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나비와 박주가리 자연과 나 9
헬렌 프로스트 지음, 이윤선 옮김, 레오니드 고어 그림 / 마루벌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62

 


풀 먹는 나비
― 제왕나비와 박주가리
 레오니드 고어 그림,헬렌 프로스트 글,이윤선 옮김
 마루벌 펴냄,2010.1.13./11000원

 


  나비는 풀을 먹습니다. 나비가 팔랑팔랑 날아다닐 수 있는 까닭은 풀을 먹고 살기 때문입니다. 나비는 풀밥 먹고 풀잠 자며 풀노래 부릅니다. 나비는 풀춤 추고 풀마실 다니고 풀그림 그립니다.


  사람들은 나비를 보며 으레 꿀이나 꽃가루 먹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비 한 마리 태어나자면 풀을 먹어야 해요. 나비는 저마다 가장 좋아하는 풀을 찾아다니며 알을 낳지요. 알은 천천히 자라 깨어나지요. 깨어난 알은 어미가 낳아 준 잎사귀에서 허물을 맨 먼저 먹고, 이제부터 잎사귀를 먹어요. 어미가 알뜰히 골라 붙여 준 잎사귀에서 가장 맛난 풀숨을 뜯어먹습니다.


.. 제왕나비는 민들레를 발견하면 사뿐히 내려앉아 꿀을 빨아먹고 날아오릅니다. 팔랑거리다가 다시 꽃에 내려앉아 쉬고, 꿀을 빨아먹고 또 날아오릅니다 ..  (9쪽)

 

 


  날마다 씩씩하게 풀숨 받아먹은 애벌레가 자라서 아주 천천히 나비로 거듭납니다. 어른 나비로 거듭나고 난 뒤에는 꿀과 꽃가루 찾아다니며 먹는데, 애벌레로 지내는 동안 즐겁고 아름답게 풀잎 뜯어먹었기에 이 기운 북돋아 날갯짓 빛낼 수 있어요.


  사람들도 나비처럼 날고 싶으면 ‘애벌레로 자라는 동안’ 즐겁고 신나게 풀을 먹으면 돼요. 저마다 몸에 가장 알맞춤한 풀을 찾아서 날마다 씩씩하게 풀숨 받아먹으면 돼요.


  아무 풀이나 먹는대서 나비처럼 날 수 있지 않아요. 저마다 이녁 몸에 가장 걸맞고 좋을 풀을 찾아야 해요. 돈을 들여 ‘유기농 푸성귀’ 사다 먹는대서 나비가 되지 못해요. 사람들 스스로 짓는 집이 가장 아름다운 보금자리 되도록 맨 먼저 ‘집숲’을 가꾸고, 집숲을 가꾸고 난 뒤, 이곳에서 푸르게 돋는 풀을 먹어야지요.


  농장이나 정원에서 얻는 풀이 아닌 집숲에서 얻는 풀을 먹을 때에 나비처럼 날 수 있습니다. 농장이나 정원 커다랗게 마련해 이런 풀약 저런 비료 뿌리면, 좋은 풀 얻지 못하고, 나비처럼 날 수 없어요. 풀과 꽃과 나무가 서로 곱게 얼크러지도록 집숲 돌볼 노릇입니다. 사람뿐 아니라 벌과 다른 나비와 벌레와 크고작은 짐승들 함께 어우러질 예쁜 집숲 가꿀 노릇입니다.


  가장 따사로운 사랑을 짚숲에 드리워야 해요. 가장 밝은 꿈을 보금자리에 담아야 해요. 가장 넉넉한 이야기와 가장 환한 노래로 살붙이하고 하루를 누려야 해요.


  집숲에서 포근한 노래 흘러나올 노릇입니다. 보금자리에서 보드라운 춤사위 흐드러질 노릇입니다. 유행노래 아닌 사랑노래 부르면 돼요. 유행춤 아닌 사랑춤 추면 돼요.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물려받고, 아이들한테 사랑을 물려주면 돼요. 고운 꿈 어버이와 함께 일구고, 맑은 꿈 아이들과 함께 이루면 돼요.


