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받는 글쓰기

 


  항공방제가 여러 날 이어진다. 빨래 널기도 힘들고 농약 냄새 집안으로 스며든다. 마을 할매 할배는 이런 냄새가 익숙할까. 아무렇지 않을까. 토요일에 서울에 볼일 있는데 며칠 먼저 시골집 비울까 하다가 서울은 너무 시끄럽고 자동차 매연 끔찍하니 그냥 시골서 농약바람 참기로 한다. 오늘 서울로 나오기 앞서 항공방제 이야기를 글로 쓴다. 글은 시골 인터넷신문에 띄운다. 이내 시골농민회와 농협에서 항의가 빗발치고 이장님을 거쳐 글을 내리라고들 한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우리 아이들이 무인헬리콥터가 뿌린 농약 맞은 일을 뉘우치지 않는다. 그저 항공방제가 일으킨 말썽이 조용히 가라앉기만을 바란다.


  농약을 헬리콥터 불러 뿌리면 농민복지가 될까. 도시사람은, 또 귀농한 사람은 이 일을 어떻게 보는가.


  나는 항공방제 이야기를 내려야 하거나 입을 다물어야 하는가. 아니면 이장단 압력과 농민회와 농협 등쌀에 시달리다가 고흥을 떠나야 하는가. 4346.7.1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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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 데리고 서울마실 한다며 마을 어귀로 나오는데 마을 할매들 모두 애 엄마 어디 갔느냐 묻는다. 옆지기는 미국에 공부하러 갔다 말한다. 그러면 홀아비 되었다 말씀하신다. 시골 홀아비인가. 그렇지만 난 하루하루 아이들과 즐거이 누린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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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동무

 


꽃이 피고 씨앗 맺어
가을에 톡톡 떨어지면
겨우내 따숩게 쉬면서
싱그럽게 새로 피어날
꿈을 꾼다.

 

강아지풀 토끼풀
괭이밥 갯기름나물
방동사니 쇠비름
모두 한 뿌리로
어깨동무한다.

 

해를 보고
달을 보며
구름하고 논다.

 


4346.5.31.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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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질

 


  아이들아, 너희는 아니? 오늘날 이 나라 남녘땅, 한국에서 집에 에어컨 들이지 않는 집이란 거의 없단다. 게다가 선풍기조차 갖추지 않는 집은 아예 찾아볼 수 없다고까지 할 수 있어. 바로 우리 집에는 에어컨이 없고 선풍기가 없지. 시골 아닌 도시에서 살 적에는 냉장고조차 없었단다. 너희 어머니와 아버지는 한여름에 창문바람과 부채바람으로 지냈어. 너희가 태어난 뒤에는 너희가 여름밤에 땀 적게 흘리고 자도록 어머니와 아버지가 갈마들며 부채질을 했는데, 너희 어머니가 몸이 많이 안 좋은 줄 알지? 너희 아버지는 너희와 너희 어머니 더위 타지 말라며 밤새 부채질을 하며 여름을 났단다. 올여름도 이와 같지. 들바람이나 숲바람이 분다면 홀가분하지만, 들바람도 숲바람도 없는 날에는, 너희가 자면서도 콧등과 이마에 땀방울 송송 솟으니, 너희 아버지는 자다가 일어나서 십 분 이십 분 삼십 분 한 시간 부채질을 한단다. 너희 아버지는 잘 떠올리지 못하지만, 너희 할머니나 할아버지는 너희 아버지나 어머니가 여름날에 잘 자라고 언제나 똑같이 부채질로 밤을 지새우셨는지 몰라. 4346.7.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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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7-13 00:04   좋아요 0 | URL
아이가 잘 자도록 옆에 함께 누워 부채질을 해주는 일. 선풍기 대신 굳이 부채질을 해주는 마음. 아이 키우는 사람이라면 모두 통하는 마음 아닐까 싶네요.

내일, 서울 잘 다녀오세요.

파란놀 2013-07-13 06:08   좋아요 0 | URL
큰아이도 아버지 따라 밤새 부채질을 거들며
어제는 참말 잠을 못 이루네요.
시골에서도 어제오늘은 바람이 안 부는군요 @.@
 

버스에서 노래하는 마음

 


  언제 한 번 시외버스에서 아이들한테 노래를 불러 주는 젊은 어머니를 본 적 있습니다. 그 뒤나 그 앞으로나 아이들한테 노래를 불러 주면서 몇 시간 걸리는 시외버스, 또는 기차에서 차근차근 아이들 달래려는 어버이를 좀처럼 못 봅니다.


  아무래도 어른도 힘드니까 아이들 달래려는 마음을 못 품을 수 있구나 싶어요. 그런데, 몇 시간 달리는 길이라면, 어른은 어찌저찌 서서 가더라도 아이를 세워서 가지 못해요. 어른은 배가 고파도 참을 수 있다지만, 아이들 배를 곯리면서 다니는 일이란 참 못할 일입니다.


  그런데 힘들고 배고픈 아이들이라 하더라도, 고운 목소리 뽑아 나긋나긋 즐겁게 노래를 불러 주는 이 있으면, 아이들은 힘겨움과 배고픈을 이내 잊어요. 아름다운 노래에 빠져들면서 즐겁게 놀 생각을 품어요.


  아이들을 재우려고 부르는 노래라 한다면, 조용하며 느린 노래라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꿈속에서 기쁘게 날아다니도록 북돋울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자장노래가 된다고 느껴요. 이쁘장한 노랫말이나 빠른 가락이어야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으로 쓴 노랫말과 빚은 가락이 어우러질 때에 아이들은 좋아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시외버스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즐겁게 나들이를 다니고 싶어서, 또 시외버스가 재미없으니, 기쁨과 재미를 찾으려고 노래를 부릅니다. 어른들은 텔레비전과 손전화에 빠지느라 아이들 노래를 못마땅해 합니다. 그러나, 뭐 어쩌겠어요. 어른이 아이한테 맞추어야지, 아이가 어른한테 맞추는가요? 돈있는 사람이 돈없는 사람한테 맞추어야지, 돈없는 사람이 돈있는 사람한테 맞추는가요? 젊은이가 늙은이한테 맞추어야지, 늙은이가 젊은이한테 맞추는가요? 숲을 살펴 숲에 살아가는 사람이 될 때에 아름답습니다. 사람에 맞추어 숲을 밀거나 줄이거나 없애면, 사람 스스로도 살아갈 길이 없습니다. 4346.7.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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