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49. 2013.12.25.

 


  아이들과 아침저녁으로 먹는 밥을 늘 거의 비슷하게 차리지 않는가 하고 느낀다. 그래서 밥그릇이랑 접시를 바꾸어서 써 보기도 하고, 나물을 조금 다르게 섞기도 하지만, 막상 밥을 차리고 보면 그리 달라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오이를 길게 썰기도 하고, 동그랗게 썰기도 하다가, 반달로 썰기도 한다. 오이 곁에 무채를 두기도 하고 고구마를 썰어 두기도 한다. 가만히 보면, 아이들이 풀을 잘 먹도록 밥을 차리자고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나 또한 풀을 꽤 많이 먹는 사람으로 달라진다. 한겨울에도 어디 풀 뜯을 데 있는가 두리번거린다. 봄부터 가을까지 집 둘레에서 온갖 풀을 뜯어다 먹었다. 이 겨울 지나고 새봄 찾아오면 또 새로운 풀을 찾으러 이곳저곳 두리번거릴 테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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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48. 2013.12.27.

 


  밥을 볶을 적에 마무리를 지으며 으레 주국으로 반반하게 펼친 뒤 뚜껑을 덮고 따스한 기운 감돌도록 한다. 큰아이는 아버지가 볶음밥을 할 적마다 “왜 그렇게 해요?” 하고 묻는데, 딱히 ‘왜’를 생각한 적은 없다. 어릴 적에 어머니가 으레 이렇게 하셨으니 나도 똑같이 따라할 뿐인데, 다 볶고 불을 끌 무렵, 골고루 섞어서 반반하게 해 놓고 뚜껑을 덮으면 따스한 기운이 골고루 감돌면서 간도 골고루 밴다고 느낀다. 그러나저러나, 큰아이는 밥을 먹다가 가끔 밥을 숟가락으로 찬찬히 눌러 반반히 펴면서 놀곤 한다. 앞으로 스스로 밥을 지을 적에 무언가를 해 보는 놀이와 같달까. 배고픈 작은아이는 허둥지둥 먹기에 바쁘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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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한 줄기

 


바람 한 줄기
후박나무에 앉았다가
동백나무에서 쉬었다가
초피나무하고 손짓하고는
모과나무와 살그레 웃고
감나무랑 도란도란 얘기하더니
뽕나무 곁에 사뿐 내려앉아
오늘은 재 너머
오리나무한테 가는 길이라
바쁘단다.

 


4346.12.18.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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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안고 어르며 하루 내내 돌보는 나날은 아주 짧다. 아이들은 어느새 쑥쑥 자라 어른이 된다. 조그마한 몸으로 살포시 안기며 어버이 품을 따사로이 누리는 나날은 무척 짧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 살가이 안지 못한다면, 이 아이들이 큰 뒤에도 살가이 안지 못한다. 아이들을 언제 어떻게 안으면서 하루를 어떻게 누릴 적에 즐거울까. 사랑받고 자란 아이들이 사랑을 나누고, 사랑을 먹으면서 큰 아이들이 사랑을 물려준다. 조금만 더 가까이 아이 곁에 서고, 조금만 더 따스히 아이 눈높이로 지내며, 조금만 더 보드랍게 아이 손을 잡고 하루를 누릴 수 있으면, 다 함께 활짝 웃는 삶 되겠지. 작은 눈빛이 사랑 되고, 작은 손길이 꿈 되며, 작은 마음이 빛줄기 된다. 4346.12..2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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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타키무라 유우코 지음, 허앵두 옮김, 스즈키 나가코 그림 / 한림출판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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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267) 공功 1 : 공을 들이다

 

가정의 행복은 가족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맺어지는 하나의 열매이다. 우리는 각각 이 귀중한 열매를 맺기 위하여 날마다의 공을 들여야 한다
《엘렌 지 화잇/왕대아 옮김-가정과 건강》(시조사,1950) 머리말

 

  한자말 ‘가정(家庭)’은 한국말 ‘집안’을 가리킵니다. 한자말 ‘행복(幸福)’은 한국말 ‘즐거움’을 가리켜요. 그러니, “가정의 행복”이란 “집안에서 누리는 즐거움”이나 “집안에서 피어나는 즐거움”을 나타내요.


