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417 : 도감 만들 시작 가장 큰 -ㅁ 장 것


도감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부딪친 가장 큰 어려움은 그림 한 장에 드는 품값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었다

→ 그림책을 엮으면서 그림 한 자락 품값이 어마어마한 줄 깨닫고는 몹시 어려웠다

《실험학교 이야기》(윤구병, 보리, 1995) 181쪽


똑같이 찍어낼 적에 ‘만들다’라 합니다. 그림꾸러미를 처음으로 내려고 할 적에는 ‘엮다·여미다’나 ‘묶다’라 해야 어울립니다. “부딪친 가장 큰 어려움은”은 옮김말씨입니다. “가장 어려웠다”나 “몹시 어려웠다”로 손보면서 끝자락에 놓아야 어울립니다. 보기글은 끝을 “-는 것이었다”처럼 군더더기로 ‘것’을 넣어서 맺는데, 옮김말씨를 손보면 저절로 사라집니다. ㅅㄴㄹ


도감(圖鑑) : 그림이나 사진을 모아 실물 대신 볼 수 있도록 엮은 책 ≒ 도보

시작(始作) : 어떤 일이나 행동의 처음 단계를 이루거나 그렇게 하게 함. 또는 그 단계

장(張) : 1. 종이나 유리 따위의 얇고 넓적한 물건을 세는 단위 2. 활, 쇠뇌, 금슬(琴瑟)을 세는 단위 3. 얇은 구름의 덩이를 세는 단위 4. [북한어] 누에의 씨를 세는 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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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농약살포



 과도한 농약살포를 바로 중단시키다 → 풀죽임물을 너무 뿌려서 바로 막았다

 농약살포를 용이하게 진행하기 위하여 → 풀죽임물을 쉽게 뿌리려고

 무분별한 농약살포로 인하여 → 풀죽음물을 마구 뿌린 탓에


농약살포 : x

농약(農藥) : 농작물에 해로운 벌레, 병균, 잡초 따위를 없애거나 농작물이 잘 자라게 하는 약품. 살균제, 살충제, 발아제, 생장 촉진제 따위가 있다

살포(撒布) : 1. 액체, 가루 따위를 흩어 뿌림 2. 금품, 전단 따위를 여러 사람에게 나누어 줌



  따로 낱말책에 없으나 시골에 널리 퍼진 ‘농약살포’입니다. 굳이 낱말책에 올릴 까닭은 없습니다. “풀죽임물을 뿌리다·풀잡이물을 뿌리다”라 하면 되고, ‘물질’이란 말씨를 살려서 ‘죽음물질·풀잡이물질·풀죽임물질’이라 할 만합니다. ㅅㄴㄹ



우리 무지한 농약살포를 보아라

→ 우리 얼뜬 죽음물질을 보아라

《새벽 들》(고재종, 창작과비평사, 1989) 46쪽


화학비료나 농약을 대량으로 살포해 효율을 중시하고, 규모를 확대하는 논리로 수확량을 늘리는 공업화된 농업

→ 죽음거름이나 죽임물을 잔뜩 뿌려 일손을 줄이고 땅을 넓혀서 많이 거두려는 논밭살림

《음식 좌파 음식 우파》(하야미즈 켄로/이수형 옮김, 오월의봄, 2015) 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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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학교 이야기 - 아이들을 살리는 새로운 배움터를 향한 윤구병의 꿈과 실천 살아있는 교육 11
윤구병 지음 / 보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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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10.23.

까칠읽기 46


《실험학교 이야기》

 윤구병

 보리

 1995.6.30.첫/2014.7.1.고침



  아이는 또래랑 놀려고 태어나지 않는다. 아이는 끼리끼리 어울리려고 태어나지 않는다. ‘또래 끼리질’은 ‘어른 아닌 꼰대’가 세운 담벼락이다. 아이는 누구하고나 놀려고 태어난다. 아이는 누구보다 엄마아빠랑 놀려고 태어난다. 이다음으로는 할매할배랑 놀려고 태어난다. 이러고 나서야 언니하고 놀려고 태어났다고 여길 만하고, 이다음에 이르러서야 동무나 또래하고 놀 수 있다.


