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둑길 사진찍기


 첫째 아이하고 읍내 마실을 가려면 시골버스 타는 데로 가거나 자전거수레에 태워야 한다. 오늘은 모처럼 첫째 아이 손을 잡고 시골버스 타는 데로 걸어가기로 한다. 빗방울이 듣기에 큰 사진기는 내려놓고 비오는 날에도 쓸 수 있는 작은 사진기를 목에 건다. 아이는 아버지 흉내를 내면서 ‘망가진 필름사진기’를 손목에 걸고 걷는다. 아이는 함께 걷는 내내 틈틈이 사진 찍는 모습을 보여준다. 망가진 필름사진기에는 필름이 없기도 하지만, 망가졌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수 없다. 그러나 첫째 아이는 신나게 사진기를 들여다보면서 즐거이 단추를 누른다. 나는 아이 곁에서 아이가 사진을 찍으며 노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다. 사진기가 두 대라면 참 재미있다. (4344.9.9.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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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50원


 둘째 아이 백날을 맞이해서 흰떡을 뽑은 다음, 이 떡을 음성 읍내에서 자주 마주하면서 고맙다고 여기는 분들한테 찾아가서 하나씩 드렸다. 이 가운데 음성 시외버스 타는 곳에서 표를 파는 아주머니한테도 하나 드렸는데, 오늘 첫째 아이하고 읍내마실을 나오면서 표를 한 장 끊으려고(우리 마을을 오가는 광벌 버스표) 하는데, “어, 백일떡 잘 먹었어요. 잠깐만요. 이거(돈) 받는 거 아니에요. (표) 하나 줄게요.” 하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탈 때에 끊을 표를 그냥 내주신다. 내가 내민 돈을 고스란히 돌려주신다. (4344.9.9.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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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신동엽
김응교 지음, 인병선 유물 보존.공개.고증 / 현암사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삶과 사람과 삶터를 읽는 책이라면
 [책읽기 삶읽기 66] 김응교, 《시인 신동엽》(현암사,2005)


 이야기책 《시인 신동엽》(현암사,2005)은 지난 2005년 12월 30일에 나왔습니다. 나는 이 책을 2006년 앞겨울에 서울 명륜동에 자리한 인문사회과학책방 〈풀무질〉에서 장만했습니다. 시인 신동엽을 좋아하며 아끼기 때문에, 누군가 당신을 이야기하는 책을 내놓을 때에 곧바로 눈길이 갔고, 이 책에는 당신이 손수 적바림한 글이며 편지가 알알이 깃들어 더 애틋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선뜻 다 읽어내지 못했습니다. 처음 장만해서 읽던 2006년부터 마지막 쪽을 덮은 여러 달 앞서인 2011년 봄까지 내내 더부룩합니다.


.. 이 사진을 보고 신동엽이 친일을 했다고 한다면, 그야말로 몰역사적이고 무분별한 태도다. 오히려 우리는 이 사진에서 군국주의가 한 아이에게 강요한 ‘국가의 폭력’을 볼 수 있다 . “우리도 자라서 어서 자라서 / 소원의 군인이 되겠습니다 / 굳센 일본 병정이 되겠습니다(이원수-지원병을 보내며,1942.8.)”라는 동시처럼, 당시 제국주의 일본은 군대식 놀이를 통해 아이들을 병정으로 의식화시켰다 ..  (24쪽)


 글쓴이 김응교 님은 시인 신동엽 님이 ‘친일을 한 사람이 아님’을 잘 헤아려야 한다면서, 역사와 사회와 삶과 사람을 읽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들먹이면서 어린이문학을 하던 이원수 님이 일제강점기에 쓴 시를 ‘보기’로 듭니다.

 왜 이렇게 할까요. 왜 이렇게 해야 했을까요.

 시인 신동엽 님이 태어나서 어린 나날을 보낸 일제강점기에 시인 신동엽 님을 둘러싼 여러 삶과 사회와 터전을 읽어야 한다면, 어린이문학가 이원수 님을 둘러싼 온갖 삶과 사회와 터전 또한 읽어야 할 텐데요. 어린이문학가 이원수 님은 왜 〈지원병을 보내며〉처럼 슬픈 시를 써야 했을까요. 슬픈 시를 쓴 이원수 님 삶은 해방 앞뒤로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 신동엽이 민족적 주체성을 탐구하고, 나아가 동학을 연구하며, 민족서사시 〈금강〉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상처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 어떤 이들은 이 시를 퇴행적 복고주의니 배타적 민족주의라는 말로 비판한다. 김수영도 신동엽이 “쇼비니즘으로 흐르지 않을까?” 하고 염려했다. 하지만 그의 시를 논할 때는 지금의 잣대로 비판하기보다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살펴 시인이 왜 이러한 정언적 호명을 남겼는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시를 이방인에 대한 배타주의로만 읽는 것은 지나친 오해이다 ..  (25, 154쪽)


 《시인 신동엽》을 내놓은 김응교 님은 “이러한 (일제강점기) 상처가 있었기 때문”에 “민족적 주체성”을 살찌우면서 “민족서사시”를 쓸 수 있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요. 맞습니다. 마땅한 말입니다.

