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아이들

 


  아이들이 옥수수를 먹는다. 두 아이가 나란히 씻고 나서 새 옷을 입지는 않고, 알몸으로 옥수수를 먹는다. 마지막 무더위를 누릴 늦여름, 읍내 마실을 하며 장만한 옥수수가 있고, 전남 고흥하고는 아득하게 먼 강원도 양양에서 보내 온 옥수수가 있다. 아이들은 옥수수를 잘 먹는다. 한 소쿠리 있어도 둘이서 다 먹을 낌새이다. 한 아이가 입에 물면 다른 아이가 입에 물고, 한 아이가 입에서 내리면 다른 아이가 입에서 내린다. 서로서로 마주보면서 옥수수를 먹는다. 서로 나란히 앉아 옥수수를 먹는다. 요것들이 섬돌 시멘트 바닥에도 알몸으로 퍼질러 앉아 옥수수를 먹는다. (4345.8.31.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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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2.8.15.
 : 앞으로 큰아이 탈 이음자전거

 


- 이음자전거를 얻다. 큰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면서 이제 자전거수레에 두 아이 모두 태우기에는 좁구나 싶어, 큰아이는 따로 이음자전거를 마련해서 태우면 좋으리라 생각해, 여러모로 알아보려는데, 고마운 이웃이 이음자전거를 우리한테 물려주시기로 했다. 골판종이 상자로 곱게 싸서 화물로 우리 집에 온다. 상자를 하나하나 뗀다. 큰아이는 이음자전거 손잡이에 달린 ‘무당벌레 딸랑이’를 만지고 싶다. “무당벌레가 있네. 날개가 하나 없네.” 하고 말하며 딸랑딸랑 한다. 작은아이는 곁에서 누나가 무얼 하는가를 멀뚱멀뚱 바라본다. 작은아이도 큰아이처럼 딸랑놀이를 하고프지 않을까.

 

- 이음자전거를 자전거와 수레 사이에 붙여 본다. 큰아이가 타기에는 아직 높다. 옆지기더러 한 번 앉으라 하는데, 어른이 타기에는 낮다. 옆지기가 이음자전거에 탈 수 있으면 네 식구 나란히 마실을 다닐 텐데 싶지만, 옆지기는 옆지기 자전거를 타면 되지. 앞으로 큰아이가 이음자전거에 타고 작은아이 혼자 수레에 앉으면, 면이나 읍으로 마실을 다닐 때에 짐을 싣기 한결 수월하리라 생각한다. 이윽고 큰아이는 제 자전거를 따로 받아 홀로 씩씩하게 달릴 수 있겠지. 언제쯤 이렇게 될는지 모르지만, 머잖아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튼튼한 어른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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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8-31 12:21   좋아요 0 | URL
자전거 참 특이하네요
큰 아이 얼굴이 참 사랑스럽군요 둘째는 넘 귀엽고요

파란놀 2012-09-01 00:32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타는 이음자전거예요. 뒤에서 발판을 굴려 주면 한결 수월하게 잘 나갈 수 있답니다.
 

자전거쪽지 2012.8.14.
 : 바람 넣고 싶은 큰아이

 


- 우체국에 가려는데 자전거 앞바퀴에 바람이 빠졌다. 왜 빠졌을까? 아무튼 바람을 넣어야 자전거가 굴러가니까 바람넣개를 꺼낸다. 꼭지를 바퀴하고 잇는다. 이때 큰아이가 바람을 넣어 보겠다고 말한다. 그래? 그럼 넣어 보겠니? 처음에는 몇 차례 낑낑대며 바람을 넣지만, 이내 힘이 모자라 더는 바람넣개를 밀지 못한다. 곁에서 작은아이가 쪼그리고 앉아 누나 하는 양을 지켜본다. 아이가 바람넣개로 씨름하는 동안 나는 이것저것 챙긴다. 가까운 면소재지 우체국으로 가는 길이라 하더라도, 작은아이 바지하고 기저귀를 챙기고, 아이들 마실 물을 챙긴다. 큰아이가 더는 못하겠다고 할 무렵 바람넣개를 물려받는다. 쉭쉭 바람을 채운다. “나는 아직 못해. 아버지는 할 수 있어.” 그러나 너도 머잖아 자전거에 바람을 넣을 수 있단다.

 

- 우체국으로 간다. 두 아이는 우체국 계단 언저리를 타며 논다. 새로운 놀거리를 만났구나. 나는 편지와 소포를 부친다. 아이들은 계단 언저리에서 마냥 즐겁게 논다. 놀 때까지 마음껏 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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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밤 누리는 마음

 


  밤이 하얗습니다. 티끌 하나 없이 하얀 밤입니다. 두 차례 거센 비바람이 지나간 시골마을 밤하늘은 몹시 하얗습니다. 이제 보름이 두 차례 지나면 한가위입니다. 한가위를 코앞에 둔 보름달은 매우 밝습니다. 저녁에 불을 모두 끄고 잠자리에 들려 해도 방으로 환한 달빛이 스며듭니다.


  아직 잠잘 생각이 없는 큰아이를 업습니다. 몸앓이를 하느라 지친 몸이지만, 큰아이를 업고 마당으로 내려섭니다. 마을을 한 바퀴 휘 돕니다. 구름 거의 없는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군데군데 남은 구름은 달빛을 받으며 눈부신 보배처럼 빛납니다. 나즈막한 멧봉우리 위로도 커다란 별이 보이고 하늘 꼭대기로도 커다란 별이 보입니다. 동그란 달은 들판을 골고루 비춥니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흔들리기만 할 뿐 드러눕지 않은 벼가 달빛을 찬찬히 받습니다. 큰아이와 함께 들판 한켠에서 밤벌레 노랫소리를 듣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들판에서 자라는 곡식은 낮에 햇볕을 받으면서도 자라지만, 밤에 달볕을 받으면서도 자라겠구나 싶어요. 낮에는 휘잉휘잉 바람소리를 들으면서도 크고, 밤에는 풀벌레 노랫소리를 들으면서도 크겠지요.


  다 다른 벌레들 다 다른 노랫소리를 듣습니다. 같은 귀뚜라미라 하더라도 다른 노랫소리입니다. 같은 방울벌레인들 다른 노랫소리입니다. 하얗고 고요한 밤을 가슴에 담뿍 안고는 집으로 들어옵니다. 큰아이 쉬를 누이고 함께 잠자리에 듭니다. 큰아이는 이내 새근새근 잠듭니다. (4345.8.31.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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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찬히 살피는 손길

 


  어느 책 하나 판이 끊겨 새책방 책시렁에서 사라져도 서운하지 않아요. 애틋하게 여겨 찬찬히 살피며 읽을 손길은 헌책방으로 찾아가서 따사롭게 품에 안을 테니까요. 마음으로 쓰다듬어 마음에 담는 책이에요. 마음을 열기에 눈을 뜨고 바라볼 수 있어요. 마음이 있기에 가슴에 사랑 심으며 이야기를 아로새길 수 있어요. (4345.8.31.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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