  아이는 늘 엄마아빠한테서 모두 배운다. 말도 눈길도 걸음마도 엄마아빠한테서 배운다. 마음도 엄마아빠 곁에서 가꾸고, 생각도 엄마아빠하고 함께 북돋우며 자란다. 아이는 옳거나 그르다고 가를 마음이 없이 태어난다. 아이는 늘 오롯이 사랑으로 모두 풀고 품으려고 태어난다. 그래서 엄마아빠는 언제나 아이를 오롯이 사랑으로 마주하는 길을 새롭게 배우고, 아이도 엄마아빠랑 나란히 오롯이 사랑으로 놀며 노래하는 하루를 누린다.


  《실험학교 이야기》를 1998년에 처음 읽었고, 1999년에 보리출판사 일꾼으로 들어가서 다시 읽었고, 2003년에 이오덕 어른 글을 추스르며 새로 읽은 뒤에, 2024년에 이르러 모처럼 다시 들춘다.


  윤구병 씨가 짚거나 들려주는 이야기는 여러모로 ‘옳’다. 그러나 ‘옳은말’을 하려고 너무 애쓰다 보니 ‘틀린말·그른말’을 자꾸 갈라놓으려고 한다. ‘옳고그름’이라는 곳을 너무 쳐다보는 나머지, 그만 ‘삶말·살림말’을 하나도 못 짚다시피 하고, 이윽고 ‘사랑말’은 아예 못 다루고, ‘숲말’로 나아갈 낌새가 없다.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으로는 가득한 《실험학교 이야기》이되, 이 꾸러미에는 아무런 살림빛도 사랑씨도 숲그림도 없다. 왜 그럴까? 실마리는 아주 쉽다. 윤구병 씨는 ‘대학교수’와 ‘뿌리깊은나무 편집장’과 ‘보리출판사 기획자 및 대표’로 일하느라 막상 집안일을 안 한 탓이다. 천기저귀를 어떻게 갈고 삶고 대는 줄 알까? 미역국을 어떻게 끓여서 곁님한테 차려주어야 하는지 알까? 아기한테 자장노래를 밤새도록 날마다 다르게 부를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이 책에 담은 글로는 아이한테 말하면 안 된다. 이 책에 깃든 말씨는 ‘아이 눈높이’하고 너무 멀다.


  ‘옳은말’은 안 나쁘다. 그러나 ‘옳다’에 얽매이기에 ‘오른쪽(바른쪽)’에만 선다. ‘옳은길 = 오른길’이다. 오른길은 안 나쁘되 ‘단단히 지키는 끼리끼리 담벼락’에 갇히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틀린말’을 하면 될까? ‘틀린길 = 비틀어서 바꾸는 길 = 왼길(혁명)’이다. 우리가 ‘옳고그름’에만 머물면, 왼오른(좌파·우파 또는 진보·보수)으로 가르는 싸움으로 그친다. 싸우느라 지친다.


  삶말부터 열 노릇이다. 삶부터 보아야 왼오른이 아닌 삶이라는 곳인, 바로 오늘 이곳을 볼 수 있다. 바로 오늘 이곳부터 보아야 어떤 살림을 할는지 비로소 생각하니, 이때에 살림말을 틔운다. 살림말씨를 싹틔우면서 하루하루 삶을 짓기에, 시나브로 사랑을 깨닫고, 마침내 사랑씨를 곁님하고 서로 새롭게 심어서 아기를 낳아 돌보는 보금자리를 이룬다.


