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소토 선생님은 치과 의사이다. 드소토 선생님은 생쥐이다. 드소토 선생님이 사는 곳과 아프리카는 무척 멀다. 그런데 아프리카에 사는 코끼리가 드소토 선생님한테 편지를 띄운다. 아프리카에서 코끼리 이를 고칠 분이 없다면서, 아프리카로 와 달라 한다. 드소토 선생님은 곁님과 함께 아프리카에 가기로 한다. 아프리카에 가 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 가고 싶다는 꿈을 늘 꾸었기에 즐겁게 둘이 나들이를 간다. 아슬아슬한 고비를 맞이하기도 하고, 다리가 부러지기도 하지만, 사랑스러운 곁님이 있어서 일을 잘 마칠 수 있고, 다리가 다 나으면 한동안 일을 쉬고 세계여행에 나서기로 한다. 그림책 《아프리카에 간 드소토 선생님》은 우리한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치과 의사이자 생쥐인 조그마한 드소토 선생님은 곁님과 어떤 삶을 이루면서 하루를 맞이할까. 어떤 마음이 되어 그 조그마한 몸으로 코끼리 이를 고칠 수 있을까. 언제나 씩씩하고 늘 꿈을 꾸는 두 사람이기에 아름다운 삶을 노상 그리면서 살아가지는 않을까. 4347.9.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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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간 드소토 선생님
윌리엄 스타이그 글.그림, 조세현 옮김 / 비룡소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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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하루 빛깔있는책들 - 불교문화 123
돈연 지음 / 대원사 / 199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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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171



나물 뜯는 절집 스님

― 산사의 하루

 돈연 글

 김대벽·안장헌 사진

 대원사 펴냄, 1992.6.30.



  돈연 스님이 쓴 《산사의 하루》(대원사,1992)를 읽으면, 절집에서 새벽부터 저녁까지 어떻게 보내는가를 찬찬히 헤아릴 수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얼거리로 ‘수녀원 하루’도 생각해 볼 만한데, ‘시골 할머니 하루’라든지 ‘열 살 어린이 하루’도 돌아볼 수 있어요. 문화란 멀리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루하루 누리는 삶이 모두 문화이기 때문입니다.


  요즈음은 도시나 시골이나 거의 엇비슷하달 수 있고, 서울이나 부산이나 대구 같은 큰도시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 있는 작은도시에서도 하루살이가 거의 비슷하다 할 만해요. ‘서울 어린이 하루’나 ‘해남 어린이 하루’를 따로 그릴 만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바닷가 어린이와 멧골 어린이와 섬 어린이 하루를 ‘섬사람 하루’로 돌아보는 이야기를 그릴 수 있어요. 오늘날 시골 어린이는 시골일을 그리 안 하면서 산다면, 지난날 시골은 어떠했는가를 헤아리면서 그릴 수 있습니다. 지난날 시골살이를 떠올릴 수 있는 어른들이 아직 튼튼할 적에 우리 여느 삶을 담는 일을 누군가는 해야지 싶어요.



.. 종소리는 생명을 지닌 모든 것들을 위해 울린다. 지옥, 아귀, 축생, 인간, 하늘, 수라에 이르고 다시 곤충이나 새들에게까지 자비의 감로 법문을 들려주기 위해 울린다 … 넓은 의미에서 수행자의 하루 스물네 시간은 모두가 부처님께 예배하는 생활이다 ..  (15, 22쪽)




  절집 스님들은 무슨 일을 할까요. 절집 스님들은 절집에서 어떤 일을 하며 마음닦이를 할까요.


  《산사의 하루》에 나오는 이야기를 읽으면, 하루 스물네 시간 언제나 마음닦이라 할 만합니다. 무엇을 하든 늘 마음닦이로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동안 꽤 긴 자리를 빌어 ‘행자가 수련하는 이야기’가 나와요. 다른 대목도 볼 만하지만, 나는 다른 어느 대목보다 이 이야기에 눈길이 갑니다.



