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미네 포도
후쿠다 이와오 그림, 미노시마 사유미 글, 양선하 옮김 / 현암사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착한 네 살 어린이와 어머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85] 후쿠다 이와오·미노시마 사유미, 《사유미네 포도》(현암사,2002)


 네 살 어린이는 동무나 이웃이랑 먹을거리를 얼마나 알뜰살뜰 나누어 먹을 수 있을까요. 네 살 어린이와 함께 살아가는 어버이가 동무나 이웃이랑 먹을거리를 나누어 먹는 삶결 그대로 네 살 어린이 또한 똑같이 나누어 먹을까요.

 네 살 어린이는 무슨 노래를 즐겁게 부를까요. 네 살 어린이하고 함께 지내는 어버이가 언제나 즐거이 부르는 노래를 즐거이 부를까요.

 네 살 어린이는 제 입에 맛나다 여기는 밥이 있을 때에 어떻게 하나요. 혼자 먹어치우나요, 동무나 어버이나 이웃이나 둘레 사람을 불러 조금씩 나누어 먹는가요.

 네 살 어린이가 읊는 말은 한 살 적부터 배운 말인가요, 머리속에 깃들던 말인가요, 네 살까지 살아오며 둘레 어버이와 어른과 동무가 들려주던 말인가요.


.. 그렇지만, 뭐 친구들도 모두 놀러 와도 돼! 사유미네 포도, 조금씩은 나눠 줄 수 있으니까! ..  (29쪽)


 그림책 《사유미네 포도》(현암사,2002)를 읽습니다. 아버지가 읽기 앞서, 어머니랑 네 살 딸아이가 함께 읽습니다. 올들어 포도 구경을 아직 못 했다고 생각하는데, 시골집에서 살아가지만 이제 겨우 한 해밖에 안 되었으니 밭가에 심은 살구나무에서 꽃이 피기도 멀고, 포도나무는 이듬해에나 심을 수 있을 듯하며, 읍내 과일집에서 사다 먹는 수밖에 없습니다. 포도를 이야기하는 그림책을 읽으며 포도를 나누어 먹지 못하니 서운하지만, 비가 그치면 네 살 딸아이를 자전거수레에 태워 읍내에 다녀오기로 하고, 나중에 포도맛을 즐기자 생각하며 《사유미네 포도》를 읽습니다.


.. 가장 많이 먹은 건 곰이에요. 말랑말랑 반들반들한 포도를 꿀꺽! 먹어 버렸어요 ..  (23쪽)


 그림책 《사유미네 포도》는 네 살 어린이가 글을 썼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어린이 사유미도 네 살일까 궁금한데, 노는 모습을 보면 네 살인 듯하고, 다섯 살이나 여섯 살일 수 있습니다. 아무튼 유치원에도 다니는 사유미요, 다람쥐와 새와 곰이 포도나무 포도를 깊은 밤에 슬쩍 따먹는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유미입니다.

 그림책 겉을 보면 줄거리가 어떻게 될는지 훤히 헤아릴 만합니다. 사유미는 곰이랑 다람쥐랑 새랑 포도덩쿨 밑에 둘러앉아 서로서로 조금씩 포도를 나누어 먹습니다. 그런데, 그림책 겉그림이랑 속그림이 조금 다릅니다. 어쩌면, 잘못 앉혔을 수 있고, 일본에서 나온 책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릅니다만, 사유미는 ‘머리 왼쪽을 고무줄로 묶었’습니다. 그림책을 펼치면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나와요. 그런데 겉그림은 거꾸로입니다. 29쪽에 모두 나오는 그림에서는 곰이 사유미 왼쪽에 앉습니다. 겉에서는 사유미 오른쪽에 앉아요. 왜 이렇게 뒤집어졌을까 궁금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뒤집힌 그림은 그림책을 읽으며 그닥 걸리적거리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살피면서 받아들일 마음은 주렁주렁 달린 포도송이를 올려다보며 어머니 말씀을 듣고 얌전히 기다린 착한 사유미 삶입니다.


