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44] 빗물이 흐르는


  빗물이 흐르면 좋다.
  아니, 좋다 나쁘다라기보다는
  비가 오면 싱그럽다.


  숲에서 풀과 나무가 많이 목이 말랐는지, 목을 축여 주려고 어느 날은 비가 신나게 오네요. 이러다가 비가 그치고, 또 비가 오래도록 안 오고, 또 구름만 잔뜩 끼면서 빗방울이 들을 생각을 않고.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합니다. 내가 비를 반가이 여기면 비가 자주 올까요? 내가 비를 서운하게 여기면 비가 안 올까요? 가슴에 손을 얹고 조용히 생각에 잠깁니다. 비야, 비야, 나는 빗물이 흐를 때에는 빗물이 흘러서 즐겁고, 햇볕이 쨍쨍 내리쬘 적에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즐겁단다. 4347.6.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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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 나는 누구와 어떤 따뜻한 그림백과 43
재미난책보 지음 / 어린이아현(Kizdom)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01



너와 나 사이에는 하나

― 따뜻한 그림백과 043 : 사이

 김경진 그림

 재미난책보 글

 어린이아현 펴냄, 2013.12.30.



  나는 어릴 적부터 ‘사이’를 배우지 않았습니다. 아니, 내 둘레 어른들은 나한테 ‘사이’를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내가 떠올리는 어릴 적 삶은 국민학교(초등학교)부터인데, 이 언저리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내 둘레 어른들은 내가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아름다운 숨결인지 아닌지 알려주지 않았아요. 내 둘레 어른들은 내가 수많은 목숨들 사이에서 아름다운 빛인지 아닌지 가르치지 않았어요.



.. 세상에는 나와 남이 있어요 ..  (2쪽)



  1982년에 국민학교에 들어갔고 1993년까지 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1994에 대학교에 들어간 뒤, 1995년에 그만두려 했으나 이해에 군대에 간 뒤 1997년 12월 31일에 사회로 돌아와서 1998년 가을에 대학교를 그만두었어요. 이동안 나는 학교라는 곳에서 사랑을 배우거나 꿈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도 꿈이나 사랑이라는 낱말은커녕 꿈이나 사랑을 가꾸는 ‘삶’을 배운 적이 없습니다.


  내가 꿈을 처음 생각한 때는, 아니 처음 생각한 때가 아니라 처음 느낀 때는 2006년입니다. 이때에 나는 이오덕이라고 하는 분 유고를 갈무리하는 일을 맡았는데, 1월 1일부터 한 가지를 다짐했어요. 나한테는 운전면허증이 없어 늘 시외버스를 타지만, 이해 2006년에는 시외버스조차 안 타고, 또 서울에 볼일을 보러 가더라도 전철을 안 타고, 자전거만 타기로.


  그렇지만, 2006년 한 해에 전철을 아예 안 타지 않았습니다. 아마 다섯 차례 탔지 싶어요. 시외버스는 참말 한 차례도 안 탔지 싶은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풍이 오나 늘 자전거를 탔어요. 그리고, 한 해 내내 자전거로 움직이면서 깨달았어요. 아, 자전거로도 얼마든지 다닐 만하네 하고요. 자전거로 하루에 50킬로미터를 출퇴근하더라도 다닐 만하다고 느꼈어요. 2006년 이해에 나는 날마다 120킬로미터쯤 자전거로 달리면서 지냈어요. 2006년에 나는 충청북도 음성에서 살았고, 볼일을 보러 서울에 주마다 한 차례씩 자전거로 오갔습니다.



.. 남들끼리는 서로 싸워요. 우리가 조금 더 가지면 남은 그만큼 덜 가지게 되기 때문이에요 ..  (16∼17쪽)



  날마다 자전거로 백 킬로미터가 넘는 길을 달리면 여러모로 재미있습니다. 이동안 아름다운 이웃도 만나고 끔찍한 이웃도 만납니다. 아름다운 이웃은 나한테 말없이 내가 자전거로 잘 달리도록 돕습니다. 끔찍한 이웃은 갑자기 내 자전거 옆이나 앞으로 끼어들면서 내가 죽을는지 모르도록 괴롭힙니다.


  이즈음 나는 몇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일부러 나를 치고 뺑소니를 친 자동차가 여럿 있어서 나는 ‘자동차에 치여 하늘을 붕 날다가 길바닥에 꽝 하고 떨어질’ 적에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죽지는 않았어요. 어깨뼈가 으스러지거나 무릎이나 손목이 나가서 꼼짝을 못할 뿐이었습니다. 2011년까지 여러모로 뒤앓이를 치렀어요. 어깨를 못 쓰고 팔을 못 쓰고 손목을 못 쓰고 무릎을 못 쓰는 채 지냈어요.


  그러면, 이제 내 몸이 나았을까요?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나는 2014년 요즈음에도 자전거를 탑니다. 요즈음은 내 자전거 뒤에 샛자전거와 수레를 붙여서, 일곱 살 큰아이와 네 살 작은아이를 태우고 다닙니다. 샛자전거에는 큰아이가 앉고 수레에는 작은아이가 앉습니다. 아이들은 자전거마실을 다니면 무척 좋아해요. 두 아이는 모두 자전거마실을 하면서 까르르 웃고 노래합니다.



