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0.7.

《창작수업》
 변영주 글, 창비, 2018.9.17.



아침에 우리 책숲에서 ‘우리말로 노래밭’ 열여덟걸음을 편다. 어느새 이만큼 달렸네. 꾸준히 배우려는 이웃님이 반갑다. 나는 그저 이슬받이로서 먼저 걸어온 길을 차곡차곡 되짚으면서 이제부터 새로 일굴 앞길을 천천히 들려주는 몫이다. 가르치는 사람은 늘 배우면서 기쁘다. 배우는 사람은 넌지시 들려주고 가르치기에 빛난다. 어느덧 집손질이 거의 끝나가면서 부엌과 씻는칸을 신나게 쓸고닦고 치운다. 낮부터 저녁까지 쉬잖고 움직인다. 조금 더 하고서 씻으려고 하면서 자꾸자꾸 더 한다. 드디어 “오늘은 여기까지!”를 혼자 외치고서 드러눕는다. 《창작수업》을 읽는 내내 몹시 아쉬웠다. 글님은 왜 그리 투덜대야 할까. 사람들이 글님한테 아뭇소리도 안 묻고서 얌전히 듣기만 해야 할까. 수수하게 으레 묻는 말에 늘 실마리가 있고 열쇠가 있으며 빛이 있다. ‘볼 만한 그림빛(영화)’을 언제나 새롭게 알려주지 못 한다면 그대는 그림빛지기(영화감독)일 수 없다. 새롭게 이 그림빛 저 그림빛 지켜본 바를 이웃한테 고스란히 밝히면 되고, 잘잘못이 아닌 아쉽고 서운한 대목을 짚고서, 알뜰하고 알찬 대목을 노래하면 된다. 고흥군은 ‘어선건조 지원센터’를 하겠다고, 2023년에 이미 나라돈 490억을 해양교통안전공단한테서 받은 듯싶다. 참으로 딱한 고흥군수와 고흥군 벼슬아치이다.

https://www.etoday.co.kr/news/view/2235787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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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0.8.

《소농, 문명의 뿌리》
 웬델 베리 글/이승렬 옮김, 한티재, 2016.1.25.


이레 동안 집손질을 한 일꾼이 내놓은 쓰레기가 한가득이다. 쓰레기자루를 들여다보며 생각한다. 지난날에 나무하고 흙으로 집을 짓고 살림하던 때에는 그야말로 ‘살림’을 했기에 쓰레기가 없었다. 아침부터 쓸고닦는다. 치우고 손질한다. 싱싱칸(냉장고)이 힘을 못 내는데, 열세 해째 쓴 싱싱칸은 숨이 턱에 찼단다. 싱싱칸은 열다섯 해까지 쓴다는구나. 새것을 장만해야 한다는 뜻인가. 저녁에 광주교통방송하고 이야기한다. ‘한글날맞이’라고 한다. 예쁘거나 좋은 말을 찾으려고 하면 오히려 마음이 갇히게 마련이고, 어린이가 거친말(비속어)을 쓴다면 다 ‘어른 아닌 꼰대’한테서 들은 말씨일 테니 우리 스스로 말결을 가다듬으면 다 바뀐다. 길이란 참 쉽다. 우리가 안 갈 뿐이다. 《소농, 문명의 뿌리》를 읽었다. 옮김말씨는 매우 아쉽지만, 열다섯 살 푸름이부터 함께 읽을 만하다고 본다. 작은밭을 짓는 길이 살림빛을 북돋우는 뿌리라는 대목을 차근차근 짚는다. 큰밭이나 큰논으로는 오히려 이 별과 나라와 마을을 몽땅 죽이기 쉽다. “일하는 땅임자”가 더러 있을 테지만, 땅임자는 으레 노닥거린다. 전남 영광은 고을지기(군수)를 새로 뽑는다는데, 뽑기철에만 얼굴을 볼 뿐, 그다음에는 어디론가 사라지겠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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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0.9.

《푸른배달말집》
 한실·푸른누리 엮음, 안그라픽스, 2024.10.1.



