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실격 1
마츠야마 하나코 지음, 김부장 옮김 / 애니북스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349



가장 바보 같은 녀석

― 아이 실격 1

 마츠야마 하나코 글·그림

 김부장 옮김

 애니북스 펴냄, 2013.12.18.



  마츠야마 하나코 님이 빚은 만화책 《아이 실격》(애니북스,2013)을 읽습니다. 다자이 오사무라는 사람이 쓴 소설책 이름을 흉내내어 빚은 만화책 《아이 실격》이랄 수 있습니다. 만화쟁이 마츠야마 하나코 님이 ‘사람살이’를 어느 만큼 읽어내어 이 만화를 그렸는지 알 길은 없는데, 이 만화책에 흐르는 빛은 ‘다시 태어나서 똑같이 괴로운 나날을 되풀이하는 슬픔’입니다. “아이 실격”인 까닭은 까르르 웃고 노래하는 맑은 아이로 태어난 숨결이 아닌, 지난 삶에서 어떤 나날을 괴롭게 누리다가 스스로 죽거나 전쟁 때문에 죽거나 온갖 아픔 때문에 죽었는가를 모두 끌어안고 태어난 숨결이기 때문입니다.



- “아들아! 힘내! 조금만 힘을 내서 태어나 다오! 태어나면 신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아니? 이를테면, 아빠처럼 평범한 월급쟁이가 돼서, 고만고만한 월급을 받고, 무난하게 결혼해서…….” “아기의 박동 수가 떨어지고 있어요!” (4쪽)

- ‘이런 인간들과 인생을 다시 사는 건 사양하겠어! 하지만 이 몸으로는 내 의지로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다. 얼마나 무력하단 말인가! 나중에 이 몸이 자유로워진다면, 이 녀석부터 날려 버릴 거야!’ (7쪽)




  우리들은 다시 태어납니다. 우리 스스로 삶을 슬기롭게 깨닫지 못하면 다시 태어납니다. 예전 삶을 그치면서 예전 몸을 내려놓은 뒤, 넋이 하늘을 떠돌다가 새로운 몸을 찾아서 아기로 태어납니다. 새로운 삶을 바라면서 새로운 어버이를 찾아서 태어납니다.


  삶을 슬기롭게 깨달으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다시 태어나지 않겠지요. 슬기로운 생각으로 삶을 바라보고 느껴 깨닫는 넋이라면, 굳이 지구별에 다시 태어나지 않고 온누리를 마음껏 휘휘 날아다니는 빛이 될 테지요.


  이리하여, 만화책 《아이 실격》에 나오는 아이들은 하나같이 어둡습니다. 유치원 교사나 어버이 곁에서는 ‘다 모르는 어리광쟁이’인 듯 연극을 하고, 아이들끼리 있으면 그야말로 ‘예전 삶(수많은 전생에 걸친 윤회)에서 짊어진 굴레를 고스란히 떠맡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어두운 말만 주고받습니다.



- ‘노조미는 전생의 기억을 (세 살 때에) 잊고 말았다. 왜 인생에 절망했는지, 왜 세상 모든 것을 증오했는지를. 새로운 인격으로 삶을 시작하려는 이때 알 수 없는 무력감만이 남아 있었다. (8쪽)

-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건, 전생의 내가 죽는 순간 간절히 원했던, ‘두 번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라는 염원뿐이었다.’ (12쪽)

- “마녀라고 불렸던 사람들은 원래 약초에 대한 지식이 많고 치유 능력을 가졌던 여성들이었는데, 권력자들이 껄끄럽게 생각하여 그녀들을 마녀로 몰아 처형했지. 결과적으로 원령이 된 거래.” (115쪽)