.. 날이 더워졌어요. 포도가 보랏빛을 띄었어요. 이제 먹어도 돼요? 조금 더 기다리자꾸나. 단맛이 들 때까지. 엄마가 말씀하셔서 더 기다렸어요 ..  (10쪽)


 그림책을 보면 사유미만 나오고 사유미네 어머니는 나오지 않습니다. 어머니는 목소리로만 나옵니다. 포도덩쿨 둘레에서 사유미랑 사유미네 어머니랑 함께 손을 잡고 포도송이를 올려다보거나 가까이에서 냄새를 맡는다거나, 포도잎을 만진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어머니는 사유미랑 포도꽃을 함께 들여다보지도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느 모로 보면, 이렇게 사유미만 나와서 날씨에 따라 옷차림이 바뀌거나 노는 모습이 달라지는 그림을 넣는 얼거리도 예쁘장하면서 좋지만, 곁에서 어머니가 뜨개질을 하든 밥을 하든 청소를 하든 동생을 돌보면서 젖을 물리든, 어머니가 함께 나와 일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에 한결 아름답지 않겠느냐 싶습니다. 조금 더 ‘사람 사는 이야기 맛과 멋’을 펼칠 수 있지 않느냐 싶어요.

 어찌 보면, 마리 홀 에츠 님 그림책 《숲속에서》처럼, 어린이가 바라보는 누리는 어린이 눈길로 바라보는 누리일 뿐, 어른들 눈길로는 바라보지 못할 수 있어요. 사유미는 포도가 익는 모습을 눈으로 바라보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혀로 군침을 흘립니다. 사유미네 어머니는 똑같은 어른인 탓에 멀찍이 떨어져 ‘머리로 날짜를 어림’하면서 더 기다리자고만 말한다 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는 곰이랑 둘러앉아 포도를 나누어 먹자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어머니는 직박구리나 종달새나 꾀꼬리하고 포도를 나누어 먹자고 꿈꿀 수 있을까요. 어머니는 다람쥐와 멧쥐와 들쥐하고 포도를 나누어 먹자고 그릴 수 있을까요.

 사유미네 어머니는 사유미한테 “포도는 내년에도 또 열릴(27쪽)”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사유미는 “그럼 그땐 내가 먼저 실컷 먹(27쪽)”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러나, 사유미는 “너무 슬퍼서 그만 눈물이 핑그루루(25쪽)” 흘렀는걸요.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다시 기다렸는데, 기다린 사유미한테 돌아온 포도송이란, 짐승들이 먹다 남은 찌끄레기인걸요.

 사유미는 착한 아이입니다. 어머니 말씀을 잘 듣기에 착한 아이가 아닙니다. 소담스레 익은 굵직한 포도알을 누가 요렇게 얌체처럼 먹었는지 훤히 알지만, 모두들 불러 이듬해에 함께 나누어 먹자고 생각하기에 착한 아이입니다. 사유미는 예쁜 아이입니다. 해마다 고맙게 포도알을 맺어 나누어 주는 포도나무를 살포시 쓰다듬을 줄 아는 예쁜 아이입니다.

 사유미네 어머니도 사유미만 한 나이였을 때에, 이렇게 사유미처럼 생각하고 꿈꾸며 눈물을 짓다가는 밝게 웃었을까요. (4344.7.29.쇠.ㅎㄲㅅㄱ)


― 사유미네 포도 (후쿠다 이와오 그림,미노시마 사유미 글,양선하 옮김,현암사 펴냄,2002.7.20./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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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속에 숨은 약초
김형찬 지음 / 그물코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좋은 풀’ 먹기, 풀 먹고 ‘좋게 살기’
 [환경책 읽기 31] 김형찬, 《텃밭 속에 숨은 약초》



- 책이름 : 텃밭 속에 숨은 약초
- 글·사진 : 김형찬
- 펴낸곳 : 그물코 (2010.11.30.)
- 책값 : 18000원



 (1) 풀씨


 밭에서 기르는 푸성귀는 잎이 여립니다. 밭에서 거두는 푸성귀는 잎이 보드랍습니다. 사람들이 밥상에 올리는 푸성귀는 달근합니다.

 여느 들이나 벌이나 멧자락에서 사람 손을 타지 않으며 씨를 내고 뿌리를 내리며 잎을 틔우는 풀은 잎이 여리지 않습니다. 잎이 보드랍지 않고, 사람 혀에 썩 달근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길러서 먹는다는 푸성귀는 사람 손길을 타며 조금씩 달라졌을 테고, 따로 씨앗을 사고팝니다. 유전자를 건드리는 씨앗이 많습니다.