한글날 새벽에 짐을 꾸려서 논두렁을 걷는다. 새벽을 여는 새소리를 듬뿍 담으면서 황산마을에 닿는다. 읍내로 가는 첫 시골버스를 탄다. 이튿날 일거리를 앞두고 미리 경기 부천으로 가려는 길이다. 전주를 들를까 하다가 그만둔다. 곧장 서울로 가서 아이들 옷 넉 벌을 장만하고서 전철을 갈아탄다. 오늘이 한글날이라 해서 다를 일은 없다만, 앞으로는 ‘한글한말날’처럼 말글을 함께 바라볼 수 있어야지 싶다. 말이 있기에 글을 담고, 말을 글에 얹어서 나누기에 우리 이야기를 오래 건사한다. “소리를 그리는 그릇”인 글을 지은 일은 훌륭한데, “마음을 담은 말”을 누가 어떻게 지었는지 자꾸 잊거나 등질 적에는 우리 스스로 빛이 바랜다. 《푸른배달말집》이 나왔다. 아직 종이책으로는 못 본다. 이 꾸러미에 나눔글(추천사)을 보태었다. 굳이 ‘종이 낱말책’을 엮는 뜻을 모를 분이 많을 텐데, “모르거나 낯선 낱말은 가끔 찾아보”되 “안다고 여기거나 낯익은 낱말을 늘 찾아보”아야 하기에 종이 낱말책을 엮어서 선보인다. 말이 왜 갈피를 잃으면서 헤매겠는가? 여느 말씨가 흔들리는 탓이고, 삶말을 잊고 살림말을 등진 탓이다. 숲노래 씨는 이 꾸러미 이름을 지었고, 옮김말씨나 일본말씨를 손보고 새말을 얹는 몫을 살짝 거들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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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말꽃삶 36 ‘좋아하는 말’은 없습니다

― ‘말’을 보는 ‘마음’



  우리말 ‘좋다’는 안 나쁩니다. 그렇다고 딱히 좋은 낱말이라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모든 말은 그저 마음을 담을 뿐입니다. 이 말이라서 좋거나 저 말이라서 나쁘지 않습니다. 말은 마음을 담는데, 마음이란 우리가 지은 삶을 담은 빛이에요. 우리가 지은 삶을 마음에 담게 마련이라서, 삶에서 좋음과 나쁨이란 없어요. 가싯길도 삶이고 꽃길도 삶이에요. 미움도 삶이고 사랑도 삶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이 삶을 어떻게 가꾸거나 짓느냐에 따라서 마음이 다르게 마련입니다. 시샘하거나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하루라면, 마음에도 시샘과 미움과 싫음이 고스란히 흐릅니다. 새롭게 찾아드는 하루를 시시하게 보거나 시답잖게 여기거나 시큰둥히 바라본다면, 마음에서 시시하고 시답잖으며 시큰둥한 빛이 어립니다.


  어느 말은 거칠거나 깎아내리거나 얕보거나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뜻이 깃들기 때문에 ‘나쁘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거칠어도 거친 삶이고, 깎아내려도 깎아내리는 삶이고, 따돌리거나 괴롭혀도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삶입니다. 눈물이 나기에 눈물나는 삶이고, 슬프기에 슬픈 삶이며, 아프기에 아픈 삶입니다. 이렇게 다 다른 삶을 섣불리 ‘좋다’나 ‘나쁘다’로 가를 수 없습니다. 자꾸 ‘좋다’나 ‘나쁘다’로 가르는 탓에 오히려 삶을 가두다가 마음을 가두고 말까지 가둔다고 여길 만합니다.


  누가 누구를 괴롭히기에 ‘괴롭힘말’이 태어납니다. 괴롭히는 몸짓과 삶과 매무새가 그대로 마음에 깃들어서 말로 태어나거든요. 누가 누구를 사랑하기에 ‘사랑말’이 깨어납니다. 사랑하는 몸짓과 삶과 매무새가 고스란히 마음에 흐르면서 말로 깨어나요.


  거친말이나 막말이나 삿대말이나 더럼말이 있다면, 우리 삶터에 거칠거나 막되거나 삿대질을 일삼거나 더럼짓을 저지르는 사람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거친말을 없애자”고 외친들 거친말은 안 사라집니다. 이른바 ‘비속어·욕·차별어’를 없애자고 외치더라도 ‘비속어·욕·차별어’는 안 없어집니다. 왜 그럴까요? 말이란 마음이 드러나는 소리요, 마음이란 삶을 담아서 드러내는 그릇이거든요.


  어느 말이 거친말(비속어)이라고 한다면, 거친말이 불거지는 삶을 치울 노릇입니다. 얄궂고 안타깝고 딱한 삶을 그대로 두면서 말(거친말·비속어)만 치워낼 수 없습니다. 어느 말이 막말(욕)이라고 한다면, 막말을 어른한테서 배운 아이들만 탓할 수 없습니다. 막말을 아무 곳에서나 마구 읊는 어른부터 마음과 매무새와 말씨와 삶을 아름답게 바로세우거나 다잡을 노릇입니다.