  나비처럼 날기란 쉽지요. 나비처럼 가볍고 홀가분하게 춤추기란 쉽지요. 나비처럼 맑은 날갯짓 빛내기란 쉽지요. 보금자리를 집숲으로 일구어 가장 푸른 숨결 들이켤 수 있으면 돼요.


.. 산들바람이 박주가리를 살랑살랑 흔듭니다. 제왕나비는 가장 좋은 잎사귀 뒷면에 내려앉아, 박주가리와 함께 바람에 흔들립니다. 그러다가 몸을 구부려 연노랑 알을 하나 낳아, 부드러운 잎사귀 뒷면에 착 붙여 놓지요 ..  (14쪽)

 


  레오니드 고어 님 그림이랑 헬렌 프로스트 님 글이 어우러지는 그림책 《제왕나비와 박주가리》(마루벌,2010)를 읽습니다. 우리 집 큰아이가 ‘나비처럼 되고 싶어’ 하는 말을 날마다 하기에, 나비 그림책 함께 읽습니다.


  큰아이한테 말합니다. 나비처럼 되고 싶으면 언제나 나비 마음 되어 생각을 기울이렴. 나비가 되기까지 무엇을 먹고 무엇을 바라며 무엇을 생각하는지 가만히 살피렴. 나비가 되어 어떤 삶 누리고 싶은지를 돌아보고, 나비로 살아가는 하루하루 어떻게 사랑스레 빛낼는지를 헤아리렴.


.. 노랑과 검정과 하양 줄무늬의 제왕나비 애벌레는 쌉쌀한 박주가리 잎사귀를 먹고 무럭무럭 자랍니다 ..  (17쪽)

 


  제왕나비 한 마리 박주가리 한 포기 찾아 즐겁게 나들이길 떠납니다. 훨훨 납니다. 팔랑팔랑 춤춥니다. 제왕나비가 날아가는 길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습니다. 제왕나비는 그저 즐겁게 나들이길 누립니다. 천천히 날며 즐겁게 쉽니다. 살랑살랑 바람 타며 온누리 껴안습니다.


  나비춤이란 해맑은 사랑춤입니다. 나비노래란 티없는 사랑노래입니다. 사람들 누구나 나비와 함께 해맑게 사랑춤 출 때에 즐겁습니다. 어른도 아이도 나비와 같이 어깨동무하면서 고운 목소리로 사랑노래 부를 때에 기쁩니다.


  함께 먹을 풀을 생각해요. 함께 마실 물을 생각해요. 함께 누릴 숲과 마을 생각해요. 들판과 숲과 냇물과 멧골이 어떠할 때에 우리 삶이 아름다울까요. 시골이든 도시이든 우리 스스로 어떻게 돌보거나 가꾸거나 지키거나 보듬을 때에 아름다울까요.


  끝없이 아파트 지어대니, 사람들 모두 날 줄 잊고 말아요. 끝없이 자동차 만들면서 끝없이 고속도로 늘려대니, 어른도 아이도 하늘 훨훨 날아다니는 꿈을 잊고 말아요.


  숲을 사랑하지 않으니 날 수 없습니다. 집숲을 일구지 못하니 나는 길을 잊어버리지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사랑하지 못하면서 사랑노래 부르지 못해요. 조그마한 꽃 한 송이 아끼지 못하는 마음으로는, 이웃도 동무도 아끼지 못합니다. 제왕나비 한 마리가 박주가리 한 포기 아끼는 마음을 찬찬히 헤아릴 수 있기를 빌어요. 4346.5.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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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5-01 09:32   좋아요 0 | URL
아 정말 나비춤과 나비노래,같은
함께살기님의 아름다운 글,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오늘 아침은 제 눈과 마음에 들려주신
나비춤과 나비노래가 가득하네요~^^