.. 행자의 수련 기간은 대개 일 년 정도이다. 이 기간에는 봄이면 나물을 캐서 국거리를 장만하거나 채소를 뿌리고 가꾸는 일, 여름이면 푸성귀 무침이나 떨어진 김장을 대신하여 미역 냉채나 깻잎, 콩잎, 장아찌로 밑반찬을 해 놓는 일, 가을이면 김장하고 메주 만들어 말리고 띄우는 일, 채소 일변도의 식탁을 꾸며 대중들의 정진에 틈이 없도록 보살필 줄 아는 여력을 키워야 한다 … 잡채에 쓰는 표고버섯 불려 알맞게 찢어야지, 시금치 적당히 데쳐 물 빼 놔야지, 우엉 썰어 쪼갠 뒤 으깨지지 않게 칼등으로 두드려 양념해서 구워야지, 두부 썰어 기름에 노릇노릇 튀겨야지, 콩나물 다듬아 삶아 물 빼야지, 기름 발라 소금을 뿌려 재워 놓은 김도 얕은 불에 구워야 한다. 어디 거긋뿐인가. 겨울에는 무 썰어 생채를 만들고 ..  (48, 53쪽)




  절집에 들어가기 앞서 봄나물을 캐거나 밥을 짓거나 나물무침을 하거나 김치를 담근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스님이 되려면 밥짓기를 알뜰살뜰 할 수 있어야 하는 줄 얼마나 생각했을까요.


  물을 길어서 밥을 짓습니다. 풀을 뜯어 반찬을 삼습니다. 된장을 풀어 국을 끓입니다. 수수한 밥차림입니다만, 함께 먹을 밥을 날마다 살펴서 차립니다. 밥도 날마다 차리지만, 나물은 끼니마다 뜯어야 해요. 비가 오건 날이 덥건 늘 풀을 뜯습니다.


  곰곰이 생각합니다. 절집에서 밥짓기부터 익히면서 마음을 닦는다면, 일흔 해나 아흔 해에 걸쳐 날마다 밥을 지은 할머니나 어머니는 어떤 삶을 일군 셈일까요. 하느님도 부처님도 모르는 채 늘 밥을 지어 한집 사람들을 먹여살린 할머니와 어머니는 저마다 어떤 삶을 가꾸면서 어떤 길을 걸은 셈일까요.


  절집에 들어가서 밥짓기를 익히면서 마음을 닦는다면, 우리들 살림집에서도 날마다 즐겁게 밥을 지으면서 마음을 닦을 수 있으리라 느낍니다. 밥을 짓고 빨래를 하며 청소를 하는 동안 얼마든지 마음을 닦을 수 있구나 싶습니다.


  걸레질도 마음닦이입니다. 설거지도 마음닦이입니다. 아이들과 노는 하루도 마음닦이입니다. 집 둘레에 돋는 풀을 살펴 먹을거리를 마련하는 손길도 마음닦이입니다. 지난날에는 물레를 잣고 베틀을 밟는 일도 마음닦이예요. 절구질을 하고 방아를 찧는 일도 마음닦이입니다.



.. 대중 울력은 보통 한나절 정도로 잡혀 정진에 지장을 주지 않게 하는 것이 상례지만 모내기와 수확 그리고 김장 등의 일은 며칠을 계속하는 경우도 있다 … 바위가 많은 협소한 곳에 지어진 사찰은 흙이 부족한 관계로 낙엽을 위쪽으로 쓸어 모은다. 비질에 흙이 쓸려 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 수행자는 신발 뒤끝의 어느 한쪽만 닳게 신어서는 안 된다. 앞뒤가 고르게 닳아야만 수행자에 맞는 걸음걸이가 된다 ..  (73, 77쪽)




  절집 스님들이 씨앗을 뿌립니다. 절집 스님들이 낫을 들어 나락을 벱니다. 씨를 뿌려 돌본 뒤 거두어 갈무리하는 삶이 절집 스님들 마음닦이입니다. 이러한 일을 으레 할 줄 모른다면 스님이 못 되는 셈입니다.


