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너머 할미꽃 우리 설화 그림책 4
이상교 지음, 김수경 그림 / 봄봄출판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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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11.18.

그림책시렁 1503


《고개 너머 할미꽃》

 이상교 글

 김수경 그림

 봄봄

 2008.5.10.



  처음 할미꽃을 멧자락에서 만난 날을 곧잘 떠올립니다. 처음 멧노랑(산국)을 논두렁에서 만난 날도 으레 떠올려요. 처음 범나비를 보고 네발나비를 보고 모시나비를 보고 부전나비를 본 날도 언제나 떠올립니다. 일부러 떠올리지는 않아요. 할미꽃부터 부전나비까지 ‘어제 본 뒤에 오늘 다시 보’더라도 여태까지 마주한 모습이 주르르 흐르더군요. 《고개 너머 할미꽃》은 ‘할미꽃’하고 얽힌 우리 옛이야기를 오늘날 그림책으로 새로 담아냅니다. 애쓴 티가 물씬 흐릅니다. 그렇지만 여러모로 매우 엉성합니다. 큰아이를 낳은 해가 2008년이고, 이듬해부터 이 그림책을 아이를 무릎에 앉혀서 읽히다가도 꽃이며 할매이며 시골집이며 뭔가 자꾸 눈에 걸렸습니다. 할미꽃 옛이야기는 어느 무렵 우리 살림살이를 비출까요? 조선 무렵일까요? 고려 무렵일까요? 고구려나 더 먼 예전은 아닐까요? 그림으로만 보는 꽃하고, 멧자락이나 들길에서 문득 마주하는 꽃은 아주 다릅니다. 그림으로만 보는 시골집하고, 스스로 살림을 지으면서 누리는 시골집은 그야말로 달라요. 가르침(교훈)으로만 옛이야기를 다룬다든지 옛모습을 새롭게 그리려고 하면 어쩐지 어긋나 보이더군요. 꽃을 그리려 하지 말고, 그저 꽃이랑 함께살기를 바라요. 할매는 그저 아이하고 두런두런 얘기하면서 조촐히 살림을 짓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ㅅㄴㄹ


《고개 너머 할미꽃》(이상교·김수경, 봄봄, 2008)


세 딸들도 어머니를 도와 열심히 일했어요

→ 세 딸도 어머니를 도와 힘껏 일해요

3쪽


마음씨가 착해 좋은 신랑감을 맞을 게야

→ 마음씨가 착해 참한 짝을 맞겠지

4쪽


딸 셋이 예쁘게 자라는 걸 기쁨으로 삼았어요

→ 딸 셋이 예쁘게 자라니 기뻐요

9쪽


그렇게 밝았던 눈도 침침해지고

→ 그렇게 밝던 눈도 어둡고

20쪽


새빨간 마고자 빛깔의 꽃이었어요

→ 새빨간 마고자빛 꽃이에요

2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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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붕붕어 인생그림책 35
권윤덕 지음 / 길벗어린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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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11.18.

그림책시렁 1502


《행복한 붕붕어》

 권윤덕

 길벗어린이

 2024.6.5.



  저는 1994년까지는 인천사람으로 살고, 1995년부터 2004년까지는 서울사람으로 살다가, 2006년까지 충주사람으로 살고,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다시 인천사람으로 살고서, 2011년부터 전남 고흥 시골사람으로 살아갑니다. 어버이집을 떠난 뒤부터 거의 해마다 살림집을 옮겼는데, 시골사람으로 지내기로 하면서 “이제는 고이 고요히 뿌리내리는 하루를 그리자”고 여겼어요. 《행복한 붕붕어》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하고 달포쯤 망설였습니다. 그냥그냥 인천이나 서울에 남아서 언제나 부릉부릉 매캐한 소리와 냄새에 시달려서 고달픈 몸이었다면 이렁저렁 포근하게 줄거리를 엮는다고 느낄 만하지만, 시골에서 곁님하고 아이들이랑 수수하게 숲빛으로 물드는 살림을 그리면서 천천히 짓는 눈으로 보자면 너무 철없고 억지스럽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제가 아이들하고 인천·서울처럼 큰고장에 남았더라도 이 그림책을 반기지 않았겠다고 느껴요. 왜냐하면 저는 큰고장에서도 늘 걸어다니고 아이하고 골목꽃과 골목나무와 골목새랑 동무하면서 별바라기를 했을 테니까요. 서울살이가 고달프다면, 서울내기 스스로 서울을 안 버리고 시골로 안 간 탓입니다. 그리고 서울을 들숲바다로 갈아엎는 길에 스스로 조그맣게 씨앗을 심는 일을 안 하는 탓이에요. 그림책이건 글책이건 ‘행복’이라는 일본스런 한자말을 굳이 붙일 적에는 오히려 “안 즐겁고 안 기쁘다”를 훅 드러낸다고 느껴요. 행복을 찾지 마셔요. 풀씨를 심고, 나무 곁에 서면 그만입니다.


