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어제 내가 본 나무 (2025.12.29.)

― 서울 〈악어책방〉



  우리가 바라보는 별은 워낙 이 푸른별에 댈 수 없도록 크다고 하는데, 막상 우리별에서 바라보는 뭇별은 당근씨나 파씨나 부추씨처럼 조그맣다고 느낍니다. 작은책집 한 곳은 드넓은 서울에 대면 얼핏 초라하거나 호졸곤해 보일 수 있어요. 작은책집은 자그맣기에, 별씨 한 톨만 한 크기로 반짝이지요. 작은책집은 작은씨앗과 마찬가지라서, 나란히 별씨 한 톨만큼 작은책손을 길동무로 맞아들이고요.


  어느 날 문득 “‘미워해서(저주)’ 바꿀 수 있으면, 이 별은 진작 싹 바뀌었구나!” 하고 혼잣말이 터져나왔습니다. 여러모로 보면 우리는 자꾸자꾸 서로 미워하고 싫어하고 등지고 손가락질하는 짓에 길들더군요. 저놈은 저런 짓을 해서 잘못했고, 잘못값을 치러도 언제까지나 미움받아야 한다고 여기며 미움씨를 스스로 심어요. 요늠은 요런 짓을 벌여서 잘못이니까 요놈이 죽을 때까지 요 잘못을 끝없이 되새기고 외치면서 그냥 내치고 내몰기까지 하는 불씨를 우리 스스로 퍼뜨려요.


  설거지를 돕다가 그릇을 깬 아이한테 스무 살에도 마흔 살에서 예순 살에도 “너 그때 접시 깼잖아!” 하고 이글이글 타올라야 할까요? 사랑에 크기가 없이 오롯이 사랑이듯, 잘못에도 크기가 없이 그저 잘못입니다. 잘한 일에도 크기가 없이 그대로 잘한 일이고, 착한 일에도 크기가 없이 옹글게 착한 일입니다. 높낮이를 죽죽 갈라서 금을 그을 적마다, 우리 손으로 미움씨에 불씨에 시샘씨를 심고 맙니다.


  서울에 닿아서 두 군데 책집을 들르려고 하는데, 한 곳은 길그림에만 있다고 나오고 정작 마을에는 없습니다. 한참 헤매다가 길손집에 일찍 깃들기로 합니다. 미리잡기를 한 때보다 일찍 들어가면 1만 원을 더 내야 합니다. 길손집 옆 잎물집에서 1시간을 보낼까 헤아리다가 그냥 1만 원을 더 내고서 쉬기로 합니다.


  푹 쉰 뒤에 〈악어책방〉으로 건너갑니다. 겨울 복판이고, 길은 꽁꽁 얼지만, 시내버스나 전철은 매우 덥습니다. 버스를 탄 분은 하나같이 미닫이를 열고서 바깥바람을 쐬는군요. 아주 뒤죽박죽 같습니다.


  춥기에 불을 땔 만합니다. 춥기에 알맞게 불을 땔 노릇입니다. 여름에는 가볍게 차려입고서 일하고, 겨울에는 도톰히 갖춰입고서 일하면 됩니다. 여름에는 땀을 빼고, 겨울에는 손이 곱으면 됩니다. 밥은 ‘제철’을 살피지만 날씨와 삶은 제철을 잊는다면 ‘저(제·나)’를 나란히 잊어요. 아니, 요즈음은 밥도 날씨도 삶도 ‘철’을 그냥 잊고 잃느라, 스무 살에도 마흔 살에도 예순 살에도 ‘어른’이 아닌 ‘철바보’인 채 맴도는구나 싶습니다.


  마음에 말 한 마디를 놓으면서 스스로 피어날 수 있습니다. 아무 말이나 남(사회)을 따라서 쓰기보다는, 나너우리를 어우르는 별빛을 담은 말씨를 함께 놓아요.


ㅍㄹㄴ


《녹색평론 191》(김정현 엮음, 노객평론사, 2025.9.8.)

《모양모양 vol. 9》(구선아 엮음, 양천문화재단, 2024.4.30.)

《모양모양 vol. 10》(구선아 엮음, 양천문화재단, 2024.6.30.)

