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을 읽을 적에



  사람은 사람을 만납니다. 사람은 사람을 낳습니다. 사람은 사람을 돌봅니다. 사람은 사람을 사랑합니다. 사람은 사람을 생각합니다. 사람살이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곰곰이 헤아립니다. 겉으로 보는 사람이 그 사람을 오롯이 드러내거나 말한다 할 만한지, 속으로 볼 수 있을 때에 그 사람을 제대로 밝히거나 마주할 수 있다 할 만한지 돌아봅니다.


  우리한테는 누구나 빛과 그림자가 있다고 느낍니다. 빛이 있어 그림자가 있을 텐데, 빛이나 그림자는 겉으로 보는 모습이지 싶어요. 왜냐하면, 눈을 감으면 빛도 그림자도 느끼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한테는 눈이 있으니 빛과 그림자를 모른 척할 수 없다고 느껴요. 그러나, 우리한테 눈이 있어도, 오직 눈으로만 바라본다면, 내 앞에 있는 사람한테서 ‘빛·그림자’ 두 가지에만 얽매이고 마는구나 싶어요.


  사람이라면 누구한테나 몸이 있습니다. 그러나, 몸만 있지 않아요. 사람을 읽을 때에 몸만 읽는대서 제대로 모두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를테면, 은행계좌나 졸업장을 읽었으니 그이를 다 읽은 셈일까요? 어떤 작가가 내놓은 책이나 작품이나 사진이나 노래나 춤이나 공연을 다 갖추어서 읽었으면 그이를 다 안다고 할 만할까요?


  작가 한 사람이 쓴 책이나 글은 고작 그이가 보여주는 겉모습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어느 책이나 글이든 마음을 기울여서 씁니다. 그러나, 책 한 권이나 글 한 줄은 모든 마음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말이나 글을 빌어 마음 한 자락을 담아서 보여줄 뿐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읽으려면 마음을 보아야 합니다. 숲을 보려면 숲을 보아야 합니다. 숲 가운데 어느 한 곳을 찍은 사진을 본대서 숲을 보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숲을 담은 그림이나 글을 보았으니 숲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참새 한 마리를 동영상으로 찍는들 참새를 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참새 한해살이를 모두 보아야지요. 게다가 참새 한해살이를 본다 하더라도 한살이를 모두 보지 않는다면 참새를 안다고 할 수 없어요.


  내 이웃이 어떤 마음을 품고 어떤 생각을 지으며 어떤 삶을 가꾸는가 하고 알고 싶다면, 그야말로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내 마음부터 열어서 이웃한테 다가서야 합니다. 마음을 열어 다가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봅니다. 겉모습을 조금 훑을 수 있겠지만, 겉모습조차 제대로 못 훑기 일쑤입니다. 겉모습이나마 얼마나 훑고 나서 내 이웃한테서 무엇을 보고 느껴서 얼마나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몸을 이루는 두 가지가 빛과 그림자라면, 마음을 이루는 두 가지는 숨결과 넋입니다. 마음을 열 때에 비로소 숨결을 느끼고 넋을 만납니다. 내 숨결을 이웃한테 건네면서 서로 사귑니다. 내 넋을 이웃한테 보내면서 서로 알지요.


  다만, 사람들 가운데에는 이웃을 ‘몸’으로만 사귀고플 수 있습니다. 겉으로만 사귀고플 수 있습니다. 빛과 그림자를 보기만 해도 대단하다고 여길 만합니다.


  책 한 권을 손에 쥐면서 가만히 눈을 감습니다. 책을 펼칠 적에는 눈을 뜨지만, 책을 덮을 적에는 눈을 감습니다. 책 한 권에 서린 몸을 눈으로 살펴서 빛과 그림자를 받아들이고, 책 한 권에 감도는 마음을 넋과 숨결로 맞아들이려고 합니다. 4347.10.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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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놀이 1 - 책상에 배를 깔고