ㅅㄴㄹ


《행복한 붕붕어》(권윤덕, 길벗어린이, 2024)


먼 길을 떠날 작정이에요

→ 먼길을 떠나려 해요

→ 먼길을 떠날 참이에요

2쪽


힘차게 땅 위로 첫발을 내딛었어요

→ 힘차게 땅으로 첫발을 내딛어요

6쪽


중력을 버텨내고 아가미를 펄떡이며

→ 끌힘을 버텨내고 아가미를 펄떡이며

6쪽


냉랭한 기운이 등뼈 속으로 스며듭니다

→ 등뼈가 시립니다

→ 등뼈까지 춥습니다

7쪽


얼어 버리기 전에 목적지에 도착해야 해요

→ 얼어버리기 앞서 닿아야 해요

→ 얼어버리기 앞서 가야 해요

7쪽


오랫동안 준비한 일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는 없어요

→ 오랫동안 살핀 일이니 물거품이 될 수는 없어요

7쪽


횡단보도 끝에 붕어빵 노점이 보여요. 붕붕어는 사람들이 건널 때를 기다렸다가 노점을 향해 달렸어요

→ 건널목 끝에 붕어빵집이 보여요. 붕붕어는 사람들이 건널 때를 기다렸다가 달려요

9쪽


노점 안은 훈훈했어요

→ 길가게는 따뜻해요

→ 가게는 따스해요

13쪽


조리대 위에 올라가 붕어빵 만드는 도구를 면밀히 살폈어요

→ 도마에 올라가 붕어빵 굽는 틀을 살펴요

→ 도마판에 올라가 붕어빵틀을 살펴요

13쪽


손님이 많아져요

→ 손님이 늘어요

→ 손님이 북적여요

15쪽


온몸을 요동치며 힘차게 튀어 올라 팥소 안으로 파고들었어요

→ 온몸을 흔들며 힘차게 튀어올라 팥소로 들어가요

17쪽


주걱 위에 잘 올라타야 하는데

→ 주걱에 잘 올라타야 하는데

17쪽


저기 8호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겠어

→ 저기 여덟째로 들어가야겠어

17쪽


주걱 위에 온전히 올라탔어요

→ 주걱에 잘 올라탔어요

→ 주걱에 제대로 올라탔어요

19쪽


날 선 칼날을 간신히 피했어요

→ 칼날을 겨우 비켜요

19쪽


깊은 강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어요

→ 냇물로 깊이 빨려들어가는 듯해요

22쪽


수많은 기억이 스쳐 지나갔어요

→ 숱한 얘기가 스쳐 지나가요

→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가요

22쪽


그녀가 아픈 강물을 어루만졌어요

→ 아픈 냇물을 어루만져요

23쪽


발이 단단해졌어요

→ 발이 단단해요

27쪽


노점 주인을 찾아가 오랜 꿈을 이룰 거야

→ 가게지기를 찾아가 오랜 꿈을 이뤄야지

28쪽


오랫동안 준비한 일을 시작해요

→ 오랫동안 생각한 일을 해요

→ 오랫동안 헤아린 일을 벌여요

29쪽


발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어요

→ 발을 또렷하게 새겼어요

→ 발무늬가 뚜렷해요

32쪽


붕붕어빵들만 거치대에 쌓였어요

→ 붕붕어빵만 받침에 쌓여요

→ 붕붕어빵만 받이에 쌓여요

33쪽


푸른 하늘 투명한 햇살

→ 파란하늘 맑은 햇빛

35쪽


다시 굵어진 눈발 사이로

→ 다시 굵은 눈발 사이로

38쪽


이제 많은 사람들을 만날 거예요

→ 이제 여러 사람을 만나요

→ 이제 사람들을 만나지요

3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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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한테 가고 싶은 날 - 박희정 그림일기
박희정 지음 / 꿈꾸는늘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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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11.18.

