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은 대로 파랑 그림책 8
장 이브 카스테르만 지음, 하리라 옮김 / 파랑서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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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9.12.

그림책시렁 1475


《가고 싶은 대로》

 장 이브 카스테르만

 하리라 옮김

 파랑서재

 2023.7.10.



  너는 네가 가고 싶은 데로 가야지요. 나는 내가 가고 싶은 대로 갈 노릇입니다. 너는 네가 하고 싶은 꿈을 그려야지요.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꿈씨를 심을 일입니다. 네가 보니 나입니다. 내가 보니 너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서로 ‘사람’이거나 ‘숨결’이거나 ‘넋’이되, 언제 어디에서나 다 다른 ‘빛’입니다. 《가고 싶은 대로》는 “lovely family”를 옮겼구나 싶은데, ‘사랑스런 집’이란 아이어른이 함께 스스로 가고 싶은 길을 꿈으로 그려서 즐겁게 어울리면서 새롭게 나아가는 터전이게 마련입니다. 아무렇게나 할 적에는 “하고 싶은 대로”일 수 없어요. 마구마구 달릴 적에는 “가고 싶은 대로”하고 동떨어집니다. ‘사랑’을 밑동으로 삼는 곳일 때라야 “하고 싶은”과 “가고 싶은”과 “나누고 싶은”을 차근차근 이루면서 환하게 웃습니다. 고요히 꿈꾸는 밤을 보내기에 문득 꿈이 떠오릅니다. 밤이 없으면 꿈이 없어요. 신나게 일하거나 노는 낮을 지내기에 몸을 내려놓고서 쉽니다. 일하지 않거나 놀지 않으면 ‘쉴밤’이 없어요. 한밤에 차분히 누워서 별을 헤아리기에 풀벌레하고 밤새를 마음으로 마주합니다. 한낮에 온몸을 펼쳐 일하고 놀고 배우기에 바람하고 낮새하고 해를 마주합니다.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 봐요.


#JeanYvesCasterman #lovelyfamily


ㅅㄴㄹ


《가고 싶은 대로》(장 이브 카스테르만/하리라 옮김, 파랑서재, 2023)


정말 멋진 날이야. 숨을 크게 한번 마셔 봐

→ 멋진 날이야. 숨을 크게 마셔 봐

→ 참말 멋진 날이야. 숨을 들이켜 봐

2쪽


세상은 놀라운 일로 가득해

→ 마을은 놀라운 일로 가득해

→ 둘레는 놀라운 일로 가득해

→ 온누리는 놀라워

10쪽


반대쪽으로 가 볼까

→ 건너서 가 볼까

→ 저쪽으로 가 볼까

14쪽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

→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보든 걱정없어

→ 누가 어떻게 보든 대수롭지 않아

16쪽


담벼락 위로 가 볼까

→ 담벼락으로 가 볼까

18쪽


새처럼 자유롭게 훌쩍 뛰어 날아 봐

→ 새처럼 가볍게 훌쩍 뛰어 날아 봐

20쪽


유유히 흐르는 강을 따라가

→ 가만히 흐르는 내를 따라가

28쪽


누군가가 널 기다릴 거야

→ 누가 널 기다려

3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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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체포되었어요 - 2023 스포르훈덴상, 2024 스웨덴 예술위원회 번역제작지원, 2024 올해의 환경책 어린이 부문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86
다니엘 셸린 지음, 클라라 바르틸손 그림, 신견식 옮김 / 지양어린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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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9.12.

그림책시렁 1474


《엄마가 체포되었어요》

 다니엘 셸린 글

 클라라 바르틸손 그림

 신견식 옮김

 지양어린이

 2024.8.20.



  나라가 세운 틀을 어기면 누구나 붙잡힌다고 말은 하는데, 막상 나라틀을 어긴 누구나 붙잡히지는 않는 나라입니다. 모든 사람이 무엇을 어떻게 낱낱이 지켜보지는 못 하거든요. 더구나 숱한 사람이 저지르는 잘못이나 말썽이나 사달을 못 본 척하거나 봐주기 일쑤입니다. 지난 돌림앓이를 치르고 났어도 우리는 아직 안 깨닫거나 눈을 안 뜨려고 합니다. 총칼(전쟁무기)을 팔아서 돈을 벌어야 나라에 이바지한다는 멍청한 굴레를 그냥그냥 쓰기도 하고, 눈먼돈을 뒤로 돌리는 짓도 끊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멈출 때입니다. ‘나라(정부)’를 멈출 때이고, ‘서울(도시)’을 멈출 때입니다. 어버이는 어버이로 서고, 아이는 아이로 서며, 사람은 사람으로 설 때예요. 《엄마가 체포되었어요》는 숲을 망가뜨리려는 나라·사람한테 맞서는 ‘작은이(그냥 엄마)’가 더는 지켜볼 수만 없기에 팔을 걷어붙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그림책이 들려주듯 ‘푸른별(천연기념물)’과 ‘나랑 너’가 함께 숨쉬며 살아가려면 ‘숲’부터 있어야 할 노릇입니다. 숲을 돌보고 숲에서 살고 숲에서 아이를 낳아서 가르치고 함께 배울 때에 비로소 ‘사람답’게 하루를 누리면서 스스로 ‘사랑’으로 설 만합니다. 엄마는 씩씩합니다. 그러면 아빠는?


