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성명 聲明


 성명을 채택하다 → 말씀을 뽑다 / 첫마디를 뽑다

 각각 성명을 발표하였다 → 저마다 소리를 냈다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 맞선다고 외쳤다

 엄숙히 성명하였다 → 당차게 외쳤다 / 드높이 밝혔다

 긴밀히 협력할 것임을 성명하였다 → 가까이 돕는다고 밝혔다

 성명서를 낭독하다 → 올림글을 읊다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 앞글을 밝히려 한다


  ‘성명(聲明)’은 “어떤 일에 대한 자기의 입장이나 견해 또는 방침 따위를 공개적으로 발표함. 또는 그 입장이나 견해 ≒ 성언”을 가리키고, ‘성명서(聲明書)’는 “정치적·사회적 단체나 그 책임자가 일정한 사항에 대한 방침이나 견해를 공표하는 글이나 문서 ≒ 성명문”을 가리킨다지요. ‘말하다·말씀·말·밝히다·가로다·떠들다’나 ‘보여주다·꺼내다·까다·끄집다’로 손질하고, ‘들려주다·얘기·이야기’나 ‘내다·내놓다·나오다·나가다’로 손질합니다. ‘띄우다·뜨다·부치다·싣다’나 ‘선보이다·내보이다·보이다·뵈다·터뜨리다’로 손질할 수 있고, ‘알려주다·알리다·알림글·알림말’이나 ‘올리다·올림길·올림꽃·올림글·올림말’이나 ‘외마디·한마디·혀를 놀리다·외치다·소리치다·목소리’로 손질합니다. ‘앞글·앞말·앞마디’나 ‘첫마디·첫머리·첫말·첫노래·첫이야기·첫얘기’로 손질하고, ‘여는글·여는말’이나 ‘열다·열린길·열린꽃·열린빛·열어주다·열어젖히다’로 손질할 만합니다. ‘풀다·풀어내다·풀어보다·풀어놓다·풀어주다·풀어쓰다’로 손질해도 어울려요. ‘하다·해놓다·해대다·해두다·해주다·해오다’로 손질할 수 있고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성명’을 여덟 가지 더 싣는데 다 털어냅니다. ㅍㄹㄴ



성명(成名) : 명성을 떨침

성명(成命) : 1. 이미 내려진 천명(天命) 2. 임금이 신하의 신상(身上)에 관하여 결정적으로 내리는 명령

성명(性命) : 1. 인성(人性)과 천명(天命)을 아울러 이르는 말 2. ‘목숨’이나 ‘생명’을 달리 이르는 말

성명(盛名) : 떨치는 이름

성명(聖名) 1. [가톨릭] 하느님, 천사, 성인의 거룩한 이름 2. [가톨릭] 그리스도나 성모 마리아의 거룩한 이름 3. [가톨릭] 세례 때에 붙는 이름. 성경에 나오는 인물이나 성인의 이름을 붙인다 = 세례명

성명(聖明) : 임금의 밝은 지혜를 이르는 말

성명(聖明) : 덕이 거룩하고 슬기로움

성명(聲名) : 세상에 널리 퍼져 평판 높은 이름 = 명성

성명(聲明) : 1. [불교] 고대 인도에서 일어난 음운, 문법, 훈고(訓誥)에 대한 학문 2. [불교] 불교 의식에서 미묘한 음성으로 곡조를 붙여 게송(偈頌) 따위를 읊는 일



야당은 합법적으로 반대 운동을 펴 달라는 등의 7개 항의 성명을 내고 본격적으로 개헌 추진의 포문을 열었다

→ 들밭은 올바르게 맞서 달라면서 일곱 가지 목소리를 내고서 드디어 으뜸길을 고치려고 나섰다

→ 들길은 똑바르게 맞받아 달라면서 일곱 가지를 외치고서 바야흐로 온길을 바꾸려고 나섰다

《호외 100년의 기억들》(정운현, 삼인, 1997) 172쪽


오래된 숲은 모두 보호해야 한다는 요지의 성명서 초안을 작성했다

→ 오래숲은 모두 돌봐야 한다는 줄거리로 알림글을 가볍게 썼다

→ 오래숲은 모두 지켜야 한다는 뜻을 담은 알림글을 먼저 썼다

《나무 위의 여자》(줄리아 버터플라이 힐/강미경 옮김, 가야넷, 2003) 175쪽


각각 성명과 호소문 형태로 발표하고

→ 따로 알림글과 목소리로 내놓고

→ 저마다 앞글과 하소연으로 내고

《민중언론학의 논리》(손석춘, 철수와영희, 2015) 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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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인종 招人鐘


