찾아볼 길이 없습니다. 어디 있나요? 맨몸으로 일하는 시골어른도 다 사라진 듯싶습니다. 흙수레(농기계)가 아닌 쟁기와 삽과 호미와 낫을 쥔 손으로 차근차근 흙을 만지고 풀을 살피고 해바람비를 품는 어진 시골내기는 어디 있을까요?


  적어도 500억을 들이는 ‘스마트팜’이고, 2000억도 5000억도 아무렇지 않게 척척 쏟아붓는 ‘스마트팜’입니다. 그러나 해바람비하고 동떨어진 “바닥은 시멘트요, 유리로 둘레를 막고서, 전기로 와이파이를 돌리고, 손전화 단추로 꾹꾹 누르기만 하면서, 엘이디전구를 밝히는 스마트팜”에서는 무엇을 거두는지 짚을 때입니다. 우리한테 이바지하는 푸성귀가 스마트팜에 있을까요? 오히려 우리를 죽음길로 내모는 ‘푸성귀 흉내’만 그득하지 않을까요?


  어마어마하게 돈을 퍼붓는 스마트팜 둘레에는 아무런 풀이 못 자라고, 아무런 나무가 없습니다. 참새도 박새도 제비도 기웃거리지 못 합니다. 뭉게구름도 깃털구름도 얼씬하지 못 합니다. 산들바람도 돌개바람도 스미지 못 합니다. 햇빛도 햇볕도 햇살도 다 가로막을 뿐입니다. 풀벌레노래가 없고, 개구리노래가 없고, 매미노래마저 없어요. 우리는 ‘푸성귀 흉내’만 내는 ‘죽음덩이’를 값싸게 큰가게에서 사들이면서 밥자리에 놓는 셈입니다.


  이미 사라진 책을 굳이 되읽어 봅니다. 서울내기 글바치가 글을 좀 쉽게 쓰기를 바랄 수 없는 까닭을 떠올립니다. 시골에서 흙지기 할매할배랑 이웃하지 않는 글바치라면, ‘쉬운글’이 무엇인지 알 턱조차 없습니다. ‘쉬운글 = 삶글’이요, 삶글이란 ‘살림글’이며, 살림글이란 들숲바다를 품은 ‘숲글’이자 ‘사랑글’입니다.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는 ‘푸른글’일 때라야 비로소 ‘쉬운글’입니다.


  아기를 낳아 천기저귀를 대고는 보글보글 삶은 다음에 손으로 복복 비비고 헹구어 햇볕에 말리는 살림을 짓지 않고서야, 쉬운글을 쓸 수는 없습니다. 아기를 업고 안으면서 하루 내내 자장노래에 놀이노래에 일노래를 조곤조곤 들려주는 어버이 노릇을 하지 않고서야, 쉬운글을 쓰지 못 합니다.


  손수 쓴 쉬운글로 아이한테 한글을 가르칠 뿐 아니라, 언제나 아이 곁에서 함께 웃고 춤추면서 살림을 지을 적에 비로소 쉬운글을 척척 씁니다. 논짓기는 머리로 안 하거든요. 논짓기는 온몸으로 하는 살림짓기입니다. 논에서는 벼만 거두지 않거든요. 짚을 거두고, 한해살림을 이야기꽃으로 거둡니다. 뭇숨결이 어우러지기에 논짓기입니다. 논에 남은 이삭은 새가 훍고 벌레가 누립니다. 그리고 흙으로 가만히 돌아가서 흙을 새롭게 북돋웁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자면, 사람 곁에 새와 벌레와 짐승과 풀꽃나무와 돌흙모래와 해바람비가 나란히 어우러질 노릇입니다. 들숲바다에 깃드는 자그마한 숨결 하나인 사람일 때라야, 비로소 뭇숨결 사이에서 사랑을 지피는 살림으로 나아가겠지요.



전통 주거인 초가는 짚으로 만든 이엉과 용마름으로 지붕을 덮는다. 이같은 초가 지붕은 비와 바람을 막고, 겨울이면 열이 도망가지 못하게 막아 집안을 따뜻하게 해주고, 여름이면 뜨거운 햇살과 열기를 막아 집안을 시원하게 해준다. 우리 조상들은 해마다 지붕을 덧씌워 두껍게 하고 추녀에는 참새도 깃들이게 하였던 것이다. 집안에서 쓰는 가재도구는 짚을 쓰지 않은 것이 거의 없었다. 그만큼 짚을 알뜰히 사용했다. 멱서리, 씨오쟁이, 쌀가마니, 소쿠리, 삼태기, 방석, 멍석, 새끼, 둥우리, 짚독, 메주끈 등 온갖 도구와 장식에 짚이 사용되었다. (154쪽)