그림책시렁 1504


《엄마한테 가고 싶은 날》

 박희정

 꿈꾸는늘보

 2022.10.20.



  저는 어릴 적에 으레 어머니 곁에서 집안일을 도우면서 모든 심부름을 맡았는데, 우리 어머니도 아버지도 언니도 날마다 저를 실컷 때렸습니다. 세 분은 저마다 그날그날 힘겹고 고단하면서 바깥에서 시달린 응어리에 생채기에 멍울을 막내한테 주먹질로 고스란히 풀어내었다고 느껴요. 언제나 말없이 얻어맞으면서 울었습니다. 열다섯 살에 이르러 드디어 어머니 손목과 몽둥이를 붙잡고서 힘으로 버티었어요. 지난날을 살던 분 가운데 엄마아빠한테 안 얻어맞은 분을 더러 만나지만, 웬만한 사람들은 날이면 날마다 신나게 두들겨맞으면서 컸습니다. 이밖에도 엄마아빠한테 시달린 사람은 수두룩하겠지요. 《엄마한테 가고 싶은 날》은 그림님이 엄마한테 맺힌 응어리가 있어서 웬만해서는 말도 안 섞지만, 다른 한켠으로는 엄마한테 기대고픈 마음을 담습니다. 다만, 엄마하고 어떤 응어리가 있는지는 좀처럼 암말도 안 하네요. 그러나 바로 이 응어리부터 밝혀야 합니다. 이 응어리를 안 밝히면 앞으로도 그대로 갈밖에 없어요. 두루뭉술하게 “좋은 게 좋아” 하는 물결을 타려고 하면, 그림님도 어머니도 아무런 실타래를 못 풀고 오히려 더 엉킵니다. 글하고 그림으로 엮는 그림책은 부드럽게 스스럼없이 아이 곁에서 모두 풀 수 있는 빛꾸러미예요.


+


《엄마한테 가고 싶은 날》(박희정, 꿈꾸는늘보, 2022)


지금껏 엄마에게 내놓지 못한 저의 속마음이 담겨 있어요

→ 이제껏 엄마한테 내놓지 못한 제 마음을 담았어요

3쪽


수도 없이 떠올랐던 엄마에 대한 생각을 적은 글이에요

→ 숱하게 떠오른 엄마 이야기를 적었어요

→ 엄마가 숱하게 떠올라서 글을 적었어요

4쪽


나도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 오래인데, 지금도 여전히 엄마가 그립고 필요합니다

→ 나도 아이 엄마가 된 지 오래인데, 아직 엄마가 그리워요

6쪽


오래 화내고 싶은데 자꾸 겁이 난다

→ 오래 부아내고 싶은데 자꾸 두렵다

16쪽


좋아하는 브랜드지만 부담되는 가격 때문에 평소에는 매장을 둘러보지도 못하는 곳이다

→ 좋아하는 곳이지만 비싼값 대문에 그동안 가게를 둘러보지도 못했다

26쪽


평생 가난한 나의 부모

→ 내내 가난한 엄마아빠

28쪽


글방 선생님들과 식사를 하기로 한 날이다

→ 글집 어른들과 밥을 먹기로 한 날이다

46쪽


서른의 엄마가 나를 낳은 날

→ 서른줄 엄마가 나를 낳은 날

→ 서른살 엄마가 나를 낳은 날

5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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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들꽃내음 작은책집 (2024.11.16.)

― 서울 〈나무 곁에 서서〉



  서울은 사람이 많습니다. 일본 도쿄에 대면 아무것이 아닐 테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붐빕니다. 서울은 땅밑도 북적이고, 땅거죽도 물결칩니다. 사람도 그득할 뿐 아니라, 쇳덩이가 너울거립니다. 그러나 이런 서울 한복판에도 부채나무가 자라고, 비둘기나 까마귀나 까치가 내려앉습니다. 한때 참새가 꽤 있던 서울인데 참새는 확 줄었습니다. 오가는 사람이 미어터지고 길바닥에는 쇳덩이가 끝없이 밀어대는 터라, 살짝 쪼그려앉아서 들꽃하고 눈을 마주하다가는 다른 사람들이 싫어합니다. 왜 ‘길막’이냐고 손가락질을 하거나 막말을 퍼붓기도 합니다.