 초인종 소리 → 울림소리

 초인종을 누르다 → 단추를 누르다

 초인종을 울리다 → 누름쇠를 울리다


  ‘초인종(招人鐘)’은 “사람을 부르는 신호로 울리는 종”을 뜻한다지요. 우리말로는 ‘누름쇠·눌쇠’나 ‘단추’로 고쳐씁니다. ‘쇠·쇠붙이·쇠돌·쇳돌’로 고쳐쓸 만합니다. ‘울리다·울림·울리기·울림꽃·울림길’이나 ‘울림이·울림소리·울림쇠’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ㅍㄹㄴ



그 대신 문가에 있는 초인종을

→ 그러면 어귀에 있는 단추를

→ 그러면 앞에 있는 누름쇠를

《거인들이 사는 나라》(신형건, 진선출판사, 1990) 13쪽


내가 사는 집의 초인종이 망가졌고, 나는 그걸 고치지 않았다

→ 우리 집 울림이가 망가졌고, 따로 고치지 않았다

→ 이 집은 단추가 망가졌고, 굳이 고치지 않았다

《안으며 업힌》(이정임·박솔뫼·김비·박서련·한정현, 곳간, 2022) 63쪽


옆집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 옆집 단추를 누릅니다

→ 옆집 울림이를 누릅니다

《치마를 입은 아빠》(이나무·박실비, 이숲아이, 2024)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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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인연 因緣


 기이한 인연 → 알쏭한 끈 / 얄궂은 길

 인연을 맺다 → 맺다 / 사이를 맺다 / 삶을 맺다

 인연을 끊다 → 끊다 / 이웃을 끊다

 인연이 닿다 → 닿다

 권력과는 인연이 없다 → 힘꾼과는 줄이 없다

 줄곧 이어지는 인연에도 불구하고 → 줄곧 이어가면서도

 그것이 인연 되어 → 그 때문에 / 그런 까닭에

 무슨 인연으로 그런 일을 하였나 → 무슨 뜻으로 그런 일을 하였나


  ‘인연(因緣)’은 “1.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 연고 2. 어떤 사물과 관계되는 연줄 3. 일의 내력 또는 이유 4. [불교] 인(因)과 연(緣)을 아울러 이르는 말. 인은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힘이고, 연은 그를 돕는 외적이고 간접적인 힘이다 ≒ 유연 5. [불교] 원인이 되는 결과의 과정”을 가리킨다지요. ‘고스란히·그냥·그대로·그러려니·그저·마냥’이나 ‘까닭·때문·터·터전’으로 다듬습니다. ‘길·길눈·길꽃·뜻’이나 ‘끈·노·실·줄·섶·옷섶’으로 다듬어요. ‘이어가다·이어오다·이어주다·이음·잇다’나 ‘이웃·이웃사람·이웃님·이웃꽃·이웃씨·이웃하다’로 다듬지요. ‘끼리·끼리끼리·끼리짓기·-만’이나 ‘다리·다리놓기·닿다·자라다’로 다듬고, ‘마음·마음꽃·마음을 나누다·마음을 주고받다’로 다듬습니다. ‘만나다·만남길·만남꽃·맺다’나 ‘바·밧줄·빔·샅바·새끼·새끼줄’로 다듬으며, ‘사귀다·사이·삶·짬짜미·사람·분·님’이나 ‘살다·살아가다·살아오다·살아내다’로 다듬을 수 있어요. ‘어우러지다·어울리다·어울길·어울빛·어울꽃·어울눈·얼크러지다’나 ‘담·담벼락·담쌓기·돌담·돌담벼락’으로 다듬어요. ‘우리·울·울타리’나 ‘숨은담·숨은담벼락·숨은굴레·숨은돌·숨은바위·숨은것’으로 다듬기도 합니다. ‘안담·안담벼락·안울·안울타리·윗담·윗담벼락·윗굴레’나 ‘하얀담·하얀담벼락·하얀굴레’로도 다듬어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인연’을 세 가지 더 싣는데 다 털어냅니다. ㅍㄹㄴ



