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일본말] 바리깡バリカン



바리깡 : x

바리캉(bariquand) : 머리를 깎는 기구. 빗 모양으로 된 두 개의 칼을 겹쳐 그중 하나를 좌우로 움직이면서 머리털을 짧게 깎는다. 제조 회사 이름에서 유래한다

バリカン(프랑스어 Bariquand et Marre) : 바리캉, 이발 기계


 머리 깎는 바리캉을 움직이며 → 머리깎개를 움직이며

 아직 바리깡질이 미숙하다 → 아직 다듬개질이 어설프다



  머리를 깎을 적에 쓰는 연장이라면 ‘깎개’입니다. ‘다듬개’나 ‘머리깎개’라 해도 어울립니다. 일본에서 건너온 얄궂은 말씨인 ‘바리깡’이 꽤 퍼졌고, ‘-깡’만 ‘-캉’으로 바꾸어서 낱말책에 싣는 국립국어원입니다만, 이런 일본말은 말끔히 털어내고서 우리 나름대로 새말을 지어서 쓸 일입니다. ㅅㄴㄹ



서태지를 위해 바리깡에 뒤통수를 들이미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 서태지 때문에 깎개로 뒤통수를 미는 일은 없으리라고

→ 서태지 탓에 머리깎개로 뒤통수를 밀지는 않으리라고

《여행할 권리》(김연수, 창비, 200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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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런닝구 보리 어린이 3
한국글쓰기연구회 엮음 / 보리 / 199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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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8.23.

노래책시렁 432


《엄마의 런닝구》

 한국글쓰기연구회 엮음

 보리

 1995.4.15.



  아직 어린이가 걸어서 집과 마을과 배움터 사이를 오가던 무렵에는, 어린이가 저마다 하루를 느끼고 하늘을 바라보고 땅과 들과 숲을 헤아렸습니다. 아직 어버이가 도시락을 싸서 아이한테 건네던 즈음에는, 어버이도 아이도 ‘손길을 담는 사랑’을 나란히 느끼고 누렸습니다. 이제는 걷는 어린이가 확 사라집니다. 어느새 집집마다 도시락을 안 싸는 판입니다. 안 걷고, 밥살림을 등졌다면, 어떤 하루를 보내면서 어떤 말을 섞으려나요? 《엄마의 런닝구》는 1995년에 처음 나왔고, 꽤 예전 어린이가 보내던 나날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어느새 해묵었구나 싶은 글일 수 있지만, 스스로 걸어다니던 모든 어린이가 느끼던 마음을 담았고, 어버이하고 아이 사이에 사랑이 흐르던 마음을 옮겼어요. 요즈음은 어린이한테 이처럼 삶글을 쓰라고 북돋울 어른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다시 나올 수 있다지만, 아무래도 ‘걷는 아이어른’이 감쪽같이 사라졌고, ‘함께 밥을 짓고 도시락을 싸는 아이어른’도 만나기 힘든 만큼, 손빛이 흐르는 글이란 어떤 노래(동시·어른시)에서도 엿볼 수 없겠더군요. ‘짓다’는 손으로 새롭게 일구는 삶을 나타냅니다. 지을 줄 모른다면, ‘짓다’라는 낱말부터 잊고 잃었다면, 삶글뿐 아니라 살림글도 잊고 잃을 테지요.


ㅅㄴㄹ


나무 밑에 있으니 / 바람 소리가 / 파라파라거린다. / 그 소리가 좋다. / 바람이 피리를 분다. (바람 소리-서울 구일초 2년 박철순/19쪽)


달롱과 꼬들빼기를 캐 먹고 / 또 마늘을 심고 / 그러면 싹이 트고 / 아후 빈 밭은 없는가 보다. (빈 밭-강원 정선 봉정분교 5년 배연표/24쪽)


내가 집으로 혼자 걸어오는 길 / 어쩌다 풀 속에 뱀이 있으면 / 막 앞으로 달려와 / “와아 시껍아! / 내일부터는 일로 안 와야지.” 하는데도 / 그 다음 날에도 오는 길. (논두렁길-경북 경산 부림초 6년 성재욱/38쪽)