파란놀 2013-05-01 14:26   좋아요 0 | URL
사람들이 나비와 같은 마음과 춤사위 되어
좋은 생각 빛내면 참 아름답겠지요

페크pek0501 2013-05-01 12:15   좋아요 0 | URL
잘 풀어 쓰셨습니다.
님의 글을 읽으니 팔랑거리는 나비가 눈에 보이는 듯하네요.
나무를 가꾸고 숲을 보존하고 싶은 1인입니다, 저도. ^^

파란놀 2013-05-01 14:26   좋아요 0 | URL
어디에서나 좋은 마음 되어
숲을 지켜 주셔요
 

사다리

 


  새책방이나 도서관에서 사다리를 보는 일은 드물다. 헌책방을 찾아가면 아무리 조그마한 곳이라 하더라도 으레 사다리를 본다. 왜 새책방이나 도서관에는 사다리가 없기 일쑤이고, 헌책방에는 사다리가 어김없이 있을까. 새책방이나 도서관도 책꽂이 꾸준히 늘리면서 ‘새로 나오는 책’을 더 차곡차곡 갖출밖에 없고, 이러다 보면 저절로 사다리 놓으면서 위쪽까지 살피도록 할 노릇 아닐까.


  사다리 없는 새책방과 도서관을 헤아려 보면, 새책방이나 도서관에서는 ‘새로 나오는 책이 늘어날’ 때에 ‘예전에 있던 책’을 줄이곤 한다. 날마다 새로 나오는 책 있으니, 새책방도 도서관도 책시렁 늘어나야 하지만, 한국에서 새책방이나 도서관은 책시렁을 좀처럼 늘리지 않는다. ‘오래도록 제자리 지키던 책’을 빼낼 뿐이다.


  헌책방도 ‘오래 묵은 책’을 치우곤 한다. 헌책방이라고 책을 자꾸자꾸 끝없이 쌓을 수 없다. 하는 수 없이 책을 비워 새로 들이는 책 꽂아야 한다. 그런데, 헌책방은 되도록 책을 덜 버리려 하고, 헛간을 늘려 ‘책방 책시렁에서 치워야 하는 책’이라든지 ‘새로 들이는 책’을 두려 한다. 책방에 빈틈 하나 없도록 빼곡빼곡 책시렁을 마련하고, 천장에 닿도록 책이 올라간다. 이러다 보니 헌책방에는 사다리가 있어야 한다. 헌책방 일꾼은 천장 높은 가게를 좋아한다. 헌책방 책시렁은 한 해 두 해 흐르면서 천장까지 닿는다.


  헌책방마실이 즐거운 까닭 곰곰이 돌아본다. 헌책방은 ‘처음 갖춘 책’부터 ‘새로 들이는 책’까지 알뜰살뜰 있다. 새책방과 도서관이 책을 안 아끼는 곳은 아니지만, 헌책방이 책을 아끼는 품이나 손길이란 매우 정갈하며 알뜰하다. 나는 헌책방마실 할 적마다 늘 이러한 품이나 손길을 느끼며 고맙다. 책 하나 만날 적에도 즐겁고, 책을 아끼는 품과 손길을 느끼면서 ‘책을 읽는 새로운 빛’을 받아먹는다.


  종이꾸러미도 책이고, 종이꾸러미 다루는 손빛도 책이다. 글월마다 글빛이 피어나고, 손길에서 손빛 새록새록 돋는다. 헌책방과 함께 오랜 나날 씩씩하게 살아온 사다리 나뭇결 쓰다듬으면서 책시렁과 책 모두 새삼스레 어루만진다. 4346.5.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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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박새도
까마귀도
까치도
왜가리도
제비도

 

경운기 소리 듣고
트랙터 소리 듣지만

 

터덜터덜 발걸음 소리 듣고
탁탁탁 지팡이 소리 들으며

 

먹이 찾고
햇살 먹으면서
하루 누립니다.

