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0.3.

오늘말. 맵차다


갑자기 찬바람이 밀려들면 숱한 풀벌레나 개구리는 몸을 옴츠립니다. 설죽은 듯이 꼼짝을 못 합니다. 죽죽 뻗던 들풀도 거의 죽은 듯이 수그립니다. 사람도 오들오들 떨고, 나무도 잠들고 싶습니다. 맵찬 바람에 모두 도사리고 웅크립니다. 그러나 아무리 차갑게 휭휭거리더라도 해가 돋으면 가볍게 풀려요. 잠길로 가려던 숨붙이는 매서운 바람에 얼얼했지만, 조금씩 넋을 차립니다. 꽈당 쓰러질 뻔했으나 새로 기운을 냅니다. 여름하고 겨울 사이에 가을이 있습니다. 밉벌레도 좀벌레도 딱정벌레도 잎벌레도 재우는 바람은 얼핏 사납게 부는 듯하지만, 아주 야멸지지 않습니다. 머잖아 새철이 다가오니 살림을 추스르라면서 조금 매운맛을 보일 뿐입니다. 겨울은 모질지 않아요. 겨울은 누구나 고요히 잠꽃으로 가라앉으면서 봄꽃으로 피어날 때까지 쉬라고 다독이는 철입니다. 겨우내 덮는 추위는 흙도 모래도 돌도 재웁니다. 겨우살이란 무섭지 않아요. 이제 보금자리에 옹기종기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때라고 할 만합니다. 싸늘하게 부는 바람에 얼어붙은 이웃을 불러요. 따뜻하게 녹이면서 두런두런 어울려요. 추울수록 손을 내밀면서 어깨동무를 합니다.


ㅅㄴㄹ


설죽다·살죽다·거의 죽다·죽은 듯하다·잠들다·자다·잠빛·잠길·잠꽃·잠든몸·넋나가다·넋잃다·넋뜨다·넋비다·넋가다·넋없다·얼비다·얼뜨다·얼없다·힘없다·꽈당·쓰러지다·자빠지다 ← 가사(假死)


고약하다·고얀·고얀놈·고얀것·고얀짓·싸늘하다·차갑다·차다·죽음물·죽음가루·죽임물·죽임가루·좀·좀벌레·좀것·좀물·겨울·결·얼얼하다·추위·한겨울·나쁘다·나쁜곳·나쁜빛·나쁜결·나쁜것·나쁜좀·나쁜꽃·매섭다·맵다·매운맛·맵차다·맵바람·모질다·몹쓸·몹쓸것·몹쓸좀·야멸지다·무섭다·발톱·사납다·삼하다·옳지 않다·악·악쓰다 ← 독(毒)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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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전족 纏足


 전족으로 자라지 못한 발 → 동여매서 자라지 못한 발

 전족을 행하던 풍습을 폐지했다 → 발묶이라는 옛틀을 없앴다


  ‘전족(纏足)’은 “중국의 옛 풍습의 하나. 여자의 엄지발가락 이외의 발가락들을 어릴 때부터 발바닥 방향으로 접어 넣듯 힘껏 묶어 헝겊으로 동여매어 자라지 못하게 한 일이나 그런 발을 이른다”처럼 풀이합니다. ‘발묶이’나 ‘발을 묶다’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짓은 ‘발목잡이’로 나타낼 만하고, ‘동이다·동여매다’나 ‘묶다’로 나타낼 수 있어요. ‘얽다·얽어매다’나 ‘옭다·옭아매다’로 나타내어도 어울리고, ‘가두다’로 나타낼 만합니다. ㅅㄴㄹ



일을 해야 하니까 전족을 안 한 거겠지

→ 일을 해야 하니까 발을 안 묶었지

→ 일을 해야 하니까 발묶이를 안 했지

→ 일을 해야 하니까 발을 안 동여맸지

《댐피어의 맛있는 모험 5》(토마토수프/문기업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24) 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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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에 Historie 12
이와키 히토시 지음, 오경화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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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0.2.