 그러면, 어린이문학을 하던 이원수 님은 어떠한가요. 독재자 이원수와 박정희를 나무라면서 전태일을 노래하고 참다운 민주와 평화와 통일과 평등과 해방을 바라는 넋을 어린이문학에 담은 이원수 님은 어떠한가요.

 그지없이 아름다운 글꽃을 앞에 두고도 정작 신동엽 문학에 얽힌 빛과 그림자를 살가이 풀어내지 못하는 모습은 너무 안타깝습니다. 아니, 안쓰럽습니다. 빛이 있기에 그림자가 있습니다. 그림자가 지기에, 이 그림자를 돌아보면서 따사로운 빛을 품에 안습니다. 그림자라 하지만, 나무 그림자는 좋은 그늘이 됩니다. 그늘이 있어 더위를 식히고 땀을 훔칩니다. 꽃잎이 드리우는 그림자가 있어 무당벌레와 지렁이와 여치가 한여름을 이겨냅니다.

 편가르기를 하는 사람들이 무섭습니다. 편가르기를 하면서 뭇칼질을 하는 사람들이 무시무시합니다.

 삶을 읽어야 시요, 사람을 읽어야 문학이며, 사랑을 읽어야 넋입니다. 시인 신동엽 님은 어떠한 삶을 일구면서 어떠한 사람을 사귀면서 어떠한 사랑을 나눈 분이었을까요. 《시인 신동엽》을 읽는 내내, ‘신동엽 시인 삶·사람·사랑’을 제대로 헤아리기 어려웠습니다. 부디, 앞으로 더 곰삭이거나 아로새기면서 시인 신동엽 님 꿈과 넋과 빛을 오롯이 그려내는 아름다운 글꾼 하나 태어날 수 있기를 빌어 마지 않습니다. (4344.9.9.쇠.ㅎㄲㅅㄱ)


― 시인 신동엽 (김응교 씀,현암사 펴냄,2005.12.30./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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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9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1-09-09 17:51   좋아요 0 | URL
달덩이 같은 사진이라면 더 좋지요 ^^;;;;;

올 여름에는 끝없는 비가 쏟아졌는데
한가위 때에는 달을 못 보더라도
구월 들어 비가 없는 일만으로도
고맙다고 느껴요.

언제나 즐거우며 좋은 한가위가 되면 좋겠어요~
 

 

 그림책 위에 만화책 놓기


 무릎에 그림책을 얹고 넘기던 아이가 아톰 만화책을 집어들어 넘긴다. 다 본 책은 옆에 놓고 보면 되련만, 책 위에 책을 얹고 보는구나. 아버지가 책을 읽을 때에 곧잘 이렇게 하는데, 아버지가 하는 양을 보고 배웠니? (4344.9.9.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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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외버스 책읽기 3


 시외버스를 타고 바깥으로 볼일을 보러 움직이는 길이기에, 퍽 느긋하게 책을 펼칠 만합니다. 집에서는 온갖 집일을 하면서 아이랑 부대껴야 하니, 어느 한때조차 느긋하게 책을 펼치지 못합니다. 첫째 아이가 얌전하고 조용하게 그림책을 들여다보는 동안 둘째 아이가 새근새근 잠자면, 아버지도 가까스로 한숨을 돌리면서 몇 쪽이나마 펼칩니다. 아버지가 그림책을 읽으면 첫째 아이는 뽀로롱 달려와서 아버지 무릎에 앉습니다.

 시외버스를 타고서 가방에서 책을 꺼냅니다. 시외버스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선 채로 책을 읽었습니다. 멧골집에서 나와 시골버스 타는 데로 걸어오는 동안, 또 시골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나긋나긋 울려퍼지는 가을날 풀벌레 노랫소리를 들었습니다. 이 노랫소리는 시골버스를 탈 때부터 더는 들을 수 없고, 읍내에 닿은 다음부터는 꿈꿀 수 없습니다. 서울로 달리는 시외버스는 살가운 흙내음하고는 동떨어진 차가운 시멘트내음하고 가까워집니다.

 바람을 가르는 큼지막한 버스가 내는 소리가 귀에 울립니다. 맞은편 찻길을 내달리는 수많은 자동차가 바람을 가르는 무서운 소리가 귀를 때립니다. 에어컨 소리가 들리고, 버스 일꾼이 켠 라디오 소리가 들립니다. 빠르게 달리는 버스가 덜덜 내는 소리가 들리며, 바퀴가 아스팔트를 찍는 소리랑 엔진이 부릉부릉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자가용 있는 집 아이들은 늘 이런 소리를 끼고 살아야겠지요.

 온누리는 온통 수많은 기계와 자동차와 전자제품이 내는 소리들일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가만히 살피면 커다란 도시 한복판을 둘러싼 곳에서만 이러한 소리일 뿐, 아직 훨씬 더 넓은 들판과 멧자락에서는 흙내음 소리랑 햇살 소리랑 바람결 소리와 푸나무 소리입니다. 나는 나부터 내 몸에 걸맞지 않을 뿐더러, 내 몸을 힘들게 하는 소리를 즐기고 싶지 않으며, 이 소리를 우리 아이들이 물려받지 않기를 바랍니다. 골이 띵하지만 시외버스에서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한손으로 이마와 뒷통수를 꾹꾹 누르면서 책읽기를 합니다. (4344.9.9.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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