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카나 6 - 완결
니시모리 히로유키 지음, 장지연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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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8.20.

책으로 삶읽기 949


《카나카나 6》

 니시모리 히로유키

 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24.4.25.



《카나카나 6》(니시모리 히로유키/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24)을 읽는다. 일곱걸음은 어떻게 그리려나 기다리면서 천천히 새긴다. 어느새 여덟이란 나이로 접어들면서 어린배움터에 들어가는 ‘카나’는 집과 마을하고는 너무 다른 배움터라고 하는 수렁을 맞이한다. 다만, 배움터는 틀림없이 수렁이되, 어떤 수렁이건 우리가 스스로 바꿀 수 있다. 둘레 길잡이(교사)가 바꾸어 주지 않는다. 다른 아이들이 바꾸어 가지 않는다. 이곳이 수렁인 줄 알아차리는 사람이 언제나 하나씩 천천히 바꾸어 갈 수 있다. 사람마다 마음으로 흐르는 말을 맨눈으로 읽을 줄 아는 카나는 ‘어울림’이나 ‘배움’하고는 그야말로 동떨어진 ‘배움터’라는 이름인 수렁에 깃들어야 하지만, 스스로 일어서는 발판으로 삼자고 여긴다. 곁에서 늘 지켜보거나 돕는 손길이 없다면, 아니 누가 늘 지켜보거나 돕기를 바라기보다는, 스스로 제 마음부터 바라보고서, 스스로 둘레를 옳게 읽어내면서, 스스로 한 발짝을 내딛는 하루로 살아가자고 생각한다. 여태까지는 이럭저럭 견디거나 스치거나 지나갔다면, 이제부터는 굳이 견디거나 스치거나 지나가지 않기로 한다. 모두 맞아들여서 모두 풀거나 녹이거나 달래면서 나아가려고 한다. 삶이란, 가시밭길이거나 꽃길이 아니다. 삶길이란, 늘 살아가는 길일 뿐이다. 어떻게 살아가며 무엇을 보고 느낄는지는 늘 우리가 스스로 살펴서 헤아리고 품는다.


ㅅㄴㄹ


“크리스마스는 아주 선량한 날이야. 나도 옛날에는 못 믿었는데, 모두가 남을 배려해 주는 특별한 날이지.” (68쪽)


“미안하다, 카나. 난 크리스마스의 즐거움도 가르쳐 주지 못하는 좀스러운 놈이야. 같이 찾으러 가자!” (70쪽)


“카나카, 지구상의 생물은 모두 바다에서 왔다고 일컬어지고 있어. 그래서 바닷소리가 나는 거야.” (117쪽)


“찌그러져. 너랑 상관없잖아!” “상관있어. 난 불쾌하단 말이야!” (174쪽)


‘아버지, 나 찾아냈어요. 기사의 길을 찾아냈어요. 기사에게 필요한 건 시종이 아니라 지킬 대상이었어요.’ (194쪽)