#Daniel Sjolin #Klara Bartilsson

#MORSAN AR HAFFAD


+


《엄마가 체포되었어요》(다니엘 셸린·클라라 바르틸손/신견식 옮김, 지양어린이, 2024)


벌목 기계로 나무를 벨 수 없게 되었어요

→ 톱으로 나무를 벨 수 없어요

3쪽


엄마의 코 고는 소리가 쓱싹쓱싹 톱질 소리처럼 들렸어요

→ 엄마가 코 고는 소리가 쓱싹쓱싹 톱질 소리처럼 들려요

4쪽


방방이 위에서 팔짝팔짝 뛰기도

→ 방방이에서 팔짝팔짝 뛰기도

13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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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15.


《심야의 유감천만 사랑도감 4》

 오자키 이라 글·그림/박소현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19.5.30.



〈책숲 1013〉을 글자루에 담는다. 등짐에 담으니 묵직하다. 읍내 나래터로 간다. 15:30 황산마을 지나가는 시골버스를 탄다. 들길을 걷는데 풀죽임물을 뿌리는 할배 옆을 스친다. 풀을 죽이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할배는 이런 물을 뿌리면서도 멀쩡하신가? 글월꾸러미를 다 부치고서 저잣마실을 본다. 새롭게 묵직한 등짐을 질끈 동여매고서 집으로 돌아온다. 《심야의 유감천만 사랑도감 4》을 읽었다. 한 자락씩 꾸준히 나오는 이 그림꽃은 여러모로 곱씹을 만할 뿐 아니라, 이 나라 돌이(남성)가 꼭 좀 읽기를 빈다. 이를테면 스무 살에 이르는 젊은돌이가 삶과 사람과 살림을 헤아리는 길잡이로 삼을 만하리라 본다. 서른을 넘고 마흔을 지나 쉰을 달리는 돌이한테도 찬찬히 길동무로 마주할 만하다. 사랑은 오직 ‘사랑’이다. 사랑은 짝짓기도 살섞기도 아니다. 짝짓기는 짝짓기요, 살섞기는 살섞기이다. 집안일이란 집안일이고, 집살림이란 집살림이다. 순이도 돌이도 집안일과 집살림을 서로 할 줄 알아야 한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어느 쪽만 고단하거나 힘겹게 억눌려야 하지 않겠지? 서로 사랑하는 사이일 때에 비로소 아이를 낳을 텐데, 아이를 어떻게 낳아서 어떻게 돌보면서 어떻게 살아갈는지부터 먼저 얘기해야 짝꿍이다.


#尾崎衣良 #深夜のダメ恋図鑑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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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14.


《손, 손, 내 손은》

 테드 랜드 그림, 빌 마틴 주니어·존 아캠볼트 글/이상희 옮김, 열린어린이,2005.6.20.



엊저녁부터 비가 내린다. 비날을 맞이하기 앞서 이불을 잘 말렸고, 이불잇도 빨아서 건사했다. 부드럽게 퍼지는 빗소리를 듣고, 촉촉하게 적시는 비내음이 감돌면서, 한여름 더위가 꽤 수그러든다. “Here Are My Hands”를 옮긴 《손, 손, 내 손은》을 모처럼 되읽는다. 얼마 앞서 《꽃이 필 거야》(정주희, 북극곰, 2023)라는 그림책을 보면서 몹시 아쉬웠다. 꽃과 웃음과 춤을 아이하고 어우르는 줄거리인데, 가시내만 꽃순이요 춤순이로 그리더라. 요즈음 나오는 숱한 그림책은 왜 순이만 담으려 할까? 가시내랑 머스마가 곱게 어울리는 어깨동무를 그려내야 아름답지 않은가? 《손, 손, 내 손은》은 가시내랑 머스마가 어울릴 뿐 아니라, 온누리 모든 어린이가 어울린다. 손 하나를 바탕으로 어떤 하루요 삶이며 노래이고 눈물웃음인지 따사롭게 꽃으로 피우는 얼거리라고 하겠다. 일부러 모든 살빛 어린이를 담아야 하지는 않는다. 들과 숲과 바다를 헤아리면서 하늘을 품는 눈길과 손길로 담으면 된다. 보라. 하늘이 한 가지 빛깔인가? 바다에 한 가지 헤엄이만 사는가? 들과 숲에 한 가지 풀꽃이나 나무만 있는가? 사람이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빛날 적에 비로소 꽃으로 피어나면서 나비랑 새가 찾아들어 함께 노래를 누린다.


