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이 달랜다



  아이들한테 아침을 차려 주고 난 뒤 고단해서 살짝 자리에 눕는다. 설거지는 마쳤고, 빨래는 한숨 돌리고 나서 할 생각이다. 한 시간쯤 눈을 붙였을까, 삼십 분쯤 눈을 붙였을까, 우체국 일꾼 목소리를 듣고 눈을 번쩍 떠서 소포를 받은 뒤 시계를 보았을 때에는 삼십 분쯤 지난 듯하다. 우체국 일꾼은 작은 책꾸러미 하나를 건네준다. 따로 시킨 적이 없는 책인데 누가 보냈을까 궁금하게 여기며 봉투를 뜯는다. 아, ㅊ이라는 곳에서 보낸 책이다. 비노바 바베 님 교육책이 얼마 앞서 새로 나왔다 했는데 ‘서평쓰기 책’으로 보내 주었다.


  졸음을 떨치고 책을 펼친다. 예전에 읽을 적에도 느꼈는데, 비노바 바베 님이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슬기로운 숨결이 있다. 이러한 숨결을 만나면 ‘사라진 기운’이 돌아오고 ‘없던 힘’이 천천히 솟는다. 책이란 이러할 때에 책이라고 느낀다.


  아나스타시아 이야기 여덟째 책 《새 문명》과 나란히 놓고 함께 읽어 본다. 따사로운 바람이 살며시 분다. 이윽고 책을 모두 덮고 기지개를 켠다. 신나게 빨래를 한다. 어제와 그제 비가 꽤 많이 내린 터라 이틀 사이에 빨래 몇 점만 했더니, 제법 쌓였다. 슬슬 추위가 다가오니 곧 두꺼운 옷가지를 빨래하느라 등허리가 꽤 결리겠네 싶다.


  빨래를 마무리짓고 마당에 넌다. 한가을에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을 받는다. 눈부신 햇볕을 받는 곡식은 잘 익으리라. 빨래도 잘 마를 테고, 내 마음에도 즐거운 이야기가 샘솟을 테지. 빨래를 다 널었으니 자전거를 몰아 서재도서관에 가서 살짝 아이들과 논 다음, 우체국에 다녀와야겠다. 책 한 권을 선물처럼 받으면서 새롭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4347.9.2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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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96. 2014.9.17. 아이들 밥버릇과 고기



  모처럼 고기를 밥상에 올린다. 고기를 밥상에 차릴 때면 늘 큰아이 어릴 적 밥버릇이 떠오른다. 우리 집은 고기를 딱히 안 먹지는 않으나 굳이 챙겨서 먹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큰아이는 어릴 때에 고기맛을 거의 본 일이 없다.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찾아갈 때면 으레 고기가 나온 밥상을 구경하는데, 큰아이는 고기에는 도무지 손을 대지 않았다.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손수 입에 넣어 주려 하면 싫어하고, 밥그릇에 얹으면 못마땅했다. 큰아이는 네 살로 접어들 무렵부터 천천히 고기를 조금 맛보았고, 이제는 그럭저럭 먹는다. 곰곰이 돌아본다. 사람이 살아온 나날을 곰곰이 돌아온다. 사람들이 고기를 즐겨먹은 지 얼마나 되었는지 돌아본다. 사람은 고기를 얼마나 자주 먹었을까? 아예 안 먹지는 않고, 아주 드물게 먹지 않았으랴 싶다. 옛날 옛적부터 사람들은 풀과 열매를 먹었으리라 느낀다. 몽골이나 알래스카 같은 데에서는 고기를 늘 먹을밖에 없었겠지만, 여느 삶터에서는 참말 풀과 열매가 몸을 살찌우는 밥이었으리라 느낀다. 어쨌든, 밥상으로 차렸을 때에는 즐겁게 먹으면 된다. 아이들아, 우리 맛나게 먹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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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67] 생각하기



  생각하기에 바라볼 수 있고

  생각하지 않으니

  그저 질끈 눈을 감네.



  스스로 생각을 하지 않으면 먹고 먹히는 하루가 됩니다. 이런 하루는 언제나 똑같이 되풀이됩니다. 수렁에 갇힌 하루라 할 만하고, 굴레에 얽매인 하루라 할 만해요. 이와 달리, 스스로 생각을 할 수 있으면 사랑을 새롭게 빚으면서 아름답게 거듭나는 삶이 되리라 느껴요. 생각을 하는 하루일 때에는 삶이 돼요. 왜냐하면, 생각을 하기 때문에 우리 둘레 모든 것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어요. 생각을 하지 않으면 무엇을 바라보든 새롭다고 느끼지 못해요. 새롭다고 느끼기에 삶이 피어나고, 새로운 줄 못 느끼면 삶이 사라지고 굴레와 수렁만 남습니다. 4347.9.2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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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놀이 8 - 이불 새로 빼꼼



  마당에 이불을 널면 아이들 놀이터가 새로 생긴다. 햇볕을 받아 보송보송 따순 기운 감도는 이불 사이로 아이들이 파고들더니, 서로 깔깔거린다. 이윽고 고개를 빼꼼 내민다. 누가 우리를 쳐다보나? 바깥에 누가 있나? 오락가락 들락날락 아이들은 이불놀이로 햇볕내음 듬뿍 받아먹는다. 4347.9.2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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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09-25 11:00   좋아요 0 | URL
넘 귀여워요

파란놀 2014-09-25 13:17   좋아요 0 | URL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꿈으로 무엇이든 짓는다. 꿈을 꾸기에 무엇이든 이룬다. 꿈을 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짓지 못한다. 꿈을 꾸지 않기에 아무것도 이루지 않는다. 그런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려 보는데, 참말 꿈을 안 꾸는 사람은 아무것도 안 하거나 못 이루는구나 싶다. 꿈을 안 꾸는 사람은 남이 시키는 대로 일만 하면서 돈을 얼마쯤 얻을는지 모르나, 스스로 무엇을 하고픈 줄 하나도 모른다. 그러니까, 무슨 일을 하든 스스로 하고픈 일을 생각하고 찾아서 가꾸어야 한다. 어디에서 어떻게 살든 스스로 꿈을 키워서 하루를 밝혀야 한다. 그림책 《꿈의 배 매기호》에 나오는 마가릿은 즐겁게 꿈을 애타게 빈다. 그리고, 이 꿈대로 이튿날 즐거운 삶을 새롭게 맞이한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얼마나 멋진가? 꿈을 꾸기에 아이답고, 꿈을 꾸면서 날마다 새로우며, 꿈을 꾸는 동안 어떤 일을 하든 모두 놀이가 되어 노래가 절로 흘러나온다. 4347.9.2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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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배 매기호
아이린 하스 글 그림, 이수명 옮김 / 비룡소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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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9월 25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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