  만화책 《아이 실격》은 재미있게 들여다보는 이야기책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아기조차 기쁨으로 태어나지 못할 뿐 아니라, 어버이도 아기를 기쁨으로 맞이하지 못하는 얼거리를 보여줍니다. 똑같이 흐르는 쳇바퀴에서 아무런 꿈도 사랑도 느끼지 못하는 틀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얼거리나 틀을 알면서 고치거나 바꾸지 않아요. 쳇바퀴를 그대로 밟습니다. 굴레에 스스로 갇힙니다. 초·중·고등학교를 거치며 입시지옥을 되풀이합니다. 고등학교를 마치면 대학입시에 얽매이고, 대학생이 되어도 느긋하게 놀지 못할 뿐 아니라, 아름답게 배우지 않습니다. 회사원이 되기를 바라고, 회사원이 되어도 늘 돈에 얽매이다가 아파트 전세와 부동산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데, 이러다가 짝꿍을 만나 살을 섞은 뒤 아기를 낳아요. 아직 스스로 꿈이나 사랑을 마음에 품지 않았는데, 그냥 아기를 낳습니다.


  이런 육아나 저런 육아를 한들 달라지지 않습니다. 삶은 바꾸지 않고 이런 교육과 저런 교육을 한들 나아지지 않습니다. 그저 ‘예전 삶에 쌓은 굴레’만 새삼스레 되풀이할 뿐입니다.



- ‘평범한 놈들이 제일 바보 같아.’ (21쪽)

- “뭐 그냥, 난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벅차기도 하고, 지키고 싶은 정의도, 타도하고 싶은 악도 없지만, 어쨌든 병역은 거부하려고.” “아, 그건 나도 그래.” (28쪽)

- “난 형이 있는데, 형제란 건, 무슨 일이든 서로 비교해서 암묵적인 순위를 정하고선, 부모의 기대와 돈을 상위 랭커에게 집중하는 것일 뿐. 나랑 형이랑 동시에 물에 빠지면 분명히 형을 먼저 구할 거라고 실감하는 날들의 연속이랄까.” (58쪽)





  아이들은 모두 빛입니다. 어른인 우리들도 모두 빛입니다. 누구나 빛으로 태어납니다. 새롭게 살아가고 싶어 태어납니다. 사랑과 꿈을 새롭게 누리면서 아름다운 마음이 되고 싶어 태어납니다.


  무엇을 할 때에 즐거울까요. 사랑을 하고 꿈을 키워야 즐겁겠지요. 전쟁을 하거나 경쟁을 벌이거나 이웃을 괴롭히면 즐겁지 않습니다. 무엇을 할 때에 웃음과 노래가 샘솟을까요. 사랑을 하고 꿈을 키워야 웃음과 노래가 샘솟겠지요. 전쟁무기와 군대를 자꾸 만들 뿐 아니라, 갖가지 사건과 사고가 들끓는 도시 문명사회를 그대로 두면 웃음도 노래도 없습니다.



- “여러분도 이제 상급반이 됐으니까 슬슬 ‘사회’에 대해 공부해 보아요. 우리가 사는 인간 세계의 중심에 있는 건 무엇일가요?” “저요! ‘사랑’이요!” “깜빡했는데, 선생님은 그 단어를 제일 싫어해요.” (47쪽)

- “여자들은 편하게 돈과 권력을 손에 넣고 싶어하는 게 아닐까?” ‘그러니까, 여자들은 왕자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왕자에게 선택된 자신을 사랑하는 거겠지.’ (71쪽)

- “투쟁심을 억제하며 협동 정신을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교육의 목적 아닌가요?” “현 단계에서 인류의 지성은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했어요!” (122쪽)




  가장 바보 같은 녀석은 아마 우리 스스로일 수 있습니다. 삶을 슬기롭게 바라보지 않는 우리 스스로가 가장 바보 같다 할 만합니다. 삶을 꿈과 사랑으로 가꾸지 않는 우리 스스로 가장 바보 같다고 여길 만합니다.


  거꾸로, 가장 아름다운 님이 우리 스스로가 될 수 있어요. 삶을 슬기롭게 바라보면 우리 스스로 가장 아름답습니다. 삶을 꿈과 사랑으로 가꾸면 우리 스스로 가장 빛납니다.


