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싸움이 끝난다. 만화책 《동물의 왕국》에서 흐르던 기나긴 싸움이 끝난다. 이 싸움이란 무엇일까. 이 싸움은 왜 생겨야 했을까. 싸움이 아닌 즐거움으로 어우러질 수 있다면 참으로 사랑스러웠으리라 느낀다. 그런데 지구별에서 살아가는 목숨들은 싸울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는 얼거리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먹이사슬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경쟁’과 ‘발전’이라는 이름을 내걸면서 문명을 세운다. ‘신분’과 ‘계급’을 나누어 질서를 세운다. 문명과 질서는 언제나 싸움, 다시 말하자면 ‘전쟁’을 끌어들인다. 전쟁을 해야 비로소 문명과 질서가 선다. 서로 싸우지 않는, 그러니까 사랑으로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은 문명과 질서를 세우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랑으로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은 오직 하나 ‘아름다움’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사랑과 즐거움과 삶, 이 세 가지가 어우러질 때에 아름다움이 된다. 문명과 질서와 전쟁, 이 세 가지는 언제나 죽음으로 이어진다. 삶과 죽음이 갈리는 자리를 볼 수 있을까? 왜 살고 왜 죽는지 알 수 있을까? 4347.9.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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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왕국 14
라이쿠 마코토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4년 8월
4,500원 → 4,050원(10%할인) / 마일리지 220원(5% 적립)
2014년 09월 08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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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97. 2014.9.7. 동생을 불러서



  일곱 살 책순이는 어릴 적에 자주 보았던 그림책을 곳곳에서 알아본다. 하나씩 꺼내어 동생을 부른다. “이 그림책은 누나가 예전에 보던 책이야. 자, 봐 봐.” 일곱 살 누나는 씩씩하면서 어여쁜 목소리로 그림책을 읽어 준다. 곰곰이 예전 모습을 떠올린다. 큰아이가 서너 살 적에 똑같은 그림책 하나를 날마다 얼마나 자주 읽어 주어야 했는지 가만히 그린다. 고작 서너 해밖에 안 된 지난날인데, 큰아이는 어머니와 아버지한테 들은 목소리를 되살려 동생한테 그림책을 읽어 준다. 앞으로 작은아이는 누구한테 책을 읽어 주는 사람이 될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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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팡이와 놀기 (사진책도서관 2014.9.7.)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아침에 도서관으로 간다. 해가 좋고 바람이 좋아 도서관으로 간다. 이럴 때 창문을 모두 열어 바람갈이를 하면 책과 책꽂이가 즐거워 하리라 본다. 아이들이 노는 소리를 들으면서 곰팡이를 닦는다. 곰팡이가 피는 책꽂이는 며칠 지나면 새까맣게 오른다. 참으로 바지런히 책꽂이를 닦아 주어야 한다. 닦고 다시 닦아도 곰팡이가 피지만, 곰팡이와 싸우기보다는 즐겁게 놀듯이 슥슥 치우자고 생각해 본다. 자주 닦고 털어 주는 손길에는 곰팡이도 어쩌지 못하리라 생각해 본다.


  사진책 두는 칸에서 곰팡이로 골머리 앓던 한 칸을 치운다. 곰팡이가 덜 먹는 책꽂이를 걸상을 받쳐서 들인다. 책꽂이 바닥에는 신문종이를 깔아야 곰팡이가 덜 핀다. 쨍쨍 내리쬐는 햇볕에 신문종이를 말려서 바닥과 뒤쪽에 대고 나서 책을 옮긴다. 이 일을 하는 동안 큰아이가 동생한테 그림책을 읽어 준다. 대견한 녀석이다. 동생은 누나가 읽어 주는 그림책을 보면서 말과 글을 새록새록 물려받는다.


  두 시간 남짓 곰팡이와 놀았을까. 아이들이 슬슬 배고프다 하리라 느낀다. 집으로 돌아가서 밥을 차려야지. 빨간 가방을 등에서 풀지 않고 논 작은아이는 온통 땀투성이가 되었으니 씻기고 옷을 갈아입힌 뒤에 낮밥을 먹여야겠다.


