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0.31.

오늘말. 귀담아듣다


눈여겨보기에 다 알아보지는 않습니다만, 들여다보지 않으면서 알 길이란 없습니다. 마음을 쓰기에 다 알지는 않는데, 마음을 안 모으면서 알 턱이란 없어요. 스승아이는 서로 돕는 사이일 수 있지만, 이보다는 스스로 가꾸면서 보고 배우는 사이라 여길 만합니다. 어른아이는 서로 돌보고 아끼면서 하루를 함께 갈무리하는 사이로 볼 만합니다. 모두 온마음으로 뜻을 모으는 하루입니다. 저마다 한뜻과 한넋을 사랑하는 나날입니다. 어린씨는 어른씨한테서 배워요. 어른이라면 어린이 곁에서 배워요. 어깨너머로 익힐 때가 있고, 나란히 서서 한길을 보는 동안 가다듬기도 합니다. 꼭 하나로 가야 하지는 않습니다. 굳이 한빛깔이어야 하지 않아요. 가만히 귀담아듣고, 곰곰이 생각을 기울이고, 골똘히 마음을 일으키면서, 어느새 한얼이 무엇인지 알아차립니다. 서두르지 않기에 한길을 보고 한곳을 뚫어요. 섣불리 나서기보다는 찬찬히 짚고 가눈 뒤에 기꺼이 나설 줄 알기에 어깨를 폅니다. 먼저 가거나 늦게 가는 길이 아닙니다. 알맞게 가면서 알뜰살뜰 손을 잡는 길입니다. 바로 오늘부터 오롯이 살펴요. 언제나 이곳에서 우리 손길로 차곡차곡 일굽니다.


ㅅㄴㄹ


스승아이·어른아이·아이·아이꽃·아이들·어린이·어린꽃·어린씨·곁배움·따라배우다·따르다·배우다·배움님·배움이·보고 배우다·익히다·일배움·일하며 배우다·어깨너머 ← 사제(師弟), 사제간, 사제지간


오롯하다·온마음·온뜻·온갈무리·온갈망·온모둠·온모음·온모으기·외길보기·외길뚫기·하나로·한곳보기·한데보기·하나보기·한길보기·한곳뚫기·하나뚫기·한길뚫기·한곳쏘기·한길쏘기·한뜻·한넋·한마음·한얼·한뜻한몸·한몸한뜻·한빛·한멋·한맛·한빛깔·한빛살·한빛발·가만히·갈무리·곰곰·골똘히·곤두서다·귀담다·귀담아듣다·눈여겨보다·눈담다·들여다보다·마음쓰다·마음모으다·마음쏟다 ← 정신통일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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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0.31.

오늘말. 집내림


모든 씨앗이 다르고, 모든 숨결이 다릅니다. 모든 사람이 다르고, 모든 바탕이 달라요. 얼핏 이름이 같아 보여도, 이름빛이 다르고, 이름씨와 이름줄이 다릅니다. 온누리에 숱한 사람이 살아가니까, 똑같이 이르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에요. 다만, 서로 밑길도 밑동도 다르고, 삶길도 살림자락도 다릅니다. 집집마다 다르고, 같은 집이라 하더라도 어버이와 아이가 다 달라요. 집내림이야 모든 집씨가 받겠지만, 핏줄이 같을 뿐 저마다 다른 자취를 남기면서 한 걸음씩 나아갑니다. 같은 집안이기에 똑같아야 하지 않아요. 집안길은 같으니 길이 달라요. 나는 이 길눈을 밝히고, 너는 저 길꽃을 피웁니다. 나는 이 밑뿌리를 가꾸고, 너는 저 밑싹을 틔워요. 여러 아이는 한피를 물려받더라도 스스로 새롭게 뿌리를 뻗습니다. 똑같은 민들레한테서 나오는 씨앗이지만 저마다 다르게 날아가서 자리를 잡아요. 똑같아야 하지 않습니다. 나란하지 않을 만합니다. 그저 숨빛을 읽기를 바라요. 집안물림이기를 바라지 말아요. 다 다른 아이는 다 다르게 고운낯이요 아름낯입니다. 두 어버이는 서로 다르게 꽃낯이면서 고운얼굴입니다. 함께 보금자리를 일구기에 빛납니다.


