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을 나누는 골목집

 


  아파트는 햇볕을 나누지 않는다. 빌라 또한 햇볕을 나누지 않는다. 새마을주택이건 적산가옥이건 판잣집이건, 나즈막한 골목집은 모두 햇볕을 나누면서 살아왔다. 골목집을 허무는 때부터 햇볕은 돈이 더 있는 사람들 집이 몽땅 끌어안는다. 서로 어깨 맞댄 채 살던 작은 사람들은 햇볕을 함께 골고루 나누려고 했지만, 돈을 움켜쥔 사람들은 이녁 아파트와 빌라에만 햇볕이 들도록 새 건물 높이높이 넓게넓게 올린다.


  왜 시골사람이 이층으로 안 올리고 마당을 넓게 두었을까. 시골에서 자라다가 도시로 와서 뿌리내린 사람들이 왜 이층으로 올리더라도 이웃집에 햇볕이 깃들 수 있도록 살피면서 마당을 꼭 따로 두었을까.


  어떤 빌라에도 마당이 없고 꽃밭이 없다. 어떤 아파트에도 꽃밭이나 마당은 아주 비좁을 뿐 아니라 이곳에 햇볕이 들도록 마음을 쏟지 않는다. 어떤 빌라나 아파트에도 이곳에서 살아갈 사람들이 마당이나 꽃밭이나 텃밭을 누리도록 짓지 않는다. 그래도, 어쩌다가 손바닥만 한 빈틈이 생겨 나무가 자라고, 나무가 자라는 곁에 찰싹찰싹 달라붙어 새봄 기다리는 풀이 돋는다. 도시에서도. 서울 한복판에서도. 4347.1.1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골목길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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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우리 집 옆으로 말이시
고속도로 지나가문
을매나 살기 퍽퍽하것소
고저 조용조용
흙바람 쐬고
풀노래 듣고잡으니
두멧시골에서 살지라.

 


4347.1.16.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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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속에 아름다운 꿈을 담기에 아름답게 나눌 책을 펴낼 수 있다. 가슴속에 고운 사랑을 그리기에 즐겁게 나누면서 곱게 꽃피우는 이야기를 책으로 엮을 수 있다. 인형을 왜 만들까? 인형으로 놀려고 만들지. 인형을 만들면서 뭐가 좋을까? 인형을 갖고 노는 웃음을 떠올리니 좋지. 이승은 님과 허헌선 님이 밝히는 빛은 우리들한테 얼마나 아름다우면서 즐거운 이야기잔치가 되는가 하고 헤아려 본다. 4347.1.1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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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손은 싫어, 싫어
이승은.허헌선 글.인형, 유동영 사진 / 파랑새 / 2013년 12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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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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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4-01-20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 어렸을 적엔~ 전시회를 보고 감탄했던 일이 엊그제만 같습니다.

파란놀 2014-01-20 11:30   좋아요 0 | URL
이번에 새로운 책을 세 권 한꺼번에 내놓으셨더라구요!
 


  동시를 쓰기란 아주 쉽다. 아이와 함께 삶을 노래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누구나 언제나 마음껏 쓸 수 있다. 아이와 손을 맞잡고 춤추는 하루를 노래하면 언제나 동시가 된다. 아이와 어깨동무를 하면서 언제까지나 기쁘게 웃고 노는 이야기를 헤아리고 그리면 모두 동시가 된다. 어른들 눈높이와 목소리로 머리를 굴려서 쓰면 동시가 안 될 뿐 아니라, 아이들한테 고단한 학습도구가 된다. 이 갈림길을, 동시를 쓰는 어른과 동시를 비평하는 어른과 동시를 책으로 꾸미는 어른들 모두 슬기롭게 알아채기를 빈다. 4347.1.1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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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에 쏘였다
남호섭 지음, 고찬규 그림 / 창비 / 2012년 11월
8,500원 → 7,650원(10%할인) / 마일리지 4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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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594) 시작 40 : 없어지기 시작

 

가사미산에 도라지가 차차 없어지기 시작했다 … 내일부터 불볕더위가 시작된다 합니다
《김명수-해바라기 피는 계절》(창비,1992) 29, 135쪽

 


 차차 없어지기 시작했다
→ 차츰 없어졌다
→ 하나둘 없어지고 말았다
 … 

 

 불볕더위가 시작된다 합니다
→ 불볕더위가 된다 합니다
→ 불볕더위라고 합니다
 …


  날씨를 이야기하면서 이 보기글처럼 ‘시작하다·시작되다’를 곧잘 쓰곤 합니다. 그런데 여느 시골사람이 날씨를 이야기할 적에는 ‘시작’이라는 한자말을 안 써요. 방송에서 날씨를 이야기하는 어른들이 으레 이 한자말을 씁니다.


  비가 오려고 하면 “이제 비가 오겠네”라든지 “곧 비가 오겠네”나 “비가 오겠네”나 “비가 오려 하네”처럼 말합니다. “비가 오기 시작하겠네”라 말하지 않아요. 비가 올 적에는 “비가 오네”라 하지 “비가 오기 시작하네”라 말하지 않습니다. 곧, ‘-기 시작하다(시작되다)’ 꼴처럼 쓰는 말투는 예부터 우리 겨레가 쓰던 말투가 아닙니다. 일본사람이 ‘시작’이라는 한자말을 넣으며 쓰던 말투예요.


  더 살펴보면, 방송에서는 “추위가 시작된다”라든지 “장마가 시작된다”처럼 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추위나 더위는 이렇게 나타낼 수 없어요. “추위가 찾아온다”나 “더위가 찾아온다”처럼 나타냅니다. “추워진다”나 “더워진다”처럼 말합니다. “춥겠네”나 “덥겠다”처럼 이야기해요. 또는 “이제 추위가 찾아오겠네”라든지 “곧 더운 날이 되겠네”처럼 씁니다. 한자말 ‘시작’에 매이면, 때와 곳과 날과 철에 따라 알맞게 달리 쓰던 우리 말투가 모조리 사라집니다. 4347.1.18.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가사미산에 도라지가 차츰 없어집니다 … 이튿날부터 불볕더위가 된다 합니다

 

‘차차(次次)’는 ‘차츰’이나 ‘하나씩’이나 ‘하나둘’이나 ‘자꾸’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내일(來日)’은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글흐름을 살피면 ‘이튿날’로 손볼 수 있어요. 다른 자리에서는 ‘다음날’로 손볼 수 있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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