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래빗’을 그린 베아트릭스 포터 님은 이녁 집을 돌보고 이녁 숲을 가꾸면서 살았다. 그림을 그리고 책을 펴내어 번 돈으로 언제나 집살림을 장만하고 푸른 숲을 넓혔다. 스스로 즐겁게 삶을 돌볼 줄 알았기에 이녁이 살아가는 동안에는 아름답게 빛났고, 이녁이 이 집을 떠난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한테 사랑스러운 빛을 남긴다.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 부동산을 장만하거나 은행계좌 숫자를 늘리는 일일까? 살림살이를 가꾸고 숲을 보듬으면서 마을을 사랑하는 일이 바로 우리가 온마음을 기울이면서 날마다 새롭게 할 일은 아닐까? 베아트릭스 포터 님은 고속도로를 깔거나 골프장을 만드는 짓에 힘을 보태지 않았다. 베아트릭스 포터 님은 관광단지를 만들거나 공장을 세우는 짓에 힘을 거들지 않았다. 오늘 한국 사회는 어디로 흐르는가. 오늘 한국 문화는 무엇을 바라보는가. 4347.8.1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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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릭스 포터의 집- 피터 래빗의 어머니
수전 데니어 지음, 강수정 옮김 / 갈라파고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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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545) 수긍


아이들은 그럴듯했는지 수긍하는 눈빛이었다

《강승숙-선생님, 우리 그림책 읽어요》(보리,2010) 42쪽


 수긍하는 눈빛이었다

→ 받아들이는 눈빛이었다

→ 고개를 끄덕이는 눈빛이었다

→ 그렇구나 하고 여기는 눈빛이었다

→ 옳다구나 하고 여기는 눈빛이었다

 …



  한자말 ‘수긍’을 한국말사전에 찾아보면, 쓰지 말아야 할 낱말로 다룹니다. 그렇지요. 이런 한자말을 한국사람이 쓸 일이 없습니다. 옳다고 여길 적에는 “옳다고 여긴다”라 말하면 됩니다.


  “그의 말이 전혀 수긍이 안 된다” 같은 글월은 “그가 하는 말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다”라든지 “그가 하는 말을 조금도 옳다고 여길 수 없다”로 손질하면 되지요. “수긍이 가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같은 글월은 “옳다고 여기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나 “받아들이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로 손질하면 됩니다. 4347.8.10.해.ㅎㄲㅅㄱ



  수긍(首肯) : 옳다고 인정함. ‘옳게 여김’으로 순화

  - 그의 말이 전혀 수긍이 안 된다

  - 그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더니 수긍이 가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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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547) 간주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우리를 어린이 살해범으로 간주하면서 그것을 이용해 우리를 불리한 처지로 몰아넣었습니다

《뤽 폴리에/안수연 옮김-나우루공화국의 비극》(에코리브르,2010) 101쪽


 어린이 살해범으로 간주하면서

→ 어린이 살해범으로 몰면서

→ 어린이를 죽였다고 내몰면서

→ 어린이를 죽였다고 여기면서

→ 어린이를 죽였다고 보면서

 …


  한국말사전에는 한자말 ‘간주’가 세 가지 실립니다. 이 가운데 ‘간주곡(間奏曲)’을 가리키는 ‘間奏’는 여러모로 쓸 만하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한자말도 ‘사잇노래’ 같은 낱말을 새로 지어서 다듬을 만합니다. ‘間柱’ 같은 한자말은 ‘사잇기둥’으로 다듬을 수 있어요.


 위험한 인물로 간주되다 → 위험한 사람으로 보이다

 훌륭한 작품으로 간주되다 → 훌륭한 작품으로 여기다

 올림픽을 성공적이었다고 간주했다 → 올림픽을 잘 치렀다고 여기다

 뒤떨어진다고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 뒤떨어진다고 보곤 한다


  “그와 같다고 봄”을 뜻하는 한자말 ‘看做’는 얼마나 쓸 만할까 궁금합니다. 한국말 ‘여기다·보다·생각하다’를 쓰면 넉넉할 텐데요. 한자말 ‘看做’에서 ‘看’은 “보다”를 뜻합니다. 말뜻 그대로 한국말 ‘보다’를 쓰면 될 뿐입니다. 그러니까, ‘보다’나 ‘여기다’를 한자로 옮긴 낱말이 ‘看做’인 셈입니다.


