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난자몬자 4
이토 시즈카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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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379



서로 그리는 사람

― 수수께끼 난자몬자 4

 이토 시즈카 글·그림

 이지혜 옮김

 삼양출판사 펴냄, 2014.3.24.



  손전화나 삐삐가 없던 예전에는 누군가를 만나기로 했으면 몇 시간쯤 기다리곤 했습니다. 오래 기다려야겠다 싶으면 ‘기다리는 동안 읽을 책’을 챙기기도 합니다. 아예 책방에서 만나거나 기다리기로 한 뒤, 책방에 서서 책을 읽기도 하고, 책방에서 이런 책 저런 책을 살피면서 ‘곧 만나기로 한 사람한테 선물할 책’까지 고르기도 합니다.


  삐삐를 지나 손전화를 두루 쓰는 오늘날에는 누군가를 몇 시간쯤 기다리는 일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누군가 찾아오기까지 여러 날 기다리는 일도 없지 싶어요. 왜냐하면, 기다릴 까닭이 없기 때문입니다. 전화를 걸거나 쪽글을 보내면 돼요. 오늘날은 서로서로 곧바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곧바로 만나고 다시 곧바로 헤어지는 오늘날에는 서로 어떻게 만난다고 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기다릴 일이 없는 만큼, 만날 때뿐 아니라 헤어질 적에도 아쉬움이란 하나도 없겠지요. 아무리 멀리 떨어졌어도 손전화를 켜거나 인터넷을 열면 바로바로 닿을 수 있어요. 오늘날 이 지구별에서 만남과 헤어짐이란 무엇일까요.



- “아아아, 빌어먹을! 왜 일이 이렇게 된 거야! 그저 무사히 전쟁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사지 멀쩡하게 가족 곁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아이들을 이 손으로 안아 준다, 그것만을 바랐을 뿐인데.” (21쪽)

- “타로라면 어쩌겠나? 갑자기 사라진 사람을, 몇 십 년이나 변함없이 기다릴 수 있겠어?” “물론이죠! 소중한 사람이면 몇 십 년이건 기다릴 수 있어요!” (57쪽)





  이토 시즈카 님 만화책 《수수께끼 난자몬자》(삼양출판사,2014) 넷째 권을 읽습니다. 세 해 만에 넷째 권이 한국말로 나옵니다. 《수수께끼 난자몬자》 넷째 권에서는 작은 섬마을에 모여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삶이 무엇인가 하는 대목을 넌지시 짚습니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몸이 아주 작게 줄어들어 어디로도 못 가고 거의 숨다시피 지내는 삶이란 무엇인가를 돌아보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몸이 아주 작게 줄어들다 보니, 몸이 줄어들지 않은 사람은 이들대로 그동안 늘 마주하던 사람이 사라졌으니, ‘다시 만나지 못하는 사람’을 그리거나 가슴에 아픔을 품은 채 지냅니다. 두 사람은, 그러니까 몸이 줄어든 사람하고 몸이 그대로인 사람은 어떤 삶이 될까요. 몸이 줄어든 사람은 먼발치에서 몸이 그대로인 사람을 지켜봅니다. 몸이 그대로인 사람은 몸이 줄어든 사람을 볼 길이 없고 알 길도 없습니다. 두 사람은 열 해 스무 해 서른 해 마흔 해 쉰 해 따로 떨어져서 저마다 살아가는데, 어떤 마음이 될까요.



- “허나 현실 세계에선, 그렇게 아름다운 일은 생기지 않아. 떠난 사람은 시간과 함께 잊혀지지. 나한테는, 이제 돌아갈 장소 따위 없다. 그래서 나 자신이 죽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죽었다고 하면 마음도 없지. 이 땅의 흙이나 돌과 매한가지인 것, 그저 비바람을 맞으며 그저 맥박이 잠잠해지는 날을 기다리면 돼.” (58∼59쪽)




  사랑은 국경을 따지지 않습니다. 사랑은 성별이나 졸업장이나 돈을 따지지 않습니다. 사랑은 오직 사랑만 바라봅니다. 사랑바라기를 하기에 이루어지는 사랑입니다. 사랑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다른 것을 볼 테지요. 이를테면 몸매를 본다든지 얼굴을 본다든지 돈을 본다든지 이름값을 본다든지 다른 것을 보겠지요.