 여느 들이나 벌이나 멧자락에서 사람 손을 타지 않으며 자라는 풀은 해마다 어김없이 새로운 풀씨를 내지만, 이 풀씨를 받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 풀을 없애려고 사람들이 숱하게 약을 치거나 낫질을 하거나 호미질을 하거나 쟁기질을 한다지만, 이 풀은 이듬해에 틀림없이 다시 납니다.

 사람들이 냉이 씨앗을 뿌릴 일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질경이 씨앗을 뿌릴 까닭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며느리밑씻개 씨앗을 뿌리지 않아요.


.. 감은 성질이 차갑기 때문에 열을 내려주고 갈증을 멎게 합니다. 또한 단맛으로 음식 맛을 나게 하지만, 지나치게 먹으면 탈이 나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감의 차가운 성질을 다스리기 위해 불에 말리거나 볕에 말려서 쓰는데, 매실을 말려 오매나 백매로 쓰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 그 오얏나무가 자두나무라는 것을 안 것은 그 이야기를 읽고 한참 뒤의 일이었습니다 ..  (25, 139쪽)


 시골 들판이나 멧자락에서 자라는 풀 가운데 이름이 붙지 않은 풀이란 거의 없습니다. 옛사람은 들판과 멧자락에서 자라는 풀을 알뜰히 알아야 살아갈 수 있었고, 흔한 풀이든 드문 풀이든 어디에 어떻게 쓰며, 맛이나 냄새를 옳게 알아야 살림을 꾸릴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들판과 멧자락에서 자라는 풀을 거의 모릅니다.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 식구가 시골로 보금자리를 옮겨서 살아간다지만, 들판을 가득 채우는 풀마다 무슨 풀인지 낱낱이 가리지 못합니다.

 그러나, 풀이름이 무엇인지 욀 수 있대서 풀을 아는 일이 아닙니다. 풀이름은 모르더라도 이 풀을 먹으면 맛이 어떻고 내음이 어떠하다고 느낄 수 있어야 풀을 안다 할 만합니다. 풀을 즐겨 뜯고 즐겨 먹을 때라야 비로소 풀을 안다 할 만해요.

 아무개 이름이 무엇이라 욀 수 있대서 아무개를 알지 않습니다. 아무개 나이를 어림하거나 아무개가 다닌 학교를 왼대서 아무개 삶을 알지 않습니다. 아무개 얼굴이나 몸짓이나 매무새를 들여다본대서 아무개 넋이나 얼을 알지 못합니다. 겉으로 바라보거나 살피는 일이랑 속으로 사귀거나 어깨동무하는 일은 사뭇 다릅니다.


.. 밭 한구석에 무성하게 자라는 쇠무릎을 다른 작물들 못 자라게 한다고 뽑아버리곤 했는데, 어머니께 말씀드려 한쪽에 키워 무릎과 허리 아픈데 차나 약술로 쓰시도록 했습니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장부의 기능이 약해지고 이에 따라 뼈와 근육도 약해집니다. 무릎과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는 어르신들에게 쇠무릎 약차와 약술을 드시게 하면 좋겠습니다 … 약재로 쓰는 (개나리) 열매껍질은 옛 기록처럼 오래된 나무에서만 열리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열에 한 그루 정도가 열릴 정도로 귀하기 때문에, 지금 쓰이는 개나리 열매껍질은 거의 중국에서 들어온 것이라고 합니다 ..  (34, 100쪽)


 “잡초는 없다”라는 이름을 걸며 책을 내놓은 분이 있습니다. “잡초는 없다”라는 말은 어느 한편으로 보면 맞습니다. 그렇지만, 제대로 된 말이라거나 옳게 읊는 말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아무 풀(잡풀)’이든 ‘아무 사람(잡사람)’이든 따로 없습니다. 다 다른 목숨이면서 다 다른 빛깔인 풀이요 사람입니다. 온누리에 다 다른 학교는 다 다른 빛깔대로 아름답습니다. 학력평가를 해서 학교마다 등급이나 점수를 매길 수 없습니다. 사람들 돈벌이를 헤아려 누구는 1등급이고 누구는 100등급라고 나눌 수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잡초는 없다”가 아니라 “풀이 있다”라고 말해야 알맞습니다. “사람이 있다”라고 말해야 올바릅니다. “다 풀이야”입니다. “모두 사람이에요”입니다.