비가 오는데도 / 어미소는 일한다. / 소가 느리면 주인은 / 고삐를 들고 때린다. / 소는 음무음무거린다. / 송아지는 모가 좋은지 / 물에도 철벙철벙 걸어가고 / 밭에서 막 뛴다. (비 오는 날 일하는 소-경북 울진 온정초 4년 김호용/59쪽)


아침 일찍 시장에 나와 / 아직도 고기를 못 판 어머니 / 지나가는 사람보고 / “마수요, 좀 사 가소.” 한다. // 어머니 옆에서 파는 아주머니는 / 벌써 다 팔고 / “뜨리미요 뜨리미, 많이 주께요.” 하고 지나가는 사람을 붙들어 억지로 판다. (어머니-부산 감전초 6년 박미정/140쪽)


이모 집에 갔다 오는 길 / 서부 정류장에서 어떤 할머니 한 분 / 머리에 목도리를 두르고 / 허리엔 헝겊을 칭칭 감고 / 한 푼만 주세요 하며 / 사람들에게 졸랐다. / 돈은 아무도 주지 않았다. / 할머니가 나한테 다가왔다. / 이모가 날 데리고 / 다른 데로 가 버렸다. (어떤 할머니-대구 북동초 6년 이경미/20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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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 전시회 상상 동시집 26
강벼리 지음, 정마리 그림 / 상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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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8.23.

노래책시렁 443


《요괴 전시회》

 강벼리

 상상

 2024.1.5.



  곰곰이 짚으면, ‘요괴’나 ‘괴물’이나 ‘마녀’ 같은 한자말은 우리 삶터하고 아예 멉니다. 일본이 이 땅으로 쳐들어온 뒤부터 잔뜩 퍼진 일본말씨일 뿐입니다. 요즈음은 아무렇지 않게 쓰는 사람이 많지만, 그냥그냥 쓰기 앞서 “이런 말을 누가 왜 들였을까?”를 살필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우리 삶자리에 없던 말이라면, 왜 없었을까?”를 나란히 헤아려야 할 테고요. 《요괴 전시회》를 가만히 읽습니다. 우리가 ‘안다’고 여기는 숱한 ‘요괴·괴물·마녀’란, 그야말로 일본에서 꾸며낸 그림(이미지)입니다. 일본에서는 일본 옛이야기하고 하늬(서양) 옛이야기를 이래저래 섞어서 갖은 깨비(요괴) 새이야기를 엮었습니다. 우리는 이 삶을 어떤 눈으로 읽고 살피면서 하루를 여밀 만할까요? 오늘 우리가 어른이란 자리에 있다면, 오늘 어린이란 자리에 서서 우리를 지켜보는 눈망울한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만할까요? 생채기나 멍울이나 고름을 아이들한테 고스란히 물려주고 싶나요? 아이들이 뒤집어쓴 생채기나 응어리나 짐을 이렁저렁 몇 가지 꾸밈말로 눙치면서 ‘문학’만 하고 싶나요? 어린이는 어린이로서 뛰놀 틈을 누릴 노릇입니다. 어른은 어른으로서 언제나 새롭게 살림을 지으면서 이야기를 사랑으로 들려줄 노릇입니다.


ㅅㄴㄹ


어두운 활자 속에 파묻혀 내가 누군지도 몰랐네 / 새 옷 입은 기쁨에 들떠서 말이야 어디로 가는 줄도 몰랐어 / 가 보지 못한 세상 속으로 맘껏 떠나고 싶었네 (모험의 결과/34쪽)


자꾸자꾸 “산만해!”, “산만해!”  야단만 쳐 / 나는 막 기지개를 켜고, 산(山)보다 커지는데 (나는 산만해/4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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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 문학동네 시인선 73
고영민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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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8.22.

노래책시렁 441


《구구》

 고영민

 문학동네

 2015.10.28.