눈물을 밟고서 걷는다


《히스토리에 12》

 이와아키 히토시

 오경화 옮김

 서울문화사

 2024.8.30.



  지난 2019년에 《히스토리에 11》를 읽고서 어쩌면 마지막일는지 모른다고 여겼는데, 뜻밖에 《히스토리에 12》(이와아키 히토시/오경화 옮김, 서울문화사, 2024)을 만나면서 놀랍고 반갑습니다. 언제나 설마 이 책으로 끝이려나 싶거든요. 아니, 열두걸음에서 멈추어도 뒤끝은 없을 만합니다.


  그림님 이와아키 히토시 님이 도움이를 곁에 둔다면 한결 빠르게 이야기를 펼칠는지 모릅니다만, 줄거리와 이야기뿐 아니라 붓끝 하나까지도 낱낱이 여미면서 선보이려는 뜻이 워낙 크다고 느껴요. 더 빠르거나 더 많거나 더 오래 들려주지 못 하더라도, 그림꽃 하나마다 “왜 이 줄거리로 이렇게 그리는가?”를 이웃이 저마다 느끼고 헤아리기를 바라는구나 싶습니다.


  《히스토리에》는 이미 첫걸음부터 “눈물을 밟고서 걸어가는 길”을 드러냈습니다. 열두걸음에 이르는 낱책에는 열두살림이 드러나고, 열두눈물과 열두웃음이 어울려요. 오직 사랑으로 짓는 살림집에서 피어나는 웃음과 눈물이 있고, 살림집하고 등진 힘나라 우두머리가 우쭐거리는 웃음과 눈물이 있습니다. 내로라하는 칼부림을 제아무리 대단하게 펴더라도 한낱 파리목숨일 수 있는 웃음과 눈물을 드러냅니다. 불쏘시개처럼 칼받이(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숱한 사람들이 흘릴 눈물이 있고, 그저 땅을 일구면서 아이를 사랑으로 돌보고 싶지만, 짝꿍(남자)을 싸울아비로 빼앗긴 여느 순이(여자)가 나라지기를 바라보는 눈물이 있어요.


  그림꽃 《히스토리에》를 읽고 싶다면, 이 그림꽃부터 읽거나 이 그림꽃만 읽다가는 “왜 이렇게 그리지?” 하며 알쏭달쏭하게 마련입니다. 《기생수》부터 읽고, 《칠석의 나라》에 《눈의 고개》에 《레이리》를 먼저 읽고서 《히스토리에》를 읽을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다 다른 이야기는 다 다른 사람과 다 다른 삶길을 짚되, 언제나 하나인 눈길과 눈빛과 눈물을 바탕으로 삼습니다.


  어떤 이는 이웃사람 피눈물을 즈려밟으면서(지르밟으면서) 걷습니다. 어떤 이는 눈물꽃을 어루만지면서 터덜터덜 걷습니다. 어떤 이는 눈물 하나 모르면서 쇳덩이(자동차)로 부릉부릉 달릴 뿐입니다. 어떤 이는 낮에는 들풀을 곁에 두면서 걷고, 밤에는 별바라기로 걷습니다.


  우리는 오늘 어떤 걸음일까요. 우리는 이 길을 왜 걸을까요. 어쩔 수 없이 끌려갔기에, 윗놈이 시키는 대로 걸어야 하는 굴레인가요.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스스로 허수아비에 노리개로 뒹구는 수렁인가요.


  미움이라는 마음이 가득하면 그만 스스로 불타오르면서 얼굴이 일그러집니다. 사랑이라는 마음이 가득하면 언제나 스스로 포근하면서 온누리를 환하게 비춥니다.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 돌아볼 일입니다. 누가 우리 둘레에 이웃이며 동무로 있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겨울에 사락사락 덮는 흰눈을 꾹꾹 밟으면서 걸을 수 있습니다. 봄꽃이 돋아나는 숲길을 천천히 걷을 만합니다. 북새통을 이루는 서울에서 이리 밀리고 저리 치이면서 걸을 수 있습니다. 이제 아무도 없는 시골 논둑길을 그저 호젓이 걸을 만합니다. 동무하고 나란히 서서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골목을 걸을 수 있습니다. 새랑 이웃하면서 서로 휘파람을 주고받는 하루길을 걸을 만합니다. 어느 길이건 스스로 골라서 나아갑니다. 언제나 우리가 스스로 찾고 가꾸면서 품는 길입니다.


