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13. 2013.8.30.ㄴ

 


  여름이 저물고 가을이 찾아들면서 꽃이 한꺼번에 사라진다. 그러나, 여느 사람들 눈에 잘 안 뜨이는 꽃은 언제나 피고 진다. 이를테면, 모시꽃·고들빼기꽃·부추꽃·까마중꽃을 비롯해 조그마한 풀꽃이 늦여름과 첫가을에 한창이다. 벌써 벼베기를 마친 논이 있기도 한데, 조금 늦게 벼를 심은 논에서는 이삭이 패면서 벼꽃내음이 물씬 풍기기도 한다. 큰아이는 무슨 꽃이 있나 두리번두리번 논둑과 풀밭을 살피다가 발그스름한 열매를 찾는다. 무슨 풀이 맺는 열매일까? 빛깔 곱다 하면서 아버지한테 달려와서 보여준다. 그러고는 입에 넣어 씹는데, “아이, 써.” 하고 소리를 내며 뱉는다. 아직 덜 여물었는지 몰라, 덜 여물면 열매는 떫거나 쓰단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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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예전에 ‘안전기획부(안기부)’라는 이름을 썼고, 요즈음 ‘국가정보원(국정원)’이라는 이름을 쓰는 곳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 아무튼, 이들은 공무원이다. 공무원이되, 정치권력을 손에 거머쥔 이들이 정치권력을 단단히 움켜쥘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다.


  어떤 이는 국가정보원을 비롯해 경찰과 군대가 ‘나라 지키기’를 하는 듯 여긴다. 국가정보원이나 경찰이나 군대가 없으면 나라가 무너지거나 사라지리라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가정보원이든 경찰이든 군대이든, 이런 ‘밥벌레 공무원’이 없대서 나라가 무너지거나 사라질 일 없다.


  시골에서 흙을 만지는 일꾼이 없다면, 이때에 비로소 나라가 무너지거나 사라진다. 밥을 안 먹고 살아가는 사람이 없는 만큼, 시골에서 흙을 만지는 일꾼이 있어야, 비로소 ‘나라 지키기’를 할 수 있다. 어떤 파업도 ‘농사 안 짓기’를 이길 수 없다. 시골 흙일꾼이 농협이나 도시에 곡식을 팔지 않는다고 생각해 보면 된다. 자, 도시에서 정치이니 경제이니 사회이니 언론이니 교육이니 문화이니 예술이니 연예이니 스포츠이니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다른 나라에서 쌀 사다 먹으면 되나? 가만히 보면, 이 나라 한국에서는, 시골 흙일꾼이 거두는 쌀이나 곡식이나 열매보다, 다른 나라에서 사다 먹는 쌀이나 곡식이나 열매가 훨씬 많다. ‘식량 자급율’이 아주 젬병인 대한민국이다. 쌀까지 쳐도 식량 자급율 20%조차 간당간당하는 나라에 어떤 평화가 있는가.


  무슨 소리인가 하면, 한국이라는 나라는 일찌감치 ‘나라 지키기’를 안 하는 꼴이다. ‘식량 주권’을 스스로 내팽개친 나라에 어떤 빛이 있는가.


  시골 어느 마을에서도 국가정보원 공무원이 할 일이란 없다. 시골 어느 마을에서도 경찰과 군대가 할 일이란 없다. 시골 어느 마을에서도, 그야말로 소방서 일꾼조차 할 일이 거의 없다. 전남 고흥 소방서 일꾼이 하는 일을 곁에서 지켜보면, 여느 때에 불이 나는 데조차 없으니 아침에도 낮에도 저녁에도 텃밭에서 흙을 조물락거리곤 한다. 시골에서는 어느 마을에 불이 난다 하더라도, 논에 물을 대는 펌프와 호스를 끌어서 뿌리면 되니, 소방차보다 훨씬 빠르다.