  참 그렇습니다. 교회 목사가 되든 성당 신부가 되든, 성직자가 되는 길에 이처럼 밥을 짓고 빨래를 하며 논밭을 일구는 삶을 함께 배우거나 가르칠 수 있을 때에, 푸르게 눈빛을 밝혀 사랑스러운 숨결을 길어올릴 만하겠구나 싶습니다. 성직자가 익힐 삶이란 바로 여느 사람들 수수한 삶입니다. 성직자가 만나는 사람이란 바로 여느 수수한 사람들이에요.


  다른 학문에서도 이와 같으리라 느낍니다. 교수가 되건 교사가 되건, 반드시 집일과 흙일을 배우도록 해야지 싶어요. 유치원 교사가 되건 시장이나 군수가 되건, 누구나 반드시 집일과 흙일을 익히도록 해야지 싶습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되어도 날마다 집일을 다스리고 흙일을 돌볼 수 있도록 해야지 싶어요.



.. 향기 좋게 피는 야생화 사잇길의 여름 산보며, 바람이 불어 흔들리는 갈대숲 사이의 가을 산보며, 토끼가 힘들여 뛰는 눈길의 겨울 산보, 밟히는 작은 이끼의 망울져 터져 나가는 생명의 신비를 바라보는 일들. 짧은 산행이라 차림 그대로여서 좋고, 목적이 없으니 바쁠 것 없어 홀가분하다 ..  (92쪽)



  아름답게 살 때에 즐겁습니다. 흙을 만지고 흙길을 거닐면서 숲바람을 쐬는 사람이 아름답습니다. 자가용을 몰아 놀러다녀야 아름답지 않습니다. 두 다리로 풀밭을 밟으면서 나무그늘에서 쉴 수 있을 때에 아름답습니다. 놀이시설이 있어야 하는 공원이 아닙니다. 우람한 나무가 하늘로 뻗고, 들짐승이 함께 노니는 풀밭에서 뒹굴 수 있어야 공원입니다.


  절집에만 있어야 할 스님이 아니라, 우리는 누구나 스님이면서 살림꾼이요 오롯한 사람이어야지 싶습니다. 예배당에 있어야 할 하느님이 아니라,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 하느님이면서 삶지기요 오롯한 사랑지기여야지 싶습니다. 부처님이 들려준 이야기는 숲에서 태어났고, 숲에서 살림을 수수하게 가꾸던 살림꾼 손길에서 깨어났으며, 숲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 맑은 눈망울에서 비롯했으리라 느낍니다. 4347.9.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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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9-09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제게도 있는데 아주 오래 전에 읽은 듯 해요.
대원사에서 나온 '빛깔있는책들'은 나올때마다 즐겁게 장만해 간직하고 있는데
함께살기님의 아름다운 느낌글 ,읽으며 다시 꺼내 읽으면 더욱 즐거울 듯 합니다~
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파란놀 2014-09-09 09:46   좋아요 0 | URL
예전에는 저도 잘 못 느꼈을 텐데
요즈음 다시 읽어 보니
'절집'에서 하는 일 가운데
'행자들이 밥 짓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이런 일들이 아주 많을 뿐 아니라
마음도 많이 써야 하는 대목을
새삼스레 읽으면서
'참 재미있네' 하고 느꼈어요.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61) ‘-의’ 안 쓴 보기 73


선생님과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게 부끄럽지만 이제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니콜라이 노소프/엄순천 옮김-내 친구 비차》(사계절,1993) 10쪽


 선생님과 한 약속 (o)

 선생님과의 약속 (x)