  다른 것을 보는 사람한테는 사랑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것을 보거든요. 사랑을 이루고 싶다면 참말 사랑을 보아야 합니다. 다른 것은 내려놓고 사랑을 보아야 합니다. 오로지 사랑을 보아야 사랑을 이루는데, 다른 것을 죄 움켜쥐고는 사랑이 안 이루어진다고 말해 본들 아주 부질없습니다.



- “아줌마, 얼굴은 예쁜데 무지하게 나쁜 악당이었구나!” (121쪽)

- “어쩜 이렇게 심한 짓을 할 수 있어? 이 목걸이엔 많은 사람들의 운명이 걸려 있어! 이게 없으면 다들 소인이 돼 버린다구!” (134쪽)

- ‘엄마는 외로운 사람이야.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사람 마음까진 살 수 없는데!’ (139쪽)





  만화책 《수수께끼 난자몬자》에 나오는 이야기를 문득 되돌아봅니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켰을 무렵, 군대에 끌려간 사람이나 군대에 휘말리지 않으려던 사람이 작고 외진 섬에 조용히 깃들었습니다. 전쟁이 얼른 끝나기를 기다렸어요. 불구덩이 전쟁에 휩쓸리고 싶지 않았는데, 외려 몸뚱이가 작아지고 말았어요.


  몸이 안 작아진 사람은 아마 ‘전쟁통에 죽었겠거니’ 하고 여길 수 있습니다. 전쟁이란 참 모질고 끔찍하다고 느낄 만합니다. 참으로 그렇지요. 몸이 작아지지 않더라도 전쟁 불길에 휩쓸리면 그만 죽어요. 내가 일으킨 전쟁이 아니건만, 내가 깃든 나라에서 일으킨 전쟁은 나와 이웃 모두를 죽음 소용돌이에 몰아넣습니다.


  왜 정부는 전쟁을 일으켰을까요. 왜 정부는 군대를 키워서 전쟁을 벌이려 할까요. 왜 정부는 전쟁이 끝난 뒤에도 다시 군대를 키워 전쟁무기를 잔뜩 갖출까요. 왜 평화로 나아가려는 정부는 없을까요. 왜 전쟁무기와 군대 모두를 버리거나 내려놓는 정부는 없을까요. 평화하고 동떨어진 군대와 전쟁무기를 잔뜩 갖추기 때문에 평화가 안 찾아오는 줄 깨닫는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요.



- “이렇게 작아질 운명이라면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을지도 몰라. 무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우리한텐 작은 친구들이 잔뜩 생겼잖아!” (180쪽)




  손전화와 삐삐가 없던 지난날을 가만히 그립니다. 집전화만 있던 지난날, 동무네 집에 전화를 걸며 숨소리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 했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어디에서 놀자고 말을 하면 어디로 달려갑니다. 몇 시 몇 분에 만나자는 말이 없이 그냥 ‘어느 곳’을 말하는데, ‘어느 곳’조차 ‘거기’라고 할 뿐, 딱히 어느 곳이라고 짚지 않습니다. ‘이따 놀자’고 하면 ‘이따’가 언제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 이따’가 되도록 혼자 놀거나 다른 동무하고 놉니다. ‘낮에 보자’라든지 ‘아침에 보자’고 하면 몇 시인지 모르지만, 그냥 서로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조용히 기다립니다.


