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계획서’를 써서 보내기

 


  신안군에서 우리 도서관을 옮길 수 있느냐고 물었다. 쉽게 말할 수 없는 일이라 이레쯤 겨를을 두어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 하루 더 있으면 우리 생각을 말해야 한다. 하루를 앞두고 글을 쓴다. 우리 도서관이 지난 여덟 해 동안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기나긴 해 걸어갈 길을 헤아린다.


  신안군청에서 우리 편지를 어떻게 생각할는지 아직 알 수 없다. 모두 받아들여 줄 수 있고, 몇 가지만 받아들일 수 있겠지. 그런데, 큰 줄기에서 우리가 바라는 대목을 이룰 수 없다면, 우리는 도서관을 고흥에서 신안으로 옮길 수 없다. 열 가지를 간추려서 적었는데, 이 이야기들을 즐겁게 받아들여 주기를 빈다. 이 가운데 다섯째 이야기까지는 참말 아주 크다. 4347.4.8.불.ㅎㄲㅅㄱ


 1. 책과 숲이 함께 있는 도서관이 되도록 하고 싶다
 2. 전기와 난방을 자급할 수 있는 도서관이 되도록 하고 싶다
 3. 구조변경이나 시설공사를 할 때에 생태와 환경을 헤아리면 좋겠다
 4. 빽빽한 얼개가 아닌 넉넉하고 여유로운 환경으로 하고 싶다
 5. 수도물 아닌 지하수를 쓰고 싶다
 6. 처음 우리한테 보여준 폐교 자리는 아무래도 어렵다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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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4-04-08 12:19   좋아요 0 | URL
6번이 관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부디 좋은 답신 받으시길 바랍니다.

파란놀 2014-04-08 12:42   좋아요 0 | URL
6번이 그쪽에서는 가장 중요할 테지만
우리한테는 1~5번이 중요하니,
6번이 되어도 1~5번이 안 되면 갈 수 없답니다~ ^^
잘 되겠지요~
 

여러 가지 책이 한 자리에

 


  여러 가지 책이 한 자리에 모인다. 온갖 책이 한 데에 있다. 책은 저마다 다른 곳에서 저마다 다른 사람 손길을 타고 태어나지만, 이 다른 책들은 한 곳에 곱게 모인다.


  책방은 다 다른 책을 그러모아 다 다른 책손한테 빛을 골고루 나누어 준다. 다 다른 책이 모이는 모임터이면서, 다 다른 사람이 빛을 만나도록 하는 만남터인 책방이다. 이런 책이 있고 저런 책이 있다. 들에 이런 풀과 저런 꽃이 피듯이, 책방에 이 책과 저 책이 있다. 숲에 이런 나무와 저런 나무가 자라듯이, 책방에 이 책 저 책 얼크러지면서 무지개빛이 환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책마다 담았을까. 얼마나 다른 고장에서 얼마나 다른 이야기를 책마다 실었을까. 여러 가지 책이 골고루 모이기에 책방에 싱그러운 바람이 분다. 온갖 책이 두루 꽂히기에 책방에 밝은 햇살이 드리운다.


  책빛은 삶빛 된다. 삶빛은 사랑빛 된다. 사랑빛은 숨빛 된다. 숨빛은 이야기빛 된다. 이야기빛은 사람들 마음을 돌고 돌아 온누리에 꿈빛으로 퍼진다. 4347.4.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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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4-08 12:02   좋아요 0 | URL
보는 제 눈이 즐겁습니다~^^
부럽기도 하구요~ ㅋㅋ

파란놀 2014-04-08 12:42   좋아요 0 | URL
알록달록 책빛이 참 곱지요~
 

책을 바라보며

 


  내 앞에 있는 책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삭혀서 이 책들을 썼을까 생각한다. 기나긴 해에 걸쳐 얻은 슬기를 책에 살포시 얹었겠지. 혼자 붙잡지 않는 숱한 이야기를 책에 가만히 풀었겠지. 함께 나누면서 다 같이 즐겁게 살아갈 길을 밝히려는 사랑을 책에 조곤조곤 쏟았겠지.


  책을 쓰는 사람이 아름답다. 책을 엮는 사람이 아름답다. 책을 다루는 사람이 아름답다. 책을 읽는 사람이 아름답다. 책을 말하는 사람이 아름답다. 서로서로 아름다운 삶과 사랑과 꿈을 바라면서 책으로 만난다.


  마음을 열기에 책을 읽는다. 내 마음을 열기에 내 이웃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마음을 열기에 책을 쓴다. 내 마음을 열기에 내 이웃한테 사랑과 꿈을 베풀 수 있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서 책이 태어나고, 마음과 마음이 어깨동무하는 사이 온누리에 이야기밭이 푸르다. 4347.4.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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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 지도 보며 걷기

 


  ‘지도’가 무엇인지 알기나 할까? 알는지 모른다. 그러니 일곱 살 사름벼리가 곧잘 ‘지도’를 그린다면서 그리고는, 지도를 보면서 어딘가 간다. 집에서 도서관으로 갈 적에도 지도를 펼치면서 걷는다. 슬쩍 들여다본다. 큰아이가 그린 ‘지도’에는 집이랑 계단이 있을 뿐, 들길이건 꽃길이건 아무것도 없다. 흠, 그런데 넌 뭘 믿고 이 지도대로 가겠다고 하니? 넌 지도 안 보고 네가 가고픈 대로 가잖아? 4347.4.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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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유채밭 앞에서

 


  마실을 나가는 길이다. 누나는 훨훨 날듯이 저 앞으로 달린다. 작은아이는 누나 꽁무니를 좇다가 문득 뒤를 돌아본다. “아버지 얼른 와요.” 하고 부른다. 그래 곧 가마 하고 아이들 뒤를 좇다가, 작은아이 뒤로 펼쳐진 유채밭을 바라본다. 이제 한껏 물드는구나. 산들보라야, 우리 집 좋지? 대문을 열기만 해도 이렇게 유채물결을 누릴 수 있으니 말이야. 4347.4.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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