  보기글을 보면 ‘-과의’ 꼴로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과 한’ 꼴로 글을 씁니다. 아주 마땅한 글투이지만 이처럼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이 차츰 늘어납니다. “대통령과의 대화”라든지 “시장과의 대화”처럼 ‘-과 + 의’ 같은 짜임새로 글을 쓰거나 말을 하는 사람이 자꾸 늘어요. 아무쪼록 얄궂은 말투나 글투를 깨달아, 올바르게 글을 쓰는 사람이 늘기를 바랍니다. 4347.9.8.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선생님과 한 다짐을 지키지 못해 부끄럽지만 이제는 어떻게 해 볼 길이 없다


‘약속(約束)’은 ‘다짐’으로 다듬고, “지키지 못한 게”는 “지키지 못해”나 “지키지 못해서”로 다듬습니다. “해 볼 도리(道理)가”는 “해 볼 길이”나 “해 볼 수가”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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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 -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찾은 엄마의 파업 이야기 희망을 만드는 법 9
다이애나 콘 글, 프란시스코 델가도 그림, 마음물꼬 옮김 / 고래이야기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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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27



이주노동자, 부엌노동자, 그리고

―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

 다이애나 콘 글

 프란시스코 델가도 그림

 마음물꼬 옮김

 고래이야기 펴냄, 2014.5.30.



  그림책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고래이야기,2014)를 읽습니다. 미국에서 일어난 일을 담은 그림책이라고 합니다. 미국으로 건너간 사람들은 으레 청소부 일을 했다는데, 낮은 일삯과 고단한 삶을 떨치려고 한꺼번에 팔천 사람이 들고 일어났다고 합니다.


  곰곰이 생각합니다. 공장 노동자가 파업을 한다든지, 철도 노동자가 파업을 한다고 하면, 정부에서는 아주 큰일이 터질 듯이 윽박지릅니다. ‘현장으로 돌아가라’는 말만 되풀이해요. 노동자는 왜 현장으로 돌아가야 할까요? 노동자는 기계일까요? 기계 부속품일까요? 또는 이름은 노동자이되, 속알맹이는 종일까요?


  노동자가 파업을 하면, 중앙정부는 으레 대체인력을 씁니다. 대체인력이 되는 이들도 ‘노동자’라 할 만하지만 기꺼이 대체인력이 되어 파업을 막으려 합니다. 함께 파업에 어깨동무를 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돈을 얻으려고? 정부가 시키니까?


  정부가 대체인력을 쓸 적에 으레 궁금해요. 청소부가 파업을 할 적에도 대체인력을 쓸까요? 청소부가 사흘쯤, 또는 석 주나 석 달쯤 손을 놓고 파업을 한다면, 정부나 회사는 얼마든지 대체인력을 쓸 수 있을까요? 아무도 청소부로서 대체인력이 되어 주지 않는다면, 정부와 회사는 어떻게 될까요?



.. 엄마는 화장실 바닥을 달처럼 빛이 나게 청소하고, 커다란 유리창을 아빠가 수영을 가르쳐 준 호수처럼 깨끗하게 닦습니다. 그러고 나서 걸레로 사무실 바닥을 윤이 나도록 닦습니다. 얼마나 매끄러운지 신발을 벗으면 미끄러질 정도지요. 쓰레기를 모두 모아 종류별로 나눈 다음 내다 버리면 하루 일이 끝납니다. 엄마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해가 막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  (5쪽)




  우리 정부는 농사꾼이 파업을 한다 할 적에 대체인력을 안 씁니다. 아마 시골 농사꾼이 파업을 한다면, 어느 누구도 대체인력으로 안 오리라 느낍니다. 농사꾼을 대체하는 인력이라면 일삯을 얼마쯤 받을까요? 일삯다운 일삯이나마 받을까요?