인연(人煙) : 인가에서 불을 때어 나는 연기라는 뜻으로, 사람이 사는 기척 또는 인가를 이르는 말 ≒ 연화

인연(引延) : 잡아당겨 늘임

인연(?緣) : 1. 덩굴이 줄을 타고 뻗어 올라감 2. 나무뿌리나 바위 따위를 의지하여 이리저리 올라감 3. 권세 있는 연줄을 타고 지위에 오르거나 오르게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그렇게 영국과의 인연이 또 이어지니

→ 그렇게 영국과 또 이어가니

→ 그렇게 영국과 또 만나니

《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이식·전원경, 책읽는고양이, 2000) 312쪽


일본어로 씌어진 참고서적들이 많아 여전히 일본어와 인연을 맺고 있소

→ 일본말로 나온 읽을거리가 많아 여태 일본말과 사귀오

→ 일본말로 나온 곁책이 많아 아직 일본말과 어울리오

《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정수일, 창비, 2004) 40쪽


그 뒤 여러 인연을 통해

→ 그 뒤 여러 길을 거쳐

→ 그 뒤 여러모로 이어서

《트윈 스피카 8》(야기누마 고/김동욱 옮김, 세미콜론, 2014) 180쪽


한쪽이 울 정도로 상대를 생각한다면, 인연이란 그렇게 간단히 끊어지지 않아

→ 한쪽이 울 만큼 그쪽을 생각한다면, 끈이란 그렇게 쉬 끊어지지 않아

《마법사의 신부 6》(야마자키 코레/이슬 옮김, 학산문화사, 2017) 128쪽


존재론적 슬픔 속에서 만난 인연

→ 타고난 슬픔으로 만난 끈

→ 처음부터 슬프게 만난 사이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이충렬, 산처럼, 2018) 150쪽


가족과는 인연이 없는 신세들이라, 아옹다옹하면서 시끄럽게 살아가고 있어요

→ 한집안과 먼 몸이라, 아옹다옹하면서 시끄럽게 살아요

→ 한지붕과 먼 삶이라, 아옹다옹하면서 시끄러워요

《잘 잤니 그리고 잘 자 4》(마치타/장혜영 옮김, 대원씨아이, 2018) 31쪽


그런 사람들이 끈끈한 인연을 남기셨으니까

→ 그런 사람들이 끈끈한 줄을 남기셨으니까

→ 그런 사람들이 끈끈한 마음을 남기셨으니까

《풀솜나물 5》(타카와 미/김영신 옮김, 서울문화사, 2019) 11쪽


특히 퍼머컬처와 자연농을 통해 만난 인연들로부터 기꺼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방식을 배웠다

→ 더욱이 오래짓기와 숲짓기로 만난 분한테서 기꺼이 서로 기대며 살아가는 길을 배웠다

《이파브르의 탐구생활》(이파람, 열매하나, 2019) 6쪽


그가 물독에 뛰어든 게 인연의 시작이었다

→ 그가 물독에 뛰어들며 처음 만났다

→ 그가 물독에 뛰어들 때부터 이었다

《당신이 나의 고양이를 만났기를》(우치다 햣켄/김재원 옮김, 봄날의책, 2020) 8쪽


어떤 인연으로 만나

→ 어떤 길로 만나

→ 어떻게 만나

《고양이를 버리다》(무라카미 하루키/김난주 옮김, 비채, 2020) 76쪽


무슨 인연으로 날 찾아왔나 찬찬히 살펴보고 싶지만

→ 무슨 끈으로 날 찾아왔나 찬찬히 보고 싶지만

→ 무슨 사이로 날 찾아왔나 살펴보고 싶지만

《붉은빛이 여전합니까》(손택수, 창비, 2020) 13쪽


너랑 인연을 같이 했던 지가 반세기가 되네

→ 너랑 쉰 해를 같이했네

→ 너랑 쉰 살을 같이 살았네

《호꼼 꼴아봅서》(제주 애월 수산리 어르신, 책여우, 2021) 33쪽


바로 옆집에 살고 있으니 어떤 인연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 바로 옆집에 사니 어떻게 닿는 듯합니다