  한가위가 코앞이다. 시골로 찾아온 사람들이 몰고 온 자동차가 곳곳에 많다. 모처럼 시골마을에 아이들 목소리와 모습이 군데군데 나타난다. 큰아이는 하모니카를 불면서 집으로 걷다가, 마을 어귀부터 동생하고 달리기를 한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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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떼 책읽기



  나날이 참새떼가 커진다. 들판에 나락이 막 영글 무렵에는 이럭저럭 조그마한 참새떼였는데, 날마다 참새떼는 자꾸자꾸 불어난다. 작고 여린 참새이기 때문에 이렇게 똘똘 뭉쳐서 다닐 만하다고 느낀다. 그런데 왜 봄이나 여름에는 이렇게 똘똘 뭉쳐서 다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니, 더울 적에는 굳이 큰 무리로 짓지 않아도 될는지 모른다. 차츰 날이 쌀쌀해지는 만큼 작은 무리가 모이고 모여서 커다란 덩어리가 되지 싶다. 가을걷이를 앞두고 아주 커다란 무리가 되리라 본다. 이러다가 가을걷이가 끝나면 다시 줄어들 테지. 먹이가 줄어든 뒤에도 큰 무리로 다니면 먹이를 얻기 힘들 테니까.


  예전에는 참새떼뿐 아니라 메뚜기떼라든지 들짐승이 때때로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었다고 했는데, 어떤 모습이었을까 가만히 헤아려 본다. 시골마을이 깨끗해서 새한테 먹이가 많았을 적에, 참새떼뿐 아니라 제비떼는 얼마나 엄청났을는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생각만으로는 알 수 없으나, 제법 큰 참새떼를 들에서 보고 나서 조금은 어림해 볼 만하다. 4347.9.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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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거닐다 - 교토, 오사카... 일상과 여행 사이의 기록
전소연 지음 / 북노마드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찾아 읽는 사진책 188



즐기는 사진과 즐거운 사진

― 가만히 거닐다

 전소연 글·사진

 북노마드 펴냄, 2009.1.10.



  전소연 님이 일본 어느 한 곳을 찬찬히 거닐듯이 돌아다닌 발자국을 담은 이야기책 《가만히 거닐다》(북노마드,2009)를 오랜만에 읽습니다. 이 책을 언제 장만해서 책꽂이에 꽂았는지 가물가물합니다. 한참 지난 일 같은데, 아마 몇 해쯤 묵었을는지 모릅니다.


  애써 장만한 책을 왜 몇 해 묵혔을까요. 책이름처럼 ‘가만히 거니’는 마음 그대로 가만히 읽을 생각이었을까요.


  전소연 님은 “어쩌면 여행지를 선택하는 일은 운명과도 같다. 시기적절하게 불어오는 바람처럼 ‘그곳에 가야지’라는 생각이 스미게 되면 그곳에 가야 하는 운명이 되고 마는 것이다(21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책을 읽을 적에도 으레 이와 같이 된다고 느낍니다. 꼭 알맞다 싶은 때에 그 책이 나한테 옵니다. 어느 책 하나를 만날 때에는 그 책이 내 마음에 스며들 만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만날 때에는 그 사람이 내 사랑으로 다가올 만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어느 한 곳을 아침 낮 저녁 밤 새벽에 걸쳐 찬찬히 거니는 전소연 님은 “풍경을 흑백과 컬러로 담고 싶어서 두 개의 카메라를 선택하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 위한 취재 여행의 경우는 모든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갖고 있는 카메라 전부를 가져가기도 한다(35쪽).”고 말합니다. 그렇지요. 사진을 찍을 적에는 사진기를 쓰는데, 사진기마다 빛결과 빛느낌이 다릅니다. 모든 사진기가 똑같은 빛결과 빛느낌이 나타난다면,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기계만 쓰면 됩니다. 그러나, 사진기 만드는 회사가 여럿이고, 같은 회사라도 기종마다 빛결과 빛느낌이 참말 달라요.


  화소수 때문에 결과 느낌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기계를 만든 사람들 마음에 따라 결과 느낌이 달라져요. 그리고, 기계를 장만해서 손에 쥐는 사람들 삶에 따라 결과 느낌이 달라집니다.





  똑같은 장비라 하더라도, 도시와 시골에서 사는 사람은 다른 결과 느낌을 보여줍니다. 어린이와 어른은 서로 다른 결과 느낌을 보여줍니다. 멧골과 바닷가에서 저마다 다른 결과 느낌을 보여줍니다. 40층 아파트와 5층 아파트는 서로 다른 결과 느낌을 보여줍니다. 자전거를 달릴 적하고 자가용을 달릴 적에 저마다 다른 결과 느낌을 보여줍니다.