  농사꾼이 파업을 한다면 정부가 하는 일은 꼭 한 가지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곡식과 열매와 남새를 사들입니다. 그뿐입니다. 아무런 정책이 없고 대책이 없습니다. 게다가, 이 나라 사람들은 정부가 다른 나라에서 사들이는 곡식이나 열매나 남새를 잘 먹어요. 그러니, 한국에서는 어깨동무가 없다고 할 만합니다. 서로 끈이 되지 못합니다. 서로 하나가 되지 못합니다.


  그림책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에 나오는 청소노동자는 이주노동자입니다. 미국에 돈을 벌러 온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미국에서 파업을 했고, 일삯을 올려받았으며, 쉬는 날이 생겼습니다. 한국에도 이주노동자는 대단히 많습니다.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는 파업을 할 수 있을까요?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는 고용주한테 ‘욕을 하지 말라’나 ‘때리지 말라’ 같은 뜻을 밝히려고 파업을 할 수 있을까요?



.. 학교에 가 보니 우리 엄마만 파업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반 친구 마리아의 아빠도 엄마와 같은 조합원이었습니다. 마리아는 엘살바도르에서 왔지요. 니카라과에서 온 티노의 엄마도 날마다 우리 엄마와 함께 행진을 했습니다. 로페즈 선생님의 할아버지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도 업신여김을 당했다고 합니다. 마치 사람이 아닌 것처럼요 ..  (14쪽)




  한국에서 아주 많은 아줌마는 부엌노동자입니다. 한국에서 웬만한 아줌마는 육아노동자입니다. 한국에서 수많은 아줌마는 ‘아줌마’로도 ‘어머니’로도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합니다. 한국에서 아줌마들이 파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아줌마들은 서로 똘똘 뭉쳐 하나가 되지 못하기 때문일까요?


  부엌노동자가 파업을 벌여 석 주나 석 달쯤 밥을 차리지 않기를 빕니다. 육아노동자가 파업을 벌여 석 주나 석 달쯤 아이를 아저씨나 아버지한테 도맡길 수 있기를 빕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아저씨나 아버지 스스로 밥을 차려서 먹든 사다가 먹든 지켜볼 수 있기를 빕니다. 유치원이나 학교나 학원에 아이를 가두든, 언제 어디에서나 아이와 다니든 아저씨나 아버지 스스로 아이를 하루 내내 지키면서 보살피고 아끼도록 할 수 있기를 빕니다.



.. 나는 아주 밝게 색칠해서 만든 내 팻말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나는 엄마를 사랑해요!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 ..  (21쪽)




  사회가 평등하지 않기 때문에 파업을 해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나라가 평등하지 않기 때문에 고향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는 사람이 나타납니다. 지구별이 평등하지 않기 때문에 자꾸 전쟁무기를 만들고 군대를 거느립니다.


  탱크 한 대를 만들어 거느리는 데에 돈이 얼마나 드는지 사람들은 제대로 알까요? 전투기나 군함 한 대를 만들어 거느리느라 얼마나 돈을 많이 쓰는지 사람들은 제대로 알까요? 지구별 수많은 나라 중앙정부가 전쟁무기와 군대를 거머쥐면서 권력을 누릴 뿐 아니라, 우리를 못살게 하는 줄 깨닫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전쟁무기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는 여느 사람들은 스스로 종이 됩니다. 군대에 끌려간 젊은이는 이들대로, 군대에 직업군인으로 들어간 사내는 이들대로, 정부가 시키는 대로 바보가 되면서 참다운 삶이나 사랑하고 멀어집니다.


  우리는 왜 이웃을 사랑하지 않고 이웃을 적으로 삼아야 할까요. 우리는 왜 냇물을 곱게 돌보면서 싱그러운 물을 마실 생각은 않고, 수십 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시멘트를 냇물에 퍼붓고는 ‘막개발 막공사 일자리’를 얻겠다고 할까요. 냇물을 죄 망가뜨리니 댐을 지어 수돗물을 마셔야 하는데, 댐을 짓는 돈과 수돗물이 흐르도록 하는 돈은 누구 주머니에서 나올까요.