#カナカナ #西森博之


그리운 고국에 당도하였습니다

→ 그리운 나라에 닿았습니다

→ 그리운 보금나라에 왔습니다

6쪽


이제껏 거쳐 온 수천 리에 달하는 여로와 같이

→ 이제껏 거쳐 온 몇즈믄 마장과 같이

→ 이제껏 거쳐 온 숱한 길과 같이 

→ 이제껏 거쳐 온 긴 걸음과 같이 

6쪽


인터넷에서 화형당한다고 불타는 건 아니야

→ 누리길에서 불지른다고 불타지 않아

→ 누리바다서 불사른다고 불타지 않아

14쪽


파도의 간격이 짧아지기 시작했어

→ 물살이 밭아

→ 물결이 갈수록 짧아

→ 바닷결이 이제 짧아

18쪽


크리스마스는 아주 선량한 날이야

→ 거룩잔치는 아주 갸륵한 날이야

→ 섣달꽃은 아주 사근사근 날이야

→ 겨울잔치는 아주 나긋한 날이야

68쪽


끝내 사게 만들었구나

→ 끝내 사시고 말았구나

→ 끝내 사셨구나

81쪽


기고만장해서 바깥까지 나올 필욘 없었는데

→ 까불거리며 바깥까지 안 나와도 됐는데

→ 으스대며 바깥까지 나올 일은 없는데

→ 들썩대며 바깥까지 안 나와도 되었는데

86쪽


이제까지 한 짓 중 최고의 공적

→ 이제까지 한 짓 가운데 으뜸

→ 이제까지 한 첫손꼽을 보람

→ 이제까지 한 가장 값진 일

115쪽


지구상의 생물은 모두 바다에서 왔다고 일컬어지고 있어

→ 푸른별 숨붙이는 모두 바다에서 왔다고 해

→ 파란별 숨결은 모두 바다에서 비롯했다지

117쪽


갑충을 수집하라구

→ 딱정벌레 모으라구

155쪽


기사에게 필요한 건 시종이 아니라 지킬 대상이었어요

→ 지기는 몸종이 아니라 지킬 사람이 있어야 해요

→ 지킴이는 머슴이 아니라 지킬 사람이 있어야 해요

194쪽


갑자기 석고대죄까지 할 필요는

→ 갑자기 빌기까지 할 까닭은

→ 갑자기 엎드리기까지 안 해도

19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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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세대를 위한 법 이야기 미래 세대를 위한 인문 교양 2
이지현 지음 / 철수와영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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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청소년책 2024.8.20.

푸른책시렁 170


《미래 세대를 위한 법 이야기》

 이지현

 철수와영희

 2024.5.1.



  벼리를 곧게 짠다면, 곧게 살아가는 길을 펼 만합니다. 틀을 아름답게 세운다면, 아름답게 살림하는 길을 나눌 만합니다. 길을 바르게 여민다면, 바르게 일하면서 밝게 어울리는 삶을 일굴 만합니다.


  외마디 한자말 ‘법’이란 무엇일는지 곱씹을 노릇입니다. 그냥그냥 이 한자말을 쓰는구나 싶은데, 가만히 보면 ‘길’이나 ‘틀’일 때가 있되, ‘굴레’나 ‘수렁’일 때가 있어요. ‘눈·눈금’이나 ‘바·바탕’ 노릇일 때가 있지만, ‘금’으로 죽 그어서 가르기도 합니다.


  여러모로 보면, 우리는 아직 법이 무엇인지 모를 뿐 아니라, 저마다 길미나 밥그릇을 앞세워서 마구잡이로 뜯거나 바꾸거나 늘어놓곤 합니다. 우리한테 ‘법’이 있기에 잘 지키면서 아름답게 살거나 사랑을 빛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쓸데없거나 덧없는 자질구레한 법을 자꾸 억지로 만들면서 이 터전을 조이기 일쑤입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법 이야기》(이지현, 철수와영희, 2024)는 ‘다루는 사람’이 어떤 ‘눈길과 손길’에 따라서 확 다른 법일까 하는 줄거리를 짚습니다. 참말로 모든 틀은 누가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달라요. 더 나은 길이나 더 나쁜 길이란 있지 않아요. 길을 걸어가거나 여미거나 돌보는 마음에 따라 다 다르기만 합니다.


  이른바 벼슬꾼(국회의원)이 늘어야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벼슬꾼이 지나치게 많을 뿐 아니라, 지나치게 길미와 돈과 몫을 거머쥐거나 가로챕니다. 벼슬꾼(국회의원)은 열두 사람만 있으면 되리라 느껴요. 벼슬꾼한테는 밑일삯(최저임금)만 주면 되고, 두바퀴(자전거)를 빌려줄 일입니다.


  이 나라를 어질게 다스리는 길을 짜려면, 걸어다니거나 두바퀴를 달려야 합니다. 넘쳐나는 달삯에 갖은 길미를 누리는 벼슬꾼이라고 한다면, 그들은 늘 뒷돈과 막짓을 일삼을 뿐입니다.


  이런 틀이 왜 있는지 알려주기도 해야겠고, 저런 벼리를 왜 짰는지 짚기도 해야겠지요. 그런데 이런저런 줄거리에 앞서, 쓸데없거나 부질없거나 덧없는 ‘법’이 지나치게 많다는 대목부터 알려주어야지 싶어요. 군더더기 벼슬꾼도 지나치게 많으니, 이들을 덜고 솎는 길도 함께 살펴야지 싶습니다.


