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사진을 하는 사람들은
― 현대한국사진가선 · 임응식



- 책이름 : 현대한국사진가선 · 임응식
- 사진 : 임응식
- 펴낸곳 : 시각 (1979.9.1.)



 “사진기로 진실을 말했다”는 소리를 듣는 임응식 님입니다. 그렇지만 사진기로 참된 모습을 담아내어 참된 목소리를 들려주려고 했던 임응식 님 책은 여느 새책방 책꽂이에서 하나둘 품절이 되고 절판이 됩니다.

 “사진기로 골목길 사람들 삶을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는 소리를 듣는 김기찬 님입니다. 그러나 사진기 하나로 골목길 사람들 웃음과 눈물을 담아내어 수수함을 이야기하려고 했던 김기찬 님 책도 여느 새책방 책시렁에서 하나둘 품절이 된 뒤 절판으로 이어집니다.

 “사진기로 낮은 자리 사람들 삶터를 꾸밈없이 담아냈다”는 소리를 듣는 최민식 님입니다. 그런데 사진기 하나 들처메고 이 땅 구석구석 찾아나서면서 속울음을 꺼내 보이려고 했던 최민식 님 책(《인간》과 《휴먼》)은 차례차례 품절이 되었다가 절판으로 마감합니다.

 우리 나라에서 뜻있는 사진을 하려면 무엇을 하면서 먹고살아야 할까요. 우리 나라에서 뜻있는 사진을 펼친다면 ‘사진역사’에 이름 몇 줄 남기겠지만, 밥 굶거나 배 곯다가 고대로 스러지면 될까요. (4340.9.21.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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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31] 이야기

 사람들이 아무 데에서나 부질없이 영어로 이야기하는 일을 보면 무척 슬픕니다. 사람들이 쉽게 말하지 않고 어렵게 한자말로 껍데기를 뒤집어쓰거나, 고운 우리 말글은 젖히고 일본 한자말이나 중국 한자말을 즐기는 모습을 보아도 몹시 서글픕니다. 누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더라도, 어떠한 이야기를 나누더라도, 착하면서 곱고 참다이 말을 섞기가 힘든 나날입니다. 나는 책을 읽지만 나보고 ‘책읽기’ 아닌 ‘讀書’를 여쭙는 사람이 너무 많고, 나는 사진을 찍으나 나한테 ‘사진’ 아닌 ‘photo’를 들먹이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며칠 뒤, 서울마실을 하면서 서울시립미술관에 마련된 자리에서 사진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는데, 이 자리에서 나를 부른 사람들은 나보고 ‘토크’를 한다고 말합니다. 말문이 턱 막혀 차마 이 사람들이 어설피 외는 ‘talk’를 어찌 받아들여야 할는지 모르겠고, 이 사람들 말투를 바로잡아 줄 수 있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왜 이야기를 하자고 못하는가요. 왜 수다를 떨자고 못하는가요. 왜 생각을 나누자고 못하나요. 왜 말꽃을 피우자고 못하나요. 왜 마음을 주고받자고 못할까요. 왜 이야기보따리를 풀지 못할까요. (4344.1.5.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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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늘과 글쓰기


 찌개를 끓이면서 마늘을 작은 돌절구에 빻아서 넣는다. 혼자서 밥하고 찌개를 끓이면서 마늘까지 빻아 넣자면 번거롭다 할 만하지만, 마늘 빻아 넣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1∼2분을 번거로워 하면 끝없이 번거롭지만, 찌개 불을 올린 뒤 손 갈 일이 없을 때를 헤아려 마늘을 빻아 넣으면 하나도 번거롭지 않다. 밥차림 하는 흐름이 물처럼 부드러이 흐를 뿐이다. (4344.1.5.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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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1.1.5.
 : 추운 눈길



- 동지가 지나며 겨울해가 아주 조금 길어진다. 살림집에는 유리창이 많아 바깥이 훤히 내다보인다. 아침부터 기저귀 빨래를 하고 물을 길어 온 다음 곧바로 밥을 해서 차리느라 고단해 한숨 잔다며 누웠는데, 어느새 네 시가 코앞. 졸리면 낮잠을 함께 자면 좋을 아이가 낮잠 잘 생각이 없어 보여, 날은 춥지만 자전거수레에 태워 살짝 마실을 할까 생각한다.