  적잖은 사내가 ‘사랑’이 아닌 ‘그짓’을 하려고 노닥골목에 간다지요. 더구나 싸울아비(군인)로 끌려간 사내는 멧골짝에 갇혀서 몇 달을 옴쭉달싹 못 하는 채 괴롭고 지쳐서, 틈(휴가)을 얻어서 밖으로 나오면 그짓을 벌일 노닥골목에 간다고도 합니다. 이른바 ‘주한미군·일제강점기 일본군’이 머물던 둘레는 온통 술집과 노닥집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싸움판(군대) 둘레만이 아니라, 돈이 우수수 떨어지는 둘레도 으레 술집과 노닥집이 넘칩니다. 《구구》를 읽다가 56쪽에서 노닥집 모습을 훤하게 보면서 덮었습니다. 이런 그짓도 글쓴이 삶이요, 창피하거나 부끄럽다고 숨기기만 하기보다는, 글로 담아낼 수 있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글로 담는 마음이란 뭘까요? 뭘 글로 담으면서 어떤 마음길을 밝히거나 그동안 어떤 나날을 어떻게 다스렸다는 뜻을 들려주려는 셈일까요? 글쓰기란, ‘구경하던 삶’을 옮기는 붓질로 그칠 수 없습니다. 글쓰기란, ‘삶을 그대로 옮기기’만 하면서 끝날 수 없습니다. 아직 사랑을 모르는 채 그짓에 몸도 마음도 팔린 나날을 애써 글로 옮기려 했다면, 오늘은 얼마나 어떻게 사랑을 마주하거나 스스로 짓는 발걸음이나 손길인지 돌아봐야지 싶습니다. 사랑이 아니거나 없기에 그짓을 하거나 구경을 합니다.


ㅅㄴㄹ


술 취하면 혀 고부라진 소리로 / 베사메 무초를 잘 부르던 여자가 / 겨드랑이에선 늘 리라꽃 향기가 나는 여자가 / 가끔 아들한테도 얻어터지는 여자가 / 눈두덩, 팔, 다리 이곳저곳 멍이 / 든 여자가 / 온종일 누워 얼굴에 계란을 굴 / 리는 여자가 / 부부싸움을 하고 홧김에 불을 지른 여자가 (라일락 그녀/21쪽)


행랑에 들창문이 줄줄이 붙어 있던 홍등가 2층 슬래브 건물, 그날 내가 만난 짝은 쇼를 하는 앳된 창녀였다 그녀는 우리들 앞에서 그곳으로 담배를 피우고 나팔을 불고 화살촉을 쏴 멀리 있는 색풍선을 맞혀 터뜨리고 동전을 원하는 숫자만큼 그곳에서 떨어뜨렸다. “세 개” 하면 세 개를 떨어뜨리고 “다섯 개” 하면 다섯 개를 떨어뜨렸다 마지막엔 그곳에 붓을 꽂아 이름을 써주었다 간직하고 있으면 세상에 이름을 떨칠 거라 했다 쇼가 끝나고 나는 그녀를 따라 쪽방으로 갔지만 옷을 벗을 수가 없었다 대신 그녀는 몸을 만져도 된다며 제 옷 속에 내 손을 넣어주었다 몸이 뜨거웠다 씨앗이 흙과 어울릴 무렵이었다 군복 안주머니엔 삐뚤빼뚤 그녀가 온몸으로 써준 고영민, 내 이름 석 자가 있었다 (고영민/56쪽)


+


《구구》(고영민, 문학동네, 2015)


