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허리 결린 나날 (사진책도서관 2014.8.3.)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날마다 등허리가 결리다. 책꽂이에 곰팡이가 먹지 않도록 어느덧 보름 넘게 책꽂이와 책을 나르고 옮기느라 고단하다. 도서관을 꾸릴 적에 책꽂이를 어떻게 갖추느냐 하는 대목이란 참으로 큰일이라고 새삼스레 느낀다. 도서관은 책은 책대로 알뜰히 갖출 노릇이면서, 책꽂이도 책꽂이대로 아주 좋은 나무로 짠 훌륭한 책꽂이를 두어야 한다. 참으로 좋은 나무로 책꽂이를 짜지 않으면 책이 다친다. 우리 도서관에 갖춘 책 권수를 헤아린다면, 책꽂이를 제대로 짜서 갖추는 데에 적어도 오천만 원은 써야 하는구나 하고 느낀다. 책꽂이 하나에 50만 원쯤 들일 적에 100개를 놓는 값이니 오천만 원이다.

  진땀을 빼면서 책꽂이와 책을 손질한다. 등허리가 결리고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 이동안 아이들은 저희끼리 잘 놀아 준다. 곰곰이 생각한다. 참말 나는 이제껏 ‘책을 제대로 갖추는 데’에만 마음을 기울였다. ‘책꽂이를 제대로 갖추는 데’에는 마음을 못 기울였다. 스스로 마음을 기울이는 대로 도서관이 나아가지 않겠는가. 이냥저냥 값싸게 들이는 책꽂이는 오래 가지 못하니, 도서관에서는 아무 책꽂이나 쓸 수 없다. 그래, 그렇지. 예부터 집을 한 채 지을 적에 아무 나무나 베어서 기둥이나 들보로 삼지 않았다. 예부터 집 한 채는 삼백 해나 오백 해는 이어갈 수 있도록 지었다. 예부터 집뿐 아니라 옷장이든 살림이든 두고두고 쓸 만하도록 지었다. 밥상 하나를 허투루 깎거나 짠 옛사람은 없다. 옷 한 벌을 허투루 짜거나 기운 옛사람은 없다.

  책 한 권을 놓고 보아도 그렇다. 도서관은 왜 있고, 도서관은 무엇을 하는가. 도서관은 책을 건사해서 지키고 나누는 구실을 하지. 그러면 도서관은 어떤 책을 두는가. 두고두고 읽을 책을 둔다. 우리한테 길잡이와 이슬떨이가 될 책을 둔다. 아름다운 삶을 밝힐 슬기로운 이야기를 담은 책을 둔다. 책 하나부터 사랑스러우면서 아름다울 노릇이고, 사랑스러우면서 아름다운 책을 꽂는 책꽂이이니, 책꽂이도 사랑스럽고 아름다울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하나 더 살핀다면,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책과 책꽂이가 있는 도서관은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마을에 있어야 할 테지. 그리고,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마을에서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도서관을 가꿀 사람도 마음밭을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보듬어야 할 테고.

  쇠걸상을 놓은 뒤 다용도장을 얹는다. 좋은 나무를 장만할 돈이나 좋은 책꽂이를 마련할 돈이 아직 없으니, 우리 도서관에 있는 것으로 머리를 짜내자. 빗물이 새거나 물기가 올라오는 바닥에서 높이 떼어놓으면 곰팡이가 안 올라오거나 덜 올라오려나. 앞으로 책꽂이 값을 장만하는 날까지 이대로 잘 버티어 줄 수 있기를 빈다. 요새는 집으로 돌아가면 등허리가 결리고 쑤셔서 아침에 일찍 못 일어난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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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08-07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침을 맞으셔야 할것같아요

파란놀 2014-08-07 11:52   좋아요 0 | URL
침은 안 맞아도 됩니다 ^^

시골집에서 등허리를 잘 펴고 드러누워서 쉰 뒤
맑은 바람과 물을 먹으면서
다시 기운을 차리면 되어요.

말씀 고맙습니다~~
하늘바람 님, 더운 여름 즐겁게 잘 누리셔요~
 

마감글 넷



  며칠 사이로 마감을 지어야 할 글이 넷 있다. 하나는 글삯 없이 보내는 글이고, 다른 셋은 글삯을 받는 글이다. 더운 여름에 차츰 기운이 처진다고 느끼는데, 새롭게 기운을 가다듬고 눈빛을 밝혀서 글을 써야겠다. 글 하나는 막 끝냈다. 이제 다른 글 셋을 써야지. 즐겁게 노래하듯이 글을 쓰자. 기쁘게 춤추듯이 글을 여미자. 4347.8.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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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는 머리끈순이



  아버지는 긴머리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머리끈을 쓴다. 사름벼리는 이를 흉내내어 머리에 끈을 두른다. 스스로 매듭을 지어서 스스로 머리에 댄다. 이렇게 하고 나서 동생한테 “누나는 머리에 땀이 흘러내리지 말라고 하는 거야. 너는 머리가 짧으니까 안 해도 돼.” 하고 말한다. 몸짓 하나하나가 어여쁘다. 4347.8.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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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4.7.31.

 : 파랗게 파랗게



- 하늘이 파랗게 파랗게 물든다.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이 예쁜 파란 빛깔을 아이들과 누리고 싶다. 이 어여쁜 파란 빛깔을 아이들한테 보여줄 뿐 아니라 내 가슴에 담고 싶다. 자전거를 달린다. 아이들을 태우고 면소재지를 다녀온다. 굳이 멀리 달리지 않아도 된다. 100킬로미터나 200킬로미터를 달려야 하지 않는다. 생각해 보라. 전남 고흥에서 100킬로미터를 달린들 어디를 가겠는가. 이곳보다 하늘이 파랗게 맑은 곳이 나올까? 고흥에서 200킬로미터를 자전거로 달리면, 이곳보다 하늘이 파랗게 맑은 곳이 나타날까?


- 아이들은 파란하늘을 얼마나 맞아들일까. 아이들은 파란하늘을 얼마나 가슴에 품을까. 아직 모르지. 아이들이 차츰차츰 크면 알 테지. 이 빛은, 이 하늘은, 이 삶은 우리한테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지 앞으로 아이들이 차근차근 알고 느끼면서 깨달을 테지.


- 면소재지를 다녀오는 길에 아주 천천히 달린다. 참으로 천천히 달린다. 살랑살랑 바람을 쐬면서 천천히 달린다. 이 하늘빛을 굳이 씽씽 달리면서 빨리 지나쳐야 하지 않다. 이 하늘빛은 그야말로 차근차근 걷듯이 달리면서 싱그러이 바람을 쐬고 마음 가득 노래를 담을 수 있으면 된다. 파란하늘에 빼꼼 고개를 내미는 하얀구름이 앙증맞다.


(최종규 . 2014 -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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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순이 35. 나란히 서서 (2014.7.31.)



  자전거를 타고 싶은 두 아이는 나란히 서서 아버지 자전거를 붙잡아 준다. 대문 바깥으로 자전거를 빼낸 뒤 문을 닫아야 한다. 두 아이가 나란히 서서 자전거를 붙잡고 논다. 아이들한테는 무엇이든 놀이가 된다. 한참 물끄러미 구경해 본다. 오랫동안 아버지가 나오지 않아도 두 아이는 고샅길에 서서 노래를 부르면서 논다. 재미있구나. 그래, 언제나 재미있게 놀아야지. 자전거도 재미있게 타자. 여름길을 달리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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