  《히스토리에》는 누가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다 다를 수밖에 없는 삶길을 보여줍니다. 영어 ‘히스토리’란 ‘he + story’입니다. 이 낱말에서 ‘he’란 “그냥 사내’가 아닌, 우두머리나 벼슬아치나 나리를 가리킵니다. ‘그·그들’이란 시골에서 논밭을 돌보고 아이를 돌보는 수수한 사내가 아닌, 논밭을 모르면서 등진 채 총칼을 움켜쥐면서 늘 싸움만 일삼으면서 힘·이름·돈으로 둘레를 짓밟으려고 하는 멍청이를 가리킵니다. 그래서 ‘히스토리(history) = 싸움 발자취 = 멍청난 꼰대수렁 = 삶이 없이 죽음만 춤추는 얼뜬짓’이라고 볼 만합니다.


  이와 달리 ‘스토리(story)’는 ‘이야기’입니다. ‘히(he)’도 ‘허(her)’도 아닌 그저 ‘삶길·살림길 = 이야기’예요. 너도 나도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순이도 돌이도 살림하며 사랑하는 이야기예요. ‘이야기’에는 아프거나 슬픈 눈물도 있고, 즐겁거나 기쁜 웃음도 있어요. 서로 잇고 읽고 함께 있는 이야기를 사랑으로 품을 적에 아름답게 사랑으로 선다고 느낍니다.


ㅅㄴㄹ


“그대는 결고 자기 마음에 거짓말을 하지 않는! 그런 여인이오!” “아아, 그렇구나. 그건 맞을지도. 당신은 다른가요?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은 안 하나?” “나도 내 마음에 거짓말은 하지 않소!” “거짓말쟁이.” (37쪽)


“나는 답을 알고 싶다. 아니, 한번 보고 싶어. 이 세계가 하나로 합쳐지는 게 좋은지, 아니면 오히려 뿔뿔이 흩어진 상태가 좋은지.” (55쪽)


“위대한 왕이시여, 당신만 한 인물의 숨통을 끊은 자가 이렇게 하찮은 소인배라 미안하오. 허나, 이건 훨씬 예전에 이미 정해져 있던 일인 것 같기도 하오.” (86쪽)


‘그래, 내 임무, 역할은, 한 명의 왕을 새롭게 낳는 거였어. 덩치가 좀 작은가? 하지만 이렇게 올려다보니, 성스럽게까지 느껴져. 나 같은 놈과 닮았을 리가 없지.’ (107쪽)


“여행을 갈 수 있으면 좋겠어.” “좋지. 갈래?” “하지만 나는 에우로파 곁으로 가줘야 해.” (238쪽)


