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먹는 밥

 


  아이들한테 차려 주는 밥이란 아이들만 먹는 밥이 아니다. 아이들이 먹어야 할 밥을 따로 차리지 않는다. 아이들이 먹기를 바라는 밥을 애써 차리지 않는다. 아이하고 함께 맛나게 즐길 밥을 차린다. 어버이로서 여느 때에 늘 즐기는 밥을 차려서 아이들이 이 밥을 기쁘게 맞이해서 아름답게 먹을 수 있기를 바란다.


  아이만 생각해서 차리는 밥이란 없다. 아이를 생각할 적에는 저절로 어버이인 내 몸을 함께 생각한다. 어버이인 내 몸을 생각할 적에도 똑같이 아이들 몸을 나란히 생각한다. 함께 살아가는 숨결인 줄 느끼면서, 서로 맑고 밝게 웃을 나날을 가만히 그린다.


  평화롭게 누리는 삶이란 너와 내가 모두 평화로운 삶이다. 어느 한쪽만 평화로울 수 없다. 나는 누런쌀밥을 즐겨먹기는 했으나, 날푸성귀를 즐겨먹지는 않으면서 지냈다. 날푸성귀가 어떤 풀맛인가를 느낀 지는 아직 열 해가 안 되었다. 날무도 날배추도 날당근도 날오이도 실컷 즐긴 지는 몇 해 안 되었다. 기름으로 지지고 볶기를 내키지 않다 보니, 아이한테 지짐이나 볶음이나 무침은 되도록 차리지 않고, 나 또한 으레 날것으로 먹기 마련이다. 오이지도 맛있지. 그런데 날오이도 되게 맛있다. 김치도 맛있다 할 만하겠지. 깍뚜기도 배추김치도 맛있다 하리라. 그런데 날무도 참 맛있다. 양배추도 여느 풀도 간장으로 살짝 버무려서 올린다. 이렇게 먹을 적에 내 뱃속이 가장 느긋하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뱃속이 느긋할까. 하루에 한두 차례 아이들이 누는 똥을 들여다보고 냄새를 맡으면, 아이들도 이런 밥차림이 몸에 맞는구나 하고 느낀다.


  이 겨울 지나고 새봄 찾아오면 아이들과 함께 집 둘레 온갖 풀을 찬찬히 뜯어서 즐겨야지. 아이들이 한 살 두 살 더 먹을수록 스스로 흙에서 풀을 얻고 흙벌레와 흙나무를 찬찬히 눈여겨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가까이에서 가장 또렷하고 힘있게 밥차림 이야기를 알려주는 사람은 바로 아이들이다. 4347.1.2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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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2014-01-20 11:56   좋아요 0 | URL
보기만 해도 건강해질 것 같은 밥상이네요.
재료가 좋지 않을 때 양념과 조리법이 복잡해집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죠.

파란놀 2014-01-20 13:55   좋아요 0 | URL
그렇기도 하겠네요.
재료가 안 좋다든지,
재료를 다룰 줄 모를 적에,
양념을 자꾸 쓰면서
조리법도 어려워지겠어요.
 

산들보라 수저 가지런히

 


  밥상을 다 차린 뒤 아이들을 부른다. 어느덧 작은아이도 밥상에 수저를 착착 놓을 줄 안다. 누나 수저 어머니 수저 아버지 수저를 잘 골라서 놓는다. 그러고는 제 수저도 가지런히 놓으려고 두 손으로 모아서 추스른다. 4347.1.2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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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52. 2014.1.7.

 


  아이들이 스스로 밥과 풀을 알맞게 집어서 먹을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 머잖아 찾아오리라 생각한다. 그때까지 아이 입에 밥과 풀을 넣어 주거나 아이 숟가락에 올려 준다. 서두를 까닭이 없다. 찬찬히 함께 먹으면 된다. 즐겁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도 아이들과 즐겁게 밥을 먹을 때에 마음속에 고운 빛이 서리는구나 하고 느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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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01. 2014.1.12.ㄴ 밥상맡 거꾸로 책

 


  밥상맡에서 만화책을 무릎에 펼치는 누나 흉내를 내는 작은아이. 늘 누나 흉내를 하는 따라돌이인데, 따라돌이로 놀면서 책은 으레 거꾸로 쥔다. 거꾸로 쥐어 넘기는 책은 어떤 재미일까. 나도 어릴 적에 작은아이처럼 거꾸로 책을 쥐며 놀곤 했을까. 거꾸로 본다지만 무엇을 거꾸로 볼까. 똑바로 보는 책은 무엇일까. 반듯하게 펴서 책을 읽는다는 이들은 참말 반듯하고 똑바르게 지구별 삶자락을 읽는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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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4-01-20 11:15   좋아요 0 | URL
거꾸로 보는 책, 너무 예쁘네요.