 사랑 아닌 삶이란 없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삶은 사랑입니다. 모든 사람은 사랑입니다. 모든 풀은 고마운 목숨이고, 모든 풀은 고마운 밥이며, 모든 풀은 고마운 동무입니다. 사람들은 풀과 함께 살아가고, 사람들이 숨을 거두면 풀씨가 더욱 기운이 나게끔 흙으로 돌아가 거름 구실을 합니다. 대통령도 한 사람 몫 거름입니다. 임금님 또한 한 사람 몫 거름입니다. 흙일꾼이든 고기잡이이든 똑같이 한 사람 몫 거름입니다. 대통령도 밥 한 그릇으로 배가 부르고, 임금님도 밥 한 그릇으로 배가 부릅니다. 흙일꾼이든 고기잡이이든 똑같이 밥 한 그릇으로 배가 부릅니다.


.. 대부분의 가을걷이를 마친 밭의 색은 흙색입니다 ..  (433쪽)


 풀씨는 목숨씨입니다. 풀씨는 삶씨입니다. 풀씨는 흙씨이면서 사람씨가 되는 사랑씨입니다.


 (2) 사람씨


 《텃밭 속에 숨은 약초》(그물코,2010)를 읽습니다. 책이름 그대로 텃밭에 깃든 약풀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사람 몸을 살리는 풀이란 어디 멀미던 두메에 깃들지 않고, 바로 내 살림집 곁에 있는 여느 밭자락에서 자란다고 이야기합니다.

 더없이 옳습니다. 굳이 멀리까지 찾아나서야 할 약풀이 아닙니다. 풀마다 쓰임새가 어떠한가를 가만히 살피면서 하나하나 받아들이면 약풀 아닐 풀이란 한 가지조차 없습니다. 모든 풀은 저마다 달리 쓰임새가 있습니다.


.. 어린 시절을 온통 시골에서 지낸 저는 자연에서 참 많이 배웠습니다. 초등학교 때 실습이나 방학숙제도 늘 주위를 둘러싼 논과 밭 그리고 산에서 대부분 해결했습니다 … 지금 아이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버스 타고 학원에 가지만,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수업이 끝나면 집에다 책가방 벗어 놓고 나가 노는 게 일이었습니다 ..  (53, 185쪽)


 풀을 먹는 짐승은 온갖 풀을 골고루 뜯어서 먹습니다. 겨울에는 어쩔 수 없이 ‘말린 풀’이나 다른 먹이를 먹지만, 봄부터 온 들판과 멧자락을 신나게 누비며 온갖 풀을 뜯어서 먹습니다.

 풀을 먹는 짐승은 풀마다 맛과 내음과 쓰임이 어떠한가를 익히 압니다. 풀을 먹는 짐승이니까 풀을 모를 수 없고, 풀을 몰라서 안 됩니다.

 오늘날 여느 사람들은 풀마다 맛과 내음과 쓰임이 어떠한가를 아주 모릅니다. 저 또한 참말 모릅니다. 왜냐하면 어릴 적부터 풀맛과 풀내를 옳게 배운 적이 없을 뿐더러, 밥상에 올리는 여느 풀을 제대로 듣거나 보거나 살핀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풀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회사나 공공기관에서 풀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신문이나 방송이나 인터넷에서 풀을 다루지 않습니다. 풀을 먹으면서도 ‘풀먹기’를 말하지 않고 온통 ‘채식(菜食)’입니다. 이제는 ‘베지테리안’이라고 읊는 사람까지 있습니다.

 막상 풀을 먹어도 풀을 모릅니다. 애써 풀을 먹지만 풀을 알려 하지 않습니다. 고기에 곁들여 풀을 먹는들 풀맛을 헤아리지 않습니다. 나물을 하거나 김치를 하더라도 어떠한 풀이 우리한테 고마운 목숨으로 찾아드는가를 깨닫지 않습니다.


.. 아주 가까운 곳만 돌아봐도 모르는 것이 많고, 세심히 살피면 일상은 신기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요즘 텃밭을 나다니며 새삼 느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일은 지금 달래장과 돌나물, 시금치나물이 밥상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 쇠비름 사진을 찍는데, 따라나오신 어머니께서 그 옆에 있는 풀을 가리키며 참비름이라고 하십니다. 줄기는 쇠비름과 비슷한데 색이 다르고 잎 모양과 꽃도 다릅니다 ..  (215, 282쪽)


 《텃밭 속에 숨은 약초》를 곰곰이 읽습니다. 책이름처럼 텃밭에 깃든 약풀을 이야기한달 수 있는 한편, 약풀이란 텃밭이든 너른 밭이든 들판이든 멧자락이든 똑같이 골고루 마음껏 자라니까, 그냥 ‘약이 되는 풀’을 이야기한달 수 있습니다.