  아이들은 어른들 말씨를 흉내내거나 따라하거나 배웁니다. 아이들이 먼저 막말(욕)을 쓰는 일은 없습니다. 둘레에서 막말을 하니까 “나도 써야겠어!” 하고 느끼면서 젖어들 뿐입니다. 둘레에서 사랑말을 하고, 살림말을 펴고, 숲말을 나눈다면, 아이들은 저절로 사랑말과 살림말과 숲말로 삶을 누리면서 마음에도 사랑말과 살림말과 숲말이 흐르고 피어나고 깨어납니다.


 좋아하는 말이 있나요?


  으레 한글날 언저리에 “좋아하는 말이 있나요?”나 “사람들한테 알려주고 싶은 ‘좋은말’을 뽑아 주셔요!” 하고 묻는 분이 있습니다. 한글날이 아니어도 이렇게 묻는 분이 제법 있습니다. 이렇게 묻는 분한테 으레 ‘좋다’라는 낱말부터 말밑을 풀어내어 들려줍니다.


  우리말 ‘좋다’는 ‘좇다’에 ‘좁다’가 얽힙니다. 뜻으로만 본다면 “좋다 : 마음에 들다”요, “나쁘다 : 마음에 안 들다”입니다. 마음에 들려면 ‘좁혀’야 합니다. 이쪽도 저쪽도 그쪽도 다 좋을 수 없어요. 그저 다 좋다고 하는 말은 하나도 안 좋다고 여기는 셈일 뿐 아니라, 다 싫거나 나쁘다고 손을 놓는 셈이기도 합니다.


  마음에 드는 자리로 좁히기에 ‘좋’습니다. 마음에 든다고 하는 ‘좋다’이기 때문에, 스스로 마음에 드는 쪽으로 ‘좇’습니다. 이러다가 ‘쫓기’듯 서두르거나 바빠요. 어느 쪽만 좋아할 적에는 그만 좁은 마음으로 기울면서 좇고 쫓기다가 ‘조용’합니다. 말을 해야 할 적에 말을 않기 일쑤예요. 좋아하는 쪽만 좇기에, 안 좋아하는 쪽에는 아무 마음이 없이 등지는 터라, 가까이에서 벌어지는 일에도 눈길조차 없으니 아무 말을 않는 ‘조용’한 팔짱질로 흐르곤 하더군요.


  이리하여 “저는 좋아하는 말이 없습니다. 이미 어느 말이건 ‘좋은말·나쁜말’로 가를 수 없고, 눈길을 좁혀서 마음까지 좁으려는 뜻이 없기 때문에, 저는 늘 ‘사랑할’ 말을 헤아립니다.” 하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랑은 뭘까?


  둘레에서 으레 흔히 자주 늘 쓴다고 할 만한 ‘사랑’입니다만, 오히려 사랑이 왜 어떻게 사랑인지 모르는 분이 아주 많습니다. 사랑은 “좁히는 마음”도 아니고 “넓히는 마음”도 아닙니다. 사랑은 해바람비와 들숲바다처럼 그저 온통 품어서 풀어내는 푸근한 결입니다. 날씨가 다르더라도 해는 온누리에 고루 비춥니다. 날씨는 다르지만 바람과 비도 온누리에 두루 찾아듭니다. 들숲바다는 뭇목숨을 너르게 품는 터전입니다.


  사랑이란, 이쪽도 저쪽도 그쪽도 아닌 오롯이 ‘나’이고 ‘너’이면서 ‘우리’인 ‘하나’라고 여길 만합니다. 나는 너를 보고, 너는 나를 봅니다. 너랑 나는 서로 다른 넋이면서 하나인 숨빛이기에 ‘우리’로 어울리고 어우르고 아우르면서 포근히 안습니다. 겨울을 녹이는 포근하고 푸근한 품이 사랑입니다. 언제나 따뜻하게 모두 풀어내는 풀빛처럼 푸르게 빛나는 사랑입니다.


  내리사랑과 치사랑이라는 말이 있듯, 사랑은 기울지 않고 오르내리지 않습니다. 사랑은 그저 바라보고 나아가면서 함께 있고 같이 서며 나란히 걷습니다.


 사람이란?


