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용에 빠져드는 책읽기



  자가용을 모는 사람들은 자가용을 생각한다. 자가용을 모는 동안에는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가만히 보면 알 수 있다. 자가용을 몰면서 딴 데에 생각을 팔면 어찌 될까. 곧바로 골로 간다. 죽음이지. 내가 모는 자가용이 벽을 들이받든, 다른 자동차와 내 자동차가 부딪히든 하면서 목숨을 잃으리라. 그래서, 자가용을 모는 사람은 자가용을 생각한다. 아니, 자가용을 몰 적에는 자가용 말고는 다른 어느 것도 생각할 수 없다.


  읍내마실을 한다. 군청 쪽으로 걸어가는데, 우리 앞으로 까만 자가용 한 대가 스르르 미끄러져 끼어들더니 우뚝 멈춘다. 까만 자가용은 ‘주차금지’ 선돌이 여럿 선 곳에 버젓이 멈춘다. 사람들이 두 다리로 걸어서 오가는 거님길 한복판에 까만 자가용이 올라온다. 이리하여, 거님길은 꼼짝없이 막힌다. 까만 자가용에서 늙수그레한 사람이 둘 내리고, 두 사람은 시골 읍내 찻길을 가로질러 걷는다. 이들은 거님길로 걷지 않는다. 아무렴, 거님길은 이들한테는 주차장일 테니까.


  사람들이 책을 읽는다. 저마다 즐겁게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그런데, 즐겁게 읽고 싶은 책이 아니라, 읽고 싶지 않은 책을 읽는 사람이 꽤 많다. 스스로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길에 밑거름이 될 책이 아닌, 그저 잘 팔리거나 많이 팔리거나 이름이 높은 책을 읽는다. 스스로 삶을 사랑스레 살찌우는 길에 싱그러운 바람이 될 책이 아닌, 자격증을 따거나 돈벌이에 도움이 될 책을 읽는다.


  빠져든다. 빠져든다. 스스로 만든 수렁에 스스로 빠져든다. 살아간다. 살아간다. 스스로 세우는 사랑 가득한 보금자리에서 살아간다. 4347.9.2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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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청 어느 공무원을 문득 스친 뒤



  토요일 낮에 고흥군청 앞으로 간다. 고흥에서 뜻과 생각을 가꾸려는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서 조그맣게 저잣터를 열었다. 저잣터에 네 식구가 나들이를 간다. 낮 두 시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나가서, 낮 네 시 사십 분 군내버스로 집으로 돌아오려 한다. 그늘이 드리운 곳에 앉아서 쉬는데, 고흥군청 어느 곳에서 일하는 공무원 아저씨를 만난다. 군청에서 일한다는 분은 그냥 ‘군청에서 일한다’고 말씀한다.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한참 뒤, 우리는 군내버스 타러 일어선다. 자리에서 일어서기 앞서 그분이 ‘고흥에 살면서 어려운 점은 없습니까?’ 하고 물으시기에, “어려운 일은 없어요. 그런데, 군청에서 자꾸 어려운 일을 만드네요. 멀쩡히 있는 골짜기 바닥을 들어내어 시멘트를 들이부어 망가뜨리지를 않나, 깨끗한 바닷가에 청소년수련원을 새로 짓는다면서 숲을 밀어서 바다를 온통 더럽히지를 않나. 사람들이 고흥에 관광을 하러 온다면 아름다운 숲과 바다를 보러 올 텐데, 숲과 바다를 망가뜨리기만 하니, 이런 일들 때문에 우리 식구가 고흥에 앞으로도 그대로 살아야 할는지 말아야 할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고 이야기를 한다.


  나무를 밀어서 자동차가 드나들기 좋은 찻길을 닦으면 사람들이 숲으로 올까? 이런 숲에 오는 사람도 있겠지. 물과 모래가 맑고 아름다운 바닷가에 시멘트를 퍼부어서 ‘산책길’을 만들면 사람들이 바다로 올까? 이런 바다에 오는 사람도 있겠지. 4347.9.2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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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돌보는 책읽기



  몸이 고단하거나 아프면, 책을 손에 쥘 엄두를 못 내기 일쑤이다. 고단하니까 몸을 쉬려 하고, 아프니까 몸을 살리려 한다. 몸이 고단하기에 기운을 되찾기까지 가만히 쉰다. 몸이 아프니까 힘을 되찾도록 조용히 쉰다.


  책을 읽으려면 그만큼 기운을 쏟고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니까, 책을 읽고 싶다면, 몸이 고단하거나 지치지 않도록 애를 써야 한다. 책을 손에 쥐고 싶으면, 언제나 튼튼하면서 씩씩한 몸이 되도록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시외버스를 이틀에 걸쳐 여덟 시간쯤 타면서 생각한다. 시외버스로 여덟 시간쯤 달리니, 이동안 책을 얼마나 많이 읽을 수 있을까? 어제는 세 권을 읽었는데, 오늘은 아직 한 권도 못 읽는다. 바깥일을 마치고 시골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기운이 많이 빠졌기 때문이다. 속이 더부룩하지 않도록 내 손으로 배를 살살 쓰다듬는다. 이마와 낯을 살살 문지르고 다리를 주무른다. 부산에서 새벽 일찍 길을 나섰으니 고흥에는 한 시쯤 닿을 듯하다. 아이들은 하룻밤 아버지를 못 보았는데 잘 지냈겠지. 오늘 저녁에 아이들한테 어떤 밥을 차려 주면 즐겁고 맛나게 먹을 수 있나 하고 헤아려 본다. 4347.9.2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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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에 닿다



  어제와 오늘 이틀에 걸쳐 여덟 시간쯤 시외버스를 달렸다. 부산서 일을 마치고 고흥으로 돌아온다. 시외버스가 막 고흥에 닿는다. 열한 시 사십육 분. 열두 시 반에 우리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살짝 틈이 생긴다. 저잣마실을 한다. 집에서 아버지를 기다릴 새끼 제비들을 떠올리면서 돼지 뒷다리살을 장만한다. 부산에서 일을 마친 뒤 받을 삯이 아직 은행계좌에 들어오지 않았을 테지만, 곧 들어오겠지. 가을볕이 뜨끈뜨끈하다. 온몸을 덥힌다. 바람이 살그머니 분다. 머리카락이 날린다. 바람이 불어 머리카락을 날릴 때에 즐겁다. 그래서,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머리를 빡빡이로 밀어야 하던 때에 몹시 못마땅했다. 왜 학교는 사내 아이 머리카락을 빡빡이로 밀어서 감옥 죄수처럼 만드는가. 군내버스가 들어온다. 마을 할매가 먼저 나를 알아보고 인사하신다. 나도 꿉벅 절을 한다. 어디 다녀오느냐고 물으신 뒤, 좋은 일이 많이 꾸준히 있으면 “다 됐지!” 하신다. 좋은 일이 있으면 된다. 그렇지. 스스로 좋은 일을 지어서 하루하루 즐기면 되지. 고흥에 닿았다. 20분만 더 가면 우리 집이다. 4347.9.2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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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책읽기



  부산 보수동에서 책방골목 살리기 이야기잔치를 함께한 뒤 고흥으로 돌아간다. 마음을 열어 생각을 키우려는 고운 이웃들과 어울리는 동안 나도 새롭게 생각을 키우면서 이야기꽃을 펼칠 수 있었다. 이야기는 참 그렇다. 함께 생각을 키우는 이웃이 있을 때에 확 피어난다. 가슴 가득 부푼 숨결로 시외버스를 탄다. 가을볕이 곱네. 4347.9.2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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