코에 호스를 꽂은 채 누워 있는

→ 코에 줄을 꽂은 채 누운

→ 코에 대롱을 꽂은 채 누운

12쪽


공중화장실에서 긴 복대를 풀어놓고

→ 바깥쉼터에서 긴 배띠를 풀어놓고

→ 열린뒷간에서 긴 배띠를 풀어놓고

13쪽


밀려오는 요의(尿意)처럼 누군가는

→ 밀려오는 오줌처럼 누구는

→ 오줌이 확 마려우며 누구는

13쪽


부챗살처럼 사방으로 흩어지고

→ 부챗살처럼 흩어지고

16쪽


숲의 덤불 속으로 뛰어가 낙하지점을 가늠하여 숲덤불을 뒤적이기 시작하네

→ 숲덤불로 뛰어가 내림길을 가늠하여 뒤적이네

→ 숲덤불로 뛰어가 떨어지는 곳을 가늠하여 뒤적이네

18쪽


고양이가 아궁이 속으로 들어가

→ 고양이가 아궁이로 들어가

19쪽


나무 아래를 천천히 걸었을

→ 나무 밑을 천천히 걸었을

→ 나무 곁을 천천히 걸었을

20쪽


펄펄 끓는 내 늙은 어머니에게로

→ 펄펄 끓는 늙은 어머니한테

→ 펄펄 끓는 늙은 울엄마한테

27쪽


기다림이 좋았던 시절

→ 기다리며 즐겁던 때

→ 기다리며 즐거운 날

29쪽


시선(視線)이 밖으로만 향해 있었다

→ 눈이 밖으로만 갔다

→ 밖만 바라보았다

→ 밖만 쳐다보았다

31쪽


화구(火口)가 열리고

→ 불길이 열리고

→ 불구멍이 열리고

33쪽


밥을 먹고 나간 것이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 밥을 먹고 나간 날이 그이 마지막 모습이다

42쪽


행랑에 들창문이 줄줄이 붙어 있던 홍등가

→ 곁채에 들닫이가 줄줄이 붙은 붉은골목

→ 밖채에 들닫이가 줄줄이 붙은 노닥골목

56쪽


꽃의 얼굴을 대신해 나를 맞는다

→ 꽃얼굴처럼 나를 맞는다

→ 꽃얼굴로 나를 맞는다

73쪽


저 분(盆)도 한때는 환한 뿌리를 품었을 것이다

→ 저 그릇도 한때는 환한 뿌리를 품었다

→ 저 동이도 한때는 환한 뿌리 품었겠지

80쪽


요즘 아내의 운동은 밤낮 저 라켓을 휘두르는 것이다

→ 요즘 곁님은 밤낮 저 채를 휘두르며 땀흘린다

→ 요즘 짝꿍은 밤낮 저 자루를 휘두르며 뛰논다

88쪽


하모니카를 불 수 없지

→ 바람가락을 불 수 없지

→ 숨가락을 불 수 없지

92쪽


커브를 틀면 도르르르 왼쪽으로, 브레이크를 밟으면 도르르르 앞으로 급히 불려간다

→ 굽이를 틀면 도르르르 왼쪽으로, 멈추면 도르르르 앞으로 훅 불려간다

→ 꺾으면 도르르르 왼쪽으로, 서면 도르르르 앞으로 얼른 불려간다

98쪽


화분을 화분이라고 읽게 될까

→ 그릇을 그릇이라고 읽을까

→ 꽃그릇을 꽃그릇이라 읽을까

100쪽


산후조리 하는 딸을 위해 먼 고향집에서

→ 몸을 돌보는 딸을 살펴 먼 시골집에서

→ 몸을 푸는 딸을 헤아려 먼 시골집에서

107쪽


배롱나무는 얼마나 많은 감정을 갖고 있었을까

→ 배롱나무는 얼마나 많이 헤아릴까

→ 배롱나무는 얼마나 너른 마음일까

→ 배롱나무는 얼마나 갖가지로 느낄까

110쪽


삼동(三冬)을 나기 위해

→ 겨울을 나려고

→ 한겨울을 나려고

111쪽


푸른 잎사귀의 옷을 껴입었다

→ 푸른 잎사귀로 껴입었다

→ 푸른옷을 껴입었다

→ 푸른 잎사귀가 겹겹이다

111쪽


남의 옷을 벗겨가는 종자(種子)는 인간뿐이다

→ 남옷을 벗겨가는 씨는 사람뿐이다

→ 옷을 벗겨가는 씨앗는 사람뿐이다

111쪽


마른 풀 위로 새 풀이 돋아 있다

→ 마른풀 옆으로 풀이 새로 돋는다

→ 마른풀 곁에 풀이 새로 돋는다

11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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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원미용 (2023.8.19.)