  우리가 사람이라면, 사랑을 하는 사이로서 들숲바다를 품고 해바람비를 머금는다는 뜻이라고 느낍니다. ‘사람·사랑’은 ㅁ과 ㅇ이 다를 뿐이면서 하나인 낱말입니다. 닿소리 ㅁ은 모두는(모으는) 결을 나타내고, 닿소리 ㅇ은 알고 아우르는 결을 나타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포근히 해가 들고 바람이 깃들기에 새롭게 마주합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새’가 날듯, 스스로 생각하면서 새롭게 이 삶을 일구고 가꾸고 짓고 돌볼 줄 아는 사랑으로 들숲바다를 품으면서 노래하기에 사람입니다.


  사람은 서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서로 사랑합니다. 사람은 좋거나 나쁘다고 가르려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사람은 사랑으로 아우르면서 너나없이 우리(하늘·한울)를 이루려고 태어납니다.


  우리말 ‘하늘·한울’은 “하나인 울”입니다. 울·우리가 하나이기에, 함께이기에, 하얗게 햇빛이기에, 함초롬하고 함함히 빛나기에 하나인 나와 너입니다. 이러한 결을 읽어 본다면, 누구나 “나는 어떤 말을 사랑하는 하루일까?” 하고 곱씹을 만합니다. 이리하여 “그렇다면 어떤 말을 사랑하나요?” 하고 누가 묻는다면 빙그레 웃으면서 한 마디를 들려줍니다.


 나는 ‘사랑’이라는 말을 사랑합니다


  사랑을 사랑합니다. 사람으로서 사랑을 사랑하려는 하루를 살고 살림하려고 합니다. 사랑을 배우고 알아가려고 숲을 품는 길을 찾습니다. 사랑말을 나누고 싶기에 숲말을 익혀서 펴고, 살림말을 일구면서 살림글로 옮깁니다.


  사랑말을 한다면 하나도 안 어렵습니다. 사랑글을 쓸 적에도 참으로 쉽습니다. 사랑이 없기에 어렵고 딱딱한 말이나 글입니다. 사랑을 등지기에 굳이 딱딱하고 어렵게 말을 하거나 글을 쓰더군요. 일본말씨나 옮김말씨(번역체)나 영어나 일본한자말이나 중국한자말이 ‘나쁘’지 않습니다. 일본사람은 일본말을 하면 되고, 미국사람은 미국말을 하면 되고, 중국사람은 중국말을 하면 되어요.


  우리는 이 땅에서 나고자라면서 이 땅에서 이웃과 동무를 마주하는 살림살이인 터라, ‘좋은말’도 ‘나쁜말’도 아닌 ‘우리말’을 ‘우리글’로 펼 뿐입니다. 너와 나를 아우르는 말인 ‘우리말’입니다. 너랑 나를 사랑으로 마주하는 말인 ‘사랑말 = 우리말 = 살림말 = 숲말’입니다.


  이쪽이 좋으냐 저쪽이 좋으냐 하고 따지거나 가르려고 하면, 으레 싸움박질로 번집니다. 어느 쪽에 서든 고요히 사랑일 적에는 반짝반짝 웃고 노래하고 춤추면서 어깨동무를 이루는 아름말과 아름글로 눈뜹니다.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저절로 아름답습니다. 사랑을 잊은 목숨붙이라면 아무리 덧씌우거나 치레하거나 꾸미더라도 ‘사랑척·사랑흉내·사랑시늉·사랑탈’일 뿐입니다. ‘척·흉내·시늉·탈’은 겉모습이에요. 사랑하고 아주 멀고, 사랑을 하나도 모르는 술레입니다.


  한글날이건 한글날이 아니건, 말을 보는 마음을 함께 읽기를 바랍니다. 좋아하는 굴레에서 사르르 빠져나와서 사랑하는 살림을 초롱초롱 맑은 눈과 반짝반짝 밝은 마음으로 즐겁게 노래하기를 바라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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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을 쓰는 사람한테는

공휴일도 주말도 없고

주5일이나 8시간노동도 없다.


그저 365일 내내 일에 또 일이다.

그래서 이 일을 물결이 일듯 즐겁게 일어나는

하루노래로 여기려고 한다.


한글날을 앞두고 즐겁게 읽어 보시기 바라며,

조금 더 깊이 헤아리고 싶다면

<우리말꽃>을 비롯한 숲노래 씨 책을

사서 읽으면 된다.


...