  논에 미꾸라지가 있어야 논흙이 싱그럽고 알차기에 벼가 싱그럽게 자랄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그물(법)을 마구잡이로 짜거나 엮는 벼슬꾼이 판친다면, 나라가 어지럽고 엉망일 테지요. 더구나 너른마당에서 길을 따진다고 하는 일꾼(법관)도 제멋대로 오락가락 춤추며 얄궂게 마련이라, 이런 대목도 곰곰이 보면서 차근차근 나무라고 바른길로 다잡는 줄거리를 들려줄 때라야, 비로소 이 나라 앞날에 새빛이 비출 만하리라 봅니다.


ㅅㄴㄹ


정자와 난자의 수정으로 태어난 우리들은 부모님과의 추억, 친구들과의 우정으로 삶을 아름답게 살고 있습니다. 설사 우리와 똑같은 복제인간이 태어난다고 하더라도 똑같은 내가 될 수는 없습니다. (23쪽)


만약 누군가가 나를 계속 지켜본다면 얼마나 불안하겠어요. 그 사람이 내게 좋아한다는 문자를 하루에 수십 통씩 보낸다면 공포 때문에 일상생활을 하기가 어렵겠지요. (36쪽)


나의 성적 자기 결정권이 소중하다면 다른 사람의 성적 자기 결정권도 소중히 지켜 줘야 합니다. (48쪽)


죽음은 생명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 삶과 함께 있는 것이 아닐까요. (56쪽)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거나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과 모욕, 무시를 견뎌야 한다면 이는 정당한 일이 될 수 없습니다. (82쪽)


고문은 피해자가 약자이거나 사회적, 경제적으로 힘이 없는 경우에 더 많이 발생했어요. 고문은 극심한 고통으로 피해자의 모든 것을 잔혹하게 파괴하고 죽음으로까지 몰아갔습니다. (109쪽)


더 이상 학벌 사회에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정책을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168쪽)


+


우리가 꿈꾸는 세상, 첫발을 내딛어요. 지금, 시작입니다

→ 우리가 꿈꾸는 삶터, 이제 첫발을 내딛어요

→ 우리가 꿈꾸는 터전, 이제부터 첫발이에요

4쪽


인생이란 바다를 멋지게 항해하기 위해 지금 법과 인생이라는 배를 띄우고 출발하겠습니다

→ 삶이라는 바다를 멋지게 가르려고 이제 길과 삶이라는 배를 띄웁니다

5쪽


인공수정에 성공한다고 아기가 태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 남받이를 한다고 아기가 태어나지는 않습니다

→ 따로받이를 한다고 아기가 태어나지는 않습니다

12쪽


대리모란 돈을 받고 다른 사람의 아기를 임신해서 출산한 후 아기를 인도해 주는 여성을 말해요

→ 씨엄마는 돈을 받고서 다른 사람 아기를 배어 낳은 뒤 아기를 넘겨주는 분을 말해요

12쪽


이제 일상에서도 우리에게 경각심을 갖게 합니다

→ 이제 우리는 언제나 눈을 떠야 합니다

→ 이제 우리는 늘 깨어나야 합니다

21쪽


영생을 누리고 싶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복제인간에 대한 동기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요

→ 젊음을 누리고 싶고 튼튼하게 살고 싶은 탓에 끄나풀을 꾀하지 않을까요

→ 안 늙고 싶고 튼튼하게 살고 싶은 마음에 돌사람을 바라지 않을까요

23쪽


우리나라는 이미 저출산 시대, 인구절벽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 우리나라는 이미 등돌리며, 나라벼랑입니다

→ 우리나라는 이미 안 낳아, 나라가 흔들립니다

24쪽


낙태와 관련해서는 그것이 범죄이냐 아니냐를 둘러싼 논쟁이 있습니다

→ 아기막이를 둘러싸고서 나쁘냐 아니냐 하고 다툽니다

→ 애막이를 둘러싸고서 그르냐 아니냐 하고 따집니다

25쪽


만약 누군가가 나를 계속 지켜본다면 얼마나 불안하겠어요

→ 누가 나를 내내 지켜본다면 얼마나 두렵겠어요

36쪽


달 아래 담 모퉁이에서 은밀히 만나는 남녀를 그렸다

→ 달밤에 담 도퉁이에서 조용히 만나는 둘을 그렸다

4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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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꽃그림 서문문고 321
노숙자 지음 / 서문당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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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8.20.