ㅅㄴㄹ


곬·길·길눈·길꽃·사람씨·씨·씨알·씨앗·씨줄·씨줄책·집·집그림·집안·집꽃·집씨·집안길·집안내림·집안물림·집내림·집물림·집안적이·집적이·집이름·밑·밑동·밑빛·밑길·밑살림길·밑삶길·밑바탕·밑절미·밑꽃·밑짜임·밑틀·밑판·밑뿌리·밑싹·밑자락·뿌리·샛줄기·샛갈래·바탕·바탕길·바탕꽃·밧줄·이르다·이름·이름길·이름꽃·이름빛·이름씨·임씨·이름줄·바·줄·줄기·자리·자취·핏줄·피로 잇다·피로 맺다·핏줄책·고운낯·고운얼굴·꽃낯·꽃얼굴·아름낯·아름얼굴 ← 족보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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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0.31.

오늘말. 애꿎다


가지치기를 하면 열매를 잘 맺는다고 하지만, 우리 집은 거꾸로 갑니다. 생뚱맞을 수 있습니다만, 처음부터 가지치기가 있지 않았거든요. 어쩌다가 툭 끊긴 가지가 있는 나무가 더 기운을 내어 새숨을 내놓기는 합니다만, 늘 가지가 치이고 잘리면, 머잖아 모든 기운을 빼앗겨요. 애꿎게 죽습니다. 사람도 매한가지예요. 닦달하고 다그치고 나무랄 적에 다시 힘을 내곤 하지만, 늘 꾸짖고 채찍질에 엄포라면, 머잖아 뒤집히면서 거꿀길을 가게 마련입니다. 사랑이 없이 몰아치면 못난짓입니다. 가볍게 나무란 뒤에는 반드시 포근히 달랠 노릇이고, 닦달을 해야 하던 자리가 지나가면 곧장 다독이면서 북돋아야 합니다. 엉터리 같은 일이 왜 일어나는지 돌아봐야지 싶습니다. 엉뚱하게 앞뒤 안 가리면서 몰아세우는 사람이 우두머리에 서거나 앞장을 선다면 그야말로 바보짓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떤 길을 걷는지 돌아봅니다. 이 나라 벼슬꾼은 젬것이나 못난짓이라고 느껴요. 흙을 모르고 숲을 등지는 채 그저 안 어울리는 서울굴레를 자꾸 내세우는 탓에 우습게 주저앉을 수 있습니다. 틀린 줄 알아보아야 하고, 안 맞는 틀은 바로 버릴 때라야 이 땅이 살아나요.


ㅅㄴㄹ


거꾸로·거꿀이·거꿀길·바꾸다·뒤바뀌다·뒤집다·뒤집히다·뜬금없다·생뚱맞다·엉뚱하다·애꿎다·엉터리·우습다·웃기다·우스꽝스럽다·말 같지 않다·말과 삶이 다르다·말과 삶이 어긋나다·맞지 않다·안 맞다·알맞지 않다·올바르지 않다·앞뒤 바뀌다·앞뒤 없다·앞뒤 안 가리다·안 어울리다·못난꼴·못난짓·바보·바보씨·바보짓·바보꼴·돌머리·젬것·젬치·종잡을 길 없다·틀리다 ← 주객전도


나라·나라땅·나라터·우리나라·이 땅·이 나라·흙·흙땅·흙터 ← 국토(國土)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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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 장진영 만화모음 3
장진영 지음 / 정음서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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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10.31.

까칠읽기 38


《나선》

 장진영

 정음서원

 2020.10.12.



《나선》(장진영, 정음서원, 2020)을 읽고서 여러모로 놀랐으나, 이내 마음을 다스린다.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닌 줄거리를 다룬다고 할 만하다. 나도 이미 1994∼1999년 사이에 ‘대학교 운동권’이 어떤 민낯인지 환하게 겪고 본 바 있다. 그림꽃 《나선》은 그야말로 민낯을 그려낸다. 뒤틀리고 시커먼 이 나라를 바로잡거나 갈아엎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먹물’은 똑같이 ‘시컴물(시커먼 더럼물)’이었다는 대목을 차분히 풀어낸다. 38쪽에도 나오듯 “독재를 타도하기 위한 또 하나의 독재자!!”나 “교주!!”라는 말처럼, 숱한 ‘대학교 운동권’은 또 다른 독재와 교주 노릇을 했다. 아무리 안타깝더라도 우리가 반드시 털고 씻고 치울 창피한 민낯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창피한 민낯을 안 털었고 안 씻었고 안 치웠다. ‘국민’이란 이름을 앞세우는 무리도 허울스럽고 껍데기일 뿐 아니라, ‘민주’와 ‘정의’와 ‘녹색’이란 이름을 앞세우는 무리도 허울스럽고 껍데기이다. 이들은 크고작은 그릇만 다를 뿐, 똑같이 엉큼질(성추행)에 뒷돈에 막짓(갑질)을 일삼았다. 이들은 입으로는 옳거나 바르거나 참되게 나아가겠다고 밝히지만, 정작 엉큼질과 뒷돈과 막짓을 멈추지 않는다.