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말꽃삶 20 집옷밥 밥옷집 옷밥집



  저는 어른이란 몸을 입은 오늘날에도 ‘의’를 소리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동안 생각하고 가다듬고서야 비로소 ‘의’를 소리냅니다. 혀짤배기에 말더듬이란 몸으로 태어나고 자란 터라, 어릴 적에는 더더욱 고단했습니다. 가만히 돌아보면, 요새는 둘레에서 이모저모 ‘입 속에서 혀랑 이를 어떻게 놀리면 되는가’를 밝히거나 알려주는 이웃을 쉽게 만날 만하고, 지난날에는 ‘‘의’를 비롯한 여러 소리를 어떻게 내면 되는가’를 차근차근 보여주거나 알려준 이웃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을식주 으식주


  ‘을식주’는 무엇이고 ‘으식주’는 뭘까요? 제가 어린배움터(국민학교)를 다니던 1982∼87년 무렵에는 날마다 시키고 때리는 길잡이(교사)가 많았습니다. ‘시험’이란 이름이 붙은 일도 끝이 없었는데, ‘중간시험·기말시험’뿐 아니라 ‘월말시험·쪽지시험’이 꼬박꼬박 뒤따랐어요. 어느 갈래 어느 시험인지는 어렴풋하지만, ‘의식주’로 풀이(답)를 적어야 하는 일(문제)이 있었고, 적잖은 또래는 ‘을식주·으식주’처럼 틀린 풀이를 적었습니다.


  예전 배움터에서는, 이처럼 틀린 풀이를 적으면 길잡이가 종이(시험지)를 하나하나 넘기면서 ‘틀린 풀이를 적은 아이’를 자리에서 일으켜세웠어요. “야, 이게 뭐냐? 넌 우리말도 몰라? 어떻게 ‘의’를 ‘을’로 적을 수 있어?” 하고 꾸짖으면서 놀림감으로 삼았습니다. 저는 그때 틀린 풀이를 안 적었기에 놀림감이 안 되고 얻어맞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종이에 글로 적는 일’은 틀리지 않았으나, ‘입으로 소리를 내는 일’은 으레 버벅거리거나 헤맸어요.


 옷밥집


  한자말 ‘의식주’를 우리말로 옮기면 ‘옷밥집’입니다. 저는 혀짤배기에 말더듬이입니다만, 우리말 ‘옷밥집’은 소리가 안 새면서 말할 수 있고, 더듬지 않고도 수월하게 소리를 낼 만합니다.


  아스라한 지난날이기는 합니다만, 1982∼87년 그무렵 어린배움터에서 ‘의식주’가 아닌 ‘옷밥집’을 적으라 했으면, 동무들도 ‘을식주·으식주’ 사이에서 틀리지 않고 똑똑히 ‘옷밥집’을 적지 않았을까요? 때로는 ‘밥집옷’이나 ‘밥옷집’으로, 또는 ‘옷집밥’이나 ‘집밥옷’이나 ‘집옷밥’으로 적기도 했을 테고요.


 밥옷집


  남녘에서는 한자말로 ‘의식주’라 하고, 북녘에서는 한자말로 ‘식의주’라 합니다. 그런데 남북녘은 서로 옳다고 티격태격합니다. 얄궂은 노릇입니다. 옷을 먼저 적든 밥을 먼저 적든 무엇이 대수로울까요.


  남북녘은 ‘의식주·식의주’ 사이에서 다툴 까닭이 없어요. ‘옷밥집·밥옷집’ 모두 받아들이면 됩니다. 올림말(표준말)을 하나만 세워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 살림살이를 단출히 아우르는 낱말을 여섯 가지 올려놓아도 즐겁고 아름다우면서 알뜰합니다.


  ‘옷밥집·옷집밥’에 ‘밥옷집·밥집옷’에 ‘집옷밥·집밥옷’을 저마다 마음이 가는 대로 즐겁게 쓸 수 있으면 넉넉합니다. 남북녘은 누가 옳거니 그르거니 싸우거나 다투거나 겨루거나 아웅다웅하지 않아도 되어요. 서로서로 우리 살림살이를 사랑으로 보듬으면서 도란도란 북돋울 노릇입니다.


[숲노래 낱말책]

밥옷집 (밥 + 옷 + 집) : 밥과 옷과 집. 살아가며 누리거나 가꾸거나 펴는 세 가지 큰 살림을 아우르는 이름. 살아가며 곁에 두는 살림살이. (= 밥집옷·옷밥집·옷집밥·집밥옷·집옷밥. ← 의식주, 식의주)


  낱말풀이를 할 적에 ‘나란히 쓸 낱말’을 붙여 주면 됩니다. 그리고 어떤 한자말이나 영어를 손질하거나 풀어내었는지 덧붙일 수 있습니다.