《모양모양 vol. 11》(구선아 엮음, 양천문화재단, 2024.9.30.)

《2026 그림책 수첩》(편집부, 한국그림책출판협회,2025.12.)

《눈과 보이지 않는》(데이브 에거스 글·숀 해리스 그림/송섬별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4.8.14.)

#The Eyes and the Impossible #DaveEggers #ShawnHarris

《여우》(마거릿 와일드 글·론 브룩스 그림/강도은 옮김, 파랑새, 2012.7.25.첫/2022.12.15.11벌)

#MargaretWild #RonBrooks #fox

《잇차! 내 일》(미량, 문화예술창작소 그리다, 2025.9.30.)

《료의 생각 없는 생각》(료, 열림원, 2025.6.16.첫/2025.8.15.6벌)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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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피어난 그림책

- 《마늘꽃》(최서영 글·그림, 봄봄출판사, 2025)과 함께하는 수다꽃



그림마당: 2026.2.7.(토)∼3.7.(토) 부산, 마을책집 〈책과아이들〉


수다마당 [최서영 작가와 만남]


1. 부산 작은도서관, 오른발왼발

2026년 2월 6일 금요일 오후 7시

* 참가 문의: @ppippisam_library


2. 부산 마을책집, 책과아이들

2026년 2월 7일 토요일 오후 2시

* 참가 문의: 010-9134-1350 문자 보내 주세요.


***


어른·청소년·어린이 누구나 반깁니다.


우리 옛이야기를 보면, 곰과 범이 ‘쑥·마늘’을 온날(100)을 살아내는 길을 다룹니다. 옛이야기에서 다루는 ‘쑥’은 들빛풀이고, ‘마늘’은 밭풀이에요.


손수 심어서 겨우내 눈빛을 소복소복 받으며 영그는 마늘입니다. 새봄이면 무와 배추가 장다리를 올려서 해사하게 꽃잔치를 벌이고 벌나비를 불러요. 이무렵에 마늘도 ‘종’이 고스란하면, 장다리꽃 곁에서 발간빛으로 꽃송이를 올립니다. 마늘은 겨우살이를 견디고서 곱게 꽃마당을 이룹니다.


마늘꽃을 붓끝으로 담아낸 그림책 《마늘꽃》입니다. 그림책에 담은 마음을 이야기로 함께 누리고, 그림마당도 둘러보시기를 바랍니다. 부산 마을책집 〈책과아이들〉에서 2026.2.7.∼3.7. 사이에 한 달 동안 그림마당을 엽니다.


《마늘꽃》을 쓰고 그린 최서영 님과 만나는 자리는

2026.2.6.금요일 19시에〈오른발왼발 작은도서관〉에서 열고,

또 2026.2.7.토요일 14시에〈책과아이들〉에서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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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재봉 裁縫


 재봉 기술 → 바느질 / 바늘땀 / 바늘꽃 / 바늘솜씨

 재봉 작업 → 바느질 / 바늘땀 / 땋다 / 박다 / 여미다

 집에서 재봉하여 입힌다 → 집에서 박아서 입힌다


  ‘재봉(裁縫)’은 “옷감 따위를 말라서 바느질하는 일”을 가리키고, ‘재봉사(裁縫師)’는 “양복 따위를 마르고 짓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지요. 이래저래 보면, ‘바느질·바늘솜씨·바늘길’이나 ‘바늘빛·바늘땀·바늘꽃’으로 손질합니다. ‘꿰맞추다·꿰매다·박다’나 ‘땋다·엮다·여미다’로 손질하지요. ‘뜨개·뜨개질·뜨다’나 ‘옷박이·옷땀·천박이·천땀’으로 손질해요. 그리고 ‘바늘잡이·바늘꾼·바늘님·바늘지기·바늘일꾼·바늘바치’로 손질하면 됩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재봉·재봉사’를 셋 더 싣지만 다 털어냅니다. ㅍㄹㄴ