 개나리라든지 오얏이라든지 살구는 ‘텃밭에 깃드는 약풀’이 아닙니다. 곧, 한의학에서 약으로 삼는 풀과 나무와 열매를 골고루 이야기하는 책인 《텃밭 속에 숨은 약초》입니다. 그래서 백 가지에 이르는 ‘약이 되는 풀과 나무와 열매’가 어떻게 사람 몸에 좋거나 도움이 되는가를 다룹니다. 풀에 얽힌 옛이야기랑 풀이름에 맺힌 옛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줍니다.


.. 상업적 목적이건 언론에서 조명을 받아서건 여름날 소나기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건강식품들의 유행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그럼 30년 뒤에도 사람들에게서 사랑받을 건강식품의 트렌드는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  (354쪽)


 책을 덮습니다. 텃밭을 예쁘게 일구고, 텃밭에서 예쁘게 풀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책을 덮으며 생각합니다.

 이러한 책처럼 텃밭을 일구려는 사람은 무척 적습니다. 시골사람이 아니고서는 텃밭일 일구지 않습니다. 도시에서 꽃밭이나 마당을 두더라도 텃밭을 일구는 사람은 드뭅니다. 아니, 도시에서는 자동차를 둘 자리를 마련해야지, 텃밭을 마련하지 않습니다. 도시에서는 드넓은 터에 자동차를 빽빽하게 세웁니다. 도시에서는 드넓은 터를 자동차가 바삐 오가는 아스팔트길로 바꿀 뿐입니다.

 도시에는 드넓은 숲공원이나 놀이공원이 있습니다. 도시에는 드넓은 논이나 밭이 없습니다. 도시에는 드넓은 쇼핑센터나 백화점이나 할인매장이 많습니다. 도시에는 조그마한 텃밭이든 널따란 밭자락이든 없습니다. 도시에서는 자동차로 오가야 할 뿐, 두 다리나 자전거로 오갈 만하지 않습니다. 도시에서 자라는 나무는 손바닥만 한 좁은 땅뙈기에 겨우 뿌리를 내립니다. 도시에서는 흙을 밟을 일이 없고, 풀포기가 예쁘게 고개를 내밀기 벅찹니다.

 도시가 나쁘고 시골이 좋다는 소리가 아닙니다. 사람들 스스로 풀을 먹으면서도 풀이 자랄 터를 곱게 마련하거나 즐거이 내주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오직 돈을 벌고, 사람들은 그저 돈을 쓸 뿐입니다.

 좋은 풀을 먹는대서 좋은 사람이 되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려 하면서 풀 한 포기 사랑하는 마음밭이 되어야 합니다. (4344.7.29.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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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1-07-29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가지고 있는데 참 좋더군요.
나무를 베어 만드는 게 아깝지 않은 책이란 이런 걸 두고 하는 얘기 같더군요.

그쵸, 같은 물을 먹어도 소는 우유를 뱀은 독을 만드니까 말이죠~^^

파란놀 2011-07-30 06:45   좋아요 0 | URL
괜찮은 책이라고는 느끼지만
그렇게까지 좋은 책이라고는 느끼지 않아요.

왜냐하면, '텃밭 속에 숨은 풀'이란
텃밭에서 자라는 모든 풀을 골고루 먹으면
약이고 밥이고를 따지지 않아도
내 몸이 튼튼해진다는 뜻이고,
참말 이와 같거든요.

이래저래 따지거나 알지 않더라도
그저 풀과 열매와 꽃 모두
고스란히 받아들이면
모두 고마운 목숨이에요.

이 책에서는 이 대목을 살짝 건드릴 듯하다가
그예 다루지 못하고 말아서,
아쉽지만 별을 셋만 붙였답니다...

뱀을 나쁘게 보시면 안 돼요.
뱀을 나쁘게 보는 사람이 나쁩니다......
 