#岩明均 #ヒストリエ


그녀의 설명은 논리정연하니, 나의 막연한 의문에 답이 될 거란 내 기대가 과했던 거겠지

→ 이분 말씀은 뛰어나니, 내가 궁금한 곳을 풀어주리라 바랄 수 없었겠지

→ 이분은 찬찬히 말씀하니, 내가 모르던 곳을 풀어주기는 어렵겠지

16쪽


이 세계가 하나로 합쳐지는 게 좋은지, 아니면 오히려 뿔뿔이 흩어진 상태가 좋은지

→ 온누리가 하나여야 나은지, 아니면 뿔뿔이 있어야 나은지

→ 온나라가 하나여야 하는지, 아니면 흩어져야 하는지

55쪽


위대한 왕이시여, 당신만 한 인물의 숨통을 끊은 자가 이렇게 하찮은 소인배라 미안하오

→ 훌륭한 임금이여, 그대만 한 분 숨통을 끊은 이가 이렇게 하찮은 놈이라 잘못했소

→ 빼어난 분이여, 그대만 한 사람 숨통을 끊은 이가 이렇게 하찮은 놈팽이라 안됐소

86쪽


허나, 이건 훨씬 예전에 이미 정해져 있던 일인 것 같기도 하오

→ 그러나, 훨씬 예전에 잡힌 일인 듯하기도 하오

→ 그러나, 훨씬 예전부터 선 일인 듯싶기도 하오

86쪽


생포해서 실토하게 해

→ 붙잡아서 뱉어야 해

→ 잡아서 밝혀야 해

8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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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피어의 맛있는 모험 5
토마토수프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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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0.2.

만화책시렁 680


《댐피어의 맛있는 모험 5》

 토마토수프

 문기업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24.5.15.



  배를 좋아해서 늘 그리는 작은아이라면 이 그림꽃을 반기겠구나 싶어서 장만한 《댐피어의 맛있는 모험》입니다. 닷걸음까지 죽 읽는 동안 작은아이도 큰아이도 곁님도 이 그림꽃을 놓고서 “동글동글 귀엽게 그린 모습”이지만, 막상 바다앗이(해적)는 멀쩡한 숲사람을 마구 죽이고 빼앗으면서 돌아다닌 무리인데, “마치 사람을 안 죽이거나 덜 죽이면서 ‘모험’을 했다는 듯이 그리면 안 되지!” 하고 이야기합니다. 댐피어를 비롯한 하늬녘 뱃사람은 푸른별 여러 나라를 휘저으면서 빼앗았습니다. 그들은 ‘글(기록)’로 발자취를 남겼되, 그들이 보고 느낀 바를 남길 뿐입니다. 그들한테 빼앗겨야 하고 죽어야 했던 사람들 눈으로 보고 겪고 느낀 바는 ‘댐피어를 비롯한 이들’이 남긴 글에는 없습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억지로 빼앗아 짓밟으면서 글(기록)을 어마어마하게 남겼는데, 거의 모든 글은 ‘일본 눈길’일 뿐, 짓밟히거나 억눌리거나 빼앗긴 사람들 마음은 하나도 안 남기거나 안 담았어요. “맛있는 새길”을 찾아나선다는 책이름은 여러모로 허울이지 싶습니다. 가로채거나 집어삼키거나 빼앗는 쪽에서는 맛있을는지 모르나, 잃거나 죽거나 우는 쪽에서는 맛조차 느낄 수 없이 아픕니다. 


ㅅㄴㄹ


“제 경험상 처음 만난 사람을 갑자기 죽이려 드는 야만인은 없었어요. 이 세계의 그 어디에도.” (103쪽)


“댐피어, 넌 이 토지를 조사하고 알게 된 다음에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그, 그건.” “영국의 식민지로 삼으려고?” “응. 나의 가치 있는 조사는 영국의 이익이 되겠지.” “그렇구나.” “후후후. 그렇게 훌륭한 말을 진심으로 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사실 그건 아니고.” (151쪽)


#ダンピアのおいしい冒険 

#トマトスープ 


+


《댐피어의 맛있는 모험 5》(토마토수프/문기업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24)