  숲말이란, 삶말을 살림말로 북돋아서 사랑말로 꽃피우는 자리에서 하나둘 깨어난다. 처음부터 숲으로 못 간다. 처음에는 삶을 그대로 마주해야 하고, 삶을 살림으로 가꾸는 마음을 닦을 일이며, 바야흐로 살림을 사랑으로 품고 풀어서 놀고 노래하는 아이다운 마음으로 어진 어른으로 거듭날 적에 천천히 숲으로 갈 수 있다.


  어떤 어버이도 아기를 ‘실험’으로 안 낳는다. 삶에는 ‘실험’이 없다. 삶은 늘 ‘함(하다)’만 있다. 함(하다)만 있는 이 삶에서 지음(짓다)으로 이을 적에 그림(그리다)을 알아보고, 함을 지음으로 펴서 그림으로 심기에 빛을 품고 풀어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


  《실험학교 이야기》는 몸뚱이에 너무 얽매인다. 몸뚱이가 있기에 우리 넋이 삶을 맛볼 수 있되, 몸만 쳐다본다면 마음을 잊고 잃는다. ‘철학’도 ‘실험’도 ‘학교(교육)’도 아닌, 삶과 살림과 사랑을 말하면서 숲으로 나아가려는 몸짓이 없다면, 모두 헛말에 쳇바퀴일 수밖에 없고, 나라(정부)하고 나란히 가는 새로운 굴레에 차꼬에 수렁일 수밖에 없다. “끼리끼리 어울리는 담벼락”이란 무엇이겠는가? 바로 ‘힘(권력)’이다. 아이들한테 고작 힘싸움밖에 들려주지 못 한다면, 윤구병 씨 스스로 힘싸움에 얽매인 ‘문화권력’을 단단히 틀어서 거머쥐기만 한다면, 재미도 없지만 따분하다. 기저귀부터 삶기를 빈다. 집안일부터 하기를 빈다. 밥을 손수 차려서 내놓기를 빈다. 작은씨가 숲을 이루듯, 작은일(집안일)이 바로 큰숲으로 가는 한길이다.


ㅅㄴㄹ


셋째는 끼리끼리 어울리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 함께 놀면서 말도 배우고 사회성도 기르고 올바른 행동거지가 무엇인지도 깨닫는다. 그리고 이기심을 억제하고 욕심을 없애는 법도 배운다 … 아이의 가장 훌륭한 선생은 그 아이보다 한두 살 더 많은 언니나 오빠다. 아이들 세계와 어른들 세계는 다르다. (13쪽)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에게 진실이 아닌 것은 온몸을 흔들어 거부하고 진실에 바탕을 두지 않은 모든 것들은 가차없이 허물어뜨리는 힘을 갖게 할 수 있을까? (33쪽)


우리가 과학그림으로 된 도감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부딪친 가장 큰 어려움은 그림 한 장에 드는 품값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었다. (181쪽)


+


《실험학교 이야기》(윤구병, 보리, 1995)


끼리끼리 어울리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 끼리끼리 어울리라고 해야 한다

13


사회성도 기르고 올바른 행동거지가 무엇인지도 깨닫는다

→ 둘레도 살피고 올바로 사는 길이 무엇인지도 깨닫는다

13


도감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부딪친 가장 큰 어려움은 그림 한 장에 드는 품값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었다

→ 그림책을 엮으면서 그림 한 자락 품값이 어마어마한 줄 깨닫고는 몹시 어려웠다

18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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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숲으로 물러난다 상추쌈 시집 3
야마오 산세이 지음, 최성현 옮김 / 상추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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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10.23.

노래책시렁 427


《나는 숲으로 물러난다》

 야마오 산세이

 최성현 옮김

 상추쌈

 2022.10.30.