보라, 어느 국회의원이 걸어다니는가? 어느 시장과 군수가 버스를 타는가? 어느 장관이나 기관장이 두바퀴(자전거)로 집과 일터 사이를 오가는가? 그런데 높은자리 벼슬꾼뿐 아니라 여느 벼슬꾼도 안 걷고 버스를 안 타고 두바퀴를 안 달리기 일쑤이다. 높건 낮건 모두 쇳덩이(자가용)에 갇힌 채 ‘사람들(이웃)과 동떨어진 곳’에 가만히 앉아서 책상물림 먹물바치 노릇이다.


190쪽에 나오는 “현장에 갔던 사람들은 다들 돌아왔는데, 걔만 유독 그러네.” 같은 말이 ‘운동권 민낯’을 잘 드러낸다. 참말로 제대로 너울을 일으키려고 했던 이들은 그곳(현장)에 그대로 남아서 살림을 짓는다. 이와 달리 한몫 잡는 ‘이름(빛나는 경력)’을 얻으려고 했던 이들은 ‘운동권·농활·공활·위장취업’이라는 보람(훈장)을 주렁주렁 달고서, ‘국민·민주·정의·녹색’이라는 이름을 떵떵거리듯 높인다.


보라, 이들 가운데 서울 아닌 시골에서 텃밭을 짓는 살림을 꾸리며 아이를 돌보는 이는 몇이나 있는가? 아니, 있기나 한가? 이들 가운데 ‘양복·자가용·아파트’를 처음부터 손에 안 쥐면서, 수수한 차림새로 걸어다니는 이는 몇이나 되는가? 아니, 있기나 한가?


그들은 심부름꾼이 아닌 벼슬꾼이자 ‘독재자·교주’라고 여겨야 맞다. 그들은 ‘독재자·교주’이기 때문에 ‘자가운전’조차 안 하면서 ‘운전수’를 둔다. 까맣고 커다란 쇳덩이에 운전수를 둔 모든 이들은 ‘정치·행정’을 하는 일꾼이 아닌, 그저 돈바라기 독재자·교주일 뿐이다.


ㅅㄴㄹ


“세상 많이 좋아졌네. 여자가 당구를 다 치구!!” (15쪽)


“자네 집안에 좌익활동을 한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는 자네 부모한테 물어보면 잘 알지 않겠나?” (22쪽)


“ㅊㄱ을 읽다 보니 소중한 게 뭔지를 알겠더구나! 좌익이니 우익이니 이런 거 모를 때 말이다, 우리 농촌에는 서로 돕고 아끼는 훌륭한 전통문화가 있더구나.” (29쪽)


“삼춘이 말씀하시던 운동은 이런 게 아닌 것 같은데. 이들의 모습에서 느끼는 차이는 무얼까?” (35쪽)


“이동수 선배는 신이더라구! 살아 있는 신!! 킥킥. 교주!! 독재를 타도하기 위한 또 하나의 독재자!!” “글쎄? 나도 잘 모르지만, 그만큼 뛰어나니까 그런 게 아니겠어? 역사를 보더라도 위인은 항상 있었고, 위대한 사상가는 한 시대를 좌우했잖아.” “그런 거완 차원이 달라!! 어떻게 다들 한 사람의 의견을 아무런 문제 없이 맹종할 수 있느냐 이거지!!” (38쪽)


“이동수 선배는 형사들이 올 줄 알고 있었니?” “응!” “어떻게 알았지?” “사실은, 우리 화실이 모임장소였거든!!” (58쪽)


“어쨌든 고맙네요. 우리 일인데. 자기 일처럼 발벗고 나서 줘서. 하지만 갑자기 허전해진 건 사실이에요. 이런 생각 하면 안 되겠지만, 형이 그동안 우리에게 베푼 호의가 꿍꿍이속에서 나온 것만 아니겠지요. 형은 언젠가 우리 곁을 떠나겠지요. 우린 다르니까요. 우리야 어쩔 수 없는 노동자 신세지만, 형은 갈 곳이 많은 사람이에요.” (115쪽)


“이동수 선배님은 만나봤니?” “민중당 활동을 한 이후로 거의 만나게 되질 않아!” (155쪽)


“유능한 인권변호사와 촉망받는 여류화가께서 화촉을 밝히는데, 허허.” “소문에 선배님은 정치에 손을 끊으셨다는데 사실입니까?” “손을 끊은 건 아니고, 당분간 전공을 살려 사업을 해야겠어!” “참! 복학은 하셨죠?” “응! 한 학기 남았지!! 이 나이에 학교에 다닐려니 후배들하고 세대차가 느껴지더라고!!” (185쪽)