→ 바로 옆집에 있으니 마음을 나누는 듯합니다

《치마를 입은 아빠》(이나무·박실비, 이숲아이, 202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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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를 입은 아빠 열 살 나무의 인생
이나무 지음, 박실비 그림 / 이숲아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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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6.2.10.

그림책시렁 1747


《치마를 입은 아빠》

 이나무 글

 박실비 그림

 이숲아이

 2024.2.10.



  우리가 몸에 두르는 천에 따로 ‘옷’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옷’이 어느 사람을 보여주지 않습니다만, ‘옷’으로 어느 사람이 어떤 마음이요 삶이며 길인지 보여줍니다. 차려입은 옷은 “차리는 마음과 길”을 보여줍니다. 수수하게 두른 옷은 “수수하게 짓는 마음과 길”을 보여줍니다. 초라하거나 낡은 옷은 “초라하거나 낡은 살림살이”일 수 있되, “겉모습에 안 얽매이면서 속을 가꾸려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치마를 입은 아빠》는 치마를 입는 이웃집 아저씨가 어떤 응어리와 생채기를 품고서 살다가 스스로 어떻게 차근차근 풀어내면서 눈물꽃을 피우려고 하느냐 하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누구나 무슨 옷이든 입으면 될 노릇입니다. 이제 어느 누구도 “왜 가시내가 바지를 꿰어?” 하고 묻거나 따지지 않습니다. 이와 맞물려 “가시내도 사내도 바지이든 치마이든 스스로 누리려는 마음과 삶” 그대로 옷을 고르면 됩니다. 옷이 우리 넋을 나타내지는 않지만, 기쁘거나 슬프거나 괴롭거나 즐거운 마음을 찬찬히 나타낼 수 있어요. 천조각을 몸에 두르면서 스스로 피어나거나 자라나려는 마음을 돌아보곤 합니다. 다만, 옷차림만으로 다 풀지는 않아요. 마음을 말로 밝히고, 마음을 밝힌 말을 주고받고, 마음을 말로 밝히는 만큼 한결 씩씩하게 살림을 짓는 이 하루를 살면서 천천히 풀고 품고 맺습니다.


ㅍㄹㄴ


《치마를 입은 아빠》(이나무·박실비, 이숲아이, 2024)


바로 옆집에 살고 있으니 어떤 인연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 바로 옆집에 사니 어떻게 닿는 듯합니다

→ 바로 옆집에 있으니 마음을 나누는 듯합니다

7쪽


남편의 거동이 너무도 수상했고

→ 곁님이 너무도 꺼림했고

→ 곁짝이 얄궂어 보였고

21쪽


하라 아빠의 비밀스러운 수집은 계속됐지

→ 하라 아빠는 그대로 조용히 모았지

→ 하라 아빠는 꾸준히 몰래 모았지

21쪽


옆집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 옆집 단추를 누릅니다

→ 옆집 울림이를 누릅니다

3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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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6.2.10. 요지는 없다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국립국어원에서 낸 낱말책에서 일본스런 한자말 ‘요지(要旨)’을 살피려고 찾아보면, 중국말 하나(瑤池)에, 일본말 하나(楊枝)에, 쓸 일이 없어 보이는 ‘了知·凹地·窯址’까지 나옵니다. 손볼 한자말 ‘요지(要旨)’는 실을 수 있다지만, 쓸 일이 없는 다섯 한자말은 그야말로 실을 까닭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이 얼거리로 낱말을 부풀려서 실어요. 마치 더 많이 실어야 한다는 듯 여기고, 이렇게 “안 쓰는 중국말과 일본말과 옛 한자말을 잔뜩 싣느라, 정작 우리말은 얼마 안 되는 듯” 엉터리 값(통계)을 내놓기 일쑤입니다.