  산들보라가 새로운 놀이를 하나 알아낸다. 조그마한 몸 조그마한 아이이기에 할 수 있는 놀이이다. 네 살 아이가 책상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고는, 옳거니 나도 이 아이만 할 적에 이런 비슷한 놀이를 했고, 국민학교에 들어간 뒤에 학교에서 곧잘 이런 놀이를 했다고 떠올린다. 배를 책상에 깔고 손발을 뗀다. 이렇게 놀다가 가끔 책상이 엎어지거나 몸이 바닥에 꽈당 하고 떨어지곤 했다. 엄청나게 아프다. 그러나 책상놀이는 꽤 재미나기에 떨어지거나 엎어지더라도 다시 놀고 또 놀았다. 4347.10.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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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사’란 없다. 학교나 사회에서 이런 말을 흔히 쓰지만, 참말 ‘봉사’란 없다. ‘이웃돕기’란 없다. 학교이든 사회이든 이런 말을 함부로 쓰지만, 참으로 ‘이웃돕기’란 없다. 돈이 있기에 돈이 없는 사람한테 봉사를 하거나 이웃돕기를 하는가? 이는 더없이 말이 될 수 없다. 돈이 있으니까 돈이 없는 사람을 돕는다고? 아니다. 조금도 아니다. 돈이 있는 사람은 다른 것이 없다. 돈이 없는 사람은 다른 것이 있다. 그래서 서로 만날 수 있다. 돈이 있는 사람은 이 돈을 혼자 건사하고 싶지 않으니, 누군가한테 이 돈을 주고 싶어서 길을 나서기 마련이다. 돈이 아닌 다른 것이 있는 사람은 누군가한테 쉬 찾아가기 어려우니 늘 제 보금자리를 곱게 지키면서 사는데, 언제 어디에서 누가 찾아오더라도 이녁이 품고 지키며 건사한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어 준다. 《여행하는 카메라》를 읽는다. 사진기 하나로 여러 나라를 넘나들면서 ‘봉사’하는 이야기가 흐른다. 이러한 봉사를 꾀한 김정화 님은 아마 처음에는 ‘봉사’를 그리거나 생각했으리라. 그렇지만, 이 너머에 무엇이 있으리라 믿는 마음도 함께 있었으리라 느낀다. 그러지 않고서야, 지구별 여러 나라 따스한 아이들을 만날 수는 없었을 테고, 따스한 아이들이 나누어 주는 사랑이 어떤 숨결인지를 글이나 사진으로 엮을 수 없었을 테니까. 이 다음에는 조촐하게 찾아가는 이웃이 되어, 한결 홀가분하고 예쁘게 ‘이야기잔치’를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지구별 여러 나라 아이들과 ‘놀이’를 즐기는 ‘이야기잔치’를 꽃피울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 4347.10.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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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카메라- 카메라 우체부 김정화의 해피 프로젝트, 2014년 대한출판문화협회 올해의 청소년 도서
김정화 지음 / 샨티 / 2014년 9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4월 3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4년 10월 02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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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스레 아끼는 것을 팔 수 없다. 사랑스레 아끼기에 언제나 품에 꼬옥 안으면서 살고 싶다. 그런데, 사랑스레 아끼는 것이기에 팔밖에 없다. 생각해 보라. 남이 가져가서 쓰거나 아끼려 한다면, 아무것이나 내어줄 수 없다. 남이 값을 치러서 사려고 한다면, 나한테 애틋하면서 사랑스러운 것을 팔지, 헐거나 다치거나 망가진 것을 팔 수 없다. 그림책 《코뿔소 한 마리 싸게 사세요》를 읽는다.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참말 코뿔소를 팔 생각일까? 팔고 싶을까? 언제나 웃음과 노래를 불러일으키는 코뿔소를 다른 사람한테 넘겨도 괜찮을까? 마음 한편으로는 안 괜찮을 테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괜찮으리라 느낀다. 아이 마음 한쪽은 텅 빌 테지만, 믿음직하고 사랑스러운 코뿔소이니, 어디를 가든 다른 이웃한테도 즐거운 삶을 짓도록 이끌리라 생각하겠지. 아이가 코뿔소를 떠나 보낸다면, 아이는 앞으로 새로운 벗님을 곁에 두고 사귀면서 새로운 꿈을 지을 테고. 스스로 아름답게 짓는 삶이다. 4347.10.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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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뿔소 한 마리 싸게 사세요!
셸 실버스타인 지음,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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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 새끼
유재영 외 감독, 오달수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미운 오리 새끼
2012