“첨! 옹접이는 왜 얼굴이 안 보이지?” “…….” “아직도 현장에 있나?” “사실 나도 바쁘긴 했지만, 서로 연락이 끊긴 지 오랩니다.” (186쪽)


“신혼 살림집은 어디다 구했나?” “압구정동에 있는 아파트입니다.” “그래! 그럼 이제 발바닥 맞을 일만 남았군!” “어이쿠, 살려 주십시오.” (187쪽)


“다들 왔는데 옹접이만 빠졌어!” “현장에 갔던 사람들은 다들 돌아왔는데, 걔만 유독 그러네.” (190쪽)


+


나도 아들딸 한 타스 낳고 행복하게 살아야 되지 않겠어요잉

→ 나도 아들딸 열둘 낳고 즐겁게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잉

→ 나도 아들딸 꾸러미로 낳고 잘살아야 하지 않겠어요잉

13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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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 K-포엣 시리즈 24
황인찬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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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10.31.

까칠읽기 47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

 황인찬

 아시아

 2022.1.28.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를 읽었다. 82쪽짜리 가냘픈 꾸러미이다. 가볍게 읽으라는 뜻일 텐데, 글님은 ‘젊은글꾼’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이 너무 드세구나 싶다. 뭔가 ‘새롭게’ 글결을 풀어야 한다고 여기면서, 글다듬기에 지나치게 매였다고 느낀다. 어떤 이야기를 담을는지 살피기보다는, ‘다른 글결’을 선보이려는 마음이 앞선 탓에, 온갖 옮김말씨하고 일본말씨를 뒤섞는다.


한글로 적기에 ‘우리글(한국문학)’이지 않다. 한글로 적으면 그저 “한글로 적었을” 뿐이다. ‘빠리바게트’나 ‘베스킨라빈스’는 무늬는 한글이되 우리글도 우리말도 아니다. “밤의 연남동은(28쪽)”은 어느 나라 말씨일까? 그냥 일본말씨이다. 우리말씨라면 “밤에 연남동은”이나 “밤 연남동은”이나 “연남동 밤은”이나 “연남동은 밤에”이다. 우리말씨를 일부러 버리면서 옮김말씨에 일본말씨를 쓰기에 새롭지 않다. 이런 말씨는 이미 사슬살이(일제강점기)를 하던 무렵 확 들어와서 쫙 퍼진 적이 있다.


“나는 그게 원래 그가 말하려던 것이 아니었음을 알고 있었다(10쪽)”는 어느 나라 어느 글꾼 말씨일까. 중학교 영어 교과서 ‘직독직해’ 글결일 뿐이다. 그러나 황인찬 씨뿐 아니라 한강 씨도 이런 글결이다. 오늘날 이 나라 젊은글꾼은 으레 이런 글결이다. 겉으로 보면 한글이지만, 막상 읽다 보면 아무런 알맹이가 없이 허울을 붙인 짜임새라고 느낀다.


굳이 알맹이를 담아야 하지 않을 수 있다. 따로 줄거리를 안 짤 수 있다. 애써 이야기를 안 들려주어도 된다. 그런데, 글이란 말을 옮긴 무늬이고, 말이란 마음을 담은 소리이다. 마음이란 삶을 담는 그릇이다. ‘글 = 말 = 마음 = 삶’인데, 알맹이·줄거리·이야기가 없이 겉보기로만 ‘글’을 꾸민다면, 이때에는 스스로 삶을 안 지으면서 보냈다는 뜻이다.


손수 설거지를 하고, 손수 비질과 걸레질을 하고, 손수 밥을 짓고, 손수 바느질을 하고, 스스로 집과 마을을 걷고, 스스로 좀더 멀리 걸어다니고, 스스로 책집마실을 다니고, 스스로 여러 책집에서 책꽂이를 돌아보면서 스스로 온갖 낯선 책을 집어들어서 읽을 뿐 아니라, 스스로 낱말책(사전)을 천천히 한 낱말씩 새로 읽어 본다면, ‘무늬글’은 쓸 일이 없다. 삶을 먼저 지으려는 매무새가 없는 탓에, 마음도 말도 글도 그저 꾸미고야 만다. 삶을 언제나 스스럼없이 짓는 하루라면, 글다듬기를 할 까닭이 없이 글님 하루를 돌아보고 되새기고 곱씹는 빛살을 살포시 담았을 테지.