  이를테면 이런 이야기입니다. 한국말은 ‘노래’이고, 이를 한자말로 옮기면 ‘音樂’이고, 이를 영어로 옮기면 ‘music’입니다. 나라와 겨레마다 다르게 쓰지만 다 같은 넋으로 저마다 즐겁게 쓰는 말입니다. 4347.8.10.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우리가 어린이를 죽였다고 여기면서 이를 빌미로 우리를 구석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어린이 살해범(殺害犯)으로”는 그대로 둘 수 있으나, “어린이를 죽인 사람”이나 “어린이를 죽인 나라”로 손볼 수 있습니다. 이 글월에 나온 ‘우리’는 ‘나우루공화국’을 가리키거든요. “그것을 이용(利用)해”는 “이를 핑계 삼아”나 “이를 빌미로”로 손질하고, “불리(不利)한 처지(處地)로 몰아넣었습니다”는 “구석으로 몰아넣었습니다”나 “괴롭혔습니다”로 손질해 줍니다.



 간주(看做) : 상태, 모양, 성질 따위가 그와 같다고 봄

   - 위험한 인물로 간주되다 / 훌륭한 작품으로 간주되다 /

     올림픽을 성공적이었다고 간주했다 / 뒤떨어진다고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간주(間奏)

  (1) 한 악곡의 도중에 어떤 기분을 나타내기 위하여 연주하는 부분

   - 간주가 들어가다 / 간주가 있다

  (2) = 간주곡

 간주(間柱) : [건설] 기둥과 기둥 사이가 너무 멀어서 칸막이벽을 치거나 벽 바탕재를 건너 댈 수 없을 때 기둥 사이에 세우는 가는 기둥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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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4-08-10 19:33   좋아요 0 | URL
여기다..란 말이 잘 어울리네요~ 올리시는 글들 너무 도움이 됩니다.^^

파란놀 2014-08-10 20:44   좋아요 0 | URL
도움이 된다면
저로서도 도움이 되어요.

'한자말 바로쓰기 사전'이나
'한자말을 한국말로 번역하기' 같은 책을
곧 선보여야겠다고 생각합니다 ^^
 

빨래로 숨돌리기



  아침에 비가 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구름이 사라지면서 하늘이 티없이 맑다. 햇볕은 따갑고 햇살은 눈부시다. 대단한 여름날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기에 엊저녁과 오늘 아침에 나온 빨랫감을 빨기로 한다. 찬물로 몸을 씻으면서 빨래를 한다. 복복 비비다가 몸에 찬물을 끼얹고, 또 복복 비비다가 몸에 찬물을 얹는다.


  빨래를 마친 뒤 마당에 넌다. 빨랫대에 펴서 널기도 하고, 빨랫줄에 빨래집게로 집어서 널기도 한다. 아주 잘 마르겠다. 그렇지만 이불이나 평상은 말리지 않는다. 땅바닥을 살피니 물 기운이 있는 듯하다. 땅바닥에 물 기운이 하나도 없이 바싹 말랐을 때에만 이불이나 평상을 내다 널며 해바라기를 시킨다. 씻고 빨래를 했지만, 방으로 돌아오니 다시 땀이 흐른다. 여름이지. 막바지 무더위이지. 4347.8.1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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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346 : 젊은 청년



“저도 할머니께 고마운 인사를 드리려고 다시 왔습니다.” 젊은 청년이 말했습니다

《권정생-또야 너구리가 기운 바지를 입었어요》(우리교육,2000) 96쪽


 젊은 청년

→ 젊은이

→ 젊은 사람

→ 젊은 사내

 …



  한자말 ‘청년(靑年)’은 어떤 사람일까요? 한국말 ‘젊은이’는 어떤 사람을 가리킬까요? 청년 가운데 젊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젊은 사람을 가리켜 한자말로 ‘청년’이라 하지 않나요? 그러니까, 이 보기글은 “젊은 청년”이 아닌 “젊은이”나 “젊은 사람”이나 “젊은 사내”로 바로잡아야 올바르지 않을까요?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옳고 바르게 쓴다면 이 보기글처럼 얄궂게 쓸 일은 없습니다.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자꾸 잃거나 잊기 때문에 그만 뒤죽박죽이 됩니다. 잘 생각해 보셔요. 영어로 “어린 키드”라 말하거나 “아름다운 뷰티”라 말하면 어떤 모양새가 될까요. 이런 말은 말이 될 수 있을까요. 한국말을 또렷하게 바라보면서 슬기롭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얄궂은 겹말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4347.8.1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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