  어른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이 날마다 새롭게 노래하고 기쁘게 웃으면, 우리 곁에서 아이들이 즐겁습니다. 어른으로 일하는 우리들이 언제나 어깨동무와 두레를 펼치면서 서로 아끼고 돌보는 삶을 짓는다면, 바로 우리 둘레 아이들이 즐겁습니다. 만화책 《아이 실격》을 읽을 적에는 하하 웃습니다. 만화책 《아이 실격》을 덮은 뒤에는 곰곰이 생각에 잠깁니다. 4347.7.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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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63. 2014.5.5.ㄴ 인형도 책을 읽자



  두꺼운종이에 그림을 그려서 만든 인형을 한손에 얹은 사름벼리는, 인형더러 함께 책을 읽자고 말한다. 그러고는 그림책을 펼쳐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준다. 종이인형은 사름벼리 손에 느긋하게 앉아 책놀이를 즐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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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62. 2014.5.5.ㄱ 선물받은 책을


  어린이날을 맞이해 선물받은 책을 들고 마당으로 나온다. 봄볕이 포근하다. 마당에 걸상을 놓고 책을 펼친다. 한 쪽을 넘기면 재미나게 그림이 펼쳐지는 책을 들여다보면서 봄꽃내음을 함께 누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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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씨도 아주 작다



  우리 집 꽃밭에서 자란 상추포기에서 첫 꽃송이가 핀 지 꼭 보름이 지나니 씨앗이 맺는다. 상추꽃은 오래도록 잎사귀를 벌리지 않는다. 아침에 꽃잎을 벌리는가 싶더니 낮에 꽃잎을 닫기도 했고, 닫은 꽃잎을 다시 여는가 싶더니 저녁에 해가 다 기울지 않았어도 꽃잎을 닫곤 했다.


  상추씨를 받은 적이 아직 없어, 올해에 처음으로 꽃과 씨를 구경한다. 상추씨는 어떤 모습일까. 상추씨는 얼마나 작을까. 상추씨는 어떻게 떨어져서 퍼질까. 이래저래 궁금한 마음으로 지켜본 끝에 7월 6일에 ‘우리 집 상추씨’를 처음으로 얻는다. 꽃은 6월 21일에 처음으로 피었다.


  첫 씨앗을 얻었으니 곧 씨앗을 넉넉히 얻을 수 있으리라. 상추씨도 민들레씨처럼 날개를 단다. 상추씨는 상추포기 옆으로 떨어지는 씨앗이 아닌 멀리 날려 보내는 씨앗이로구나. 그러면, 우리 집에서 상추풀을 건사해서 상추잎을 먹자면, 씨앗을 잘 갈무리했다가 심어야겠구나. 4347.7.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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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상추꽃 책읽기



  이웃 할매가 한 포기 건넨 상추를 후박나무 옆에 심었다. 상추포기는 씩씩하게 자라서 잎사귀를 즐겁게 뜯을 수 있었고, 이제 상초포기는 꽃대를 올려 노랗게 꽃을 피웠다. 상추꽃은 노란빛이 꽤 곱다. 그런데, 상추꽃은 피기도 곧 피고 지기도 곧 진다. 호박꽃을 보면 수꽃은 이레 동안 피기도 하지만 암꽃은 꽃가루받이를 마치면 한나절만에 지기 일쑤이다. 해가 기울어도 어느새 꽃잎을 닫는 상추꽃이요, 바람이 불어도 곧 꽃잎을 앙다무는 상차꽃이다.


  꽃을 피우려고 꽃대를 곧게 하나 올린 뒤 여러 갈래로 차츰 퍼지는 모습을 지켜본다. 꽃대 하나는 여럿으로 나뉘고, 여러 꽃대는 또 여럿으로 다시 나뉜다. 상추꽃은 이렇게 피는구나 하고 깨닫는다.


  아주 마땅한 일인데, 상추도 씨앗으로 자란다. 씨앗을 심어야 자란다. 오늘날 사람들이 아주 많이 먹는 상추인데, 한 포기쯤 알뜰히 건사해서 꽃을 보고 씨앗을 받아 다시 심으려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가게에서 사다 심는 씨앗이 아닌, 상추가 꽃을 피워서 내놓는 씨앗을 받아서 갈무리하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시골마을에서 퍽 예전부터 잇고 잇던 씨앗을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두근두근 기다린다. 4347.7.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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