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곯아떨어져야지



  이제 곧 곯아떨어지려 한다. 몸이 아주 많이 고단하면 오히려 잠이 제대로 안 오기도 한다. 살림돈을 벌 생각으로 아주 빠듯하게 부산에 바깥일을 하러 다녀오느라 며칠 잠을 미루었고, 살림돈을 버는 바깥일이라지만 온마음을 쏟아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운 터라, 일을 마치고 난 뒤에는 그야말로 힘이 쪽 빠졌다. 고흥으로 돌아온 뒤 이틀에 걸쳐 손님을 맞이한다. 반가우면서 즐겁게 손님을 맞이하려 하니, 없는 힘을 다시 끌어올렸고, 없는 힘을 새롭게 지어서 끌어올리다 보니, 어제는 아이들과 함께 퍽 일찍 까무룩 잠든 뒤 모처럼 네 시간 즈음 쓰러지듯 눈을 붙인 듯하다. 해야 할 여러 일이 있어 밤에 살짝 눈을 뜬다. 흙을 만지는 흙지기가 날마다 흙을 만지듯이, 한국말사전 새로 엮는 일을 하는 나는 날마다 ‘사전 원고’를 조금씩 만져야 한다. 몸이 힘들더라도 몸에 바싹 다시 기운을 붙여서 이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힘든 몸으로 이렇게 얼마쯤 ‘사전 원고’를 쓰다 보면 어느새 머리가 맑게 깬다. 유리병에 미리 받은 샘물을 마신다. 글 한 꼭지를 마저 쓰고, 나도 이제 아이들 사이에 파묻혀서 신나게 단잠을 누려야겠다. 4347.9.2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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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마실 마친 빨래



  일요일 새벽에 시골집을 나서서 부산으로 바깥일을 보러 갔다. 월요일 새벽에 부산에서 길을 나서서 고흥으로 돌아온다. 이틀에 걸쳐 잠을 거의 못 자면서 시외버스로 여덟 시간 남짓 움직이니, 시외버스에서 살짝 눈을 붙이기는 했어도 잠이 잔뜩 쌓였다. 그러나 고흥집에 돌아온 내가 맨 먼저 하는 일이란, 마당에 있는 나무들한테 인사하기이다. 인사를 마친 뒤 마루문을 열고 들어와서 아이들 볼을 비비고, 곁님을 들여다보다가, 찬물로 몸을 씻은 다음, 빨래를 한다. 도시에서 묻힌 때와 먼지를 말끔히 씻고 빨래를 한다. 졸음이 가득한 몸이지만 씻고 빨래를 하면 무척 개운하다. 밀린 잠을 자더라도 씻고 빨래를 하면 잠이 한결 잘 온다. 4347.9.2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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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깃들고 싶은 사람은



  숲에 깃들고 싶은 사람은 늘 숲을 생각한다. 언제 어디에서나 숲을 꿈꾼다. 그래서 그예 숲으로 나아가고, 숲에서 삶을 지으며, 숲에서 노래를 한다.


  숲에 깃들 마음이 없는 사람은 언제라도 숲을 안 생각한다. 언제 어디에서라도 숲을 느끼지 못하고 보지 못하며 헤아리지 못한다. 누군가 숲을 망가뜨려도 아파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숲을 밀고 고속도로나 발전소나 공장이나 골프장이 들어서더라도 알아채지 못한다.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은 돈을 번다. 돈을 생각하고 돈을 바라며 돈을 바라본다. 이리하여,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은 언제나 돈에 둘러싸인다. 돈에 둘러싸이니 언제 어디에서나 돈하고만 얽히고, 돈에 사로잡히다가, 끝끝내 돈에 갇힌다.