  그림책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에 나오는 이주노동자는 고향나라를 떠나야 했습니다. 바로 미국 때문입니다. 미국이 제국주의 정책을 펼칠 뿐 아니라, 무시무시한 전쟁무기를 만들어 제3세계 수많은 나라에 독재군사정권이 서도록 뒤에서 부추긴 탓입니다. 그러니, 제3세계 많은 나라에서 미국으로 들어가 고된 일을 하며 낮은 일삯으로 더 고달프게 지냅니다.


  곰곰이 생각합니다. 제3세계에서 미국으로 가지 않는다면,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청소부로 일할 사람이 없다면, 미국에 있는 군수공장 노동자로 일할 사람이 없다면, 미국은 그런 모양새가 되어도 전쟁 미치광이로 날뛸 수 있을까요? 한국에 다른 나라 노동자가 찾아오지 못하게 한다면, 한국 사회에 다른 나라 노동자가 아무도 없도록 한다면, 한국 정부가 미친 바보짓 정책을 펼쳐 사회를 어지럽힐 수 있을까요. 석 달도 석 주도 아닌 사흘만 ‘모든 노동자가 손을 잡아 일을 쉬면’ 정부와 회사는 두 손 두 발을 다 들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이 어깨동무를 하면 정부는 무서워 벌벌 떱니다. 그래서 정부는 사람들이 어깨동무를 못하게 막으려고 힘씁니다. 4347.9.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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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가 책을 읽을 때



  오늘날 한국에서 여느 살림집 여느 아줌마가 책을 손에 쥘 겨를은 거의 없다고 할 만하다. 오늘날 한국은 아직 민주와 평등하고 많이 동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가위에 오늘날 여느 아줌마는 무엇을 할까? 설날에 오늘날 여느 아줌마는 어디로 갈까?


  아침에 밥과 국을 끓이면서 책을 살짝 쥔다. 그야말로 살짝 쥔다. 밥물을 안치고 국에 불을 넣은 뒤 다른 찬거리를 마련하는 틈이 살짝 비는데, 이때에 한두 쪽을 읽을 수 있다. 찬거리를 모두 마련한 뒤 손을 새로 씻어서 행주로 밥상을 닦고 수저를 놓는 동안 두 손은 물기가 마른다. 밥과 국이 얼마나 익었는가 살피고 나면, 이때에 서너 쪽을 읽을 수 있다.


  넷이 먹을 밥 한 끼니 마련하는 동안 으레 열 쪽 남짓 읽을 수 있다. 그런데, 다섯이나 여섯이 먹을 밥 한 끼니라면, 일곱이나 여덟이 먹을 밥 한 끼니라면, 다문 한 쪽조차 읽지 못한다. 아니, 책을 거들떠볼 겨를조차 없다. 넷이 먹을 밥을 마련하더라도, 며칠 동안 비가 그치지 않다가 갠 아침이라면, 밥과 국에 불을 올리고 나서 바지런히 손빨래를 할 틈이 생긴다. 이런 날에도 손에 책을 쥘 틈이 없다.


  밥을 모두 먹이고 설거지를 마친 뒤 부엌 비질을 끝내면 살짝 기지개를 켠다. 이때에 하품을 하면서 손에 책을 쥘 만하다. 그러나 몸이 고단하지 않을 때라야 손에 책을 쥔다. 때로는 고단함을 털어내자 생각하면서 책을 손에 쥐어 보는데, 스르르 눈이 감기기 일쑤이다.


  오늘날 한국에서 여느 살림집 여느 아저씨는 무엇을 할까? 오늘날 한국에서 여느 살림집 여느 아저씨는 어떤 책을 읽으면서 어떤 지식을 쌓고 어떤 일을 할까? 식은밥이 있으면 10분, 새로 밥을 지어야 하면 30분, 꼭 이만 한 겨를에 네 식구 먹을 밥 한 끼니 차릴 줄 모르는 사내라면 사위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4347.9.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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