  귀퉁이로 물러서다가, 담벼락에 붙다가, 안골목으로 깃들어 하늘을 보려고 하는데 파랗게 일렁이던 무늬도, 짙게 덮던 구름도, 가늘게 내리던 빗방울도, 모조리 가로막는 서울길이에요. 그렇지만 바로 이런 서울이기 때문에 “숨막히는 새까만 서울”이 아닌 “숨틔우는 산뜻한 서울”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눈길과 손길과 발길과 글길과 숲길도 조금조금 싹틉니다.


  혼펴냄터를 일구는 ‘스토리닷’ 지기님하고 ‘세나북스’ 지기님이랑 서울 노고산동 〈숨어있는 책〉으로 책마실을 다녀옵니다. 〈글벗서점〉도 들르고 싶지만, 〈나무 곁에 서서〉로 건너와야 하기에 다음으로 미룹니다. 세 사람은 뚜벅이입니다. 뚜벅뚜벅 걸으며, 거님길과 땅밑길에서 온갖 사람들한테 밀리기도 하고 밟히기도 하면서, ‘남’이 아닌 ‘나’를 바라보면서 수다를 잇습니다.


  올해 2024년에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라는 이름을 붙인 책을 써내었습니다. 이런 줄거리로 하나쯤 이야기꾸러미를 여미려고는 생각했지만 올가을에 짠 태어날 줄 몰랐습니다. 2024년 1월에는 《우리말꽃》을 내놓고, 11월에는 《들꽃내음 작은책집》을 내놓으면서, ‘낱말지기(사전편찬자)’로서 걸어온 길살림 가운데 서른 해 이야기를 두 갈래로 추려서 선보인 셈입니다.


  지난 1994년에는 “설마 내가 책을 쓸까?” 싶었지만, 1993년 푸름이(고3)로 지내던 무렵 리영희 님 책을 읽으면서 “리영희 님은 1줄을 쓰려고 책 7자락을 읽는다고 했으니, 나라면 1줄을 쓰려고 책 100자락을 읽자”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1줄을 꾸리려고 책 100자락을 품는 살림길을 걷는다면 내 이름을 내건 책을 선보일 수 있으리라 여겼고, 어느새 이 글길을 천천히 나아갑니다.


  이름종이(면허증·자격증) 없이 걷는 이웃이 늘고, 작은종이에 노래를 적으면서 동무하고 두런두런 하루를 사랑하는 이웃이 늘기를 바랍니다. 시골이며 들숲에서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들꽃내음을 맡으면서 작은책집을 사랑하는 이웃을 그립니다.


ㅅㄴㄹ


《도시인들을 위한 비둘기 소개서》(조혜민, 집우주, 2024.9.9.첫/2024.10.10.2벌)

《굴뚝 이야기》(리우쉬공/김미홍 옮김, 지양어린이, 2019.8.12.)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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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4.11.17. 좋아한다면



  네가 나를 좋아한다면, 그저 나를 좇으면서 좁은 마음으로 서지 마. 너는 너이고, 나는 나야. 나를 좇아다니면, 넌 어느새 나를 쫓아내고 싶은 마음이 싹트지. 누구를 좋아하려면, 어느 누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안 좋아해야 할 텐데, 이러다 보면 넌 저절로 좁은눈으로 둘레를 보다가, 네가 좋아한다고 여기는 사람마저 좁게 가둘 뿐 아니라, 너부터 스스로 좁은울(좁은울타리)에 가두고 말아.