인문책시렁 362


《한국의 꽃그림》

 노숙자

 서문당

 2000.10.20.



  큰아이를 낳은 2008년부터 으레 꽃마실을 다녔습니다. 그무렵에는 인천에서 지냈고, 우리 집에 따로 꽃그릇을 놓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하늘채(옥탑방)를 나와서 몇 걸음만 디디면 골목 어디나 꽃밭이에요. 아이를 안고 업고 걸리면서 이웃마을 꽃골목을 거닐었어요. 아이는 늘 풀꽃나무를 지켜보고 벌나비와 새를 바라보면서 이러한 모습을 척척 그림으로 옮겼습니다.


  우리 보금자리를 전남 고흥으로 옮긴 뒤에는 그저 마당에서 꽃잔치입니다. 따로 안 심어도 꽃이 피고 나무가 자랍니다. 언제나 새가 심거든요. 질경이나 차조기나 들깨는 씨앗을 조금 얻어서 곳곳에 뿌렸습니다. 여러 풀이 한결 즐거이 어울리기를 바라거든요.


  《한국의 꽃그림》(노숙자, 서문당, 2000)은 곁꽃(반려식물)으로 삼는 풀꽃도 담은 그림이 있되, 사람들이 굳이 곁꽃으로 안 삼지만, 늘 우리 곁에서 푸르고 맑고 밝게 피고 지는 숱한 꽃빛을 담은 그림이 나란합니다.


  예부터 꽃과 나무는 돈으로 사고팔지 않았습니다. 사람들 스스로 숲에서 씨앗을 얻거나 어린나무를 캐서 마당 한켠에 심을 뿐입니다. 때로는 새가 포르르 날아와서 씨앗을 심습니다. 때로는 개미가 풀씨나 나무씨를 나르다가 떨구어서 심습니다.


  어디에서나 언제나 빛나는 풀씨에 나무씨입니다. 우리가 곁에 새를 이웃으로 맞이한다면, 우리 삶터는 늘 꽃잔치에 나무마당입니다. 풀이 돋고 나무가 자라기에 누구나 숨을 쉽니다. 풀이 사라지고 나무가 꺾이는 곳에서는 매캐하고 흐리멍덩하고 어지러울 뿐입니다.


  곁에 풀꽃나무를 놓으면서 이따금 풀그림과 꽃그림과 나무그림을 손수 그려 본다면, 온누리는 어느새 환하게 거듭나리라 봅니다.


ㅅㄴㄹ


김치 가운데 열무김치를 가장 좋아하는 나는 항상 텃밭에 상추 다음으로 열무를 심는다. 열무는 심으면 곧장 장다리가 올라오고 흰색이 감도는 보라빛 꽃을 터뜨린다. 흐드러지게 피어나 쓰러질 듯하면서도 자꾸만 꽃을 피운다. 유난히도 흰나비를 부르는 꽃을 피운다. (무꽃/34쪽)


언제 보아도 다정하고 따뜻하다. 귀한 것이 아니라서 쉽게 지나치게 되지만 이런 꽃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움은 남다르다. (제비꽃/60쪽)


상추와 같이 먹으려고 심었더니 예쁜 꽃이 피기 시작했다. (쑥갓꽃/63쪽)


어릴 적 시골에서 본 적이 있는 목화꽃을 그려 보고 싶었다. 수소문한 끝에 용인 민속촌에서 찾을 수 있었다. 목화에서는 면화도 얻고 씨로는 기름도 짜는데, 햇빛을 보아야 꽃이 피고 해가 나지 않으면 입을 다물고 있다. 요긴한 것들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은 햇살이던가. (목화꽃/125쪽)


시골로 피난 갔던 어린 시절, 조그마한 밭에 파랗게 자라 있는 풀을 칼로 베고 다시 며칠 후 가 보면 또다시 자라나 있던 것이 생각난다. 내게는 아련한 유년 시절의 추억이며 그때를 떠올리며 손바닥만한 부추밭을 만들고는 아까워서 베지 않았다. 어느 날 여섯 잎으로 된 하얀 꽃이 피었다. (부추꽃/16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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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4.