  시골에서 살더라도 읍내나 면소재지는 서울하고 매한가지입니다. 서울만큼 시끄럽지는 않더라도 부릉부릉 매캐한 기운이 가득할 뿐 아니라, 밤에 별을 못 봅니다. 그러나 온나라를 통틀어서 ‘서울·큰고장·읍내·면소재지’가 아닌 곳에서 살림하는 사람은 몇일까요? 이런 데가 아닌 보금자리에서 하루를 누리는 어린이하고 푸름이는 얼마쯤일까요? 《나는 숲으로 물러난다》를 돌아봅니다. ‘물러난다’라는 이름이 어울린다고 느끼면서도 어쩐지 덜 어울립니다. 숲으로 물러날 수 있을까요? ‘간다’나 ‘들어선다’라 해야 알맞지 싶습니다. 숲에서는 스스로 살피고 헤아리고 짚고 생각합니다. 삶도 살림도 사랑도 스스로 지피고 일으킵니다. 바람은 노랫가락을 베풀고, 풀벌레와 새는 노랫소리를 펴고, 별과 해는 노랫자락을 내놓습니다. 이윽고 사람도 노랫말을 여미어 스며들어요. 그런데 일본글을 옮긴 꾸러미는 영 서울스럽습니다. 숲빛을 누린 하루를 옮긴 글일 텐데 숲말로 옮겨야 할 텐데요. 숲은 멋부리지 않습니다. 서울이라면 멋부리고 꾸며서 허울스럽겠지요. 숲사람은 아이 곁에서 어른스레 수수히 말하고 생각하고 노래합니다. 우리는 이제라도 우리말을 처음부터 새로 배울 노릇입니다. 숲에서 오지 않은 말이라면 죽음재 같습니다.


ㅅㄴㄹ


산에 사니 때로 / 아름답거나 신비한 일과 만난다 (산에 살다 보면/22쪽)


왜 너는 / 도쿄를 버리고 이런 섬에 왔느냐고 / 섬사람들이 수도 없이 물었다 / 여기에는 바다도 있고 산도 있고 / 무엇보다도 수령이 칠천이백 년이나 된다는 조몬 삼나무가 이 섬의 산속에 절로 나서 자라고 있기 때문이라고 / 대답했지만 / 그것은 정말 그랬다 (왜-아버지에게/30쪽)


#山尾三省


+


《나는 숲으로 물러난다》(야마오 산세이/최성현 옮김, 상추쌈, 2022)


흐려 있던 하늘에서 조용히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 흐린 하늘이고 비가 조용히 내립니다

→ 하늘은 흐리고 비가 조용히 내립니다

4쪽


수많은 수술을 매단

→ 수술을 잔뜩 매단

→ 수술을 숱하게 매단

4쪽


세계와 하나가 됐을 때 찾아오는 조용한 기쁨을 기록한 것입니다

→ 오롯이 하나일 때 조용히 기쁜 마음을 적었습니다

→ 둘레와 하나일 때 조용히 기쁜 빛을 옮겼습니다

5쪽


내달리는 걸 좋다고 여기는 현대에서 물러난다고 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처럼 보입니다

→ 내달리려고 하는 오늘날 물러난다고 하면 씩씩해야 하는 듯싶습니다

→ 내달려야 한다는 요즈음 물러난다고 하면 의젓해야 하는 듯합니다

5쪽


비의 계절에

→ 비철에

→ 비달에

5쪽


태양 덕분에 사는 존재란 걸 알게 된다

→ 해가 있어서 사는 줄 알아챈다

→ 해가 떠서 살 수 있다고 깨닫는다

14쪽


세계는 잠잠해지고 대지는 깊어진다

→ 둘레는 가라앉고 땅은 깊어간다

→ 온누리는 고요하고 땅은 깊다

16쪽


지적인 것도 하나 없다

→ 하나도 깊넓지 않다

→ 하나도 안 밝다

→ 하나도 안 빛난다

18쪽


삼 주 동안 태풍 세 개가 이어 덮쳐 와

→ 세이레 동안 돌개바람 셋이 덮쳐서

→ 세이레째 회오리바람 셋이 잇달아

20쪽


말굽버섯을 다시 그 위에 놓지 않으면

→ 말굽버섯을 다시 이곳에 놓지 않으면

→ 말굽버섯을 다시 여기에 놓지 않으면

27쪽


수령이 칠천이백 년이나 된다는 조몬 삼나무가 이 섬의 산속에 절로 나서 자라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지만 그것은 정말 그랬다