  네가 나를 좋아한다면, 너는 나를 지켜보고 돌아보고 들여다볼 뿐 아니라, 둘레를 보고 살피는 눈썰미여야 해. 온누리를 둘러보고 살펴보고 헤아리고서 다시 나를 볼 노릇이고, 네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아야 하지. 누구나 마찬가지야. 누구를 좋아하기까지 좁히거든. 덜 좋아하는 사람을 추리고, 안 좋아하는 사람을 솎고, 그냥저냥 좋은 사람을 빼기에, 마침내 좋아하는 딱 한 사람을 찾게 마련이야. 이렇게 딱 한 사람을 좋아하다 보면, 어느 날에는 이이보다 더 좋아할 만한 사람이 나타나지. 이때에 너는 예전부터 좋아하는 누구하고 새롭게 좋아하는 누구를 맞대게 마련이야. 이러면서 더 좋아하는 사람한테 끌리고, 이러면서 예전부터 좋아하던 사람보다 이제 더 좋아하는 사람한테 끌려간단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 일은 안 나빠. “안 나쁘”니까 ‘좋다’고 여기지. 그래서 누구를 좋아하는 마음은 언제나 흔들려. 언제 어느 곳에서 ‘더’ 좋아할 만한 사람이 나올는지 모르거든. 누구를 좋아하다 보면 끝없이 “좋은사람 갈아타기”에 휩쓸려. 그래서 너한테 한 마디를 할게. 어느 누구도 좋아하지 않기를 바라. 어느 누구나 사랑하기를 바라. 그저 온누리를 사랑하는 마음이기를 바라. 너는 풀밥(채식·비건)을 한다면서 고기를 안 먹으려고 하는구나. 헤엄이도 소도 닭도 돼지도 목숨을 빼앗길 적에 아프다고 여기지. 그렇다면 풀은 안 아플까? 열매는 안 아플까? 쌀이나 밀은 안 아파할까? 풀죽임물을 뿌려댈 적에 논밭 낟알은 안 괴로울까? 비닐을 덮을 적에 푸성귀는 안 괴롭고 안 아프고 안 답답할까?


  좋아하지 말고 사랑하기를 바라. 풀밥을 먹든 고기밥을 먹든, 우리는 늘 다른 숨결을 고맙게 받아들이는 살림이야. ‘살림’이란 말이지. 그러니까 풀 한 포기한테 “너를 사랑해” 하고 속삭이면서 반갑게 맞아들일 일이야. 그래서 고기 한 조각한테 “너를 사랑해” 하고 노래하면서 기쁘게 받아들일 일이야. 능금도 배도 복숭아도 포도도 마찬가지인데, 사랑이 없는 채 풀밥을 먹는 사람이 손에 쥐면 바르르 떤단다. 아니? 느끼니? 사랑이 없는 채 “나는 채식주의야! 나는 비건이야!” 하고 외치는 사람 앞에서 밀알도 쌀알도 부들부들 떨어. 무서워한단다.


  넌 ‘좋아하는 글님’이 있는 탓에 좋아하는 그 사람 책은 잔뜩 읽지만, 막상 네 마음을 북돋우고 가꾸는 길에 이바지할 ‘네가 안 좋아하는 글님’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네. ‘좋은책’에 파묻히면 ‘아름책’을 놓쳐. ‘좋은책’만 읽으면 ‘사랑책’을 밀쳐내더라. ‘좋은책’에 얽매이는 탓에 ‘마음책’도 ‘살림책·삶책’도 ‘숲책’도 아예 손조차 안 대고 마네.


  부디 이제는 ‘좋아하기’를 매듭짓고서 부드럽게 내려놓기를 바라. 책도 글도 좋아하지 않기를 바라. 이쪽도 저쪽도 좋아하지 않기를 바라. 왼날개도 오른날개도 아닌, 두날개이자 온날개로 하늘을 훨훨 날면서 나비하고 춤추고 새하고 노래하는 사랑으로 피어나기를 바라. 우리는 사랑일 적에 환하게 웃으면서 만날 수 있어. 우리가 서로 사랑이라면 손을 안 잡고 걸어도 즐거워. 우리가 서로 사랑이라면 아무리 먼곳에서 떨어져서 일하더라도 한마음이야. 우리가 서로 사랑이라면 “나만 쳐다봐!” 같은 말을 안 하겠지. ‘사랑앓이’란 없어. ‘좋음앓이’일 뿐이야. 좋음앓이는 ‘좁음앓이’로 뻗고, 어느새 ‘종살이’에 ‘종굴레’로 치닫는단다.


  다시 말하지만, 이제 좋아하지 마. 아무도 좋아하지 마. 그저 모두를 사랑하기를 바라. 누구보다 너 스스로 사랑하기를 바라. 네가 너부터 스스로 사랑하는 마음일 적에 비로소 눈을 뜨고 귀를 열고 마음을 틔울 수 있어. 온사랑이기에 온사람이고, 온빛이면서 온하루를 누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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