#HereAreMyHands (1987)

#BillMartinJr #JohnArchambault #TedRand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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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01.5.31. 일하는 보람



  사람은 일을 안 하며 살 수 없다. 사람은 놀지 않고서도 살 수 없다. 일하고 놀면서 하루를 짓기에, 일과 놀이가 어우러지며 살기에, 비로소 사람이라는 이름이지 싶다. 그러나 적잖은 나날을 두고서 숱한 사람들은 일놀이를 누릴 틈을 빼앗기고 억눌린 채 고달팠다고 느낀다. 꼭두머리라는 허울이 들어서던 무렵부터 꼭두각시로 뒹굴어야 하는 사람이 생겼다. 처음에는 위아래나 왼오른으로 안 가르던 사람 사이일 텐데, 윗자리나 아랫자리로 가르는 굴레를 들씌우면서 빛을 잃고, 이쪽이냐 저쪽이냐 하고 다투면서 사랑을 잊는다. 왜 햇볕 한 줌을 쬘 수 없는 곳에서 하루를 보내야 하나? 왜 뙤약볕에서 새카맣게 타면서 하루가 버거워야 하나?


  ‘놀이·놀다’하고 ‘노닥거리다’는 다르다. ‘일’을 하면서 맞물리는 ‘놀이’이지만, ‘일’이란 없이 탱자탱자 바보짓을 부리기에 ‘노닥거리다’이다. 일하는 사람이기에 놀이하는 사람으로 나란히 서고, 일을 안 하는 사람이기에 노닥거리는 짓에 사로잡힌다. 일할 줄 알기에 이야기가 피어나고, 놀 줄 알기에 노래를 부른다. 일할 줄 모르기에 어리석고, 노닥거리기만 할 뿐이니 돈·이름·힘으로 이웃사람을 쥐락펴락 괴롭힌다.


  한 해에 하루조차 안 쉬는 헌책집지기가 수두룩하다. “사장님, 그래도 설이나 한가위에는 쉬셔야 하지 않나요?” 하고 여쭈어 본다.


  〈아벨서점〉 아주머니는 “모처럼 설이나 한가위에 찾아오는 손님이 있는데, 이분들이 헛걸음을 하시면 제가 더 섭섭하지요.” 하고 이야기한다.


  〈신고서점〉 아저씨는 “나이를 많이 먹어가면서 힘들어서 요새는 한 해에 하루

나 이틀을 쉴 뿐이지, 여태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책방 문을 열었어요. 하루도 안 쉬면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분이 많은데, 저는 오히려 한 해에 하루를 쉬는 날을 두니까 더 힘들어요.” 하고 이야기한다.


  〈뿌리서점〉 아저씨는 “무슨 모임이라고 사람들이 불러서 어디 가서 노래 부르고 밥을 사먹는 데에 있으면 더 힘들고 거북하더라고. 집안 제사를 하러 멀리 가야 하더라도, 그곳에서 안 자고 얼른 책방으로 돌아와서 밤에 한두 시간이라도 열어야 마음이 놓여. 밤에 열고서 언제 자느냐고? 허허. 책보러 오는 손님들이 밤에도 오시는데 잠이 오기보다는 즐겁고 고맙지. 잠이야 새벽에 들어가서 자면 되고.” 하고 이야기한다.


  〈헌책백화점〉 아저씨는 “손님이 없으면 문을 닫아 놓고 마음껏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지. 꽹과리도 치고, 북도 치고. 요새는 외국어도 공부해. 혼자서 사전을 큰소리로 읽지.” 하고 이야기한다.


  일하고 놀이는 아주 다르지 않을 만하다. 기쁘게 맞이하기에 일이요, 즐겁게 누리기에 놀이라고 느낀다. 삶을 기쁘게 밝히기에 일이요, 살림을 신나게 펼치기에 놀이라고 느낀다. 논밭을 돌보고 들숲을 품으면서 바다를 헤아리던 모든 옛사람은 삶이라는 자리에서 늘 일하고 놀이가 하나로 흘렀으리라 본다.


  이리하여 나는 책집마실을 ‘일놀이’로 여긴다.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엮는 밑책을 살피려고 날마다 하루를 마칠 무렵에 두세 곳 책집을 찾아가되, 시끌벅적한 서울을 잊으면서 마음 가득히 푸른숨결을 불어넣는 글결을 익히는 마실길이다. 책을 읽다가 찰칵 한 자락 찍는다. 다시 찰칵 한 자락 더 찍고서 책을 새로 읽는다. 어느새 등짐과 두 손을 가득 채울 만큼 책꾸러미를 장만한다. 집까지 책짐을 나르자면 땀을 뻘뻘 흘리는데, 집에 닿아서 씻고 책을 닦고 천천히 되읽으면서 풀벌레노래를 듣는다. 비록 삯집이어도, 조그마한 보금자리가 있는 종로구 평동 나무집(적산가옥) 둘레로 숲이 있다. 이 숲에서 들려오는 밤노래를 듣다가 책을 손에 쥔 채 스르륵 잠이 든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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