→ 나이테가 일곱즈믄두온 해나 된다는 조몬 삼나무가 이 섬 멧골에 절로 나서 자란다고 얘기했지만 참말 그랬다

30쪽


베짱이가 파란 날개를 펼치고

→ 베짱이가 푸른 날개를 펼치고

32쪽


산딸기 줄기를

→ 멧딸기 줄기를

35쪽


옛사람이 정토라고 불렀던 것이 그 쏟아져 내리는 빗속에 있다

→ 옛사람이 하늘이라 하던 곳이 쏟아지는 빗속에 있다

→ 옛사람이 꿈터라 이르던 곳이 쏟아지는 빗속에 있다

37쪽


엷은 초록빛 현자의 마음과 같은 강낭콩이 온다

→ 옅푸르고 어진 마음과 같은 강낭콩이 온다

46쪽


올해의 첫 북서풍이 휘잉휘잉 불며 산을 거칠게 흔들고 있다

→ 올해 첫 높하늬바람이 휘잉휘잉 멧골을 흔든다

50쪽


나의 둘도 없는 아들이 자기 자신을 향한 여행을 떠나 버린 것이다

→ 나한테 둘도 없는 아들이 오롯이 마음마실을 떠나버렸다

→ 나한테 둘도 없는 아들이 그저 마음 깊이 떠나버렸다

61쪽


그것은 사실 참으로 축하할 일이었다

→ 참으로 기릴 일이다

→ 참으로 기쁜 일이다

→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61쪽


산밭에서 씨 뿌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 멧밭에서 씨를 뿌리려고 한다

→ 멧밭에서 씨를 뿌리려고 챙긴다

61쪽


그루터기는 고사했지만 물이 있어 그루터기는 죽지 않는다

→ 그루터기는 말랐지만 물이 있어 죽지 않는다

82쪽


신입생들의 영혼을 당신들 교육의 희생으로 삼지 마라

→ 그대가 가르친다면서 새내기 넋을 바치지 마라

→ 그대가 가르칠 적에 새내기 얼을 내버리지 마라

9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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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상문학전집 : 감꽃과 주현이 - 추모 정영상 30주기
정영상 지음, 이대환 엮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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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10.23.

노래책시렁 378


《물인듯 불인듯 바람인듯》

 정영상

 실천문학사

 1994.1.30.



  바꾸려면 한동안 어지럽습니다. 그래서 안 어지럽기를 바라는 쪽에서는 안 바꾸려고 합니다. 익숙한 대로 하면 어지러울 일이 없고, 어지러울 일이 없으면 안 어렵습니다. 어느덧 적잖은 배움터에서 ‘두발자유’나 ‘자율학습 폐지’를 이루고 ‘학생인권조례’를 내놓습니다. 그러나 ‘두발’이나 ‘폐지’나 ‘인권’ 같은 일본말씨는 못 바꿉니다. 《물인듯 불인듯 바람인듯》을 곱씹습니다. “누구나 사람이다”를 외친 목소리였을 텐데, 오늘날 곳곳에 퍼진 ‘아동학대’나 ‘학교폭력’이라는 이름은 어쩐지 어지럽게 춤춥니다. 아이들 스스로 안 배우려고 하면서 핑계처럼 내미는 허울로 널뛰기 일쑤입니다. 함께 배우고 같이 생각하며 나란히 걸어가려고 갖은 굴레에 수렁을 걷어치우려는 뜻을 모았어요. 새길을 내놓지만, 새길에 우리 스스로 못 따라가거나 안 따라가는 셈입니다. 왜 그럴까 하고 하나하나 짚노라면, 오늘날 아이어른은 으레 “안 걸어다니”고 “도시락을 안 쌉”니다. 스스로 배우는 길이 아예 막히거나 사라지다시피 합니다. 우리는 ‘스마트 교과서’가 아닌 ‘배움길’을 살필 때입니다. 배움터에는 차댐터가 아닌 텃밭을 놓을 일입니다. 어른(교사·부모)부터 걸어야 하고, 도시락을 쌀 일입니다. 아이한테 집살림과 마을살림을 보여주고 함께 소매를 걷을 노릇입니다. 비와 해와 바람을 잊은 나라에는 아무 앞날이 없습니다. 숲과 들과 바다를 모르는 아이는 철들지 않습니다.