― 부천 〈용서점〉



  지난날 사람들은 보따리(보퉁이)로 싸서 걸어다녔습니다. 얼핏 보면 가난하다고 여기던, 수수하고 작은 집안에서 나고자란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똑같이 먼 멧골을 보따리(보퉁이)에 싸서 넘어다니곤 했어요. 일제강점기에는 주시경 님이 끝까지 ‘일본 가방’을 안 쓰고서 보따리(보퉁이)에 책을 싸서 걸어다니기만 했기에 ‘주보따리(주보퉁이)’라는 이름을 들었습니다.


  요새는 보따리도 가방조차도 없이 다니는 분이 엄청나게 늘어요. 보따리나 가방을 짊어지거나 쥐거나 멘 사람을 보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안 걸어다니고, 안 짊어지곤 합니다. 스스로 안 걷기에 이웃도 마을도 나도 하늘도 땅도 다 못 보거나 안 보면서 잊고 잃어갈 수밖에 없지 싶습니다.


  벼슬을 얻거나 돈·이름·힘을 거머쥘수록 안 걸으려고 합니다. 예전에는 ‘가마’를 탔다면, 요새는 쇳덩이(자가용)한테 넋을 파는 굴레입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일 텐데, 가마·수레·쇳덩이에 몸을 실으면서, 그만 다 다른 빛을 잊거나 잃는 듯합니다. 스스로 새길·새삶·새빛(생각)을 짓는 하루를 등지고 말아요.


  부천 원미동 〈용서점〉에 살그마니 깃듭니다. 원미동에 깃든 용지기일 테니 ‘원미용’입니다. ‘용’이란 무엇일까요? 다른 분은 다 다르게 ‘용’을 읽을 텐데, 저는 ‘용하다·용쓰다’라는 우리말을 떠올립니다. 바닥에 깔아서 따뜻하게 삼는 천을 ‘요’라고 합니다. 밑자락을 이루면서 한꺼번에 내는 커다란 힘이기에 ‘용’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얼마 앞서 어느 고장 어느 새뜸(뉴스레터)에 글을 한 자락 보냈더니 마구잡이로 가위질을 하더군요. 그들은 왜 그럴까요? 우리말결을 알지 못 하면서 가위를 쥔들, 스스로 무엇을 배울까요? 우리말결을 모르기에 일본말씨나 옮김말씨를 아무렇지 않게 씁니다. 우리말빛을 안다면, 스스로 살림말을 짓고 가꿉니다. ‘살림말 = 집말 = 마을말 = 사투리’인 얼개입니다. 사투리를 쓸 줄 아는 눈빛과 마음과 손길일 적에, 손수 보금자리를 돌보면서 환하게 빛나게 마련입니다.


  아이는 여린 몸으로 태어나서 온갖 소꿉놀이를 해보는 동안 천천히 자랍니다. 우리가 어쩌다가 아프거나 앓는다면, 새롭게 자랄 뿐 아니라 한결 튼튼히 일어서려는 배움길에 선다는 뜻입니다. 아픔도 앓이도 나쁜 일이 아닌, 그저 배움꽃입니다.


  빨리 나으려고 하니까 덧납니다. 빨리 끝내려고 서두르니까 망가지고 무너집니다. 천천히 돌보고 쓰다듬고 풀고 쉴 적에 말끔히 털고 씻고 나아요. 누구나 첫술에 배부르지 않으나, 첫걸음부터 떼기에 뚜벅뚜벅 나아갈 수 있습니다.


ㅅㄴㄹ


《드라마의 말들》(오수경, 유유, 2022.7.4.)

《우리는 올록볼록해》(이지수, 마음산책, 2023.7.5.)

《티벳, 나의 조국이여》(달라이 라마/강건기 옮김, 정신세계사, 1988.2.8.)

《한글의 시대를 열다》(정재환, 경인문화사, 2013.2.22.)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이광호, 난다, 2014.6.10.)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 이야기》(리처드 파인만/박병철 옮김, 승산, 2003.1.6.첫/2003.5.26.6벌)

《고종석의 유럽통신》(고종석, 문학동네,1995.8.10.)

《지금 여기가 맨 앞》(이문재, 문학동네, 2014.5.20.첫/2015.7.22.8벌)

《百濟 百濟人 百濟文化》(박종숙, 지문사, 1988.8.10.첫/1992.4.10.4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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