.. 나는 사람들하고만 이어져 있는 건 아니에요. 내가 서 있는 땅, 내가 마시는 공기와 물, 다른 동물이나 식물과도 이어져 있어요 ..  (25쪽)



  김경진 님 그림하고 재미난책보에서 빚은 글이 어우러진 《따뜻한 그림백과 043 : 사이》(어린이아현,2013)를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합니다. 사이란 무엇일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는 무엇일까요. 한자로 적는 ‘人間’이 아니라, 한국말로 적는 ‘사람’에서 사이는 무엇일까요.


  한국말에서 ‘사이’는 ‘틈’이요 ‘겨를’이며 ‘말미’입니다. 한국말에서 ‘사이’는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빈 자리’입니다. 아니, 한국말에서 ‘사이’는 ‘쉼터’예요.



.. 모를 땐 남이지만, 알고 나면 모두가 우리예요. 세상에 남은 없어요 ..  (30쪽)



  너와 내가 쉽니다. 너와 내가 즐겁게 쉽니다. 너와 내가 즐겁게 웃으면서 쉽니다. 그렇지요. 쉬는 두 사람은 빙그레 웃을 뿐 아니라 밥을 나눕니다. 함께 쉬는 두 사람은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함께 쉬는 두 사람한테는 울타리, 이른바 국경이나 경계가 없습니다.


  그래요. 우리한테는 ‘사이’가 있어야지요. 우리는 사이를 아껴야지요. 우리는 서로서로 사이를 보듬으면서 아름답게 살아야지요. 너와 나는 남이 아닙니다. 너와 나는 하나입니다. 내가 보기에 너는 남일는지 모르나, 이렇게 말하려 하면, 네가 보기에 내가 남이 될 테지요.


  너와 나를 가르려 하면 서로 ‘적’이 되어요. 너와 내가 하나인 줄 알면 서로 ‘삶’이 되어요. 삶이기에 사이입니다. 삶이기에 사이이면서 사랑입니다. 삶이기에 사랑이면서 사이요 꿈입니다. 어버이와 아이 사이에 아름다운 빛을 노래하는 그림책이 있으면 참으로 따사로우리라 생각합니다. 4347.6.2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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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77. 언제나 날아 (2014.6.10.)



  아이들은 틈만 나면 난다. 하늘을 붕붕 난다. 어느 아이든 난다. 시골에서든 도시에서든 아이들은 신나게 난다. 그러니까,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이 늘 언제 어디에서나 훨훨 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할 때에 즐겁다. 아니, 어른으로서 우리가 할 일이라면 아이들이 즐겁게 날 수 있게끔 하는 멍석깔기이지 싶다. 사름벼리야 고마워. 네가 접은 종이비행기를 날리면서 그렇게 펄쩍 날 수 있다니, 너는 참 멋진 아이야.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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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비행기 놀이 5 - 가볍고 빠르게



  일곱 살 사름벼리가 종이비행기를 접을 적에 처음에는 아버지 손을 빌어야 했다. 아버지는 처음에 잘 접어 주다가 아이한테 맡긴다. 아이가 잘 안 된다고 징징거려도 못 본 척했다. 아이가 스스로 길을 찾기를 바랐다. 아이는 참 오래도록 끙끙거렸다. 아이가 끙끙거리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무척 아팠다. 그러나, 우리는 시골집에서 살고, 이 아이가 유치원에 가지도 않기 때문에 시간이 넉넉하다. 한 시간만에 끝내야 한다든지 오늘 끝내야 하지 않다. 여러 날 걸려도 좋다. 한 달이 걸려도 된다. 아이가 스스로 종이비행기를 접을 수 있으면 된다. 그리고, 사름벼리는 끝내 종이비행기를 스스로 접는다. 꽤 오래 걸렸지만 스스로 알아냈다. 보고 또 보고 또 보면서, 접고 또 접으며 또 접은 끝에 드디어 혼자서 접은 종이비행기를 날린다. 마당에서 날리면 더 잘 날겠다고 생각하면서 날린다. 아버지더러 한쪽 끝에 서서 종이비행기를 받은 뒤 되날려 달라고 한다. 그래, 같이 날려 주지. 4347.6.2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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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짜릿 저리는 글쓰기



  지난해부터 쓰던 글을 마무리짓는다. 글쓰기는 지난해부터 했지만, 이 책을 쓰려고 스무 해 앞서부터 생각했으니, 꽤 오래된 글이라 할 만하다. 글쓰기를 마친 뒤 차근차근 처음부터 되새겨야 하는데, 아버지가 글쓰기 일을 하면서 아침저녁으로 제때 밥을 챙겨 주지 않았다고 떠올리면서 저녁을 끓인다. 냄비에서 보글보글 끓는 냄새와 소리를 들으면서 살짝 틈을 낸다. 이러다가 다시 밥을 끓이고, 다시 글을 조금 건드린 뒤, 마저 밥을 차린 뒤 아이들을 부른다. “자, 이제 아버지는 얼른 마무리를 지어서 보내야 할 글이 있어. 이 일을 마치고 우체국에 다녀와야 하니, 너희끼리 먼저 저녁을 먹으렴. 너희가 밥을 다 먹고 나서 아버지도 일을 끝내고 부지런히 다녀오자.”


  오랜 품을 들여서 마무리짓는 글을 짜릿짜릿 저리다. 가슴이 저린다. 손목도 저리고 온몸이 저리다. 이 글은 앞으로 어떤 옷을 입고 이웃들한테 나누어 줄 책으로 태어날 수 있을까. 한 시간 뒤에 우체국이 닫으니 더 기운을 내자. 4347.6.2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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