  생각이 삶을 짓는다. 생각이 삶으로 드러난다. 생각이 삶으로 피어난다. 생각하는 만큼 살아간다. 생각하는 대로 살아간다. 이는 바로 참말이다. 참으로 그렇다. 생각하지 않으니 할 수 없다. 생각하니 할 수 있다. 생각하지 못하기에 알지 못할 뿐 아니라, 느끼거나 바라볼 수조차 없다. 숲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시골로 나들이를 가더라도 어디에 숲이 있는지 모르고, 숲 어귀에 서더라도 이곳이 숲인지 못 깨닫는다. 이를테면, 이런 일도 있다. 스스로 어떤 책을 바라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은, 또 스스로 책방이 어떤 곳인지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이녁 손에 쥔 쪽글에 이녁이 사려고 하는 책을 적었으나, 막상 이녘 눈높이에 있는 책꽂이에 이녁이 바라는 책이 꽂혔어도 알아내지 못한다. 생각이 없고 생각을 심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각해야 한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생각해야 한다. 생각을 지어야 한다. 어떤 사랑을 꽃피우면서 어떤 노래를 부르고 싶은지 생각을 지어야 한다.


  남이 시키는 대로 하면 생각을 잃는다. 사회라는 굴레에 갇힌 채 종살이를 하는 쳇바퀴에서 스스로 벗어날 생각을 품지 않으면, 늘 언제 어디에서나 고단한 나날을 되풀이할 뿐, 어떤 삶도 이루지 못한다. 우리는 날마다 ‘삶’이 아닌 ‘지겨운 반복작업 컨베이어벨트’에 갇힌 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날마다 ‘삶’을 새롭게 누리면서 웃고 노래하고 춤추고 이야기하는 숨결이 될 수 있다. 4347.9.2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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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짤막한 이야기 하나에 아주 단출한 그림이 살그마니 붙는 《너는 유일해》를 읽다가 문득 떠올린다. 그래, 먼먼 옛날부터 어느 나라 어느 겨레에서든, 어버이는 아이한테 이렇게 짤막한 이야기를 지어서 들려주었지. 입에서 입으로 물려주면서 흐르는 이야기가 이러한 얼거리였고, 참말 어른이라면 어버이라면 이런 이야기쯤 누구나 지어서 아이들한테 들려주었지. 그런데 오늘날 어른들은 스스로 이야기를 지을 줄 모르는구나. 오늘날 어른들은 책을 사서 아이들한테 떠넘기기만 하는구나. 오늘날 어른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집어넣기만 하고, 정작 어른들, 어버이들, 이들 스스로 아이하고 나눌 이야기를 짓지 않는구나. 왜 아이들한테 교과서와 참고서만 갖다 안길까? 왜 아이들한테 ‘삶 이야기’와 ‘사랑 이야기’와 ‘꿈 이야기’를 물려주지 않을까? 오직 하나만 있는 아름다운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삶꽃을 피우자면, 어른과 어버이 모두 스스로 이야기를 지어야 한다. 4347.9.2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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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유일해
루드비히 아스케나지 지음, 헬메 하이네 그림, 이지연 옮김 / 베틀북 / 2002년 1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2014년 09월 24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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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에서 따스하게 하루를 누린다. 내가 살고 곁님이 살며 아이들이 사는 이곳, ‘우리 집’에서 저마다 알콩달콩 이야기꽃을 마음으로 지으면서 하루를 누린다. 별을 보고 싶으면 마당으로 내려선다. 꽃을 보고 싶으면 흙이 있는 땅을 밟는다. 가을이 되니 무화과나무에 맺힌 열매를 고맙게 얻는다. 하얀 부추꽃은 천천히 지면서 까만 씨앗을 맺고, 사마귀는 어느새 풀빛에서 흙빛으로 달라진다. 그림책 《100층짜리 집》을 아이와 함께 들여다보며 생각한다. 100층자리 집에는 누가 살까? 우리 이웃이 산다. 우리 이웃은 어떻게 살까? 우리와 똑같이 산다. 100층짜리 집에 깃든 이웃들도 즐겁고 아름답게 하루를 누린다. 저마다 알콩달콩 이야기꽃을 피우고, 서로서로 아끼고 보살피면서 사랑스러운 하루를 헤아린다. 별은 어디에 있을까? 저 멀리에 있을까? 아마 저 멀리에도 있겠지. 그리고, 우리가 사는 이곳 지구도 별이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목숨은 저마다 작은 별 하나이기도 하다. 예쁜 마음이 흐르는 그림책이다. 4347.9.2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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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층짜리 집
이와이 도시오 지음, 김숙 옮김 / 북뱅크 / 2009년 6월
9,500원 → 8,550원(10%할인) / 마일리지 4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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