 


4346.3.1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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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내버스 놓치기

 


  가끔 군내버스를 놓친다. 이래저래 짐을 꾸리다가 늦고, 깜빡 때를 살피지 않아 늦는다. 군내버스를 놓치면 택시를 불러야 하는데, 요즈음은 큰길로 나가 다음 버스를 기다린다. 우리 마을까지 지나가는 군내버스는 두 시간에 한 대이지만, 면소재지를 거쳐 큰길로 지나가는 군내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씩 있다.

  큰길 있는 이웃마을까지 2킬로미터 걷는 길은 멀지 않다. 생각해 보면, 도시에서도 버스를 타려고 이만 한 길 걷곤 한다. 아니, 도시에는 이만 한 길 걸어가서 버스를 타는 사람은 없을까.


  어릴 적부터 30∼40분은 으레 걸었고, 한두 시간도 어렵지 않게 걸었다. 누구나 이렇게 걷고, 언제나 이처럼 걷는다. 버스를 타면 다리를 쉴 수 있겠지. 버스를 타는 동안 짐 무거운 줄 잊겠지. 그러나, 다리가 힘들거나 짐이 무겁다 하더라도, 길을 걸어가면서 수많은 삶자락을 만나고 온갖 모습을 마주한다.


  자동차 거의 오갈 일 드문 시골길 걸어가며 풀바람과 꽃바람을 쐰다. 내가 가는 길과는 다른 쪽으로 달리는 군내버스를 바라본다. 봄날 봄빛 흐드러진 들길을 달리는 군내버스를 바라보다가 사진 한 장 찍는다. 좋네. 이렇게 걸어가다가 예쁜 모습 사진 한 장으로 남길 수 있네. 버스때 잘 맞추어 탔다면, 또는 자가용으로 움직인다면, 이 어여쁜 모습을 두 눈으로도 못 보고 사진으로도 못 찍으리라.


  잡아타면 잡아타는 대로 간다. 놓치면 놓치는 대로 간다. 오늘은 오늘 하루 즐거운 삶이고, 어제와 모레는 어제와 모레대로 나한테 찾아오는 아름다운 삶이다. 4346.4.3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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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30 15:24   좋아요 0 | URL
잡아타면 잡아타는대로 간다. 놓치면 놓치는 대로 간다.
오늘은 오늘 하루 즐거운 삶이고, 어제와 모레는 어제와 모레대로 나한테 찾아오는 아름다운 삶이다.-
저도 이러한 마음으로, 즐겁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야겠어요. ^^
함께살기님!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파란놀 2013-05-01 06:05   좋아요 0 | URL
언제나 느긋하면서 아름다운 마음 되소서~ ^^
 

아이들 깬 아침 낮 저녁에는

도무지 할 수 없는 일이라,

모두 잠든 깊은 밤에

혼자 일어나서

글꾸러미 하나 묶는다.

 

동시집 원고를 80꼭지 추슬러

출판사로 보낸다.

즐겁게 받아

예쁜 책으로 태어나

이 나라 아이들한테

좋은 삶밥 되기를 비는 마음이다.

 

이제 한 가지 큰일 마무리지었으니,

다음 일 두 가지를 하면 된다.

하나는 오늘 할 수 있을 듯하고,

하나는 이틀쯤 뒤에 해낼 수 있을까.

 

아무쪼록 모든 일 잘 매듭짓고

옆지기 일산마실 즐거이 하도록

이번 한 주 도와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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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30 15:25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의 예쁜 동시집을
저도 읽고 싶어요. *^^*

파란놀 2013-05-01 06:05   좋아요 0 | URL
네, 사람들이 예쁜 마음 나누어 받고,
한편으로는
저도 씩씩하게 좋은 돈 벌고 싶습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