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65] 바꾸기



  좋은 줄 알면 좋은 곳으로

  기쁜 줄 알면 기쁜 자리로

  어느새 살며시 옮깁니다.



  어떤 일을 하지 말라 이야기할 까닭이 없다고 느낍니다. 왜냐하면, 어떤 일을 하는 까닭은 그 일이 스스로 좋거나 기쁜 줄 여기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에서 손을 놓도록 하자면, 그 일보다 마음을 사로잡거나 끌 만한 다른 일을 보여주기만 하면 넉넉하지 싶어요. 옳다 그르다, 맞다 틀리다, 좋다 나쁘다, 이런저런 말을 굳이 들려주지 않아도 되리라 느낍니다. 누구나 참답고 착하며 아름답게 즐거운 길로 삶을 바꿀 테니까요. 4347.9.1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경상도 영천이 어떤 곳인지 나는 잘 모른다. 경상도 영천이 예전에 어떤 곳이었는지 나는 잘 모른다. 경상도 영천에서 일제강점기와 해방 언저리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나는 잘 모른다. 시집 《시월》을 읽는다. 영천이라는 곳에서 흘렀던 이야기가 싯말 하나로 다시 살아난다. 《시월》을 읽으면서 영천과 시월항쟁도 읽지만, 시골살이와 시골사람과 시골마을을 함께 읽는다. 오늘은 어제와 얼마나 다를까. 오늘은 모레와 얼마나 다를까. 가슴을 뜨끈뜨끈 건드리는 싯말을 참 오랜만에 만난다. 싯말에서 흙내음을 참으로 오랜만에 맡는다. 흙내음이 나는, 다시 말하자면 삶내음이 나는 시를 참 오랜만에 만난다. 4347.9.1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시월
이중기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4년 6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2014년 09월 13일에 저장
품절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물놀이 2 - 늦더위를 시원하게



  일곱 살 사름벼리는 이제 마당 바깥물꼭지를 스스로 틀어서 끌 수 있다. 마당에서 얼마든지 동생이랑 물놀이를 할 수 있다. 고무통에 물을 받는다. 물을 이리저리 쏜다. 동생이 플라스틱그릇을 들어 물을 받아서 뿌린다. 물이 반짝반짝 빛나면서 흐른다. 그래, 그렇다. 산들보라가 갓 태어날 즈음 멧골집 일이 떠오른다. 그때 사름벼리는 하염없이 냇물줄기를 바라본 적이 있다. 물줄기는 만지든 바라보든 두고두고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다. 4347.9.1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고흥집 60. 마당에서 물놀이 2014.9.11.



  마당을 넓게 쓰기로 한다. 곁님이 먼저 소매를 걷어붙인다. 곁님이 마당을 치우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더 미루지 말자고 생각한다. 돌울타리를 다시 쌓고, 풀을 함께 벤다. 평상 자리를 옮기고, 이제 마당 한쪽 후박나무 그늘에 천막을 친다. 올여름에는 비가 잦았기에 마당천막을 여태 못 쳤다. 그래도 더운 날에는 으레 골짝마실을 갔지. 아이들은 천막에 들어가서 놀다가 물총놀이를 하다가 고무대야에 물을 받는 놀이를 즐긴다. 마당을 넓게 쓰면 아이들이 한결 신나게 놀 수 있다. 그래, 놀 터를 넉넉히 가꾸어야 아이들이 그야말로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면서 놀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블루레이] 빌리 엘리어트 - 아웃케이스 없음
스티븐 달드리 감독, 게리 루이스 외 출연 / 블루키노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빌리 엘리어트
Billy Elliot, 2000


  살아가는 즐거움이 있으면 웃는다. 살아가는 즐거움이 없으면 웃지 못한다. 아이도 어른도 모두 같다. 하루하루 즐거우면 아이들은 맑게 웃는다. 날마다 즐거우면 어른들은 밝게 웃는다. 즐겁지 못하다면 아이들은 얼굴에 웃음이 아닌 그늘이 드리운다. 아이들이 왜 애늙은이처럼 되고 말까? 아이들이 왜 웃으면서 이야기를 안 하는가? 저녁에 잠들고 아침에 일어날 적에 새로운 꿈이 피어나지 않으면, 아이들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진다.

  우스꽝스러운 짓을 해야 웃지 않는다. 아니, 오늘날 이 사회는 즐거운 삶이 아닌 터라, 우스꽝스러운 짓을 일부러 벌이면서 억지스레 웃음을 자아내려고 하는 ‘직업인’까지 생겨야 한다. 게다가, 오늘날 이 사회는 즐거운 삶이 아닌 탓에, 함께 어우러져 뛰놀 마당은 모조리 사라진 채, 텔레비전에 코를 박거나 경기장으로 찾아가서 ‘전문 직업 운동선수가 벌이는 쇼’를 구경해야 한다. 스스로 웃을 일이 없는 오늘날 사회이다. 스스로 뛰놀지 못하도록 가로막힌 오늘날 문명이고 정치이고 교육이며 문화이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 나오는 탄광 노동자는 어떤 사람들일까. 그야말로 빛을 잃고 꿈을 잃으며 숨결조차 잃은 슬픈 사람들이다.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아침에 탄광회사 앞에서 목청을 높이면서 싸우다가, 저녁에 술집에 모여 해롱거리는 짓뿐이다.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삶이 홀가분하지 못한데다가 즐겁지 않은 터라, 탄광 노동자 어버이는 이녁 아이들한테 꿈이나 사랑을 들려주지 못한다. 탄광 노동자 어버이는 이녁 아이들한테 이야기를 들려주지도 못한다. 함께 밥상맡에 둘러앉아도 달리 들려줄 이야기도, 들을 이야기도 없다. 꿈도 사랑도 없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없이 새까만 탄광마을인데, 길바닥만 본다면 새까만 무덤 같으나, 고개를 살짝 들어 하늘을 보면, 하늘빛이 파랗다. 고개를 들어 마을 앞으로 펼쳐진 바다를 보면, 바닷빛이 파랗다. 파란하늘과 파란바다가 베푸는 하늘바람과 바닷바람을 마실 수 있다. 다만, 고개를 들어야 하늘과 바다를 품에 안을 수 있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 나오는 ‘빌리’는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고, 바다를 보았다. 아이는 스스로 제 마음속을 읽었으며, 아이는 스스로 제 길을 깨달았다. 그리고, 제 이야기를 이녁 아버지와 형한테 들려준다. 이녁 아버지와 형은 땅바닥만 쳐다보느라 꿈과 사랑을 모두 잃거나 놓쳤는데, 빌리는 꿈도 사랑도 잃거나 놓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또렷하게 밝힌다. 이리하여, 빌리는 이녁 아버지가 처음으로 탄광마을 바깥으로 나가도록 해 준다. 발레학교 면접을 보러 가는 길이었지만. 그리고, 빌리는 이녁 형도 탄광마을 바깥으로 나가서 새로운 바람을 쐬도록 해 준다. 드디어 빌리는 춤꾼(발레)이 되어 스스로 하늘을 날아오르는 꿈을 모두한테 따사롭게 보여준다. 4347.9.1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