- 아침에 눈발이 흩날리다가 햇볕이 들며 녹았는데, 다시 눈발이 조금 흩날린다. 아이한테 옷을 입힌다. 바깥은 추우니까 솜바지를 입히고, 웃옷 단추를 모두 꿴다. 모자를 쓰라 하고 장갑을 끼운다. 앞마당 눈밭에 자전거와 수레를 끌고 나와 둘을 붙인다. 수레에 놓은 담요를 꺼내 자전거 안장과 수레 위쪽에 얹는다. 아이 겨드랑이에 두 손을 끼고는 번쩍 들어 수레 안쪽에 앉힌다. 작은 담요를 아이 무릎에 하나씩 놓고 조금 큰 담요로 허벅지 쪽을 덮는다. 이불 하나로 몸과 다리를 덮고는, 두툼한 마고자로 마무리를 한다. 아이는 길을 나서기 앞서 자꾸 손을 밖으로 빼려 한다. 날이 춥다 해도 말을 안 듣는다.

- 자전거에 올라탄다. 눈길에서는 자전거 바퀴가 헛돈다. 눈길 자전거는 오랜만이라고 새삼 느낀다. 집살림을 꾸리며 눈길 자전거 타기는 거의 못하리라 생각했는데, 아이를 수레에 태우고 이렇게 할 수 있구나. 다만, 오래는 못 타고 짧은 거리만 달릴 수 있지.

- 오른쪽 논둑길로 달릴까 왼쪽 마을길을 달릴까 하다가 왼쪽으로 간다. 조금 달리자니 바람이 맞바람. 바람이 꽤 매섭다 싶어 뒤를 돌아보며 아이한테 묻는다. “안 춥니? 괜찮아?” 아이는 아무 말이 없다. 밖으로 내놓던 손은 어느새 마고자와 이불 안쪽으로 집어넣고 옹크린다. 칼바람을 맞아야 비로소 손을 넣니. 에그, 처음부터 넣으면 좀 좋으니.

- 마을길 오르막 막바지에서 택배 짐차를 만난다. 택배 짐차는 내 옆에서 멈추며 “책자 같은 게 왔는데, 집에 있으세요?” 하고 묻는다. “네, 집에 사람 있어요.” 하고 대꾸하는데, 눈길 오르막에서 자전거를 멈추었기에 자전거 페달이 나가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자전거수레를 질질 끈다. 택배 짐차 일꾼 옆자리에 아기를 품에 안은 아주머니가 앉았다. 택배 일꾼은 이렇게 함께 다닐 수 있겠구나.

- 겨우 십 분 즈음 달리는데 손가락이 얼어붙는다. 아이도 얼굴이 다 얼어붙겠지.

- 마을 들머리이자 큰길가에 자리한 보리밥집에 닿는다. 달걀 스무 알하고 얼음과자 셋하고 아이 까까하고 고른다. 얼음과자는 이 추위에 집으로 가져가는 동안 녹지 않으리라. 아이 얼굴과 손이 좀 녹았다 싶을 무렵 다시 아이를 수레에 태우고 집으로 달린다. 이번에는 논둑길 쪽으로 간다.

- 날이 춥기도 하지만, 여느 때에도 마을 살림집 사이를 달릴 때에는 사람들을 보기 힘들다. 생각해 보면, 우리도 집 바깥으로 나와서 마당을 거닌다거나 하지 않으니까. 광월리 수월마을 쪽 마지막 집을 지나 호젓한 논둑길을 달리는데, 개우리 옆에서 코를 찌르는 똥내음이 물씬 풍긴다. 개똥 냄새인가 싶어 놀란다. 다른 때에는 개똥 냄새가 이렇게 나지 않았으니까. 조금 더 달리니 오른쪽 새로 일구는 인삼밭에 뿌린 거름이 보인다. 그렇구나. 인삼밭을 퍽 널따랗게 일구며 거름과 흙을 잔뜩 뿌리니까 이 냄새가 퍼지는구나.

- 집 앞 가파르면서 짧은 비알길에서는 자전거를 내려 자전거를 민다. 미끌미끌한 눈을 밟으며 자전거를 끌어올린다. 겨울에는 칼바람을 맞는 추위를 느끼는 가운데 눈밭에서 미끄러지는 맛으로 자전거를 타지. 아무렴. 집 앞 마당에서 자전거를 세우니 아이는 꼼짝을 않는다. 졸음이 오기도 했고 춥기도 했으니까. 아이를 안아 자전거수레에서 내린다. 아이는 “추워.” 하고 말하면서 집으로 들어간다. 아이가 신은 목긴신은 아빠가 한 짝씩 벗긴다. 바퀴에 눈이 소복하게 묻은 자전거를 굴려 도서관에 넣는다. 풀리는 날씨 하루 없이 꽁꽁 얼어붙기만 한 겨울이 참 길다. 기름 300리터를 넣었어도 두 달을 견디기 힘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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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2.30. 

밥 먹는 자리에서 비손하는 어린이. 예뻐라. 

 

낮에는 눈을 밟고. 

 

저녁에는 다시금 노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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