  기다리면서 책을 읽기도 하지만, 기다리면서 사람을 구경하기도 합니다. 골목집을 구경하거나 하늘을 구경합니다. 바람내음을 맡고, 골목 어디에선가 흐르는 꽃내음을 맡습니다. 가만히 생각에 잠깁니다. 함께 놀면 얼마나 즐거울까를 생각하고, 무엇을 하며 놀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리는 마음이 있으니 그립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니 사랑스럽습니다. 마음밭에 꿈을 담고, 마음자리에 이야기를 심습니다. 서로서로 마음으로 따사롭게 그리기에 즐겁게 만납니다. 서로서로 마음으로 따뜻하게 그리기에 즐겁게 만난 뒤 아쉬움을 듬뿍 안고 헤어지면서도 두근두근 북돋우는 가슴에 끝없이 샘솟는 예쁜 이야기가 있습니다. 4347.9.1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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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에 처음 나온 《역전 풍경》이 2014년에 다시 나온다. 2004년에 처음 나온 《잃어버린 풍경》도 새 옷을 입고 다시 나온다. 판이 끊어진 지 참 오래되었는데 다시 나온다. 이제 더는 구경할 수 없겠거니 여겼으나, 앞으로 이 사진책을 즐겁게 만날 분들이 있겠네. 두 가지 사진책은 김기찬 님이 빚은 이야기꾸러미이다. 김기찬 님이 빚은 사진으로는 《골목 안 풍경》이 이름이 높다. 아마, 많은 이들은 골목 사진으로만 김기찬 님을 떠올릴는지 모른다. 그러나, 김기찬 님이 빚어서 나누어 주는 사진을 보면, 골목뿐 아니라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숨소리를 찬찬히 담아서 잘 보여준다. 그러니까, 김기찬 님이 찍은 사진은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첫째, 골목. 둘째, 사람. 2014년에 새롭게 나오는 두 가지 사진책에는 다른 사진을 더 담았을까? 예전 사진책 그대로 다시 냈을까? 애틋한 이야기가 싱그럽게 피어나는 사진을 만나고 싶다면, 《역전 풍경》과 《잃어버린 풍경》을 살포시 가슴에 담아 보시기를 빈다. 4347.9.1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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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4.9.12.

 : 뱀이 살아갈 곳



- 자전거 바람주머니를 장만하려고 읍내에 갔더니, 읍내에는 없단다. 읍내 자전거집에 바람주머니를 갖다 놓지 않으셨단다. 순천으로 나가든지 인터넷으로 사야 한다. 수레와 샛자전거를 끄는 내 자전거는 앞뒤 겉바퀴를 모두 갈아야 하고, 앞바퀴는 바람주머니도 갈아야 한다. 바퀴를 손질하지 않으면 아이들과 자전거마실을 다닐 수 없다. 우체국에 가서 편지를 두 통 부치려 하는데, 아이들을 데려가지 못한다. 아쉬워도 하는 수 없는 노릇이다.


- 천천히 자전거를 달린다. 동호덕마을 앞을 지나려는데 길바닥에 널린 주검을 하나 본다. 뱀이다. 자동차에 치이고 밟혀서 죽었다. 아침저녁으로 날이 쌀쌀하니, 뱀은 틀림없이 아스팔트 따스한 기운을 받으려고 나왔으리라. 따순 기운을 받으면서 몸을 추스르다가 그만 밟혔으리라.


- 뱀 주검을 지나칠 수 없다. 새 주검도, 벌레 주검도, 개구리 주검도, 모두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풀숲으로 주검을 옮긴다. 부디 아름다운 숨결로 다시 태어나서 즐겁게 삶을 노래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다음에는 사람 손길 안 닿는 깊은 숲에서 태어나 조용히 삶을 누리렴.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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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4.9.9. 큰아이―아버지랑 함께



  아버지가 마룻바닥에 엎드려 그림을 그리니, 큰아이도 곁에서 함께 그림을 그리고 싶다. 그래, 그러면 함께 그리면 되지. 큰아이더러, 바탕을 굳이 모두 빛깔로 채워야 하지는 않다고 얘기해 준다. 꼭 채우고 싶을 때에만 채우면 된다고, 아버지는 바탕을 안 채울 때도 잦다고 알려준다. 작은 종이에 사름벼리가 먼저 그림을 다 그린다. 다 그렸으니 제 그림을 찍어 달라 한다. 그러고 나서 사름벼리는 커다란 종이에 새 그림을 더 그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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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내가 갈 길 (2014.9.9.)



  내가 앞으로 갈 길이 무엇인지 다시 헤아려 본다. 책상맡에 놓고 늘 돌아볼 그림을 새로 그리기로 한다. 먼저 숨을 고르고 종이를 바라본다. 빛연필을 하나씩 집어 하나씩 그림을 넣는다. 우리 보금자리와 도서관과 배움터가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푸른 숲을 그린다. 이곳에서 아이들이 호미를 쥐고 연필을 들면서 노래하고 춤출 수 있기를 꿈꾼다. 나무가 우리를 감싸고, 풀과 꽃이 우리를 살찌운다. 별과 새가 하늘을 누비고, 풀벌레가 노래잔치를 베푼다. 아름다운 사랑이 푸릇푸릇 깨어나기를 바라면서 노란 해와 달과 미리내를 살그마니 찍으면서 그림을 마무리짓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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