재봉(才鋒) : 날카롭게 번득이는 재기

재봉(再逢) : 다시 만남

재봉사(裁縫絲) : 재봉틀에 쓰는 실 = 재봉실



엄마는 재봉틀로 옷 만드는 일을 한다

→ 엄마는 바늘틀로 옷 짓는 일을 한다

→ 엄마는 뜨개틀로 옷을 짓는다

《엄마가 만들었어》(하세가와 요시후미/김소연 옮김, 천개의바람, 2013) 4쪽


옷 만들기를 아주 좋아하는 재봉사가 살았어요

→ 옷짓기를 즐기는 바늘잡이가 살아요

→ 옷짓기를 사랑하는 바늘꾼이 살아요

→ 늘 옷을 짓는 바늘지기가 살아요

→ 노상 옷을 짓는 바늘바치가 살아요

《숲속 재봉사의 꽃잎 드레스》(최향랑, 창비, 2016) 1쪽


재봉일은 엄마가 가장 오랫동안 하신 부업이에요

→ 엄마는 바늘일을 곁일로 가장 오랫동안 하셨어요

→ 엄마는 옷짓기를 틈일로 가장 오래 하셨어요

《엄마는 의젓하기도 하셨네》(박희정, 꿈꾸는늘보, 202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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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갈색 褐色


 갈색 머리 → 밤빛 머리

 갈색 피부 → 흙빛 살갗 / 짙누런 살갗

 짙은 갈색으로 그을린 → 짙은 흙빛으로 그을린 / 까무잡잡하게 그을린

 낙엽이 다 떨어져 갈색으로 보이는 → 가랑잎이 다 떨어져 누렇게 보이는


  ‘갈색(褐色)’은 “검은빛을 띤 주홍색 ≒ 다색(茶色)”처럼 비슷한말을 붙입니다. ‘다색(茶色)’을 찾아보면 “= 갈색(褐色)”으로 풀이해요. 이래서는 ‘갈색’이 어떤 빛깔인지 알 노릇이 없습니다. ‘밤빛(밤색)’을 찾아보면 “여문 밤의 겉껍데기 빛깔과 같이 검은색을 띤 갈색빛”으로 풀이합니다. 여러모로 보면, ‘흙빛·똥빛·짙누렇다’나 ‘누렇다·누런빛·누르다’로 손볼 만합니다. ‘밤빛·밤껍질빛’이나 ‘도토리빛·도토리껍질빛’으로 손보고요. ‘나무줄기·나무줄기빛’으로 손보며, ‘붉흙빛·붉은흙빛’이나 ‘까무잡잡하다·까무스름하다’로 손보면 되어요. ㅍㄹㄴ