  다시 말하자면, 사람들 스스로 시골을 떠나거나 버리거나 내팽개치는 사이, 차츰차츰 도시가 커지고, 도시가 커지는 동안 서로 툭탁툭탁 다툼질을 하며 이웃을 밟고 올라서려 하니, 경찰이건 군대이건 국가정보원이건 생긴다. 삶을 나누거나 사랑을 빛내려는 길이 아닌, 권력과 돈과 이름을 혼자 차지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경찰도 군대도 국가정보원도 생긴다.


  국가정보원을 없애고 이들 공무원을 시골로 보내어 흙을 만지도록 할 때에 평화를 이룬다. 경찰이 할 일이 없어 하루 내내 노닥거리는 시골마을 모습처럼, 도시에서도 스스로 흙을 일구어 밥을 얻는 삶이 되면, 경찰은 저절로 없어지면서 참다운 평화를 이룬다. 흙을 만지며 스스로 밥과 집과 옷을 일구면 시나브로 평화로운 삶이 이루어지는 만큼, 군대가 있어야 할 까닭이 없다. 애먼 전쟁무기 만드는 품을 들이지 않아도 되니, 아름다운 문화를 빛내는 평화는 군대가 없는 시골에서 태어난다. 4346.9.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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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마루에서 낮잠을

 


  자전거마실을 다녀오는 동안 자전거수레에서 잠든 산들보라를 마루에 눕힌다. 일찍 깨어나 바지런히 놀다 보니 자전거마실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도 안 깨어난다. 마루에 눕혀 인형으로 베개를 삼아 주고, 낮잠에서 안 깨도록 장난감 자동차를 한손에 쥐어 주니, 잠결에도 꼬옥 붙든다. 4346.9.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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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치마 입고서 얌전히 어린이

 


  새 치마를 입으면 처음에는 아주 얌전히 논다. 사뿐사뿐 천천히 걷는다. 그러나, 몇 분 안 지나 개구지게 뛰고 뒹굴면서 논다. 네 마음이니까. 가장 즐거운 대로 곱게 차려입고 놀아라. 4346.9.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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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9-08 07:56   좋아요 0 | URL
새 치마 입고서 아버지 사진기앞에서 살짝 포즈를 취하는 벼리의 모습이
참으로 예쁘고 귀엽습니다~
이궁, 저는 딸이 없으니 이런 어여쁜 모습, 못 누리는군요...ㅠㅠ

파란놀 2013-09-08 10:34   좋아요 0 | URL
음... 그래도
appletreeje 님이 그동안 '누군가'한테 딸이 되어
이 모습 어여삐 보여주면서
웃음꽃 피워 내셨으리라 생각해요~~ ^^
 

요즘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가 가만히 돌아본다.

 

 

ㄱ. 미국에서 배움길 석 달 마치고 돌아온 옆지기가 '한국살이'에 몸을 맞추려고 해롱거리는 동안, 두 아이 돌보기에서 세 아이 돌보기를 한다.

 

ㄴ. 한글날에 나오기로 했으나, 그림이 늦어져 책도 늦어질 수밖에 없는 <숲말>이 언제 태어날 수 있을까 하고 기다린다.

 

ㄷ. ㅅ출판사에 원고를 보내어 검토를 받으려고 하는 <아빠 육아일기> 글을 추려서 모은다.

 

ㄹ. 2014년에 내놓을 '우리말 이야기책'인 <한국말 느낌풀이 사전> 자료를 모으고 밑글을 조금씩 쓴다.

 

ㅁ. 통장에 돈이 바닥나서, 한가위 때에 음성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갈 수 있을까 갈 수 없을까 알쏭달쏭 지내면서, 부디, 도서관평생지킴이 한 사람 나타나기를 꿈꾼다.

 

ㅂ. 시를 읽고 시를 쓴다.

 

ㅅ. 아이들 자라나는 모습 즐겁게 바라본다.

 

ㅇ. 가을빛 누리면서, 제비는 바다 건너 따순 나라로 잘 돌아갔는지 헤아린다.

 

ㅈ. 풀벌레 노랫소리를 하염없이 듣는다.

 

ㅊ.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 사진책 나올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ㅋ. 그러고 보면, 모두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일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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