ㅅㄴㄹ


중요한 사실에 대해 내게 말해주었지만, 나는 그게 원래 그가 말하려던 것이 아니었음을 알고 있었다. (파워/10쪽)


밤의 연남동은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사람 아니라 개도 많지만 사람은 더욱 많습니다. (너무 큰 소리로 웃지 말자/28쪽)


+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황인찬, 아시아, 2022)


온종일 산을 헤맸다 그것은 살아 있을 적의 일은 아니고

→ 온하루 멧골을 헤맸다 살았을 적 일은 아니고

→ 내내 메를 헤맸다 살던 일은 아니고

8쪽


그저 내 꿈속에서의 일

→ 그저 꿈

→ 그저 꿈에서 본 일

8쪽


새 한 마리가 울기 시작하고 온사방에서 새들의 울음이 가득해진다

→ 새 한 마리가 울자 곳곳에서 새노래가 가득하다

→ 새 한 마리가 우니 여기저기에서 새노래가 퍼진다

9쪽


살아 있는 것들의 대합창 속에서 나만 빼고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 살아숨쉬는 떼노래인데 나만 빼고 모두 하나라고 느낀다

→ 싱그러이 큰노래인데 나만 빼고 하나

→ 푸르게 노래물결인데 나만 빼고 모두 잇는다

9쪽


오른쪽으로는 남극의 바다가 펼쳐져 있다

→ 오른쪽으로는 마끝바다

→ 오른쪽으로는 마녘끝 바다

14쪽


왜 거리의 한가운데 서 있는 것인지는

→ 왜 거리 한가운데 서는지는

→ 왜 거리 한가운데 있는지는

17쪽


빈 의자들이 가득해져서 민망해지는 주말의 오전입니다

→ 빈 걸상이 가득해서 부끄러운 끝이레 아침입니다

→ 빈 걸상이 가득해서 남사스러운 이레끝 아침입니다

19쪽


잎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아래로 처지는 나뭇가지들

→ 잎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처지는 나뭇가지

19쪽


두려워져서 나는 앞을 향해 걷는다

→ 두려워서 앞을 보며 걷는다

→ 난 두려워 앞으로 걷는다

22쪽


타종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 쇠북빛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 쇠북치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24쪽


책상 위에 놓인 것은 쓰다 만 소설 뭉치와

→ 글자리에는 쓰다 만 글뭉치와

→ 자리에는 쓰마 만 글뭉치와

26쪽


백색의 말을 타고 천천히 트랙을 돌 것이라고 했다

→ 흰말을 타고 천천히 달림길을 돌리라 했다

→ 하얀말을 타고 천천히 자리를 돈다고 했다

27쪽


오전의 연남동은 생각보다

→ 아침 연남동은 생각보다

→ 연남동은 아침에 생각보다

31쪽


그렇게 시를 쓰기 시작하면 이미 시를 다 쓴 것 같다

→ 이렇게 노래를 쓰면 이미 다 쓴 듯하다

→ 이렇게 글을 쓰면 이미 다 썼지 싶다

35쪽


길어진 그림자

→ 긴 그림자

→ 길쭉한 그림자

39쪽


두 그루의 나무

→ 두 그루 나무

→ 나무 두 그루

43쪽


두 개의 발이 걷고 있다

→ 두 발이 걷는다

46쪽


복도는 너무 서늘해서 오히려 안심이 된다

→ 난달은 너무 서늘해서 오히려 마음 놓는다

→ 골마루는 너무 서늘해서 오히려 즐겁다

48쪽


내가 거기서 발견하는 것은 유폐와 유폐의 예감뿐이다

→ 나는 수렁을 보거나 수렁에 잠기겠다고 느낄 뿐이다

→ 나는 굴레를 보거나 굴레에 갇히겠다고 여길 뿐이다

56쪽


모든 대상은 회색이다

→ 모두 잿빛이다

→ 모든 숨결은 잿빛이다

59쪽


이 짧은 글 속에서 계속 반복되고 번복되며

→ 이 짧은 글에서 자꾸 되풀이하고 뒤집으며

→ 이 짧은 글에 또 쓰고 뒤엎으며

61쪽


가장 자주하는 생각은 아름다움에 대한 나의 적개심을 어떻게 멈출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 아름다움이 미운데 어떻게 이 마음을 멈출 수 있는지 자주 생각한다

→ 아름다우면 싫은데 어떻게 이 마음을 멈출 수 있는지 자주 생각한다

69쪽


그저 그렇게 삶이 지속될 뿐이다

→ 그저 그렇게 살아갈 뿐이다

→ 그저 그렇게 살 뿐이다

7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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