파란놀 2014-01-20 11:19   좋아요 0 | URL
네, 예뻐요.
 

아이와 살아가는 ‘작가’라는 사람은

 


  아이와 살아가는 작가라는 사람은, 글보다 아이가 늘 먼저가 된다. 한창 마감을 맞추려고 쓰는 글이 있어도, 아이가 배고프다고 노래하면 모든 일을 멈추고 밥을 차린다. 한창 힘을 쏟아 신나게 쓰는 글이 있어도, 아이가 “아버지 똥 다 눴어요. 똥꼬 닦아 주셔요!” 하고 부르면 두말 없이 아이를 안고 밑을 씻긴 뒤 똥그릇을 비워야 한다. 큰아이가 똥을 누고 나서 바로 작은아이가 눌 수 있고, 작은아이가 똥을 눈 뒤 큰아이도 똥을 누고 싶을 수 있으니까.


  아이와 살아가는 작가라는 사람은, 이래저래 쓸 글이 밀렸어도 아이하고 놀아야 한다. 밤을 밝혀 써야 할 글이 있어도, 아이를 다독이며 새근새근 재우고 나서 써야 한다. 그런데, 아이만 잠자리에 눕힌대서 아이들이 잠들지 않는다. 아이와 나란히 잠자리에 누워 자장자장 노래를 불러야 한다. 늘 이렇게 아이들을 재우는데, 아이들을 재우다가 으레 함께 꼬로록 곯아떨어진다. 등판이 따뜻하니 노래를 부르다가 어느 결에 먼저 잠들곤 한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잠들고서 한참 저희끼리 종알종알 떠들다가 곯아떨어진다.


  아이와 살아가는 작가라는 사람은, 아이들과 틈틈이 바깥바람을 쐬면서 마실을 다녀야 한다. 아이들이 씩씩하고 멋스럽게 마당에서 흙놀이를 한다거나 풀놀이를 하면 참으로 고맙다. 한겨울에도 손발이 얼면서 흙놀이를 하는 아이들이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그러니까, 이렇게 흙밭에서 뒹군 아이들이 마루로 올라서려고 하면 “안 돼!” 하고 막은 뒤, 섬돌에 서서 흙을 털도록 시키고, 아무래도 안 되겠구나 싶으면 옷을 벗겨 씻기거나 옷만 갈아입히거나 해야 한다. 이러고 나서 샛밥을 주어야지.


  아이와 살아가는 작가라는 사람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또 밤과 새벽 사이에도, 쉬거나 깊이 잠들 틈이 없다. 밤에 쉬 마렵다 하면 함께 일어나고, 자다가 이불을 걷어차면 여미어 주어야 한다. 틈틈이 일어나서 아이들이 이불을 걷어찼는지 안 걷어찼는지 살펴야 한다. 두 아이가 아주 어릴 적에는 밤오줌기저귀 가느라 삼십 분마다, 또는 십오 분마다 부시시 일어나서 기저귀를 갈고 밤빨래를 하곤 했다.


  새삼스럽지만, 아이와 살아가는 작가라는 사람은, 글보다는 아이한테 훨씬 크게 아주 많이 참말 참말 대단하게 마음과 사랑을 쏟아야 한다. 아이들과 복닥이면서 글을 쓸 짬을 내기 매우 빠듯하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있어 언제나 글감이 새로 샘솟는다. 이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며 늘 즐거우며 따사로운 글을 사랑스럽게 쓸 힘을 얻는다. 4347.1.1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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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4-01-20 11:17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아빠 덕분에 행복하게 자라는군요. 사랑을 듬뿍 받았으니 넘치는 사랑 나누는 일도 크게 하리라 믿어집니다.

파란놀 2014-01-20 11:30   좋아요 0 | URL
서로서로 예쁘게 어울리면서 잘 살자고
늘 새롭게 다짐을 하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