 아이들한테 책 읽히는 어머니


 둘째가 찡얼거린다. 첫째는 칭얼거린다. 둘째를 돌보던 어머니가 첫째가 건넨 그림책을 받는다. 두 아이가 드러누워 함께 책을 들여다본다. 두 달을 조금 지난 갓난쟁이가 무슨 책을 알까 싶지만, 어머니랑 누나가 곁에 누워서 좋은지 고개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하면서 좋아한다. 어머니랑 누나가 어느 한쪽을 들여다보니 저도 책을 읽는 듯 들여다본다. 책을 읽을 때에는 혼자 읽고 혼자 삭인다. 책을 읽힐 때에는 서로 읽고 함께 받아들인다. (4344.7.28.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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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28 19:33   좋아요 0 | URL
된장님께서 사진을 애정깊게 찍으시네요.
항상 마음이 풀어짐을 느낍니다.

파란놀 2011-07-29 05:13   좋아요 0 | URL
늘 곁에 있으니까,
곁에 있는 대로 찍어요~
 



 푸른개구리


 작은방에 푸른개구리가 들어왔다. 조그마한 푸른개구리는 어떻게 이리로 들어올 수 있었을까. 새벽 네 시 반에 퍼뜩 깬다. 작은방에 불을 켜고 뜨개질을 하던 옆지기가 불러서 벌떡 일어나 두리번두리번 살피어 조그마한 푸른개구리를 한손에 살며시 쥐어 문을 열고 마당으로 휙 던진다. 푸른개구리는 펼친 손에서 펄쩍 뛰어 저리로 날아가듯 뛴다. 푸른개구리 등짝과 다리는 촉촉하다. 이 촉촉한 살결로 제 목숨을 고이 잇겠지.

 옆지기가 개구리 치워 달라며 큰소리를 낸 탓에 첫째 아이도 그만 깬다. “개구리가? 나왔어?” 하며 묻던 첫째는 다시 재우려 해도 잠들지 않는다. 가만히 있는가 싶더니, “다 잤어.” 하는 말을 되풀이한다. 밤 열한 시 가까이 되어 잠든 네 녀석이 새벽 네 시 반 조금 넘은 때에 다 잤다고 일어나면 말이 되니.

 아버지는 새벽 세 시 반에 잠에서 깨어 방바닥에 기저귀를 잔뜩 펼쳤다. 간밤에 방 온도가 1℃ 떨어지면서 보일러가 돌아갔고, 뜨끈뜨끈한 방바닥이니 비로소 기저귀도 제대로 마르겠다 싶어, 부리나케 온 바닥을 기저귀 판으로 만든다. 이러고 나서 어젯밤 빨아 애벌로 헹군 기저귀를 마저 헹군다. 어젯밤에 다 빨기는 했어도 널 자리가 없어 그냥 두었기에, 이렇게 방바닥에 잔뜩 넌 김에 이 녀석들을 헹구어 벽에 잔뜩 걸어야지.

 애벌로 헹군 기저귀를 마저 헹구고 나서 첫째 옷가지랑 옆지기 옷가지를 빨래한다. 다 마친 빨래는 차근차근 빈 자리를 찾아 넌다. 이렇게 하고 나서 겨우 잠들었다 싶을 무렵 옆지기가 불러서 잠이 사라졌다. 푸른개구리야, 넌 하루라도 빨래를 그때그때 하지 않으면 살림을 꾸릴 수 없는 이 조그마한 집에 무슨 일로 찾아왔니. 방바닥에 펼친 기저귀가 다 말랐으니, 이 녀석은 얼른 개고 방바닥에 미처 펼치지 못한 다른 기저귀를 펼치라는 뜻을 일러 주려고 찾아왔니. (4344.7.28.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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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읽기


 둘째가 태어난 뒤로 시골버스를 타지 않았다. 언제나 첫째를 자전거수레에 태워 함께 돌아다녔다. 어제 27일 읍내 장날에 맞추어 마실을 하려는데 비가 퍼붓기에, 자전거는 그만두고서 아이하고 비옷 입고 우산 받으며 나가려 했는데, 이 비에 아이를 데려가면 안 된다 해서 아이는 집에서 놀라 하고 아버지만 혼자 길을 나선다. 이제 책짐은 얼추 다 쌌기 때문에 읍내 가게에서 빈 상자를 그만 얻어도 되겠다고 느끼기도 해서 오늘까지 굳이 자전거수레를 끌지 말자고 생각한다. 모처럼 시골버스를 타자고 생각한다.