  어느 한 가지를 어느 한 낱말로 가리키겠지요. 그런데 온누리에는 한 사람만 살지 않아요. 숱한 사람이 살고, 숱한 아이가 태어나서 자랍니다. 얼핏 보면 똑같은 한 가지이되, 다 다른 숱한 사람이 바라보는 터라 온갖 말이 태어나거나 깨어나거나 자라날 만합니다.


  넉넉히 즐겁도록 여러 말씨를 품고 돌아보면서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밥도 즐기고 옷도 누리고 집도 돌보면 됩니다. 옷도 짓고 밥도 짓고 집도 지으면 됩니다. 우리 집을 추스르고 우리 밥을 나누고 우리 옷을 펴면 되어요.


 바르다 곧바르다 올바르다 똑바르다


  ‘바르다’ 하나를 놓고서 여러 낱말이 가지를 뻗습니다. 바탕은 ‘바르다’인데, ‘곧-’을 붙이느냐 ‘올-’을 붙이느냐 ‘똑-’을 붙이느냐에 따라 결이 조금씩 다릅니다. 우리는 여러 가지 ‘바르다’를 알맞게 살피면서 마음도 생각도 삶도 새록새록 가꿀 만합니다.


  여기에 새말을 슬며시 얹을 수 있어요. 이를테면 ‘뜻바르다’나 ‘꽃바르다’나 ‘길바르다’나 ‘삶바르다’나 ‘사랑바르다’나 ‘참바르다’라 할 수 있어요. 뜻이 바르고, 꽃처럼 바르고, 길이 바르고, 삶이 바르고, 사랑스레 바르고, 참다이 바르다는 뜻으로 새말을 여밀 수 있습니다.


  ‘바른길·바른넋·바른꿈·바른말·바른몸·바른짓·바른일·바른빛·바른꽃·바른숲’처럼 ‘바른-’을 앞에 놓고서 뒷말을 바꾸어 볼 만합니다. ‘꽃바른넋·꽃바른꿈’처럼 앞뒤에 한 마디씩 붙이는 새말을 여미어도 즐겁습니다.


 꽃 + 바른 + 말


  뜻을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서 소리를 내기에 수월하도록 엮는 말씨를 지어 봅니다. 누구나 살찌우는 말살림입니다. ‘입바른말(입바른소리)’을 해도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저는 ‘꽃바른말’을 하고 싶습니다. ‘꽃바른길’을 걷고 ‘꽃바른일’을 하면서 ‘꽃바른숲’으로 보금자리를 보듬고 싶습니다.


  ‘꽃다운삶’을 누리고 ‘꽃다운날’을 보내면서 ‘꽃다운글’을 쓸 생각입니다. 이리하여 ‘꽃담은삶’으로 나아가고 ‘꽃담은날’을 노래하면서 ‘꽃담은글’을 펼 만하지요.


  철이 들어 상냥하면서 어질게 빛나는 사람이기에 ‘어른’입니다. 나이만 먹을 적에는 ‘어른’이 아닌 ‘늙은이’입니다. 철들고 빛나는 수수한 ‘어른’이어도 아름다울 테고, 철들고 빛나면서 곱게 ‘꽃어른’으로 설 수 있다면 새삼스레 반가워요.


  꽃아이 곁에 꽃어른이 있으니, 서로 꽃사람입니다. 봄꽃을 사랑하는 봄꽃사람은 봄꽃마음으로 서로 만나면서 봄꽃글을 주고받습니다. 늦은꽃은 고즈넉하고, 이른꽃은 의젓합니다. 아침꽃은 해사하고, 저녁꽃은 그윽합니다. 꽃별처럼 초롱초롱한 마음이요, 꽃숲처럼 향긋하게 살리는 터전입니다.


 풀꽃책


  저는 ‘식물도감’을 펴지 않습니다. 으레 ‘풀꽃책’을 폅니다. 풀꽃나무를 담은 책이면 ‘풀꽃나무책’이라는 이름이 어울립니다. 풀꽃을 밥으로 삼으니 ‘풀밥·풀꽃밥’입니다. 굳이 ‘채식·비건’을 할 마음이 없습니다. ‘푸른밥’을 먹고 ‘풀빛밥’을 나눕니다. ‘푸른글·푸른말’을 헤아리면서 ‘푸른책·풀꽃책·숲책’을 옆구리에 끼고서 들길을 걷고 숲길을 지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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