앨피는 낡은 갈색 구두를 신어요

→ 앨피는 낡은 흙빛 구두를 신어요

→ 앨피는 낡은 밤빛 구두를 신어요

《앨피에게 장화가 생겼어요》(셜리 휴즈/조숙은 옮김, 보림, 2002) 6쪽


조그만 갈색 날개에 머리를 폭 파묻고 있으려고요

→ 조그만 밤빛 날개에 머리를 폭 파묻으려고요

→ 조그만 흙빛 날개에 머리를 폭 파묻으려고요

《내 이름은 윤이에요》(헬렌 레코비츠/박혜수 옮김, 배동바지, 2003) 18쪽


음, 오렌지색, 녹색, 빨간색, 갈색, 보라색인데

→ 음, 오렌지빛, 풀빛, 빨간빛, 흙빛, 보라빛인데

→ 음, 귤빛, 풀빛, 빨간빛, 도토리빛, 보라빛인데

《잠깐만 기다려》(사노 요코·키시다 쿄코/엄기원 옮김, 한림출판사, 2004) 24쪽


이번에는 갈색 실로 짠 거지 옷과

→ 이제는 밤빛 실로 짠 거지 옷과

→ 이제 나무빛 실로 짠 거지 옷과

→ 이제 흙빛 실로 짠 거지 옷과

《타냐의 마법의 옷장》(페트리샤 리 고흐·이치카와 사토미/김미련 옮김, 느림보, 2004) 12쪽


꽃이 진 자리에는 갈색이나 짙은 보라색 열매가 맺혀 있었다

→ 꽃이 진 자리에는 흙빛이나 짙은 보라빛 열매가 맺혔다

→ 꽃이 진 자리에는 밤빛이나 짙은 보라빛 열매가 맺혔다

《나온의 숨어 있는 방》(황선미, 창비, 2006) 146쪽


피부색을 진한 갈색으로 바꾸기 위해

→ 살빛을 짙은 밤빛으로 바꾸려고

→ 살갗을 짙은 흙빛으로 바꾸려고

《커피우유와 소보로빵》(카롤린 필립스/전은경 옮김, 푸른숲주니어, 2006) 83쪽


갈색빛 나는 부드러운 것

→ 흙빛 나는 부드러운 것

→ 똥빛 나는 부드러운 것

《나는야 금파리 아스트리드》(마리아 옌손/김순천 옮김, 국민서관, 2008) 18쪽


겉보기에는 똑같은 갈색 박스들이지만, 내용물의 의미는 제각각 다릅니다

→ 겉보기에는 똑같은 흙빛 꾸러미이지만, 속에 담긴 뜻은 다 다릅니다

→ 겉보기에는 똑같은 흙빛 고리이지만, 속내는 저마다 다릅니다

《토끼 드롭스 3》(우니타 유미/양수현 옮김, 애니북스, 2008) 86쪽


가을이면 반짝반짝 윤이 나는 갈색 도토리가 될 거야

→ 가을이면 반짝반짝 빛이 나는 흙빛 도토리가 될 테야

→ 가을이면 반짝반짝거리는 짙누런 도토리가 될 테야

《참나는 참 좋다!》(이성실·권정선, 비룡소, 2012) 25쪽


각재기 기름으로 갈색빛을 띠었다

→ 각재기 기름으로 흙빛을 띠었다

→ 각재기 기름으로 누랬다

《제주 탐조일기》(김은미·강창완, 자연과생태, 2012) 62쪽


껍질 벗기면 내 몸은 갈색으로 변하지요

→ 껍질 벗기면 내 몸은 누렇게 바뀌지요

→ 껍질 벗기면 내 몸은 밤빛이 되지요

《생각하는 감자》(박승우, 창비, 2014) 81쪽


갈색 옷을 입으면 멋쟁이가 된 기분이 들어

→ 흙빛 옷을 입으면 멋쟁이라고 느껴

→ 나무빛 옷을 입으면 멋쟁이 같아

→ 도토리빛 옷을 입으면 멋징이인 듯해

《숲속 재봉사의 꽃잎 드레스》(최향랑, 창비, 2016) 14쪽


약간 갈색빛이 돌기도 하고

→ 살짝 밤빛이 돌기도 하고

→ 조금 누런빛이 돌기도 하고

→ 옅게 흙빛이 돌기도 하고

《나무》(고다 아야/차주연 옮김, 달팽이, 2017) 147쪽


살찐 갈색 송어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 살찐 흙빛 송어를 들고 자랑을 했다

→ 살찐 밤빛 송어를 들고 활짝 웃었다

→ 살찌고 까무잡잡한 송어를 든 모습이었다

《밈 : 언어가 사라진 세상》(앨리너 그래이든/황근하 옮김, 겊은숲, 2017) 24쪽


갈색 얼룩무늬 고양이는 활동적이고 멀리까지 나간다고

→ 누런 얼룩무늬 고양이는 기운차고 멀리까지 나간다고

→ 흙빛 얼룩무늬 고양이는 씩씩하고 멀리까지 나간다고

《당신이 나의 고양이를 만났기를》(우치다 햣켄/김재원 옮김, 봄날의책, 2020) 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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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내 나이를



나는 내 나이를

열 살에도 스무 살에도

서른 살에도 영 못마땅히 여겼다

나이가 뭐 어때서?


마흔 살을 넘을 즈음에

내가 나를 보아주자고 처음 느꼈고

우리 아이들 나이를 물끄러미 사랑하며

다가올 새 나이를 함께살자고 여겼다


쉰 살을 넘으며 돌아본다

쉰이라면 숲처럼 숨쉬면서

수수하게 숱하게 별숲을 이뤄야겠네

서로서로 쉽게 어울려야겠어


내 나이를 내가 바라보고

네 나이를 네가 받아들여

나란히 말씨와 날씨를 낳겠지


2026.1.26.달.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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