 천천히 시골길을 걸어서 버스 타는 데로 간다. 천천히 걷기 때문에 여느 날은 ‘이야, 참 좋구나.’ 하고 느끼면서도 자전거를 모느라 헉헉대며 오가기에 가슴으로만 느낄 뿐 사진으로 담지 않던 모습을 발걸음 멈추고 한 장 두 장 찍는다. 혼자 살아가던 날 자전거를 타며 한손으로 손잡이 잡고 다른 한손으로 사진 찍는 일이 익숙하기도 했지만, 아이를 낳아 키운 뒤로도 한손으로 우산 들고 다른 한손으로 사진기를 쥐어 사진 찍는 일이 아주 익숙하다. 돌이키면, 고등학교를 마치고 고향 인천을 떠나 서울에 있는 한국외대 앞 신문사지국에 들어가 자전거 몰며 신문돌리기를 하던 때부터 한손으로 자전거를 몰며 다른 한손으로 바구니에 손을 뻗어 허벅지에 톡톡 치며 반과 반으로 접어 휙 던져 넣는 일에 익숙하다. 이때에 바구니에서 신문 한 부를 꺼내어 톡 쳐서 반으로 접고 다시 톡 쳐서 반으로 더 접은 다음 엄지로 살짝 누르고서 자전거 손잡이에 매단 비닐 아가리를 스윽 벌려 신문을 살짝 꽂으며 비닐을 착 잡아빼기도 했다. 비가 그친 날이라 하더라도 마당이나 집 둘레에 물이 고인 데가 있기 마련이니까 비닐에 신문을 넣어야 하는데, 미리 비닐에 신문을 넣은 녀석은 그냥 던지면 되지만, 이렇게 마련한 녀석이 다 떨어지면 자전거를 달리면서 한손으로 슥슥 넣어 한 부씩 마련한다.

 버스 타는 데에 닿은 지 십 분 뒤에 시골버스가 들어온다. 버스에 오른다. 발판을 딛고 올라서서 표를 끊고 자리를 찾는데 퍽 서늘하다. 에어컨을 돌리는구나. 시골버스는 창문을 열고 달리면 훨씬 좋을 텐데. 그러나, 시골버스를 모는 분들로서는 시골버스라 하더라도 에어컨을 돌리고 싶을는지 모른다. 문득, 다음주 일이 걱정스럽다. 새 살림집을 찾아 전라남도 고흥까지 가자며 시외버스를 타고 몇 시간 지내야 하는데, 에어컨 바람을 내 몸이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비는 시원하게 내리지 않는다. 바람 없이 그예 끝없이 퍼붓더니 살짝 그치고 나서 또 퍼붓는다. 장마철하고 견주면 날씨가 훨씬 나쁘다. 빨래가 도무지 안 마른다. 둘째 갓난쟁이한테 쓸 마른 기저귀가 그만 한 장만 남고 만다. 제대로 마르지 않은 기저귀만 벽을 따라 잔뜩 널렸다. 방 온도는 29℃. 이 온도에 방에 불을 넣어야 한다는 소리이지? 반바지만 걸치고도 땀이 흐르지만, 기저귀를 보송보송 말리자면 불을 넣어야 한다. 죽을맛이지만 견딘다. 1℃만 낮더라도 조금 살 만할 텐데, 29℃나 30℃에 빨래를 말리자며 방에 불을 넣어야 하는 이런 빗줄기 굵직하고 바람 없는 날이 몹시 괴롭다.

 밤이 깊어지지만 아이들은 잠들지 않는다. 밤이 되어도 온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옷을 다 벗고 드러누어도 땀이 흐른다. 옆지기한테는 이런 온도가 몸을 덥히는 따스함이 될 테고, 나한테는 이런 온도가 사람을 골로 보내는 더위가 된다. 27℃쯤이면 그럭저럭 살 만하고, 28℃는 어찌저찌 견디며, 29℃는 한숨을 쉬면서 나중에 빨래하며 씻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1℃에 따라 삶이 갈린다. 선풍기 없는 살림집이라 나뭇잎 사이로 부는 산들바람을 바라며 살아간다. (4344.7.28.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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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28 19:35   좋아요 0 | URL
아, 빨래 말리시느라 보일러를 트시는군요.
기저귀 빨래가 정말 장난 아니죠. 비가 정말 많이 퍼붓더니 좀 그쳤네요.
거기도 비가 그쳤나요?

파란놀 2011-07-29 05:25   좋아요 0 | URL
그럭저럭 오락가락 하네요 @.@
언제쯤 해를 보며 이불빨래를 마저 하나 기다릴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