  지난 2018년 무렵에 ‘요지’를 놓고서 글을 몇 꼭지 추슬렀습니다. 2026년에 다시금 품을 들여서 다시 추스릅니다. 하나하나 짚고 보니, ‘요지’를 얼추 온(100)이 넘는 여러 우리말로 가다듬을 만합니다. 그만큼 잘못 쓰거나 엉뚱하게 쓰는 자리가 늘어났다고 여길 수 있고, 우리 스스로 여러모로 알맞게 말빛을 살리는 길이 있어도 못 본다고 여길 만합니다.


  지난 열흘에 걸쳐서 다시금 머리를 싸맨 끝에 일거리 하나를 끝맺습니다만, 이 일거리는 어느 누구도 시킨 적이 없습니다. 열흘쯤 앞서 ‘상태’라는 일본스런 한자말을 놓고서 온 가지가 넘는 보기글을 하나씩 짚으면서 비로소 끝맺기도 했는데, 누가 저한테 “‘상태’라는 낱말 좀 제발 우리말로 풀어내 주십시오.” 하고 여쭌 적이 없습니다. 그저 저 혼자서 이 일본스런 말씨가 아니어도 먼먼 옛날부터 서로 두런두런 나누었을 말씨를 헤아렸고, 이제부터 앞으로 아이들이 물려받으면서 즐겁게 나눌 말결을 살필 뿐입니다.


  제가 쓰는 글은 다 누리집에 올리지는 않으나, 몇 곳에는 꼬박꼬박 올립니다. 네이버 누리집 두 곳하고, 누리책집 알라딘 글터에 올려요. 이렇게 올리는 글은 머잖아 ‘꾸밈머리(AI)’가 슬그머니 알아채서 그네들 먹이로 삼을 테지요. 우리가 뜻깊에 글을 하나 써서 올리든, 그냥그냥 수다를 써서 올리든, 구글이건 엑스이건 네이버이건 숱한 꾸밈머리는 우리가 지은 글살림을 먹이로 삼습니다.


  그네들이 몫 하나 나누지 않고서 우리 글살림을 먹이로 삼든 말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 스스로 오늘 하루를 사랑하는 숨결을 말씨와 글씨에 담으면서, 오늘 자라나는 아이뿐 아니라 앞으로 태어날 아이를 헤아려서 말씨앗과 글씨앗을 남깁니다. 우리가 오늘 하루 짓는 마음씨(마음씨앗)에 따라서 바로 오늘부터 모든 삶을 바꿉니다.


  누가 돈을 치르면서 맡기는 심부름을 한다면, 얼핏설핏 이름값을 높이고 돈벌이를 넉넉히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돈을 안 치르는 일인데, 그저 스스로 신나게 일어나서 바람처럼 바다처럼 노래처럼 일렁일렁 춤출 적에는, 이러한 일은 돈푼어치하고 멀 테지만, 서로서로 즐겁게 어울리는 작은씨 한 톨로 잇습니다. 글쓰기나 말하기나 이야기나 책읽기는 모두 같습니다. 남이 돈을 쥐어주면서 하라고 시켜야 할 길이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 주머니를 털어서 책을 삽니다. 우리 스스로 틈을 내어 책을 읽습니다. 우리 스스로 하루를 바쳐서 글을 씁니다. 그리고 이 글을 스스럼없이 거저로 누리집에 올립니다.


  아름나라를 바라보기에 스스로 아름답고 싶어서, 장만하고 읽고 익히고 쓰고 올려서 나눕니다. 아름드리나무가 이루는 푸른숲이 늘 푸른바람을 베풀듯, 우리 스스로 아름어른으로 어울려 살아가기를 바라기에, 푸른책을 살펴보면서 장만하고, 푸른눈을 틔워서 읽고, 푸른손가락으로 익히면서 가다듬고, 푸른글로 여미어서 푸른노래를 부르면서 이 하루를 살아가고 살림합니다.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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