  “가족(家族)들의 끊임없는 노력(努力)으로”는 “식구들이 끊임없이 애써서”나 “식구들이 끊임없이 힘을 쏟아”로 손질합니다. “하나의 열매이다”는 “열매이다”로 고쳐 줍니다. ‘각각(各各)’은 ‘저마다’로 다듬고, “맺기 위(爲)하여”는 “맺으려면”으로 다듬습니다. “날마다의 공을 들여야”에서는 토씨 ‘-의’를 덜어 “날마다 공을 들여야”로 다듬어 줍니다. ‘귀중(貴重)한’은 “귀하고 중한”을 뜻한다 하는데, 이 글월에서는 흐름을 살펴 “고운 열매”나 “좋은 열매”나 “아름다운 열매”로 다듬어 봅니다.


  외마디 한자말 ‘공(功)’ 뜻풀이를 보면 “(1) = 공로(功勞) (2) = 공력(功力)”처럼 나옵니다. ‘공로(功勞)’는 “일을 마치거나 목적을 이루는 데 들인 노력과 수고”라 하고, ‘공력(功力)’은 “애써서 들이는 정성과 힘”이라고 해요.

 

  날마다의 공을 들여야 한다
→ 날마다 힘을 들여야 한다
→ 날마다 힘을 쏟아야 한다
→ 날마다 땀을 들여야 한다
→ 날마다 온힘을 다해야 한다
 …

 

  힘을 들여서 아름다운 열매를 맺습니다. 땀을 들여서 고운 열매를 맺습니다. 사랑을 듬뿍 들여서 달콤한 열매를 맺습니다. 저마다 제자리에서 즐겁게 힘을 들이고 땀을 들이면서 즐겁게 삶을 짓습니다.


  조그마한 일을 하든 커다란 일을 하든 즐겁게 ‘힘’을 들입니다. 언제나 기쁘게 ‘땀’을 쏟습니다. 한결같이 ‘온힘’을 다하면서 하루하루 환하게 웃습니다.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온마음’을 바치는 동안 시나브로 예쁜 말빛이 흐드러집니다. 4337.7.4.해/4346.12.28.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집안에서 피어나는 즐거움은 식구들이 끊임없이 애써서 맺는 열매이다. 우리는 저마다 이 고운 열매를 맺도록 날마다 힘을 들여야 한다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11) 공功 2 : 공을 들였겠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나무를 관리하고 보살피느라 집 주인도 무척 공을 들였겠지만, 그 나무도 따뜻한 자신의 고향을 떠나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혹한에 견디며 적응하느라 얼마나 애를 썼을까요
《유상준,박소영-풀꽃 편지》(그물코,2013) 149쪽

 

  ‘자신(自身)이’는 이 글월에서 덜어도 됩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나무를”이 아닌 “사랑하는 나무를”처럼 쓰면 돼요. ‘관리(管理)하다’는 ‘보살피다’를 뜻합니다. 그러니, 이 글월에서는 겹말입니다. “관리하고 보살피느라”는 “보살피느라”로 바로잡습니다. ‘집 주인(主人)’은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집임자’로 손질합니다. “나무도 따뜻한 자신(自身)의 고향(故鄕)을 떠나”는 “나무도 제가 태어난 따뜻한 곳을 떠나”나 “나무도 따뜻한 제 고향을 떠나”로 손보고, ‘이전(以前)에’는 ‘예전에’로 손보며, ‘경험(經驗)하지’는 ‘겪지’로 손봅니다. “혹한(酷寒)에 견디며 적응(適應)하느라”는 “추위를 견디며 살아가느라”나 “모진 추위를 견디며 지내느라”로 다듬어 줍니다.

 

 무척 공을 들였겠지만
→ 무척 땀을 들였겠지만
→ 무척 품을 들였겠지만
→ 무척 사랑을 들였겠지만
→ 무척 힘을 들였겠지만
→ 무척 애를 썼겠지만
 …

 

  보기글 끝쪽을 보면 “애를 썼을까요”라고 나옵니다. 이 대목처럼 앞쪽에도 “무척 애를 들였겠지만”이나 “무척 애를 썼겠지만”처럼 적으면 됩니다. 앞쪽과 뒤쪽을 살짝 다르게 적고 싶다면, 앞쪽에서는 “힘들 들였겠지만”처럼 적으면 돼요. 그런데, 사랑하는 나무를 보살핀다고 하니까, “사랑을 들였겠지만”처럼 적을 수 있고, “품을 들였겠지만”으로 적을 수 있어요. 4346.12.28.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사랑하는 나무를 보살피느라 집임자도 무척 땀을 들였겠지만, 그 나무도 제가 태어난 따뜻한 곳을 떠나 예전에 겪지 못한 모진 추위를 견디며 살아가느라 얼마나 애를 썼을까요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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