  생각해 보면, 똑같은 연필을 놓고도 사람들은 다 달리 글을 씁니다. 연필 하나를 놓고 누군가는 글을 쓴다면 누군가는 그림을 그립니다. 사진을 찍을 적에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릅니다. 무언가 남기고 싶어 찍는 사람이 있고, 즐거워서 찍는 사람이 있으며, 사진을 이웃이나 동무한테 선물할 생각으로 찍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왜 여행을 할까요. 여행을 하는 동안 무엇이 즐겁거나 재미있을까요. 전소연 님은 “이곳 일본에 와서 새삼 느끼는 것이 있다면 사람이 살아가는데 그리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는 것이었다(75쪽).” 하고 말합니다. 여행을 하러 일본에 가서 거닐 적이 아닌, 여느 삶을 일구면서 한국에 있을 적에는 어떤 느낌이나 생각이 될까요. 한국에서도 살림살이는 적게 갖추어도 된다고 느낄까요. 그러면, 사진 여행을 한다고 할 적에는 사진기를 몇 대 갖추어야 할까요. 사진기마다 느낌이 다 다르기에 여러 가지 사진기를 고루 챙기면, 내 느낌을 더 잘 나타낼까요, 아니면 사진기 하나로도 내 느낌을 다 달리 나타내는 길을 열 수 있을까요.


  가만히 거닐 적에 사진을 찍습니다. 누군가는 신나게 달리면서 찍을 수도 있겠지요. 누군가는 한 자리에 꼼짝 않고 있으면서 사진을 찍을 테고요. 가만히 거닐 적에는 걸음걸이에 따라 차츰 새롭게 나타나는 흐름을 바라봅니다. 걸음걸이에 맞추어 이웃 살림살이를 바라보고, 걸음걸이에 따라 길과 집과 마을을 골고루 헤아립니다. 가만히 거닐 적에 ‘가만히 살아가는 사람들 모습’을 만나서, 이 모습을 찬찬히 사진으로 찍습니다. 바삐 달리는 사람은 바삐 달리는 사람들을 봅니다. 한 자리에 멈춘 사람은 나처럼 한 자리에 멈춘 다른 사람들을 봅니다. 가만히 거닐 적에는 ‘가만히 생각에 잠기고 가만히 사랑을 속삭이는 이웃’을 만납니다. 가만히 주고받는 이야기를 사진에 싣고, 가만히 키우는 꿈을 사진으로 옮깁니다.






  그런데, “교토에서는 버스가 정차한 뒤에 급할 게 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걸어나오는 승객과 마지막 승객까지 기다려 주는 운전기사가 만드는 작용·반작용이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심지어는 내리면서 기계에 잔돈을 바꾸는 사람들을 보았는데 편안하다 못해 답답하기까지 했다(145쪽).” 같은 대목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아니, 갸우뚱할 일은 없습니다. 한국에서 지낼 적에 그예 빨리빨리 움직이는 삶에 몸을 맞추었으니, 느긋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며 ‘답답하기까지’ 했다고 느낄 만합니다. 그러니까, 일본을 거닐어도 일본 결과 느낌을 헤아리기보다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전소연 님 삶자락에 따라 바라본다고 할까요.


  어쩌면 너무 마땅할는지 모릅니다. 사진은 내가 찍기 때문입니다. 내가 보는 대로 찍는 사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셔터를 누르는 순간 나와 당신의 이야기는 시작된다(167쪽).”와 같은 이야기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사진을 한 장 찰칵 찍을 적에 너와 내가 이야기 첫머리를 연다고 말하는데, 내가 너를 ‘답답하기까지’ 했다고 느낀다면, 서로 어떤 이야기를 여는 셈일까요. 그저 내 삶대로만 너를 바라보면서, 네가 그곳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꾸밈없이 바라보려는 몸짓은 없는 노릇 아닐는지요.


  “할아버지와 나 사이에 짧은 대화가 오고 갔고, 그 잠깐 사이에 주문은 종료되었다. 할아버지는 외국인과 의사소통을 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시는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따끈한 우동 한 그릇을 말아 주셨다(219쪽).”와 같은 이야기를 곰곰이 읽습니다. 일본 할아버지가 왜 웃었는지 전소연 님은 모릅니다. 다만 ‘외국사람과 얘기를 나누어서 흐뭇하다’고 느꼈을는지 모른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전소연 님이 찍는 사진은 언제나 전소연 님이 바라보는 대로 찍는 사진입니다. 스스로 좋아하는 대로 움직이고, 스스로 즐기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사진입니다.


  사진 한 장을 놓고, 좋음과 나쁨으로 가를 수 없습니다. 좋은 사진과 나쁜 사진은 없습니다. 즐기는 사진이 있고 즐거운 사진이 있습니다. 즐기는 사진이란, 나 혼자 즐기는 사진입니다. 즐거운 사진이란 너와 내가 한집 사람이 되거나 한마을 이웃이 되어 나누는 사진입니다. 그래요, 《가만히 거닐다》라는 사진책은 스스로 삶을 즐기고 싶은 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내 이야기’를 드러내는 이야기꾸러미입니다. 4347.9.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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