  방위병으로 여섯 달을 머물다가 군대를 마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여러 가지 까닭이 있었으니 여섯 달 만에 군대를 마칠 수 있었는데, 군대 안팎에서 이들은 여러모로 아픈 생채기가 남는다. 군대에 있는 여섯 달 동안에도 고단하고, 사회로 돌아온 뒤에도 고단하다. 왜 한국 사회는 아프거나 힘든 사람한테 더 아프거나 힘든 굴레를 들씌울까?

  노닥거리면서 지낼 만한 군대는 없지만, 노닥거리면서 지내는 아이들이 있다. 여섯 달 만에 군대에서 벗어난대서 노닥거리지 않는다. 가슴에 현역이라는 이름을 붙이고서 노닥거리는 아이들이 참으로 많다. 이 아이들은 군대에 왜 왔을까. 노닥거리려면 차라리 군대에 안 오면 되지 않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노닥거리려고 군대에 오는 아이들이 있다. 왜냐하면, 사회에서 이들이 하는 어떤 일에서는 ‘현역 딱지’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에서는 ‘군대에서 노닥거렸는지 안 노닥거렸는지’를 따지지 않는다. ‘현역인지 아닌지’를 따질 뿐이다. ‘남들처럼 군대에서 여러 해 썩었다’는 티를 ‘숫자로 보여주’면 다 끝나는 듯이 여긴다. 정치도 문화도 경제도 교육도 모두 이렇다. ‘숫자’와 ‘졸업장’과 ‘자격증’만 볼 뿐이다. 속내를 들여다보지 않는다.

  곽경택이라는 분이 찍은 영화 〈미운 오리 새끼〉를 보며 생각에 잠긴다. 이 영화는 왜 찍었을까? 군대 속살을 보여주려는 영화인가? 폭력을 쓸 수밖에 없다는 핑계를 대려는 영화인가? 폭력을 무시무시하게 저질러 놓고 ‘미안하다’라든지 ‘어쩔 수 없었다’라 말하면 된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영화인가?

  군대에서고 어디에서고 폭력을 둘러댈 수 없다. 군대에서 어떻게 폭력을 안 쓰고 버티느냐 하고 물을는지 모르나, 참말 그 끔찍한 군대에서 손찌검이나 거친 말 없이 슬기롭게 지내는 사람이 꼭 있다. 참과 거짓 사이에서 참에는 등지고 거짓에 기대면서 휘두르는 폭력이다. 영화에 나오는 ‘여섯 달 방위’인 주인공 삶은 어떠한가? 이 아이는 얼마나 거짓스럽게 살아왔는가. 모든 것에 등을 지고, 모든 것을 제대로 보려 하지 않으면서, 얼마나 스스로 핑계만 내세우면서 살았는가. 아버지가 핑계이고, 주인공이 마음에 둔 여군 하사관을 다른 아이가 여관에 데리고 가는 모습을 보았으니 핑계인가. 행자라고 하는 만만한 ‘군대 죄수’가 핑계이고, 바보스러운 중대장이 핑계이니, 이 아이는 언제 어디에서나 마구 폭력을 휘둘러도 되는가?

  새끼 오리는 밉지 않다. 새끼 오리는 그저 새끼(아기)이고 오리이다. ‘미운’이라는 말은 남이 붙이지 않는다. 내가 스스로 나한테 붙인다. 영화 〈미운 오리 새끼〉에는 군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그악스러운 일이 처음에는 찬찬히 흐르는 듯하지만, 어느새 줄거리가 엉뚱하게 흐른다. 무엇을 말하고 싶을까.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군대는 앞으로도 이렇게 가야 하는가. 삶은 앞으로도 이렇게 종살이처럼 되어야 하는가. ‘소재’를 다루는 몫은 감독한테 있다. 4347.10.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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