짚은 가축들의 여물과 깃이 되고 마침내 두엄을 만들어 훌륭한 거름이 되어 주었다. 또한 땔감으로 쓰인 짚은 재거름이 되어 다시 논밭으로 돌아갔다. 즉 자연의 순환 이치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155쪽)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기름진 땅과 쏟아지는 무한한 햇빛과 풍부한 물을 지닌 우리가 이들 자원을 놀릴 수는 없다. 앞으로 많은 인구가 좁은 국토에서 쾌적하게 살기 위해서는 화학 영농기술이 아닌 생물과 태양에너지를 토대로 한 영농기술로 농업생산의 지속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160쪽)


+


품종 개량을 통하여 환경 적응력을 더욱 높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 둘레에 더욱 맞추려고 꾸준히 씨를 바꾼다

→ 둘레에 맞도록 꾸준하게 씨를 다듬는다

13쪽


벼농사는 소출 면에서 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 벼짓기는 늘 넉넉히 거두기 때문에

13쪽


우리 조상들은 산자락의 밭조차 천수답으로 일군 것이다

→ 우리 옛어른은 멧자락 밭조차 논으로 일구었다

→ 우리 옛사람은 멧밭조차 다락논으로 일구었다

20쪽


이와 같은 흙의 여러 기능들은 토양 입자와 물 그리고 공기의 조성이 어떻게 되어 있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데

→ 이처럼 흙은 알갱이와 물과 바람이 어떠한가에 따라 크게 다른데

→ 이렇게 흙은 속뭉치와 물과 바람에 따라서 몫이 크게 다른데

56쪽


이들 민구(民具)들은 외래문화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전통문화의 기반을 다져 온 예술품이다

→ 이들 세간은 바깥물결에 물들지 않고 맑게 내림멋을 다져 온 꽃이다

→ 이들 살림은 들온길에 물들지 않고 티없이 물림넋을 다져 온 빛살이다

15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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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직업을 삼다 - 85세 번역가 김욱의 생존분투기
김욱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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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8.15.

다듬읽기 205


《취미로 직업을 삼다》

 김욱

 책읽는고양이

 2019.9.25.



  배울 수 있을 때에 지을 수 있고, 배우기에 하루를 가꾸고, 배우려는 매무새이기에 넌지시 가르치게 마련입니다. 이웃말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새롭게 밥벌이를 한다는 줄거리를 담은 《취미로 직업을 삼다》입니다. 2019년에 여든다섯 나이였다고 하는데, 여든이건 아흔이건 우리말과 한글을 새롭게 배울 수 있을까요? 일본말씨나 옮김말씨를 하나씩 내려놓고서 우리말씨라는 새빛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그동안 익숙하게 쓰던 말씨에 머물 적에는 배우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집까지 걸고서 목돈을 쥐려다가 쪽박을 찬 발자취는 ‘그대로 살면 안 된다’를 배운 가시밭이었을 테지요. 말에는 마음을 담고, 마음에는 삶을 담는데, 삶에는 꿈을 담고, 꿈에는 사랑을 담습니다. 젊거나 어리다면 젊거나 어린 대로 말빛을 가다듬기에 눈이 맑습니다. 나이든 분은 나이든 대로 더 새롭게 말결을 추스르기에 눈이 밝습니다. “좋아해서 일을 삼”은 나날을 곰곰이 짚으면서 꺼풀말을 하나씩 걷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취미로 직업을 삼다》(김욱, 책읽는고양이, 2019)