《남자들은 항상 나를 잔소리하게 만든다》

 제마 하틀리 글/노지양 옮김, 어크로스, 2019.10.21.



새벽길을 나선다. 부산으로 간다. 지난 한 달 동안 편 “모르는책 들춰읽기”를 걷어들인다. ‘모르는책’이란, 마음을 틔워서 받아들이는 모든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글쓴이나 펴낸곳 이름을 모르거나 낯설어도 스스럼없이 집어들어서 편다면,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 생각을 틔워고 마음을 열면서 빛날 만하다. 씻고 또 씻고 쉰 뒤에 〈책과 아이들〉 지기님하고 밤수다를 편다. 촛불을 가만히 켜 놓고서 밤바람을 쐰다. 우리가 마음으로 짓는 숨빛을 돌아본다. 《남자들은 항상 나를 잔소리하게 만든다》는 책이름이 얄궂다. “-하게 만들” 수 없다. 잘못 쓰는 옮김말씨이다. 한글판을 제대로 내려면 “잔소리가 지겹다”나 “신물나는 잔소리”처럼 붙여야 알맞다. 잔소리를 듣는 쪽도 고단하고, 잔소리를 하는 쪽도 힘겹다는 줄거리인데, 조금 더 짚어야지 싶다. ‘잔소리’를 하니까 서로 고달프지. ‘큰소리’를 내도 서로 괴롭다. 그렇다면? 잔소리도 큰소리도 아닌 ‘살림소리’와 ‘사랑소리’를 나눌 노릇이다. 이쪽이 저쪽을 나무라는 소리가 아닌, 저쪽도 이쪽을 탓하는 소리가 아닌, 함께 살림을 짓는 말을 생각하고, 서로 사랑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살펴야 할 때이지 싶다. 잔소리를 멈추자. 살림노래를 부르자. 사랑말을 짓자.


#FedUp #GemmaHartley

#지긋지긋 #신물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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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3.


《뭐라도 되겠지》

 김중혁 글, 마음산책, 2011.10.5.



하루를 쉬면서 해바라기를 한다. 우리 책숲에 고인 빗물을 걷어내고서 수박을 장만하러 두바퀴를 달린다. 천천히 달리면서 저녁빛을 헤아린다. 수박을 집에 내려놓으니 땀범벅. 예전에는 두 아이를 수레에 태우고서 수박을 짊어졌다면, 이제는 혼마실을 하면서 짊어지기에 한결 가볍다. 풀벌레노래가 그윽하다. 《뭐라도 되겠지》를 읽고서 갸웃했다. 요새는 이런 글을 쓰고 책을 내야 팔리려나? 이처럼 글을 꾸미고 그림도 꾸며야 널리 읽히면서 돈이 되려나? ‘꾸미다’하고 비슷하지만 다른 ‘꾸리다’라는 낱말이 있다. ‘꾸미다 = 꾸 + 미’인 얼개이다. ‘미 = 밀다·믿음’으로 뻗으니, 가꾸는 시늉으로 밀어붙이는 몸짓이 ‘꾸미다’이다. 이와 달리 ‘꾸리다 = 꾸 + 리’인 얼개이다. ‘실꾸리’라는 낱말처럼 ‘리 = 살리다’로 나아가는 몸짓이다. 글도 그림도 삶도 하루도 ‘꾸릴’ 줄 아는 매무새일 적에 빛난다. ‘꾸미’는 몸짓이라면 빈수레이다. 비(빗물)처럼 빛낼 적에 글이라고 여길 만하다. 비(빗자루)처럼 정갈히 쓸어내기에 글이라고 할 만하다. 빗(머리빗)처럼 곱고 가지런히 다듬기에 글로 읽을 만하다. 아무렇게나 하면 뭐가 될까? 꾸미기만 하면 무슨 글일까? 살림을 꾸리면서 마음을 일굴 때라야 비로소 붓이 빛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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