ㅅㄴㄹ


캄캄한 어둠 속에서 돌아오는 아이를 보고 / 그놈의 자율학습인가 뭔가 강제로 붙들어두는 방법만이 / 꼭 옳은 것인가 따지고 싶었습니다. / 중학교 1학년 딸애가 전과목 보충수업을 받아야 할 만큼 / 정규수업이 부실할까? 깊은 회의가 일어났지만 / 차마 물어볼 수 없었습니다. / 학교에서 참고지, 문제지 일괄 채택하고 그저 학부모는 소리 없이 돈만 내야 하는가 싶었지만 / 항의는커녕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 체육성금이니, 금강산댐 기금이니, 적십자 쌀모으기 운동이니 / 말로만 성금이지 일정한 금액을 꼬박꼬박 갖다 바칠 때는 / 이건 또 하나의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닌가 하고 / 속으로 원망도 했습니다. / 자유저축이라는 미명하에 적금 들듯 들어야 하는 강제저축, / 반공영화를 보여준다면서 체육관 강당에다 밀어넣고 돈 받고 보여주는 이상한 문화교실 …… (인질―어느 학부형의 넋두리/108쪽)


톱밥난로 가에 / 바삭바삭 시간이 데워지고 / 시간 속의 물이 끓는다 / 일찌감치 교감마저 자리를 떠나고 / 삼삼오오 늙은 선생들이 모여 앉아 / 희망 없는 앞날을 한탄하는 / 토요일, 재수 없는 일직날 / 교문 밖에는 하늘이 가라앉는 듯 어둡고 / 불이 불을 달구어 / 펄펄 주전자 뚜껑이 소리를 내지만 / 말은 돌면 돌수록 비겁해지는 건가. / 연구점수가 높은 누구는 / 평소에 교활했다드니 / 누구는 교감에게 잘 보였다드니 / 애꿎은 사람들 구설수에 올라가고 (일직날/119쪽)


누구의 짓인가 / 잔인무도한 저 병사들을 / 이끌고 진격하는 대장은 누구인가 / 쇠약한 국토처럼 / 짓밟히는 가을, / 누구를 목버힐 것인가 (내란/153쪽)


+


《물인듯 불인듯 바람인듯》(정영상, 실천문학사, 1994)


캄캄한 어둠 속에서 돌아오는 아이를 보고

→ 캄캄할 때 돌아오는 아이를 보고

→ 어두워서야 돌아오는 아이를 보고

→ 밤에 돌아오는 아이를 보고

108쪽


그놈의 자율학습인가 뭔가 강제로 붙들어두는 방법만이 꼭 옳은 것인가 따지고 싶었습니다

→ 그놈 혼배움인가 뭔가 억지로 붙들어두는 길만이 꼭 옳은가 따지고 싶었습니다

108쪽


이건 또 하나의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닌가 하고

→ 이는 또 돈을 바치는 셈이 아닌가 하고

→ 이는 또 다르게 거두는 짓이 아닌가 하고

108쪽


누구의 짓인가

→ 누구 짓인가

153쪽


잔인무도한 저 병사들을 이끌고 진격하는 대장은 누구인가

→ 사납게 저 떨거지를 이끌고 달려드는 우두머리는 누구인가

→ 섬찟하게 저 놈팡이를 이끌고 뛰어드는 꼭두는 누구인가

15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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