기특하다며 동전 몇 개를 쥐어 주셨다

→ 갸륵하다며 돈 몇 닢을 쥐어 주셨다

→ 대견하다며 쇠돈 몇을 쥐어 주셨다

6쪽


동인회 친구들과 어른들 몰래 술을 훔쳐 마시는 것이 청춘이자 낭만이라 여겼다

→ 어른들 몰래 동아리 동무와 술을 훔쳐 마시며 젊음이자 멋이라 여겼다

→ 어른들 몰래 모임 또래와 술을 훔쳐 마시며 봄날이자 재미라 여겼다

7쪽


보다 외연을 확장시켜 보면

→ 품을 더욱 넓혀 보면

→ 울타리를 더 넓히면

→ 얼거리를 좀 넓히면

→ 테두리를 조금 넓히면

8쪽


사회가 만든 룰에 지나지 않았다

→ 나라가 세운 틀에 지나지 않는다

→ 둘레에서 세운 굴레일 뿐이다

→ 밖에서 세운 잣대일 뿐이다

8쪽


이번에는 해군으로 징집되었다

→ 이제 바다꾼으로 끌려갔다

→ 이제 바다지기로 갔다

9쪽


퇴직 후 나는 기로에 섰다

→ 그만둔 뒤 갈림길에 섰다

→ 끝마치고서 굽이에 섰다

10쪽


나이가 육십이 넘었다는 이유로 노인네 취급했고

→ 나이가 예순이 넘었다며 늙은이로 여겼고

→ 예순 살이 넘었다며 늙은이로 몰아붙였고

10쪽


충격과 허탈, 자괴가 전쟁터에서 들었던 포화처럼 내 귀와 영혼을 때렸다

→ 놀라고 넋잃고 부끄러워, 싸움터에서 들은 펑펑처럼 귀와 넋을 때렸다

→ 멍하고 붕뜨고 창피해, 싸움판에서 들은 불벼락처럼 귀와 넋을 때렸다

11쪽


사회에 이득이 안 되는 늙은이, 국민연금만 고갈시키는 잉여인간으로 취급하게 될 것이다

→ 나라에 이바지 못하는 늙은이, 나라꽃돈만 갉아먹는 지저깨비로 여긴다

→ 둘레를 돕지 못하는 늙은이, 나라꽃돈만 갉는 부스러기로 삼는다

11쪽


집까지 담보로 잡혀 투자했던 것이 파투가 나면서

→ 집까지 잡혀 쏟았는데 날리면서

→ 집까지 걸어 바쳤는데 망치면서

21쪽


쌀을 세 가마니

→ 쌀을 석 섬

22쪽


매달 월세가 나간다.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다

→ 달삯이 꼬박 나간다. 돈을 벌어야 한다

→ 달삯이 늘 나간다. 돈을 벌어야 한다

24쪽


나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성어를 가슴에 새기고

→ 나는 온꽃이라는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 나는 참빛이라는 오래말을 가슴에 새기고

24쪽


신(神)의 유무를 떠나서 기도라는 마음의 간구가

→ 하느님이 계신지를 떠나서 비나리하는 마음이

→ 하늘님이 있든 없든 애타게 빌면서

26쪽


어찌 살고 있는지 구경도 할 겸 원주로 내려오겠다고 약속을 잡았다

→ 어찌 사는지 구경도 하고 원주로 오겠다고 날을 잡았다

→ 어찌 사는지 구경도 하면서 원주마실을 잡았다

31쪽


당일 아침부터 설쳐댈 아내가 더 성가스러워졌다

→ 그날 아침부터 설쳐댈 곁님이 더 성가셨다

31쪽


그 양반처럼 잘나가지 못한 데서 억한 감정을 품게 된 것 같다

→ 그이처럼 잘나가지 못해서 억한 마음을 품은 듯하다

→ 그분처럼 잘나가지 못해서 억한 마음인 듯하다

35쪽


가타부타가 아닌 첫마디부터 반말에 치를 떨며

→ 무어라가 아닌 첫마디부터 깎음말에 이를 떨며

→ 긴소리가 아닌 첫마디부터 갈기니 부르르 떨며

44쪽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냅킨으로

→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흰천으로

45쪽


내 책상 앞에 이열 종대로 서 있다

→ 내 책자리 앞에 두 줄로 있다

→ 책자리 앞에 세로두줄로 섰다

45쪽


기분 좋게 점심을 먹고 반주도 살짝 걸쳤다

→ 즐겁게 낮밥을 먹고 곁술도 살짝 걸쳤다

53쪽


물리 치료라는 것도 받아볼 겸

→ 푸른돌봄도 받아보려고

→ 쓰다듬도 받아보려고

54쪽


천혜의 몸매에 도달하고야 말았다

→ 아름다운 몸매에 이르고야 말았다

→ 눈부신 몸매를 이루고야 말았다

55쪽


하중이 그리로 쏠리고 있다는 증거다

→ 무게가 그리로 쏠린다는 뜻이다

→ 무게가 그리로 쏠리는 셈이다

56쪽


한참 설(說)을 풀고

→ 한참 얘기를 풀고

→ 한참 말씀을 풀고

60쪽


약자는 방출의 대상이고, 강자는 희생으로서 물러남을 선택한다

→ 여리면 쫓겨나고, 세면 기꺼이 물러난다

→ 힘없으면 내쫓기고, 힘세면 스스로 물러난다

88쪽


육체의 모자람에서 정신이 상처받고, 상처받은 정신은 육체를 갉아먹는다

→ 몸이 못 따르니 마음이 다치고, 다친 마음은 몸을 갉아먹는다

→ 몸이 안 되니 마음이 아프고, 아픈 마음은 몸을 갉아먹는다

101쪽


이순(耳順)에 달하는 세월을 가슴에 고이

→ 예순에 이른 나날을 가슴에 고이

→ 예순 살을 가슴에 고이

161쪽


번역이라는 게 호구지책(糊口之策)이기는 하지만

→ 옮김일이란 밥벌이기는 하지만

→ 글을 옮겨 끼니를 잇기는 하지만

→ 글을 옮기며 먹고살기는 하지만

16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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