나무 아래에서의 만남

→ 나무 곁에서 만남

7쪽


나무를 깊숙이 베어내 스며 나온 수지를 채취합니다

→ 나무를 깊숙이 베어내 스며 나온 나무물을 받습니다

14쪽


딱 적당한 대용품이 있다면 좋을 텐데

→ 딱 땜을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 알맞게 바꿀 수 있다면 좋을 텐데

→ 맞게 채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24쪽


뭔가가 시작됐네

→ 뭐를 하네

→ 뭐를 벌이네

24쪽


일을 해야 하니까 전족을 안 한 거겠지

→ 일을 해야 하니까 발을 안 묶었지

→ 일을 해야 하니까 발묶이를 안 했지

→ 일을 해야 하니까 발을 안 동여맸지

49쪽


수마트라섬으로 가기 위해 우리의 작은 방주가 출발했다

→ 우리 작은배는 수마트라섬으로 간다

→ 우리 쪽배는 수마트라섬으로 나아간다

20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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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4.9.29. 눈으로 봐도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눈으로 보아도 모른다면 아주 모릅니다. 눈으로 안 보아도 안다면, 눈으로 보면 안팎을 아우르면서 알 테지요. 부산에서 사흘에 걸쳐 쉬잖고 이야기밭을 함께 일구었습니다. 둘레에서는 ‘강의·강좌’나 ‘수업’ 같은 한자말을 쓰는데, ‘강의·강좌’는 한쪽에서 들려주는 말을 가리킵니다. 우리나라에서 하는 ‘수업’이라면 으레 길잡이 혼자 떠들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길잡이와 배움이가 함께 말하고 생각하고 나누기를 바라는 뜻으로 ‘이야기’라는 낱말로 자리를 꾸립니다.


  우리말 ‘이야기 = 잇는 길’을 가리켜요. 말과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새롭게 잇기에 이야기라고 합니다. 이야기꽃을 편다면, 서로 생각을 꽃으로 피울 말씨와 꿈씨를 심는 자리인 셈입니다. 이야기밭을 일군다면, 여태까지 서로 생각하며 살아오고 살림한 하루를 차곡차곡 손수 돌보는 마음을 나누는 셈입니다.


  눈으로 보아도 뻔히 읽고 알았지만, 막상 몸으로 제대로 못 옮기던 일살림을 되짚고 생각합니다. 눈으로 늘 보기는 했지만, 정작 못 알아차리거나 지나치거나 잊던 일거리를 다시 짚으면서 헤아립니다.


  어렵게 말해야 하지 않습니다. 그저 어린이 곁에서 살림하는 어른이라는 마음으로 말하면 넉넉합니다. 일부러 쉽게 고치거나 바꾸려고 하면 더 어렵고 까다롭게 마련이에요. 그런데 어린이 곁에서 말할 적에 “어린이한테 쉽거나 낯익은 말”이란 아예 없는 줄 알아야 합니다. 어린이한테는 모든 말이 낯설고 새롭습니다. 어린이한테는 모든 말이 스스로 맞아들이고 받아들여서 익힐 노래입니다.


  그러니까, 어린이가 처음으로 들으면서 “그냥 외워야 할 말”이 아닌, “처음 들은 날부터 이모저모 엮고 여미고 짜고 묶으면서 생각을 빛낼 씨앗인 말”을 가려서 할 노릇이에요. 우리가 일본말이나 미국말을 배워서 말(회화)을 펴려고 할 적에는 1만 이나 5만이나 10만에 이르는 낱말을 외워야 하지 않습니다. 300∼500 즈음인 밑말(기본어휘)을 익히면 얼마든지 일본말이나 미국말로도 말을 나눌 수 있어요. 이와 마찬가지이거든요. 우리말을 나눌 적에도 ‘밑말’을 자주 쓰면 됩니다.


  언제나 밑말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펴고, 이 밑말을 요모조모 엮어서 새말을 짓는 셈입니다. ‘새말’이라는 낱말은 이제 겨우 국립국어원 낱말책에도 실렸습니다만, ‘새 + 말’인 얼개예요. 국립국어원은 ‘새말’은 겨우 실었으나 ‘새책’은 아직 못 실어요. 새로 나온 책이니 그저 ‘새책’일 뿐이에요. 여러 사람 손을 거쳤으니 ‘손길책’이자 ‘헌책’입니다. 서울에서 사니 ‘서울사람’입니다. 시골에 있으니 ‘시골집’입니다. 숲빛을 담으니 ‘숲말’이고, 스스로 삶과 생각을 살릴 뿐 아니라, 살림하는 이야기를 담기에 ‘살림글’입니다.


  눈으로 보면서 차근차근 가꾸려는 마음이라면, 모든 어른은 어질게 어린이 곁에 섭니다. 눈으로 보면서 차곡차곡 노래하는 마음이라면, 모든 아이는 언제나 어른 곁에서 활짝 웃으면서 소꿉놀이를 즐깁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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